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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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날 본것은 정녕 귀신이었단 말인가!

안녕하세요 르노입니다.
지난번 추억의 조행기 3편에 이어 오늘은 귀신과 조우한 경험에 대해
조사님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제가 오늘 올린 에피소드는 90% 사실에 입각하여 작성했습니다.

글로 작성하려다 보니 내용이 엄청 깁니다. 글 읽기 불편하신 분들은 제가
운영하는 붕어낚시 유튜브에 삽화+음성+영상으로 실감나게 만들어 게시
했으니 아래 주소로 접속 부탁드립니다

https://youtu.be/ND95m63WhXU

https://youtu.be/ND95m63WhXU

때는 약 십년전 강원도 철원지역 붕어낚시에 미쳐 살때였습니다.
저는 주로 남대천 도창리에서 낚시를 많이 했는데, 이곳도 소문이 나버려
보다 전방지역에 생자리를 찾아 이곳저곳 기웃거렸습니다.
그러던 중 철원 S리에 기가막힌 낚시 포인트를 발견했습니다.
다만 이곳은 북한초소가 보일 정도의 최전방이라

이곳저곳에 지뢰가 아직 제거되지 못했고 민통선이 코앞이라 군부대가
지키고 있어 출입이 여간 힘든 포인트였으나

때마침 군청에서 S리에 대규모 생태공원을 조성한다하여 공사를 시작했고
허술한 틈을 타 어느 주말 초저녘 A대교 밑에 낚시를 위해
침투를 강행하였습니다.

이곳에 대해 설명하자면 6.25전쟁 이후 통제지역으로 사람의 손을 탄적이
없었고 불과 몇백미터 상류에는 몇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큰 보가 위치해
대형붕어들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지역이었습니다.
이 물줄기는 북한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한마디로 오늘 잡는 붕어들은
일명 월남붕어라고 기대감 만땅이었습니다.

낮에는 군인들에게 발각되어 쫒겨날까봐 주차는 멀리하고 해가 질 무렵
오후 5시경 대편성을 마쳤는데, 혹시 지뢰가 있을까봐, 그리고 군인들에게
발각될까봐 자리에 앉아 라면도 못끓여먹고 기도비닉을 유지하며 
조용히 낚시를 했습니다.

제가 자리한 A대교 포인트는 6.25때 피난민들이 이용했던 퇴로 다리를
파손된 상태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는데 다리 콘크리트들이 여기저기 파손되어
해가지자 스산한 느낌이 들었지만,

역시나 기대대로 지렁이 미끼를 쓰자마자 말도 안되는 크기의 마자와 메기,
피래미들이 올라와 정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목표어종 월남붕어는 올라오지 않았는데
찌불을 꺽으면서 미끼는 글루텐으로 모두 변경하였습니다.
목표 어종이 붕어인데 지렁이미끼에 잡어들때문에 여간 성가신게 아니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어둠이 짙어지고 있는 시간에도
붕어들의 입질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글루텐을써서 그런지 잡어들의
입질도 아주 똑 끊겨버렸습니다.

입질한번 없이 고요함 속에서 점점 시간이 지나고 10시쯤 되었을때
배가 너무고파 차에가서 라면이라도 먹고 와야되나 심각히 고민을 하고
있을때쯤 갑자기 인기척과 풀숲을 해지며 들어오는 발자국소리가
들렸습니다.

혹시 군인들인가, 아니면 야생 맺돼지 인가 긴장을 하고 있는데
어느 한 노인분께서 제가 낚시하고 있는자리로 내려오셨습니다. 이 시간에
그리고 위험한 지뢰지역에 오신것이 참 의아했지만 낚시를 좋하하시는
동내 노인분이겠거니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가로등도 없는 어둠속이라 노인분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제 자리 뒤쪽에
자리하셔서 저는 낚시 찌를 응시하면서 가끔 반 옆으로 고개를 돌려 노인분과
대화하였습니다.

노인분께서 저에게 뭐 잡으로 왔냐고 물으셔서, 붕어잡으로 왔습니다... 라고
말씀드리니 노인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붕어들이 이곳에 많기는 한데 오늘 밤
붕어들은 볼 수 없을것이여..라고 단정지어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속으로 저 노인네가 뭐를 아신다고 처음보는 사람한테
그렇게 대뜸 초를 치실까...생각하면서  그냥 투명스럽게 그러냐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이러쿵 저러쿵 말씀을 계속하시는데 사투리가
심해서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내용인 즉슨 본인이 6.25 전쟁에 참전하셔서 국가 유공자이며 전쟁이
끝나고 이곳 마을에 정착했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한참을 말씀을
하시는데 느낌상 한 10분쯤 말씀하시는것 같았습니다.
듣는것도 지겹기도 하고 생천 처음보는 사람한테 본인 인생을
왜 말슴하실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혹시 이 노인분 언성
때문에 군인들이 와서 쫒아낼까봐 조마조마 하고 있는데

때마침 근처 어디선가 "야 이제그만 가자 배고파"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 이 노인분 일행분인것 같은데 어디서 말씀하는지
어두워서 볼수는 없지만 약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2~3사람이 바로 제가낚시하고 있던 다리 위쪽에 있는것
같았습니다.

저 다리는 6.25이후에 폐쇄된 다리이고 여기저기 파손되어 위험할텐데
어떻게 저기를 건너시는건지 의아했지만 동내분이니 가능하겠지
하고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제 이 노인분이
일행분이 가자고 하니 곧 가시겠지..라고 생각이 들어 어서 가시기만을
고대하고 있는데.

그런데 그 노인분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시면서
저에게 대뜸 " 배고프지? 요앞에 우리집가서 밥먹고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편으로는 역시 시골사람들은 정이 있구나
라는 생각이들었지만, 지금 이 야밤에 처음보는 사람 집에 가는것도
좀 꺼려져서 노인분께 정중히 사양을 했습니다.

비록 거절은 했지만 생각해보니 말씀이 너무 고마왔습니다
그래서 보답으로 이 노인분 길가로 나가실때 어두우니 잘 보이라고
비춰드릴 요량으로 가방에서 큰 렌턴을 찾아 그 노인분을 찾아 비춰보니
그세 가셨는지 렌턴으로 아무리 여기저기 길가를 비춰봐도 그 노인분은
보이지가 않았고 같이 가자던 일행분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그때 저는 시골분들이라 그런지 길눈도 밝고 걸음이 엄청 빠르네..
라고 그냥 단순히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렌턴을 끄고 이제 본격적으로 낚시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미끼를 바꿔끼우고 있는데 뒤에 또 인기척이 들리고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근처 초소에 있던
군인들이 저에게 와서 여기 지뢰가 제거되지 않아 위험하니 당장
나가라고 언질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방금전에 노인분들위해 렌턴질 한게
군인들에게 발각이 된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말투가 반말이어서 상당히
기분이 나빴지만, 제가 잘못한 것도 있고 군대를 다녀온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안가면 이 군인들은 부대에서 질책당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알겠다고 대답하고 어쩔수 없이 낚시대를 접고 철수를 하였습니다.

반말에 명령조로 말하는 군인들때문에 기분도 언잖은 와중에
차에 모든 장비를 챙기고나니 그때서야 배고품이 몰려왔고 너무나도 배가고파
요 앞 마을에 가면 정자가 있는것이 떠올라 그곳에 가서 컵라면이나하나 끓여먹을
생각으로 차에 시동을 걸고 마을까지 500M정도 이동하였습니다.
참고로 이곳은 워낙 작은 마을이라 20가구도 안되며
밤이되면 모두들 일직 주무시기 때문에 인기척도 없는 곳입니다.

정자앞에는 턱이 있어서 주차가 힘들어 길가에 주차후 버너와 라면을 들고
정자로 걸어가고 있는데 그런데 유독 제 눈에 띄는 집이 보였습니다.

지금 11시가 넘은 시간이라 몇가구 안되는 집들도 모두 소등하고
주무시는데 유독 한 가구가 불이 훤하게 켜져있고 그 집 주변에 외부
도시차량으로 보이는 승용차들도 몇대 서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면서 그 집을 유심히 살펴보니 활짝 열린 대문 앞에는
전, 부친개 같은 제사음식이 놓여져 있었고 지독한 향냄세가 코를
찌르는걸 봐서는 아마도 제사를 지내는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냥 오늘 이집은 제사를 지내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저는 정자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데...문득 등짝이 서늘해지고 온몸에 닭살이 돋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아까 그 노인분을 제가 눈으로 본적도 없고 다리위에 있던
그 일행분들도 눈으로 본적도 없거니와 왜 그시간에 이곳 민가에서
500M나 떨어진 곳이며 군부대지역에 오신건지..
그리고 그 시간에 밥먹으로 가자고하는게 상식선에서 맞는건지..
마치 퍼즐을 맞추는것처럼 머릿속이 복잡해 졌습니다.

혹시 내가 대화를 나눈 노인분이 귀신은 아니였을까..생각하니 온몸의
신경들이 곤두섰고..설마 아니겠지 라는 생각에 그 제사를 드리는 집에
그 노인분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나 확인차 가까이 다가가 봤습니다.

왜나면 그 노인분들이 보인다면 제가 사람과 대화한 것이고
만약 그 노인분들이 안보인다면 저는 귀신과 대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용기에서 였는지 꼭 확인해 보고싶어 그 제사들 드리는 집에
가까이 걸어갔습니다.

그러나 제사를 드리는 안방은 집 대문에서 확인 할수 없는 구조였기에
확인하지 못하고 돌아서려 하는데 그 집 대문옆 벽에는
"국가유공자의 집, 6.25참전용사"라는 명패가 붙어 있었습니다.

불현듯 아까 낚시하면서 그 노인분께서 본인은 6.25에 참전하셨고
국가유공자이며 이 마을에 정착했다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고 저는
이 명패를 보는순간 더욱 섬뜩해질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경험한 낚시 에피소드 입니다.
나중에 이 경험에 대해서 주변 철원출신 어른들한테 말씀드렸더니
 
어떤분은 옛날 철원 시골사람들은 제삿날 이웃 마을사람들도 가서
제사음식을 나누는게 문화였다고 니가 본것도 아마 제사음식을 먹으로
가는 이웃사람들 일테니 니가 본것은 사람이었을거라고 말슴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어떤분은 귀신들이 제사 음식 먹으러 가는길에 너에게 들른것이고
너에게도 같이 가서 밥먹자고 한 것은 너를 저승에 데려갈려고 했던것인데
안따라 간것이 잘한거라고 아마 따라갔으면 가는길에 너는 지뢰를 밟았을
것이다. 그리고 니가 렌턴을 비춘것은 잘한거라고 귀신들은 밝은 빛을 싫어하기
때문에 니가 렌턴으로 그 귀신들을 모두 내쫒은 거라고 안그랬으면
낚시하는 내내 너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거라고 말씀하셨고,
그리고 나중에 너를 내쫒은 그 군인들은 아마 너의 조상들이 와서 너를
지켜준거라고 너 그당시에 그 군인들 얼굴 본적 있냐고 묻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후에 몇년동안 생각해봐도 저는 이상하리만큼 그 노인분과 대화를
나눴음에도 직접 얼굴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너무 어두워서 그리고 고개를
돌리기 귀찮기도했기 때문입니다. 그 노인분 일행분들도 마찬가지로 말소리만
들었지 얼굴은 본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를 내쫒은 군인들은
생각해보니 렌턴을 들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저도 군대를 다녀왔지만
야밤에 순찰을 하는데 당연히 수상자가 있으면 렌턴을 비추면서 확인하는게
상식인데 그 군은들은 그런적도 없거니와 저는 어두워서 어렴풋이
군인이라 생각했지 실제로 군인인지 여부는 명확히 눈으로 확인한 적은
없습니다.

선배 낚시 조사님들께 여쭙습니다. 과연 제가 그날  본것은 귀신이었을가요
아니면 사람이었을까요...저는 지금도  의문으로 남습니다.

 

이상입니다.
붕어낚시 조사님들에게 혹독한 시기입니다.
장마에 혹서기라 다들 낚시하시기 어려우실것 같아
제가 오래전에 최전방 철원지역 낚시중 경험한
미스터리에 대해 영상을 제작하였습니다.
위안 삼으시기 바랍니다. 


제 생각에도 그분은 그날 제사인 친구분과
잠시 마실나오신분인것 같네요
이승에대한 미련(아마 살아생전 낚시를 즐기셨던...)이 많이 남았던것 같습니다. ㅎ

월남붕어라는 표현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즐낚하십시요...
세벽정신님. 저도 말씀처럼 귀신이라 생각합니다.
월남붕어..북한에서 넘어온 붕어라서 그렇게 부릅니다.
강원도 철원 낚시하시는 노조사님들한테
저도 듣고 쓰는 단어입니다. ㅎㅎ
댓글 감사드립니다.
제사음식 드시러 오시는길목에다
느로님께서 낚시를 하신것 아녀요...
40여년전 15사단 서쪽초입인 대성산에서 군복무하던때 김화쪽 남대천(지금은 화강으로 이름 변경)을 보고 저기서 낚시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그쪽에서 실제 낚시하신 분 경험담을 읽으니 왠지 반갑네요.
가깝지만 멀었던 마현리 민촌-육단리-와수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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