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 낚시대의 한쪽 끝에는 벌레가 있고
다른 쪽 끝에는 바보가 있다. -사무엘 존슨-
라는 낚시와 관련된 명언이 있다.
붕어낚시를 즐기는 나에게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즉, 내가 미끼 운영에 있어
지렁이를 쓰면 맞는 말이고,
새우나, 떡밥을 쓰면 틀린 말이다.
하지만 이 명언이
단순히 미끼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단지, 잡을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확실치 않는 게임을 즐기고 있는
낚시인들에게 들려주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그러나…
The Story
2015.06.06.
16:00
3주 만에 붕어를 만나러 간다.
2015년에는 최대한 많은 출조가 목표였는데
3주 동안 주말 내내 바빴다.
청라 수로와 화성호 중 많은 고민을 했다.
2번째 낚시스승인 윤식형이
메르스 때문에 위험하다며 화성호를 기피했다.
그리고 인택형과 나, 윤식형은 청라수로로
출조지를 결정하였다.
16:30
처음 찾는 곳이기에 포인트 탐색에 시간이 들었다.
자리가 일단 세자리가 나와야 했고,
길고 긴 수로 포인트 중
전방 1m 앞에 말풀이 있으며,
우측에 갈대가 우거져 있는 곳으로
포인트를 잡았다. 우로부터
1.5칸 / 1.6칸 / 1.9칸 / 2.4칸 / 2.4칸 /
2.0칸 / 2.4칸 / 2.8칸 총 8대를 편성했다.
메인 모양은 부채꼴 모양으로 6대를 편성하고,
좌측의 2.4칸과 2.8칸은 연안 쪽으로 바짝 붙였다.
일종의 ‘갓 낚시’ 형태 라고 해야 하나?
* 주석)’갓 낚시’ 는 물가에 낚시대를 붙인 낚시로
밤에 붕어의 먹이가 되는 새우나 수서곤충들이 몰리기에 이를 취하기 위해 들어온 붕어를 노리는 낚시임.
17:30
찌가 자꾸 위로 슬금슬금 솟아오른다.
한 두 대의 찌만, 또 저부력의 찌만
오르는 것이 아니고, 2호든, 9호든,
저부력 고부력 할 것 없이 솟아오른다.
처음에 윤식형이 찌를 가볍게 맞췄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택형도 슬글슬금 오르는데
인택형도 가볍게 맞춘 걸까?
더욱이 인택형은 조개봉돌을 달았는데도
슬글슬금 오른다고 한다.
18:30
찌가 안정화를 찾았다.
슬글슬금 오르던 찌의 오름이 멈췄다.
인택형과 난 잠시 이유를 떠올려본다.
월척 싸이트에서 ‘대류’ 에 의한 찌오름이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인택형에게 물어본다.
인택형의 찌도 이시간에 찌가 안정화를 찾았다.
인택이형은 대류도 한 원인일수도 있는 것 같고
잔기포가 바닥에서 떠오르면서 찌에 달라붙어
올리는 걸 수도 있겠다고 한다.
확실한 건 기온차이가 심하지 않았던 날에는
이런 현상이 없었다.
아마 낮과 밤의 일교차 때문에 생긴 현상이 아닐까 추측한다.
18:30 ~ 21:00
총 8대의 낚시대에 모두 지렁이를 달았다.
이 중 6대에 잔잔한 입질이 이어진다.
입질만 이어진다. 입질만… 투욱~ 툭…
22:00
새우망을 꺼내본다. 어마어마하다.
40여 마리의 새우가 들어있다.
이정도 새우라면 이 곳 붕어들이 새우에
환장하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모두 새우로 교체한다.
23:00
입질이 없다. 졸음만 몰린다.
수많은 고민을 한다. 떡밥을 개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간만에 붕어낚시이기에 붕어 얼굴 보기 위해
더 늦기 전 떡밥과 글루텐을 개고
1.5칸과 1.6칸에 집어를 집중적으로 시작한다.
2015.06.07
02:20 분경
졸았다. 아니… 걍, 잤다.
입질이 얼마나 없었는지,
간만에 붕어낚시임에도 불구하고 걍 자버렸다.
하지만 ‘첨벙~’ 거리는 소리!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매우 큰 넘들이 연안에 붙어 첨벙 거리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온다. 아직도 산란철인가?
02:30
맨 좌측, 연안에 최대한 붙여
수심이 50cm 밖에 안 나왔던
2.8칸대의 찌가 범상치 않다.
살짝 두어마디 올리더니 찌를 올린 체
왼쪽 연안으로 스르르륵 이동한다.
심상치 않은 찌놀림!
“챔질”
걸었다. 하지만 느낌이 이상하다. 땡땡하다.
딸려오지도 않는 듯 하고 나의 손놀림을 무시한 체
바늘에서 벗어나 버린다.
첫 챔질이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바늘에 미끼를 달기 위해 바늘을 보고 깜짝 놀란다.
1.6cm의 비늘… 4짜 붕어? 잉어?
연안으로 이동 중 바늘에 걸린 거구나.
훌치기로 비늘에 걸린 것이기에 아쉽지도 않다.
02:50
1.5칸대에 입질이 들어온다.
수줍게 두 마디를 스르륵 올리는 입질 후에
올려진 찌가 우측과 좌측으로 한 두번씩
휙~ 휙~ 재빠르게 일렁이더니
찌가 스르륵 내려간다.
‘완벽한 타이밍이 나오리라…’
2차 예신과 그 이후에 그려질
본신을 기다려본다.
하지만 기다림뿐, 20분이 지나도록 미동도 없다.
낚시대를 들어본다.
머리부분 없는 새우 몸이 달려있다.
04:40
미친 듯이 새들이 울려 된다.
작은 새의 소리인 듯 작지만 연이은 지저귐이
귓전에 맴돌며, 어설피 잠든 나를 깨운다.
이 시각 내가 자리잡은 좌측으로부터
어둠이 밀려난다.
어둠과 빛이 교차하던 시각,
1m 전방 말풀에서 40cm 가량의 물고기가 첨벙거리며
선잠에서 묻혀있던 나를 놀래 킨다.
그리고 수로 곳곳에서도 물첨벙이 이어진다.
06:00
찌올림은 하나 없고 자잘한 입질들만 이어진다.
마치, 어제 해질 무렵처럼…
올림 하나 없이 잔 입질만이 지속된다.
해는 벌써 수로의 물줄기를 따라
전역을 밝히고 있다.
아침 햇살을 따라 먹이사냥에 나선
왜가리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내 맞은 편에 앉아 사냥을 시도하던
왜가리 한 마리가 연안에서 첨벙이는 물고기를
낚기 위해 다가선다. 긴장되는 순간…
왜가리가 사냥하려는 순간,
60cm 가량의 물고기 튄다.
지만한 물고기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튀어 오르자
쫄아 버린 왜가리… 몸이 움츠러든다.
08:40
마침내 완벽한 챔질 타이밍이 왔다.
한마디를 살짝 올리더니,
물속으로 사정없이 찌를 끌고 간다.
재빨리 챔질 한다.
‘걸었다.’
허나 챔질 성공과 동시에 수초를 휘감아버린다.
나는 힘을 쓰지도 못하고 물고기를 놓쳐버린다.
오랜 기다림…
그리고 챔질 성공에 대한 기쁨,
하지만 놓친 허탈감에 한숨을 쉬는데
의자 팔걸이에 팔을 대는 양 팔꿈치가 저려온다.
알고 보니 꿈이였다.
쉬팍…
낚시하다 졸고, 졸다가 꾼 꿈이 낚시고,
꿈에서도 놓치다니…
10:00
3주 만에 붕어 낚시…
붕어 얼굴본지는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그렇게 오랜만의 붕순이와의 대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Epilogue
‘낚시대의 한쪽 끝에는 벌레가 있고
다른 쪽 끝에는 바보가 있다’ 라는 말은
‘낚시하는 사람은 잡을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확실치 않은 게임을 하는 바보!’ 라는 말과 같다.
맞는 말이다
나 또한 ’월척의 꿈’ 을 안고
밤 샘 낚시를 하면서도 입질이 없을 때는
‘따스한 집 놔두고 뭔 짓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을 종종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붕어 낚시인들이
먹지도 않는 붕어를 잡기 위해 물가를 다시 찾는 건
단순히 물고기를 잡기 위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낚시인들은 단순히
물고기를 잡기 위해 낚시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낚시대의 한쪽 끝에는 낚시인이 있고,
다른 쪽 끝에는 고된 삶 속에 여유를 가지고
희망을 낚는 두근거림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낚시대의 한쪽 끝에는 벌레가 있고 다른 쪽 끝에는 바보가 있다. 2015.06.06.16:00 - 2015.06.0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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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7
칭찬 감사드립니다^^
안출하세여^^
칭찬 감사드립니다^^
이제 다음주면 준비해둔 조행기도 끝이 나네여^^
워낙 요새 일이 많아 낚시를 못가는 상황이라
올해 조행기는 담주를 끝으로 당분간 없을듯 하네여
올 가을 항상 안출하세여^^
현장감있는 글 잘 봤습니다.
칭찬 감사드립니다.
이제 한회분을 끝으로 당분간 출조일기를 못 올리네여 ㅠㅠ
차후에 좀 더 현장감 있는 글로 뵐께여^^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