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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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大物)의 강(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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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가장 보기 좋은 것 둘을 고르라면 그 하나는 가뭄에 타들어 가는 자기 논 물꼬에 물 흘러들어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 자식 입에 먹을 것 들어가는 것이다." 아스라이 기억되는 옛날 할머니께서 늘 들려주시던 말씀이다. 그땐 그 말씀의 의미를 미쳐 헤아릴 수 없었지만 세월이 흘러 자식을 낳아 기르고 또 그 자식이 자라 학업이라는 통과의례(通過儀禮) 때문에 부모의 품을 벗어나 멀리 떨어져 홀로 생활하는 동안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행여 끼니라도 거르지 않을까 하는 가장 일차원 적인 생각이었으니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었음에도 변하지 않은 진리, 우리 선조 들의 생활과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말씀들이 아닌가 싶다. 지난 토요일 그 아들이 집에 왔다. 한달 넘게 아들구경 못한 제 엄마는 모든 채널이 아들놈에게로 고정되고 세상에서 가장보기 좋다는 자식 입에 먹을 것 들여보내기 위해 식탁 가득히 진수성찬(珍羞盛饌)을 올린다. 남편인 나는 완전히 개밥의 도토리여서 내가 좋아하는 토속 음식은 눈을 씻고 찾을 라야 찾을 수 없고 오직 자식놈 입맛만 계산해서 볶고 지져놨으니 소외감(疏外感) 느낌직도 하련만 마음이 한껏 흐뭇한 것은 오늘밤 아들과의 정말 오랜만에 갖는 출조(出釣)약속 때문이리라. 영산강의 물소리는 아직도 예전 그대로였다. 가난했던 시절엔 그리도 맑던 물이 부(富)의 상승(上昇)만큼이나 오염의 농도(濃度)도 배가(倍加)시켜 버려진 물빛으로 어부도 떠나고 낚시꾼도 사라져 가슴 쓰리게 하더니... 그래도 모진 세월 참고 기다리며 그 강 지켜준 붕어며 잉어 찾아 몇 년 전부터 낚시꾼 하나둘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고. 더러는 잡아가기도 하고 더러는 놓아주기도 하며 느끼는 손맛은, "개운치 않은 물빛만 뺀다면 세상 어느 낚시터도 이보다 나은 데는 없으리라고" 꾼 들은 말하곤 했다. 어차피 가져올 고기도 아닐 진데, 아들의 잃어버린 손맛을 되살리기 위해 나는 영산강을 찾기로 했고 휘돌아 나오던 물살 잠시 숨죽는 노항포 언덕배기에 우리 부자는 나란히 자리잡았다. 공부한답시고 손놓은 낚싯대, 사 오 년은 됐으련만 두 칸 반대 꺼내 찌 맞추고 능숙한 솜씨로 떡밥 달아 가볍게 던져 넣는 것이 아비보다 한 뼘이나 커버린 키와 함께 그렇게 오질 수가 없어 하늘에 감사하고, 세상에 감사하고 우리의 젖줄이었던 영산강에 감사한다. 늦은 결혼으로 사십 다되어 늦깎이로 얻은 아들 손에 맨 처음 낚싯대를 쥐어준 것은 그 애가 다섯 살쯤 되었을 때이다. 내 아버지가 그 나이의 내 손에 작은 대나무 낚싯대 만들어 쥐어 주시던 것처럼 나도 다섯 살 난 내 아들의 손에 줄 짧게 맨 한 칸 대를 쥐어 주었었다. 작은 낚시의자에 앉아 용케도 버티던 녀석은 기어코 작은 부루길 한 마리를 잡아내더니 환하게 웃었다. 꾼 의 피가 흐르는 녀석에겐 분명 꾼의 자질도 있었다. 난 행복했다. 생각해 보라! 녀석이 만약 낚싯꾼 만 되어 준다면 이건 노후 레져 보험이 아닌가! 이보다 큰 대물이 어디 있겠는가? 그날저녁, 제 엄마와의 대화를 들으며 나의 흥분은 극에 달했다. "엄마 나 오늘 이만큼 큰 고기 잡았다.!" 녀석은 제 손바닥을 쭉 펴고 손바닥을 한참 지난 팔 뚝 삼분의 일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무리 작은 손이라 지만 그건 이십 센티에 가까운 크긴데.... 지가 잡은 건 고작 두 치 남짓한 월남붕어, 녀석은 꾼의 허풍소양(虛風素養)까지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첫 입질은 내 몫이었다. 끄트머리만 살짝 내놓은 찌는 누가 왔나? 알아보려는 듯 솟아올랐고 챔 질 뒤에야 속았음을 알고 물살 속으로 묻혀 나가려는 붕어의 저항은 생각보다 힘이 실려 있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얼굴을 보인 놈은 아홉 치에 가까운 토종붕어, 연이어 같은 크기의 붕어 두수와 한자가 넘는 떡붕어 한 수, 그리고 성질대로 힘쓰던 누치 두 마리를 잡을 때까지도 아들녀석의 찌는 움직여 줄줄 몰랐다.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나는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어차피 낚시란 기다림이 아니던가? 인생도 그러하듯이, 기다리고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 낚시일 것이다. 기다림의 고통이 크면 클수록 손맛의 기쁨도 배가(倍加)되는 것을 너는 알아야 될 것이고... 고개 돌려 아들녀석의 얼굴을 보았을 때 의외로 녀석의 표정은 담담했고 일정한 간격으로 떡밥 바꿔주는 손놀림에서 녀석이 떡밥낚시의 정도를 터득하고 있음에 나는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두 눈은 찌를 향한 체. 부자간에 살가운 정담(情談)이 무르익을 즈음 아들 녀석에게 첫 입질이 붙었다. 아주 아름다운 찌올림 이었다. 멈출 듯 멈출 듯 이어지는 찌올림을 녀석은 긴장된 눈빛으로 읽고 있었다. 오히려 흥분한 건 나였고 빨리 채주기를 바랐으나 녀석은 얄미우리 만치 솟아오르는 찌를 끝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정점(頂點)에 이르렀을까? 기우뚱거리는 찌를 보며 너무 늦지 않았나 싶은 순간 챔 질로 이어졌고 하이톤의 톱 연주 소리 들리는 생각보다 강한 저항에 녀석도 좀 당황하는 것 같았다. "아빠. 이거 장난이 아닌데요!" 갓 쪽으로 치고 나가는 붕어를 따라 두어 발짝 발을 옮기며 녀석은 대를 뺏기지 않고 고기의 방향을 바꾸려고 애를 쓰고있었다. "그래 느껴 보아라! 굶주렸던 손맛 실컷 보아라! 그 잘나 빠진 공분가 뭔가 하느라고 피끓는 가슴속에 감추어둔 자유에의 갈증을 낚싯줄에 매달린 붕어와의 맞짱을 통해 깡그리 풀어 버려라! 남들은 수 백 만원 짜리 과외도 시켜주고 수 천 만원씩 들여 유학도 보낸다더라 만은 무능한 이 아빠는 그럴 능력조차 없으니 손맛이라도 실컷 보여주마! 흔해 빠진 물고기도 물 속에서 낚시로 건 순간은 억 만금을 준대도 안 바꾼 다더라....!!" 몇 번을 뒤집어 지고 몇 번을 치고 나갔을까? 시원찮은 놈에게 걸렸다는 듯 끝까지 반항하며 끌려 나오는 놈은 사십 센티도 넘을 듯한 대형 떡 붕어였다. 떡붕어고 뭐고 가릴 것 없이 오랜만에 보는 대형어의 손맛에 심취한 아들녀석은 온갖 괴성을 다 지르더니 친구에게 알린다고 전화부터 꺼내든다. 나는 조금 불안하다. 저 녀석 또 오십 센티 짜리 토종 붕어 잡았다고 뻥이나 치지 않을 런지...??? 그렇게 우리들의 밤은 깊어 가고 있었다. 붉은 태양이 생명의 빛으로 온 강을 쓰다듬고 강변 수초줄기 따라 아침안개가 희망처럼 피어오를 때 영산강은 아직도 숨쉬고 있었다. 인간들에게 버림받고 세월에 부대끼면서도 강은 잉어며 붕어를 꼭 품고 있었고 누치며 쏘가리도 남몰래 거두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을 내 팽개쳤던 우리들에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손맛을 아낌없이 내주고 있었다. 나는 내가 그토록 이나 사랑하던 영산강에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들과 나란히 앉아 낚시를 했다. 어쩌면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영산강 붕어의 손맛을 다시 보았고 그 손맛을 내 아들에게 남겨주었다. 이제 바라건 데, 우리의 관심 속에 남도의 젖줄인 영산강 물빛이 맑아지고 내 아들이 자라 어른이 된 먼 훗날, 그 옛날 할머니가 내게 들려주신 가장 보기 좋은 두 가지에 덧붙여 영산강 붕어 손맛 보는 아들 모습 또한 세상에서 세 번째로 보기 좋은 것이라는 말로 전해 질 수 있길 바라며.... 밤새껏 나와 내 아이에게 진한 손맛 안겨주었던 고기들이 강심(江心)을 향하여 유유히 풀려 나가는 것을 아이와 함께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군에 간 아들이 보고 싶어서 되돌아보는 지난 조행기 한편, 남도에서 어유당(魚有堂) 올림

어유당님의 글을 읽노라면 가슴 저~ 아래로부터 뭔가모를 기쁨과 희열과 감동이 올라옵니다...
잘 보았습니다..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 집니다...^^
너무나 정리가 잘되고 아름다운 한편의 가족 드라마이군요
돌아가신지 오래된 할머님 생각에 객지생활에 떨어져사는 아들생각에

쬐금 눈시울 붉이다가 5짜로 뻥칠까 하는데서는 나혼자 실없이 웃다가
낚시로도 이렇게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로 바뀔수 있다는것이 감동 자체입니다.

변해가는 낚시터 환경에 애태우며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려 안타까움을
가져보지만 미약한 존재의 하소연은 어디서도 세월에 묻히어 버리네요

어유당님의 좋은 조행기에 머물며 오늘하루 삶의 무게에서 벋어나
오래도록 머물다 갑니다. 가정에 좋은일 가득하길 소망합니다...
어유당님! 글 잘보았습니다^^
저도 이제 2돌된 아들녀석에게 빨리 낚싯대 쥐어주고푼 마음이 굴뚝같은데~~
세월이 흘러야 겠지요! 낚시란 고기를 낚는것이 아니라, 인생을 낚는것이라는 것을 아들놈에게 가르켜주고 싶은데
그런날이 오겠지요~ 어유당님 글 읽으면서 잔잔한 미소한모금 안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낚시을 즐기시는 어유당님 모습 기대할께요!^^
가슴에 와닿는글입니다.

가족의 소중함이 절로 묻어납니다.

늘 행복한 출조길이되시기를.
6살난 아들놈...올해 이끌고 물가로 가야죠..

흐믓하고 정겹습니다.
아릅답습니다
혹시 문인이 아니신지 주옥같은 글 속으로
빠졌다가 한참만에 로그인 했네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그러셨군요.

대물중의 대물을 낚으셨군요.

잔잔한 감동이 묻어나는 조행기 즐감하고 갑니다.

그 대물이 또 다른 대물을 낚고,

그 대물이 또 다른 대물을 낚을 때까지

영산강은 그렇게 계속 흘러 주기를 바래봅니다.

맑고 청아한 모습으로......
저도 다음주에 3살난 아들녀석 모시고 ㅋㅋㅋ

집에서 낚시대 닦고 있으면 한대 달라고 야단입니다

받침대 한대 들려주면 챔질 연습 엄청 열심히 합니다

물론 받침대 주걱이 봉사를 했지만....

행복하고 건강한 출조 되십시요
온갖 미사여구를 이용하여 마누라 란 대물을 낚았고 (아님 낚였고)

그 대물을 미끼로 하여 자식이란 대물 또 낚았네요.

붕어란 대물은 놓아주고 싶으면 놓아줄수있고

먹고 싶으면 먹을수있지만 가족이란 대물을 만나는 순간부턴

그순간 내가 낚이는 것이 아닐까요?

여유당님 . 한뼘이나 큰 아들의 뒷모습이 참 듬직해 보이죠?

그 대물이 편히 숨 쉴수 있는 환경을 다같이 만들어 봅시다.



맑은 물로 갈아줘야되고, 미끼 줘야되고, 저수지청소해줘야되고,불루길 퇴치해줘야되고,...............

그래요. 이건 노동이나 고행 , 고통,이런건아니죠.

붕어를 낚은 나의 책임이고 붕어를 사랑하는 나의 소임이죠

내가 사랑하는 붕어가 마음껏 숨쉴수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게 우리 들의 책임이 아닐까요/
부럽습니다.
중하교 3년생 울 아들넘은 잠자리도 무서워 하는데.......
낚시가자면 도망갑니다.
즈그 에미는 학원가야 한다며 더 야단이고.
어우당님! 조행기 참으로 감동 스럽습니다.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나서 가슴 한켰 뻐근해짐을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저 같은 사람을 위해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부(富)의 상승(上昇)만큼이나 오염의 농도(濃度)도 배가(倍加)시켜 ..........

그래도 부모가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영원불멸하겠죠

어유당님의 아들사랑에 저역시 잠시 눈감아 봤습니다.

일찍이 에미없이 힘들게 키워야 했던 나의 아들들.....

잘해준다는것은 사치이고 그저 밥이나 굶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보낸 십년

눈물과, 고통과, 회한으로 두놈을 키웠건만

이제 두놈은 어엿한 대학생들이 되어 나름대로 제몫하고 살아갈 준비를 하고있으니.....

그저 살아온 세월에 감사함을 드리고 싶을뿐입니다.

부자의 정이 영산강 젖줄처럼 풍성하게 흘러가기를 기원해봅니다

또 그자식이 자식을 ,또 그아들이 아들을, 보며 평화스러운 강물속에 낚싯대담구고

아름다운 아버지가 들려주셨던 옛이야기가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래봅니다.

건강하세요!...........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정말 느낌이 와 닿는글 잘 읽었습니다...
어유당님
부자간의 그사랑 오래 오래 간직하시길..............."
한편의 소설을 읽는듯합니다

가슴한쪽이 자꾸 시려오는 느낌...

붕어를 간절히 바라는 꾼의 마음과는 또다른 기다림과 기대감 ...

어유당님의 옥필을 보고싶은 마음에...

마우스를 제차 움직여 보겟습니다
정말 좋은글 정독하고 갑니다.
안전조행돼시길 바랍니다
좋은 글 잼있게 잘봤습니다. 감사감사~
역~~~~~~~~~쉬 ~~~~~~


좋와브러 ~~~~


담편 기대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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