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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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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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가끔 대박을 꿈꾼다. 어릴 땐 보물섬을 찾아 떠나기도 하고 머리가 커진 후엔 격에 맞지 않은 미인과의 밀회를 꿈꾸기도 하며 어느 날은 복권 한 장 사들고 거대한 빌딩을 지어보기도 한다. 가끔씩 꿈꿔보는 대박은 생활에 활력소가 될 수 있으며 지친 맘을 추스리는 청량제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꾼 들에게 대박은 우연히 만난 대물붕어와 오랫도록 여운이 남는 찐한 손맛일 것이다! 첫째 날. 벌써 다섯 번째의 저수지인데도 우린 대 펼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배수로 인해 저수지마다 최저 수위의 위태로움을 보이고 있었고 물 빠진 수면 위 마름들은 더욱 더 엉켜져 찌 하나 세울 틈조차 보이지 않는 곳이 태반이었다. 오후 4시에 출발해서 우리가 머리 속에 그려두었던 신북, 반남, 시종, 일대의 저수지를 찾아 헤매기 네 시간, 친구와 함께 한 출조는 이렇게 힘들게 시작되었다. 친구가 능촌지 이야기를 꺼낸 것은 마지막으로 둘러본 물 빠진 월롱지 제방 위 에서였다. 능촌지는 언제나 우리들의 손 풀이 콩알 터였다. 평소엔 잊어버리고 살다가도 마땅히 낚시 할 곳이 없거나 찌 맛이 그리울 때면 불연 듯 한번씩 생각해내는 그런 곳이었다. 마을 넘어 야산아래 숨겨져 있어 찾는 이도 거의 없고 그럴듯한 수초군도 없으며 수심도 웬만하면 삼 미터를 훌쩍 넘어 버려 눈 비비고 봐도 고기가 숨어있을 것 같지도 않을 뿐 아니라 내 기억으론 일곱 치 이상의 붕어를 잡아 본적도 없는... 삼천 평쯤 되는 그런 소류지였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들판 길을 우리는 내달리기 시작했다. 여덟 시가 훌쩍 넘은 시각 우리가 허겁지겁 도착했을 땐 어둠과 달빛이 반쯤 섞인 능촌지 수면은 무넘이 까지 넘실대고 있었다. 이 배수 철에 만수라니 물 찾아 헤맨 우릴 위한 배려일까? 우린 마주보고 씩 웃으며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부지런히 대를 폈다, 나는 제방 권에 친구는 중류 권에, 두 칸 반대를 중심으로 세대를 펴놓고서야 비로소 심호흡을 해본다. 예나 진배없이 나이 들어서도 낚시터에만 오면 바빠지는 마음에 쓴웃음 지어보며... 수심 깊은 곳의 찌 불은 내려가는 모습도 아름답다. 많은 사람들은 찌 솟음의 아름다움만을 얘기하지만 우리는 찌 내림의 우아함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찌 솟음이 낚시의 절정이라면 찌 내림은 낚시의 전희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쩜 찌 솟음이 첫 키스의 황홀함이라면 찌 내림은 첫 만남의 수줍음일지도 모른다. 전신을 드러내 보이다가 적당한 크기로 안착하기까지 조금씩 사라져 가는 찌의 모습에서 나는 감칠맛 담긴 마이너스의 미학을 느끼곤 한다. 대를 펴고 십분도 지나지 않아 보게된 첫 찌 오름, 그리고 생각 밖의 강한 저항을 만난다. 자꾸만 돌아서려는 붕어의 앙탈은 내 뇌리에 슬그머니 월척을 꿈꾸게 하고 달려나온 일곱 치 붕어의 모습을 실망과 곁들여 경이로움으로 본다. "천하장사구나! 뭘 먹고 자랐기에 힘이 그리 세누?" 짐작으로 보아 친구도 지금 신이 나있다. 콧노래까지 불러대는 그의 대가 희미한 달빛아래서 활처럼 휘어지는 것을 흔들리는 찌 불과 함께 볼 수가 있다. 첨벙대는 소리가 요란 한 걸로 보아 제법 큰 씨알을 걸었나보다. 이제 저 친구는 오늘밤의 무용담을 한 삼 년쯤은 우려먹겠지...! 6월이라 지만 물가의 밤은 싸늘했다. 당찬 붕어의 입질에 추위조차 느끼지 못했는데도 자정 무렵 입질이 뜸해지자 허기와 추위가 동시에 몰려들었다. 섭섭해하는 친구를 재촉해 대를 접었다. 세시간 여의 짧은 동안에 일곱 치를 전후한 씨알로 열 댓 수를 건졌으니 이 어한기에 이 정도면 대박 아닌가! 조과에 스스로 만족해하면서.... 친구의 방수망이 묵직해 보였다. 말소리도 우렁찼고 걸음걸이도 씩씩했다. 그의 방수망을 슬쩍 들추어보았다. 아니 이럴 수가! 월척에 가까운 세 마리를 포함 30여수의 씨알 좋은 붕어가 굼실대고 있었다. 대박은 친구였고 난 쪽박에 불과했던 것이다. 둘째 날, 그는 나의 낚시 친구다. 내가 인터넷 싸이트를 통해 알게된 우리 시내에 살고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십 년도 더 터울이 지는 그와 나지만 그는 나를 형님이라 부르고 따른다. 귀여운 아이 둘과 상냥한 아내와 함께 사는 그는 낚시터에 갈 때면 언제나 내 몫의 도시락을 챙겨오고 자신의 차에 나를 실어 나른다. 한편으론 미안함이 있고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그는 자꾸 괜찮다고 한다. 허긴 이십대와 칠십대가 어울려도 맞장구 치고 즐거워하는 것이 낚시 아니던가! 나이는 어리지만 열심히 사는 그의 모습과 소탈함이 나는 좋다. 그 한숨님과 통화가 된 것은 점심 바로 직후였다. 자연스레 간밤의 낚시 얘기가 나왔고 통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들이 닥쳤다. "이 더운 땡볕에서 무슨 낚시를 하자고?" 내 투정에 그는 "아 이 불황에 고기가 나온다는데 땡볕이 문젭니까?" 라고 받아친다. 그의 젊은 목소리가 상큼했다. 오늘은 막내딸 안경 맞춰주기로 약속한 날인데... 주섬주섬 낚시가방을 챙겼다. 우리가 예의 낚시터에 도착 한 것은 오후 두 시 반, 불볕 속에서 우린 헛 챔 질을 시작했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입질을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 입질은 두 칸 반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몇 마디 오르던 찌가 물 속으로 스르르 잠겨 들었다. 마치 발갱이 입질처럼, 대수롭지 않은 챔 질에 별 힘없이 끌려나오던 붕어는 잠깐의 뜸을 드리더니 생각도 못했던 엄청난 힘으로 갑자기 쳐 박기 시작했다. 실로 오랜만에 낚싯줄 우는소리를 들었으며 등줄기를 타고 전류가 흐르는 긴박함을 느꼈다. 대는 이미 반쯤 빼앗긴 상태였고... 벌떡 일어나서 두 손으로 대를 붙잡았다. 아 얼마 만인가? 깊은 수심 콩알 낚시에 이렇게 힘 좋은 붕어를 걸어 보는 것이... 붕어를 놓치지 않으려고 온갖 궁리를 다했다. 어려운 싸움 끝에 힘들게 뽑아낸 녀석은 눈어림에 월척으로 보기에는 조금 서운한 씨알이었다. 입질이 이어졌다. 일곱 치로, 여덟 치로, 두 번째 큰 입질을 받았을 때 낚싯줄 우는소리를 다시 들으며 난 돌구름님을 생각했다. 늘 낚시를 즐기시지만 손맛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듯 보이시는 분, 세상의 밝은 면만을 눈에 담고 사시는 특이한 시력을 가지신 분이지만 언젠가 잡으셨다는 월척두수 이야기가 전설처럼 들려오고 있을 뿐, 안쓰럽게도 난 그 분의 고기 잡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 양반 손맛 보신지 오래 되셨을 텐데!" 입질이 뜸해지는 순간 전화를 걸었다, "형님 손맛 보러 오십시오" 옆자리의 한숨님도 신이나 있었다. 아홉 치 급 붕어를 연달아 걸어 내면서 짙은 손맛을 만끽하는 그의 모습도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가끔씩 던져보는 내 농담조차도 알아듣지 못 할만큼 그는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다. 허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날 따라 그의 낚싯대에는 큰고기만 연신 올라오고 있었으니... 자랑삼아 아내에게 전하는 그의 전화소리가 우습다. "이 여자가 서방님 실력을 우습게 알고있어!!" 해가 질 무렵, 한걸음에 달려오신 돌구름님을 만나 한숨님이 준비해오신 도시락으로 저녁을 이름짓고 우리는 다시 낚시에 몰입했다. 어둠과 함께 아홉 치 붕어를 두수를 포함해 몇 수를 추가했지만 그 이후론 내 낚시보다는 돌구름님의 낚시가 걱정이 된다. 먼 길 오셨는데... 낮에 입질하듯 하면 아무라도 잡아낼 것 같던 붕어들이 밝은 달빛 때문인지 입을 닫아 버리고 황소개구리만 청승맞게 울어 댈 뿐, 입질이 뜸해진 낚시터는 이야기 소리가 높아간다. 잔챙이 두수만을 건지신 돌구름님이 대를 거두고 오실 때처럼 배웅조차 할 틈 없이 훌쩍 떠나시고 조금 후 한숨님과 나도 짐을 싼다. 살림망을 들어 올려보니 관 고기다. "형님 금년 들어 최고의 조황입니다. 아니 앞으로도 콩알 치기에 이런 낚시는 힘들 겁니다. 씨알도 마리 수도 그리고 손맛도 대박 이었습니다." 흐뭇해하는 한숨님의 웃음너머로 잔챙이 두 마리 건지시고 훌쩍 가신 돌구름님의 모습이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쐬주라도 한잔 사드릴걸... 음 사월의 만월이 대물붕어의 비늘처럼 온 하늘에 빛을 뿌리고 있었다. 손맛 푸짐하던 날을 추억하며 남도에서 어유당(魚有堂).

글 쓰시는 재주가 훌륭 하십니다.
아마 지금은 저런곳이 남아 있지 않겠지요?
좋은 추억의 조행기 잘 보고 갑니다.
즐낚 하세요.
로그인 하게 만드시네요^^
어유당님 덕분에 차분한 시간 즐겼습니다
행복하세여^^
같이 낚시 잘다녀왔습니다.
다음엔 제가 커피 타겠습니다.
라면도 끓이지요!^^감사합니다.
몬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글이지만
입담이 좋으셔서 끝까지 쉴새 없이 읽고 갑니다
약간의 박진감일까요??
잘보구 갑니다
순간의추억은 마음속 깊은 감동으로 남는거 같습니다 ^^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광주에 살고 잇으면서 제가 아는 지명이 나오니 더욱더 반갑게 느껴 지는군요.
늘 안출 하시길~
재미있게..읽었씁니다..^^
498하시길..^^
저두 압니다 떡밥 콩알 낚시 제미가 얼마나 솔솔한지 대물 낚시도 낚시지만 수심 2~4메다 권에서 낚이는 8치 전후의 붕어는 좌우로 촥촥 쩨는 그맛은...햐 손이 근질 근질 하네 ..ㅎㅎ
대물 낚시에서 메타권에서 수초에 안걸릴려고 확체야 하기땜에 손맛이라기보담 한마리에 덩어리에 우리가 지금 더 힘들게 낚시를 하지 안나 싶습니다.
지금 이런 장소 찾을수 있을까요?
옛 조우와함께 낚시하는 모습이 뇌리를 스쳐지나갑니다
글 잘읽고 갑니다
꼭 낚시하다 온 기분입니다
다음에 차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O^언제인지 잘 모르지만 막연히 약속합니다
좋은 추억의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당~^^
물가의 상황이 눈에 선하게 비치네요^^
여유가 넘치는 좋은글 잘보았고요 낚시로 인해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음 사월의 만월이 대물붕어의 비늘처럼 온 하늘에 빛을 뿌리고 있었다"

멋진 글이네요

꾼의 생각 인간의 생각 붕어의 생각 ~~~~~~~~~

추억이 그리운건 무엇때문이죠 ㅎㅎ

잘보고 갑니다.
도시락으로 저녁 이름을 짓고 ...
문인이시군요
영암군청에 계시는 분의 낚시얘길 가끔 글로 대하곤하는데
늘 느끼는거지만 낚시와 문학적기질은 아주 닮은듯합니다
건강하시고 늘 물가에서 맞는 행복이 함께하시길 ..
아이디 이름 만큼 멋진 추억의 조행기 잘 감상햇습니다.
연륜이 배어나오는 아이디, 깔금하면서도 멋진 글 솜씨,넉넉하신 님의 마음이 스며잇는 조우를 배려하시는 마음,............
항상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가르침을 많이주시길 기원합니다.
생각해보니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작은아버지를 따라 나섰던 대여섯시간의 낚시에서
한손으로 들기에 벅찰 정도의 붕어조황!
그때는 그런 조황이 별로 대단한 거란 생각을 못했는데......

지나간 것은 그리움으로 남는가 봅니다.
쉽게 지나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굳이 대박의 경험은 아니더라도
잔잔한 그리움으로 추억할수 있는 소중한 기억들.
그런 잔잔한 추억들을 곧 삶의 대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주 맛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어유당님 건강하시고 항상 안출 하세요.
그리구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잼 있게 잘봤습니다. 좋은 글 감사감사~
님이 쓰신글 하나하나 읽어 가며 어린시절 문학소년으로

입문하셧더라면 지금쯤은 원로작가로 명성이 떨쳐지않아을까 생각이 되네여

같은 낚시인으로서 정감있는글 잘보구 갑니다 ~~~
어유당님!!!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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