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 6월 들어 큰 비가 내리면서
대청댐이 오름 수위로 며칠간 호조황을 보인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대청댐을 거의 가보지 않은 나는
대청댐을 구석구석 잘 아는 낚시 친구의 진두지휘 아래
나처럼 대청댐 초보인 회사 동료 2명과 동행해서 추소리행을 결정했다.
탁 트인 추소리 배터에 도착하니 몸도 마음도 날아갈 듯 상쾌하다.
통통배를 타고 몇 분인가 가니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기막힌 곳에 도착한다.
추소리 청벽...
지금은 추소리를 수십 번 넘게 들락거려 웬만한 포인트는 알고 있지만,
그 당시는 대청댐이 거의 처음이라 가슴이 많이 설레었다.
당시 수위는 계속 올라가고 있었고,,,
적당히 탁한 물빛은 그야말로 “대박 0순위” 그자체 였다.
수위가 높은 관계로 자리가 많이 나오지 않아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했던 우리 일행은
상황도 알아볼 겸 먼저 낚시하는 분들 뒤에서 구경을 하는데...
걸었다 하면 ‘월척...’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월척 붕어가 계속 걸려 나온다.
마음이 급해져서 아무 곳이나 자리를 잡으려는데,
우리 일행중 대청댐 전문가가 나에게 일단 기다려 보라고 눈짓을 주고,
먼저 하는 분들에게 “밤낚시 하실 겁니까?” 하고 물어 본다.
“아뇨, 우리는 (그분들 전부가 일행이었던 것 같다) 1시간 정도 하다 가렵니다.”
그 말을 들으니 한 시간 후 나도 저런 재미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벌렁벌렁 거린다.
그런데 이 분들 (나이는 50 중반 정도이신 분들이었는데)은 장난기가 많은 분들이었던 것 같다.
우리 일행이 애타게 자리 물림을 기다는 것을 보며 장난기가 발동하셨는지,
한 분이 친구에게 전화를 거시더니 조황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지금 청벽에 들어오면 자리를 물려주겠단다.
속으로 ‘이런 닝기X,,, 진짜로 오면 어떻하지 ㅜ.ㅜ,,,’
다른 어떤 분은 한 술 더 떠 “야, 케미 가져왔냐?” 하신다.
이러는 와중에 정말로 5분도 안돼서 한 마리씩 올라온다.
그렇게 한 삼십분이 흘렀을까? 한 분이
“야 이눔들아 이제 대 걷어, 이 양반들도 재미 좀 봐야지”
하시며 다른 분들의 대를 반 강제로 철수시키고 전화로 배를 부른다.
“아저씨 만세... 최고...”
이렇게 해서 그분들은 철수하고 우리 일행만 남았다.
철수중에 보니 20-50수 정도의 조과를 올리신 것 같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잡은 분 자리는 나에게 돌아왔다.
그 분은 대를 접으면서 구멍(?)까지 정확하게 알려주신다.
그런데 뭐가 잘못 됐는지 우리가 낚시를 시작하고 나서 입질이 끊겼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잡아내는 사람이 없었다.
“곧 시작되겠지...”
이럭저럭 저녁이 되어서 케미를 달고 저녁 식사 대충 목으로 넘기고
(그당시는 맴이 급해 도저히 밥을 씹을 수가 없었음) 낚시에 돌입했다.
한 시간 정도 낚시를 하며 토종 붕어 입질과는 다른 입질이 있다는 느낌이 온다.
한마디나 두마디 깔짝하다 찌는 다시 잠기고...
(지금은 떡붕어 낚시를 다녀봐서 한 두마디면 충분한 입질인 것을 알지만
그 날은 그게 예신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혹시나 해서 한 번 채보니 붕어가 힘을 쓴다.
뜰채로 떠 보니 월이 넘어 보인다. 줄자로 재어 보니 33cm.
첫 수를 월(?)로 한 적은 난생 처음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만 3수를 더 올렸는데 모두 33-35cm의 붕어들이다.
다른 일행들은 계속 꽝이고...
부러워하던 일행중의 하나가 나에게 와서
“커?” 하고 묻는다.
나는 점잖게 살림망을 보여 줬다.
“월이 좀 안될 것 같아.”
겉으로는 겸손하게 말하면서...
속으로는‘당신 월척 네 마리 연속으로 잡아 본적 있어?’ 하며 의기양양하게...(하하하)
일행:“떡 이잖아?,,,”
나:“그게 뭔소리여?”
일행:“떡은 월로 치는게 아녀..., 당신은 아직까지 떡하고 토종도 구별 못해?”
나:????!!!!!......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갈 것은...
그 당시 떡붕어가 무언지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짱깨는 더더욱 몰랐고...)
그 사람들이 잡아내는 붕어들이 모두 토종으로만 보였다.
그렇지만 떡이든 뭐든 빵 좋은 붕어들 아닌가?
이렇게 자위하면서 나름대로 재미있는 낚시를 즐기며 밤을 샜다.
아침에 조과를 보니,
나: 떠어어~~~~억 월(?) 9수
대청댐 전문가: 떡 8수
일행2: 떡 7수 (참고로 우리 일행이 그날 잡은 붕어중 30cm 이하는 없었습니다.)
떡이라고 나 약올리던 일행: 꽝
꽝친 일행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잡은 것을 떡이라고 약올렸기 때문에 나의 저주를 받아서...가 아니고 ㅎㅎ,
이 양반 평소 깊은 수심에서 장대 펴기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한 여름에 4m 수심에서 바닦 낚시로 떡을 잡겠다고 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일이다.
철수 시간이 세시간 정도 남아 있었다.
“XXX님 이리와서 하세요.”
낚시인들은 일행중의 하나가 조황좋은 자기 자리를 양보할 경우 절대로 가려 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이 꽝을 친 상황에서는...
그렇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양보하는 자리는 넙죽넙죽 잘도 받는다. ㅎㅎㅎ
그눔의 자존심...
내가 반 강제적으로 내 옆자리로 옮기게 하고 낚시를 했다.
나는 큰 것을 꽤 해서 더 이상의 미련은 없는 상태였다.
비록 그눔의 떡이라는게 가슴 아팠지만...
아침이 되니 피라미가 붙기 시작한다.
귀찮아서 그냥 놔두었는데 그 놈을 쏘가리가 덮쳐 30cm 정도 되는 쏘가리도 올라 온다.
“앗싸~~~”
옆에서는 부글부글...
그런데 철수 한두시간 남기고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 일행 자리에 입질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그래도 그때까지는 여유가 있었는데 일곱 마리를 잡으니 마음이 불안해 진다.
‘엉, 역전 당하겠는데...’
급기야 철수 시간이 되서 11마리를 잡아낸다. 나는 9마리 그대로고...
우리가 내기를 한 것이 아니지만 약이 오른다...
"괜히 자리를 양보해 가지고...“ 했더니
그 일행 왈 “자리가 문젠가 실력이 문제지...”
이렇게 해서 9회말 역전 홈런 맞은 투수의 심정으로 철수... ㅜㅜ
문득 잘 아는 형님이 자주 하는 말씀이 떠오른다.
"내가 항상 얘기하듯이, 낚시와 고스톱은 일어날 때 봐야 아는거야!!"
낚시와 고스톱은 일어날 때 봐야 아는거야~
-
- Hit : 7441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18
잘읽었습니다
재미 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항상 안출하셔서 어복 충만 하시옵고,
낚시로 행복만 낚으시길 기원합니다..(_._)
고스톱팡의돈은 문지방 넘어야 내돈이지요
음...........지금은 확실히 알고 있는건지?
떡을 이상한 쪽으로만 알고있던것은 아닌지........ㅎㅎ
인생사도 마찬가지여...
관속에 들어가봐야 아는 것이제! .......늘 건강하시고!
반갑습니다
그냥 이곳 저곳 기웃 거리다가 시즌은 지나가는데 내가 있는곳이 어디고
어디로 가야 손맛도 보구
구린 사람 사는 애기도 하면서 끈쩍한 쐬주 냄새가 그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올려주신 글 너무 반가웠습니다 .....
댓글을 드리려니
자격 미달 이라
가입 하고 드립니다
좋은글 많이 올려주십시요
한벽루 배상
오랜만입니다.
지금 한국에 계신지요?
추방 멤버들이 한벽루님을 많이 보고 싶어 합니다.
한국에 계시면 다음 모임때 꼭 초대하겠습니다.
ㅎㅎ역시 일어나봐야 알수있죠
저도 추소리 장마때 가끔들어가요~^^
추소리 오름 수위때좋죠 ㅋㅋㅋㅋㅋㅋ
예전에 저희 회원생각이....
잘 읽고 감
잠시 담배불을 붙이거나...화장실 가려고하면...입질시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