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 요즘처럼 뜨거웠던 날씨에 낚시를 갔었죠.
최근 대물이 출몰했다는 현지통의 말에 귀가 솔깃해서 찾아간 계곡형 소류지.
만수일때 앉을 자리가 몇자리 안나오는 전형적인 계곡지에 무넘이쪽 모퉁이를
공략할 생각으로 급히 저수지에 도착하니 아뿔싸 어느 꾼님이 먼저 자리하고 계시더군요.
아쉬운 마음에 인사나 건낼겸 다가가서 조용히 말을 걸어 봅니다.
"입질이 신통찮죠?"
하고 말하자 들은척도 안하고 찌만 쳐다봅니다.
순간 뻘쭘하여 있는데...
"가방 지퍼나 좀 닫아 줘봐요." 합니다.
속으로 별 이상한 사람이 다 있네하고 힐끗 쳐다보니 왼손에 손가락이 하나도 없는 장애인이었죠.
가방 지퍼를 닫아주면서 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도무지 할 말이 생각이 안나더군요.
"더운데 파라솔이라도 피시고 하시잖고요."
"손 빙신이 뭔 파라솔까지 펴고...." 하십니다.
"줘 보세요. 그 파라솔.... 더운데 땡볕에 더위 자시면 옆에 사람 귀찮아 집니데이"
어색한 분위기를 달래려 농담 섞인 말투로 얼른 파라솔을 펴드렸었죠.
순간 눈이 마주쳐서 쳐다보니 이미 벌겋게 익은 얼굴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져 있더군요.
얼마나 낚시가 하고 싶었으면 이 삼복더위 땡볕에 저러고 계실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고나서 상류쪽에 대를 펴고 있는데 슬그머니 제 자리로 오시더니 까만 검정 비닐 봉지를
말도 없이 뒷자리에 툭 던져놓고 가십니다.
열어보니 그안에는 캔커피며 과일이며 잔뜩 들어있더군요.
해질무렵까지 더운 날씨에 불편한 몸으로 꼼짝도 안하시고 낚시하고 계시길래 다가가서
밤낚시 하실거면 식사나 같이 하자고 하시니 아무말고 없이 슬그머니 따라 옵니다.
솜씨없는 김치찌게에 반찬 몇가지 놓고 마주앉아 식사를 하는 도중
"손은 뭐하시다가 다치셨어요? 조심스레 물어보니
몇년전까지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셨는데 그때 다친거라시며 왼손을 뒤로 슬그머니 숨기십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다친 손때문에 일도 못하고 또 다친 손때문에 사람 만나는것도 피하며 집에만 있다가 낚시가
너무 하고 싶어서 몇년만에 낚시를 왔고, 오랜만에 낚시를 가는 남편, 아버지를 위해 집에서
과일과 음식,음료수등을 싸주셨다고 합니다.
얘기를 나눠보니 마음은 참 따뜻한 사람이었은데 손을 다쳐서 왠지모르게 당신 스스로
사람들과 거리감을 두는 성격으로 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가 넘어가고 밤이 되자 산속 소류지는 칠흙같은 어둠이 찾아들고 이따끔 뒷산에서
기분나쁜 고라니 울음 소리만 들립니다.
반대편 앉아 계시던 그분 자리에선 몇번의 챔질 소리가 들렸었지요.
제 자리에서도 운좋게 쓸만한 놈 몇마리가 나와 주었구요.
아침이 되어 그분이 계시는 자리고 가보니 살림망을 보여주시는데 튼실한 몇마리의 붕어가
있었고, 불편한 몸 때문에 몇마리는 놓쳤다고 아쉬운 얼굴이었는데도
밤새 낚시한 초춰한 얼굴이 아니라 어제와는 다르게 너무나 기분좋은 얼굴이셨습니다.
취미가 뭔지. 낚시가 뭔지. 그깟 붕어라 뭐라고 저렇게 좋아하실까하는 애잔한 마음이 들더군요.
또, 한편으로는 붕어를 잡던 못잡던 몸성히 낚시할 수 있다는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낚시터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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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색 안하시고 잘대해주셨네요
물가에서 만나고 다시 또 뵐땐
오랜 벗 처럼 반갑더라구요^^
뭉클해집니다 안출하세요.!
인간의 정이 물씬 느껴집니다.
모두가 다 아름다운사람 인것을 .......
어딜가도 모르는 사람한데 말걸기가 쉽지 않은데...
이상하게 낚시만 가면...옆사람과 처음봤는데도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가끔 그게 귀찮을때도 있지만..ㅎㅎ
낚시로 인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왠지 가슴 한쪽이 뭉클해지는 기분이듭니다....
그리고 제가 그런 입장이라면 그리 했을 까 .........하는
언제 물가에 한번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분도 참 좋으신분 같은 느낌이고요.
역시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게 되는것 같습니다.
그분도 참 좋은분 같은 느낌이고요.
역시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게 되는것 같습니다.
그래도 따뜻한 세상입니다. 멋지십니다!
그 분을 또 만나시면 멋진 조우가 되실듯 합니다.
멋지십니다^^
따뜻한 님을 만나 기분이 좋아지신거죠. 잘 하셨습니다.
추천 꽝 드리고 갑니다.
월척 가입 한지
100일이 넘어 가지만
맨날 자게방에서 놀았지
처음으로 추억의조행기방 에
들어와 글을 남깁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일 모두 잘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참좋은 글이라 추천 쾅 드리고
갑니다 ㅎㅎ
언젠가 만나게 되면 저도
맛난 저녁 해주세용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