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해왔다.
마주 보고 웃으며 손을 잡았다.
그녀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한참동안 말없이 손을 잡고 둘이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좌석을 왼 손바닥을 펴고 가르쳤다.
“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습니다.”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는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이 사실을 도무지 현실이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게 현실이 분명히 맞죠?”
그녀는 검은색 계통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헤어스타일과 색조 화장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외모에서 풍기는 지성미와 교양미에 성숙한 세련됨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환한 웃음에서 인생의 나이테라 할 수 있는 눈 위의 주름살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서로를 쳐다보며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단절의 시간이 길게 지난 후 얼떨결에 만나니 호칭문제와 존댓말 사용이 어색했다.
“정말 하나도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전에 모습하고 꼭 같아요.”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요? 윤 회장은 세월의 흐름을 비켜가며 살아 온 것 같아요.”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회장이 무엇이에요. 제 이름은 윤 혜림. 동성로에서 같이 다니던 그 윤 혜림입니다.
편하게 이름을 불러주셔요.”
“지금은 아이가 아닌 어른인데........”
“그럼, 아이일 때 우리가 만났어요? 그때도 성인이었어요. 서로 편하게 옛날처럼 말씀을 낮추세요. 그래야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아주 먼 옛날에 누가 왜 반말을 하느냐고 따진 적이 있어서........”
“어머, 그걸 아직 기억하세요?”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고 혜림은 내게 선생님으로 호칭을 했다.
옛날처럼 당신, 자기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게 서로가 떨어져 살아온 시간의 깊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하면서 반주는 내 취향을 고려해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았나 보다.
“식사를 하시면서 반주 좀 하시겠어요?”
“그러지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또 저러신다. 무엇을 하실래요?”
“소주로 할까?”
“소주는 귀국 후 한국에서 드시고, 코냑은 어떠세요?”
“그럼 그렇게 하지.”
자연스럽게 반말을 했다.
웨이터를 불러 루이13세 코냑을 주문했다.
혜림은 채워진 얼음 잔에 술병을 들고 두 잔을 같이 채웠다.
건네주는 잔을 받았다.
그녀는 잔을 들고 건배 제안을 청했다.
먼 옛날 청춘남녀는 사랑에 들뜬 목소리로 사랑을 위하여 건배를 한 일이 있었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 인생의 굽이굽이 길을 돌아 지금 여기서 다시 건배의 잔을 들었다.
“다시 만남을 자축하고 혜림의 건강과 발전을 위하여 건배!”
그녀가 말을 받았다.
“만남에 대한 감사와 이 선생님의 건강을 위하여 건배!”
저녁과 곁들여 반주를 마시며, 몇 차례 더 건배를 했다.
잡지기사를 본 이야기를 시작으로 해서, 서로가 살아온 삶의 진솔한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졌다.
혜림은 내 가족 관계에 대해서 궁금함을 표시했다.
아내와 아이들에 대해서도 질문을 했다.
딸과 아들이라는 소리에 누구를 닮았느냐고 물었다.
반반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 가서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했다.
의식적으로 아내의 이야기는 대화에서 나를 배려하기 위해서 피해가는 것 같았다.
술과 둘만의 분위기에 취해 그 먼 길을 돌아온 시간을 빠르게 과거로 돌려놓는 분위기였다.
그때 꽃을 전해준 남자가 목례를 표시한 후, 혜림에게 다가와서 허리를 숙이고 귀에다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혜림은 나를 쳐다보며 웃음을 보이고 일어났다.
“잠깐 실례를 하겠습니다.”
그녀의 입술 사이에 보이는 하얀 치아의 구조가 나란해 보였다.
남자의 뒤를 따라 나가고 있었다.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이틀 동안의 휴일이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한다.
혜림이 돌아와 앉으며 미소를 지었다.
양구에서 보았던 미소와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저는 오늘 큰일이 났습니다.”
“큰일이라니, 무슨 일이 있어?”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서 사람들을 돌려보냈어요. 가라고 하시면 이젠 갈 곳이 없어요.”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건 수행원들을 돌려보내기 위해서인 줄 뒤늦게 눈치를 챘다.
혜림은 다시 술잔을 들어 보였다.
같이 한잔을 마셨다.
기분이 좋을 만큼의 취기가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거울을 보니 얼굴이 제법 붉어져 있었다.
넥타이와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자리로 돌아오니 혜림도 나갈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일어선 채로 손을 내밀었다.
혜림은 손을 잡고 일어났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동성로 연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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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향"
작성:골드존
내 고향은
가도 가도
멀지 않은
아주 가까운
곳입니다.
솔잎 향기
가득히
안겨오며
그리움으로
달려가는
고향의 향수
앙상한
감나무
줄기에는
외로운
홍시하나
혹시나!
나를 위한
사랑인가?
억새풀 꺾어
두 손 벌려
하늘 날리며
내 마음은
벌써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고향
그
그리움에,
언제나
나는 기쁜
풍년 입니다.
-詩/구본흥-
입질기다림님! 넉넉하고 풍성한 한가위 "추석" 정겨운 고향에서 즐거운 명절 보내십시요
결실의 계절 가을에 황금들녘은 풍요로움으로 가득합니다.
우리민족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하는 옛말처럼,
올해의 남은 날들도 보름달처럼 둥글둥글하고 넉넉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가위를 맞이하여 건강하시고 가내 두루 편안하신 나날이 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