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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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낚시대 3부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선생님이 다음에 말할 단어를 기대했다.. - 이지정, - 뭐? 뭐라고?? 우와..!! 만세를 외치며 펄쩍 뛰고 싶었지만 부러 무표정한 모습으로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이렇게 둘이 짝이야..- 선생님의 호명 소리에 지정이도 스르르 걸어 나왔다. 아, 지정이도 나를 적었구나. 둘이는 부끄러운듯 곁눈질로 서로의 눈을 마주친다. 지정이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얇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정이의 손에 은행나무 묘목 두그루가 전해졌다. 선생님의 지시대로 적당한 구덩이를 팠다. - 두뼘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했어.- 지정이가 땀에 젖은 내 모자를 벗겨주며 말했다. -거름을 깔고,겉흙을 덮고,비료를 약간 넣어주고 다시 흙으로 덮으면 되지 - 나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고운 황토가 묻어있는 지정이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지정이는 묘목을 당겨보고는 아주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고운 그 아이의 손가락을 보고 있느라 뒤쪽에서 다가온 상필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 에헤이...니네 둘이 짝이냐? - 상필이가 뒤에와서 퉁명스레 말을 던진다. 상필이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정이를 쳐다본 다음 심겨진 묘목에 침을 퉤 밷고는 돌맹이를 툭툭차며 지나간다. 속에서 욱하는 마음 이었지만 겨우 참아내었다. - 철아 물좀 떠올래? 뿌리가 마르기 전에 물을 줘야해.- 나는 저만치 옆에있던 양철 물통을 들고 수돗가로 향했다. 제법 많은 아이들이 물을 받으려 줄을서 있었고,세수하는 아이,수도꼭지를 입으로 쭉쭉빨며 물을먹는 아이도 있다. 햇살이 제법 따가워 몹시들 목이마른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 야.! 않돼..! 왜그래...!- 뒤에서 다급한 지정이의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상필녀석이 우리가 심어놓은 은행나무 묘목을 쑥 뽑아 도망가고 있었다. 물통을 팽개치고 그리로 달려갔다. 내가 달려오는 모습을 발견한 상필이는 황급히 은행나무 묘목을 땅에 던지고 발로 막 밟고 있엇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속에, 달려가는 속도를 이용해 두팔로 상필이를 감싸고 어깨로 확 밀치며 부둥켜안고 넘어졌다. - 너..이색끼..!! -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 밑에 깔려있는 상필이를 향해 주먹을 내려쳤다. 퍽,,퍽,,소리와 함께 녀석의 얼굴에 닿은 내 주먹에 묵직한 통증이 몇차례 전해져왔다 - 으아...미안해..미안해...- 위급한 상황과 분위기를 인지한 상필이는 미안하다며 위기를 모면하려 애쓴다. 몇몇의 아이들과 선생님이 제지 하였고,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한 나는 거친숨을 연커푸 내쉰다. 코와 입주변에서 피를 흘리는 상필이를 씩씩 소리를 내며 째려본다. 지정이도 너무놀라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듯이 서있다. 선생님앞에 불려간 상필이와 나는 억지로 악수를 하며 서로 맘에도 없는 사과를 했다. 교무실 밖으로 나오자 상필이는 나를 툭 밀치며 위협적인 눈으로 째려보며 지나간다.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는 상필이의 뒷 모습을 보며 나는왜 상필이의 형 상길이가 생각났을까? 이지역 학교에는 상길이의 명성이 이미 자자하다. 퇴학맞은 일이며, 어린 여학생에게 했던 못된 짓들과 평소에 하고 다니던 행실까지... 고3 형들이나 심지어 대학생 형들까지 상길이를 두려워한다. 지금 나도 그렇다. 필시 상필이는 제 형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고자질 할것이고,그후에는 어떤일이 벌어질 것인지 상상하기조차 두려웠고 앞으로 어떻게 처신을 해야할지 걱정도 되었다. 으슥한 골목으로 끌려가서 당할 온갖 주먹질,발길질도 무서웠지만 가방속에 있을지도 모를 면도칼이 더 무서웟다. 아..어떡해야 하지? 상필이를 찾아가서 다시한번 사과를 해야하나?? 아....고민.. - 야단 많이 맞았어? - 지정이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계단앞에 서있다. - .............- 나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집쪽으로 걸었다. 지정이에게 무슨말 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사실 상필의 형 상길이 에게 당할일을 생각하니 너무 걱정이 되어서 무슨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지정이도 아무말 없이 내뒤를 졸졸 따라온다. - 너..있잖아 ...저기가서 좀 씻어야겠는걸? - 밖으로 삐져나온 티셔츠, 흙투성이가 되어있는 옷,신발등.. 내가봐도 좀 심할 정도였다. 맑은물이 졸졸졸 흐르는 약수터 아랫쪽의 도랑... 그곳에 다리를 벌리고 구부정하게 수구려서 머리를 털고 세수를 한다. 치마를 가지런히 모아 쭈그리고 지정이가 앉아 걱정스러운듯 나를 쳐다본다. 푸아..푸아..세수를 하다 지정이를 바라봤다. 바로 눈앞에 솜털이 보송보송 자라있는 지정이의 흰 다리가 보인다. 종아리에서 허벅지까지 이어진 선을 따라 시선이 간다. 그 아이가 자리를 고쳐잡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정신이 든다.. 동그랗고 커다란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 모습을 보고 히히 웃어주었다. 지정이도 꺄르르 웃으며 모자를 툭툭털어 내머리에 씌어준다.. - 까졌네? - 지정이가 내 손등의 상처를 보며 슬그머니 어루만진다. 돌발적인 지정이의 행동에 순간 나는 깜짝놀라 손을뺐다.. 아...왜 그랬을까...ㅠㅠ 무의식 적으로 손을 뺏지만 금세 후회가 되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는지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엇다. - 철이너..싸움 잘하던데? 주먹이 엄청 쎄더라..- 위로하려는 말인지, 용기를 주려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듣기 좋았다 - 순간적으로 화가나서 나도 모르게 달려 갔던거야...많이 놀랐지..미안해..- - 미안하기 뭐가....철이 네가 다치지 않은게 참 다행이야.. - 둘이는 여깨를 나란히 하고 걷고 있었다. 팔이 조금씩 흔들리며 서로의 손등이 살짝살짝 스친다. 그때마다 전기가 통하는듯 짜릿한 감촉이 느껴지며 얼굴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르겠다. - 집에 바래다 줄거지? - 먼산으로 고개를 돌리며 지정이가 나의 손을 슬며시 잡았다. - ,,,,,,,, - 가늘고 고운 그녀의 흰손...그손이 내손을 잡고있다. 나는 약간의 힘을주어 그아이의 손을 지긋이 쥐었다. 심장이 쿵쿵뛰며 얼굴이 조금씩 달아오르는 듯...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몰라서 정면만 바라보았다. 그 아이의 손은 금방 물을 만져서 그런지 약간은 차가웠지만 보드라운 손감촉이 너무 좋았다. 학교에서 마주치는 상필이의 표정을 찾았다. 아무일 없었다는듯 마냥 즐겁게 뛰고 있었고 특유의 웃음소리와 함께 장난을 치고 있다. 설마 형에게 일러 바친건 아니겠지? 그것이 불안했지만 그렇다고 상필이에게 물어볼수는 없었다. - 상필이 박살을 내줬다며? - 태환이가 슬그머니 내옆에 앉으며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나를본다. 어제의 일이 벌써 다른반까지 퍼져나간 모양이다. - 완전 통쾌했겠다...킬킬킬 - 태환이가 너무나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유쾌하게 웄는다 여학생도 그렇고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괴팍한 행동과 악행으로 주위 친구들로부터 눈총을 받는 상필이지만 그렇다고 누구하나 나서서 제지 하거나 혼내줄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상필의 체격은 그리 크지 않지만 동작이 빠르고 몸집이 단단했으며 싸우다 불리하면 주변의 돌이나 흉기 될만한 것들을 잡히는 대로 휘두르고 끝장을 보는 스타일 이었다, 상필이가 싸우는걸 몇번 지켜본 아이들은 기가 꺽여서 감히 어덯게 해볼 엄두를 못내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녀석의 불량스런 행동이나 괴롭힘에도 어쩔줄 모르고 순순히 당하고만 있엇던 것이다. 물론 상필이의 뒷배경에는 그의 형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난 그동안 몇번정도 말썽피우던 상필이를 제지했고, 힘으로 윽박 지르기도 했었지만,그의 행동을 잠시 멈춘것에 만족 해야했고 나도 때리거나 어떤 강력한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멱살을 쥐고 험상굳은 표정으로 인상을 써서 아래위로 훑어보면 잠시 기가죽어 제자리도 슬그머니 들어가던 그에게 어떤 행동을 할수도 없엇다. 어찌보면 슬그머니 수그려주는 상필이를 보며 더 다행이라 생각한 쪽은 오히려 나였던것 같다. 그러던 차에 어제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었고 여러 친구들이 대리만족한 표정으로 나에게 무언의 응원을 해주는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저쪽 한쪽에서 지정이를 포함한 여학생 서너명이 호호호 웃으며 내쪽을 슬쩍슬쩍 바라본다. 아마 어제의 이야기를 하는것같다. 그날밤은 보름달이 떴었다. 아버지 심부름으로 오식이네가 운영하는 만두집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 야 , 너 내동생 친구 맞지? - - ,,,,,,,,,,,, - 어둑한 골목길 입구에 누군가가 나를 부르며 서있다. 놀란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봤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상필이의 형 상길이가 담배를 피며 서 있었다. 이런날은 오지 말았으면 했다. 필시 상길이는 동생의 복수를 하기위해 나를찾아 왔으리라.. - 이리 좀 와봐.- 담배연기와 냄새가 진동했고 그곳에서 삐딱하게 서있는 상길이의 모습을 본순간 난 그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 이리 오라니까! - 떨리는 가슴을 매만지며 나는 그 어둠속으로 걸어갔다. - 내가 누군지 알아? - 나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예, 라고 대답했다. 등에서 흘러내린 식은땀 한방울이 벌레처럼 온몸을 기어다니는 것만 같았다. - 내가 누구야? - - 조 ...상길....형이요.- 그는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내 어깨위에 한쪽팔을 걸쳤다. - 너....상필이하고 싸웠다며? - 드디어 올것이 왔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상필이가 일러 바친것이 분명했다. - 그...그건 상필이가 먼저 잘못해서 그런건데요..? - 변명이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렇게 말할수 밖에 없었다. - 아 괜찮아 괜찮아..친구끼리 싸울수도 있는거지 뭐..- 의외의 말에 약간은 안도감이 들었다. -원래 남자들은 치고박고하며 친해지는 거야...- 의외로 쿨한 말투에 조금은 안심이 되어 가는듯 했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두려운건 마찬가지다.. - 너..말야....지정이하고 친하다며?- - ,,,,,,,,,,,- 난 아무말도 할수 없이 진저리를 쳤고,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냄새나는 그의 입에서 지정이의 이름이 흘러나오는지.... - ,,,,,,- 난 갑작스런 그의 말에 당황한 나머지 아무말도 못햇다. - 이걸 갖다줘 - 그는 네모나게 접은 쪽지 한장을 내손에 쥐어주엇다. - 지금...네 뒤를 따라가 볼거야,,알았어? - - 난 지금....아버지 심부름 가야하는데요..- 그러자 상길이는 미소를 거두어 날카로운 눈빛으로 안색을 바꾸어 나를 째려본다. - 다시 한번 말해봐..- - 싫어......- 말을 맺기도 전에 나는 얼굴을 감싸쥐었다. 칼날같은 그의 손바닥이 내뺨을 후리고 지나갔다 - 다시 한번 말해봐..- - ,,,,,,,,,,, - 그의 주머니 속엔 지금도 면도칼이 들어있을까?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는 소문대로 날카롭게 벼려진 면도날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내 얼굴을 긁어버릴수도 있었다. 어찌할 방법이 없는것 같다.. 오선지에 그려진 검은 음표처럼 송이송이 맺힐 핏방울,,,,,,,,,,, 결국 나는 그의 손에 떠밀려 교회로 이어진 골목길로 나섰다. 이 달밝은 밤에 상길이는 어디에 숨어 나를 지켜보고 있을까. 뒤통수에 끈끈한 거미줄이 달라붙는것 같아 자꾸만 팔을 휘저었다. 귀를 쫑긋 세운채 나는 그의 어두운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조금이라도 다른길로 비켜서면 뒤를 밟아오는 검은 그림자가 내 목덜미를 낚아챌 것만 같았다. 지정이네 집 대문앞에 이르러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당장이라도 이자리를 박차고 도망가고 싶엇지만 그러지 못했다. 지정이와 마주치지 않기를 기도했다. 콩콩콩, 마당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마당에서 줄넘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대문을 둥둥 두드렸다. 반쯤 열린 대문사이로 고개를 내민건 영주였다. 살그머니 고개를 내밀고 두리번 거리다가는 나를 발견하고는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담벼락에 몸을 붙인채 고개를 떨구었다. - 네가 웬일이야? - 한동안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영주는 대문밖으로 걸어나온후 대문을 닫았다. - 저기...전해줄게 있어서,,,- - 나한테?? -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대문위에 붙은 외등을 바라보고있다. 영주의 입가엔 엷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 여긴 않돼, 이모한테 들키면 혼날거야,농협옆에 공터에 가있어, 곧갈게..- - 아니...너 말고..지정이한테...전해줄게 있어.- 순간 영주의 얼굴이 얼음처럼 창백해 졌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영주의 얼굴을 살피다가 나는 이쪽지를 영주에게 주어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 대문이 열리지만 않았더라면 나는 그렇게 했을것이다. - 어..? 무슨일이야, 이밤중에? - 두손에 줄넘기를 말아쥔 지정이가 대문을 열고 나와서 영주와 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다. 나는 고개를 숙인채 손바닥을 펴 보였다. 영주는 어이가 없다는듯이 내손바닥에 놓인 쪽지를 먼저 낚아챘다. 쪽지를 풀고있는 영주에게 지정이가 빼앗아 보려고 했지만 영주가 먼저 읽어 내렸다. 나는 도망치지 못하고 영주가 그쪽지를 다 읽는 소리를 벌받는 아이처럼 듣고 있었다. 상길이가 지정이에게 써준 편지를 다 읽은 영주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내 던지듯 지정이에게 쪽지를 거네주었다. 지정이는 한눈에 쪽지를 읽어 내리고는 이내 그것을 찢기 시작했다. - 넌, 참 할일도 없는 애구나. 너 이런 짓이나 하고 다니는 아이였니? - 고개를 들수가 없엇다. 핑크빛 운동화 위로 찢어진 종이조각들이 떨어져 내렸다. 뒤돌아 섰다. 달빛이 내려앉은 거리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 뒤를 쫒던 그림자도, 나를 재촉하던 목소리도 그곳에 남아있지 않았다. 4부로 이어집니다..

나두 담편기대할께뇨 은근히 잼나네요 완전 중돋 됬어요
아~~아~~
기다리는 시간이 넘 길어요....ㅎㅎ
제리님, 신기루님, 일동맨님, 곽대장님....
어느분 이신지 추천도 감사드려요..^^
관심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이런 조마조마한 이야기면 괜히 읽었습니다 ㅜ.ㅜ
소요님,봉식이님 매번 관심주시고 댓글 주시고...^^
추천까지 주시니 황송합니다...
제가 가방끈이 짧아서 닉네임을 못읽겠습니다..ㅠㅠ
무쟈게 어려운 한자인건 분명하고요...ㅋㅋ
관심 감사합니다..^^
담편 기대하며..추천드리고 갑니다..
사춘기의 나를 보는것 같아 푹 빠졌었네요. 4부가 기대됩니다.
아니아니 아니되오~~~~
얼마나 기다렸는데...언릉 올려 주세요..흥미 진진...
짱구사랑님,팔문님,지천님 댓글 감사하고 추천도 감사합니다..^^
우후...추천 날리고 4부로 미리 가있을게요...^^
자 빨리 갑시다
4부~~~~~~~~~~~
오해를 풀수있으면...
황순원의 소나기같은 소설입니다,,
ㅉㅉ,
ㅎㅎ,,,
장군님...율포님 관심 감사요...^^
조만간 올리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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