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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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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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8월 스물일곱 때의 일이다. 담수를 시작한지 3년이 지난 임하댐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붕어를 낚았고 붕어의 현란한 몸짓은 나를 금방 낚시꾼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낚시는 나로 하여금 임하댐은 물론이고 대구 인근의 저수지란 저수지를 헤매게 만들었다. 임하댐의 짜릿한 첫경험과 같은 대박의 꿈을 꾸면서 이곳저곳 물불가리지 않고 붕어들을 쫓아 돌아 다녔지만 붕어와의 대면은 쉽지 않았다. 오히려 소문을 따라 다니다 보니 피크시즌이 지난 저수지에서 뒷북만 치고 있기 일수였다. 낚시를 시작하고 낚시를 하면서도 한번도 누구를 부러워 한 적이 없었는데 이때 처음 대물을 쉽게 낚아 올린다는 소위 낚시고수들을 부러워하게 됐다. 이들은 과연 어떤 정보로 어떤 낚시를 하는지 궁금해서 이들의 낚시패턴을 분석해 보려고 여러 번 시도를 해 봤지만 낚시라는 것이 은밀한 유희에 가까워 쉽게 정보를 공유하려는 고수는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그들은 그들만의 잔치에 방해꾼이 끼어들까봐 안절부절못해했다. 넉넉하고 여유로움이 몸에 배여 있을 줄 알았던 조사의 품위는 찾을 수가 없고 그저 붕어만 쫓아다니는 나와 별단 다를 바 없는 고수들을 보고는 적지 않게 낙담을 했다. 그러다가 초심자와 주말 외에는 시간이 나지 않는 샐러리맨들이 정보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공무원 교육원에서 배운 실력으로 어설프게 꾼들의 낚시정보나눔터를 만든 게 인터넷 낚시사이트 ‘월척’이다. 사이트를 개설하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평소 낚시정보에 목말라 있던 꾼들이 하나둘 찾기 시작해서 그들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낚시정보가 차곡차곡 쌓여 금세 사이트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나 같은 꾼들이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하거니와, 주말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샐러리맨들에게는‘월척’이란 아낌없이 나누는 공간이 신선한 청량제 역할을 했다. 꾼들은 정보를 나누는 공간이 생기면서 잘 낚이는 낚시터 및 낚시테크닉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낚시터 오염문제를 비롯하여 낚시터 에티켓 등의 낚시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썩어가는 저수지를 더 이상 두고 봐서는 안 된다며, 낚시터 환경개선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는 운영자인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여태 붕어만 나온다면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물불가리지 않고 낚는 낚시에만 열중하고 낚시터 환경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던 나를 굉장히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미 꾼들은 의식은 저 만큼 앞서가 있는데 사이트 운영자는 뒤쳐져서 제대로 대처를 하거나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낚시터환경개선 의지가 가장 강한 사람은 낚시꾼이고 그 해법도 꾼들이 제시했다. 사이트 내에서 '낚시터환경개선' 코너를 별도로 신설하여 첫 번째로 저수지 흉물인 좌대철거 운동을 펼쳤다. 이 운동은 낚시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서 경산시를 설득하게 되었고 결국 대형 저수지의 좌대철거를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탄력을 받은 낚티즌(낚시네티즌)들은 넷상에서 활동하던 꾼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어 저수지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줍는 행사를 개최하는 등의 저수지 환경개선에 솔선수범해 나갔다. 그 결과 출조시 종량제 봉투를 들고 다니는 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열린공간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파급되어 종량제 봉투는 낚시미끼와 같이 필수품으로 생각하는 꾼들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순전히 낚시정보를 공유할 목적으로 개설한 사이버공간에서 꾼들은 단순히 낚시정보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이 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을 찾아내어 현실에서 실현시키는 것을 보면서 그전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낚시꾼의 정보독점욕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건전한 낚시문화를 추구하는 대다수의 선량한 꾼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그들의 행동에 동화되어 가는 것이 너무나 유쾌하고 즐거웠다. 낚시에 있어 그 무엇도 낚는 즐거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꾼들이 자발적으로 저수지 살리기에 앞장서서 방향을 제시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사이트 ‘월척’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고, 특히 공직자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어쩌나하는 염려와는 달리 공직자를 신뢰하고 따라주는 것은 나에게 굉장히 고무적이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긍심과 보람을 안겨주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사이버공간에서 맺은 낚티즌과 운영자와의 신뢰는 ‘월척’이 대형 사이트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아직 낚시터에는 오물을 아무데나 버리고 나 몰라라 하는 꾼들도 있다. 그러나 종량제 봉투 또는 마대자루를 들고 다니며 본인 쓰레기 외에 다른 꾼이 버린 쓰레기를 줍는 멋진 꾼들이 더 많다. 이들에 의해서 낚시터와 낚시문화가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낚시를 건전한 레저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기틀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직도 낚시꾼은 허풍이 세고 낚시터에서 매운탕을 즐기는 사람쯤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에게 낚시터에 가면 낚시터를 사랑하는 품위있는 멋진 꾼들이 많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그리고 깊은 밤 갈대밭에 앉아 천공의 별을 헤아릴 줄 알고 수면에 반짝이는 케미칼라이트에 희망을 던져두고 대자연의 품에 의지해서 낭만적인 사색에 잠길 줄 아는 삶의 여유가 묻어나는 낚시꾼이 훨씬 더 많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몇년전 겜방에서 검색창에다 대고 붕어낚시를 쳐서 민물찌의 붕어세상, 입큰붕어,
박조사의 낚시캠프 그리고 황기택의 월척중에 별 망설임 없이 월척을 선택했지요

분명 지금의 월척님들이 더 성숙하고 월척도 많이 발전했는데...
서로의 조행담을 정답게 나누던 그때가 왜 떠오르는지..ㅎㅎㅎ
아마도 개구리가 되니까 올챙이적이 그리워지는가보네요^^

그런데 월척님!!!
님이 대구 사시는건 알지만요 월척은 전국에 계신 많은 조사님들이 보시잖아요
그러니까 석어가는(본문에 섞어가는)이라든지 사이트는 썩어가는 싸이트라고 하심이^^ 이러다 사움(싸움)나겠네 ㅎㅎ
시비걸자고 그러는건 아닌거 알죠??
비싼 살밥(쌀밥)먹고 싸우면 되나???
물잔디님 덕분에 석어가는->썩어가는으로 바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더러 오타도 있지만 '섞어가는' 경우처럼 잘 못 사용하는 경우가
참 많은데요. 제가 초등학교시절 받아쓰기가 형편없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글을 많이 읽지 않은 이유가 더 큰 원인인것 같습니다.
바른 지적감사드립니다.
사이트는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 할 것 같아서 교정하지 않았습니다
왠지 지금 내리는 비가 '새물찬스'가 되지 않을까 미리 점 치면서
사무실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요
낚시꾼들 태풍을 우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태풍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각별히 유념하셔서 낚시에 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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