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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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로 연가(19)

나른함으로 깊은 잠에 떨어졌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는 걸 인지한건 미동 때문이었다. 미동에 눈을 떠니 혜림이 일어나고 있었다. “조금 더 누워 쉬세요.” 나신으로 침대에서 내려가는 그녀의 가슴이 출렁이고 있었다. 탱탱하게 올라붙은 힙의 좌우 흔들림이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나와 속옷차림에 반 나신으로 셔츠만 걸친 채 커피를 타고 있었다. 샤워를 마친 후 얼굴을 닦고 타월을 어깨에 걸치고 나오니, 타월을 받아 등에 남은 물기를 닦아주었다. 커피의 향이 실내를 적시고 있었다. 그녀가 마실 커피 잔 에는 얼음조각을 타고, 내가 마실 잔은 김이 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커피 잔을 들고 한참동안 나를 쳐다보더니 진지하게 입을 땠다. “당신은 지금까지 그걸 알고 계셨어요?” 약간의 비음이 섞여진 음성으로, 부르는 호칭이 달라졌다. “무엇을 알고 있느냐고 묻지?” “면회 갔을 때 양구에서 있은 일을 기억하세요?” “닭고기 맛있게 먹던 일........?” “아이 참.”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웃었다. “그때 내가 처음이라 는걸.........” 그녀는 말을 꺼낸 후 얼굴을 붉혔다. 아직도 내 머리 속에 뚜렷한 잔상이 남아있다. 한 떨기 빨간 매화송이를 생각했다. 미국으로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에도 언급이 되어 있었다. 그녀를 쳐다보며 “그때 돌아 앉아 있으라고 하면서 막무가내로 등을 떠밀었지. 그게 무슨 의미인줄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나도 숙맥이었어. 그리고 고마운 마음도 가졌어.”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내게 묻는 말의 의미를 곰곰 하게 생각했다. 그때 우리는 젊은 열정에 휩싸여 서로가 첫 경험을 했다. 그녀는 커피 잔을 놓고 일어나 옷장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커피 잔을 들고 말없이 그녀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핸드백을 가지고 왔다. 핸드백 속에서 빨간 가죽주머니를 꺼내 다탁 위에 놓았다. 주머니가 열리고 내용물을 보자 내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건 아주 옛날 군에 입대하기 전날, 같이 밤을 보내며 혜림에게 선물한 반지와 목걸이였다. 그걸 아직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울컥하고 가슴에 무엇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집요하고 섬세함에 감동을 하고 말았다. 순수한 처녀성을 내게 준 기억을 상기 시키며, 반지와 목걸이를 보여주는 의미를 생각했다. 다시 옛날로 회귀하여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당신에게 정말 어려운 부탁을 드릴게 있어요. 당장 결정은 하지 않아도 좋아요.” “혜림아! 무슨 부탁인데, 어렵다는 단서를 달지? 오늘은 심중에 있는 모든 이야기를 서로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회귀와 복원의 의미를 상상하고 있었다. “아이들 둘이에게 엄마와 아빠가 있지만, 후원자로 제가 지켜 볼 수 없을 까요?” “그게 무엇을 의미하지?” “내 평생 심연에 깊이 각인이 된 당신이 주신 반지와 목걸이의 그 의미를, 이젠 제가 당신의 아이들 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고리로 연결을 할 수는 없을 까요?” “마음은 충분히 알고 있어.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성인이 된 후 본인들이 판단을 하도록 하면 되지 않을까?” “복선이 깔린 게 아닌 저의 순수한 마음을 표현했어요. 지금 당장 결정을 해 달라는 문제는 아니에요.” “마음을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야. 시간이 지난 후 라는 단서 속에 유보를 하자.” “당신과의 첫 경험, 그리고 사랑의 선물을 받은 게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순수했던 행복이라고 생각을 해요. 부모님의 사고가 없었다면, 결혼문제나 모든 게 이렇게 까지 헝클어지지는 안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 그 아이들이 내 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옛날에 당신에게 하고 싶다던 그 숙제를 이젠 OO와OO에게 해 주고 싶어요.” “.........” “왜 제가 감동을 하는지 아세요? 어려운 청년이 석 달 동안 흘린 땀방울의 대가로 선물을 했어요. 정말 당시에 제가 그 소중한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그게 내 생애에 있어서 최고의 소중한 선물이라고 지금까지 생각을 해요.” 아무 말 없이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지고 있던 응어리진 솔직한 고백을 듣고 있었다. “사모님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제가 먼저 당신의 아이를 가질 수 있었어요. 결코 두 분 사이에 직접 개입하고자 하는 마음은 아닙니다. 지금 다른 나라 아이들의 교육에도 지원을 하고 있는데..........내 인연에도 조금은 그 아이들과 연결이 되었을 겁니다. 제가 출산의 고통을 받으며 낳아야 할 아이가 사모님을 통해 태어났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어요.” 그녀는 이야기를 하면서 감정에 겨워 눈물을 보이며 흐느꼈다. 격한 그녀의 감정을 가라 가라앉히기 위해 어깨를 감싸 안고 토닥였다. 그녀의 마음과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동의할 부분은 공감을 표시했다. 조금이라도 잠을 재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감싸고 있던 팔을 풀고 그녀의 두 다리 사이에 팔을 넣고 허리를 감싸며 안고 일어나 침대에 뉘였다. 베개를 머리에 베어주고 모포를 가슴까지 덮어 주었다. 옛날 할머니가 내게 해주시듯이 손바닥으로 혜림의 가슴을 토닥였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좋은 꿈꾸세요.” 하고는 볼에 뽀뽀를 했다. 침대가 좁아 바닥에 모포를 깔고 누웠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입질 기다림님 안녕하셨지요?
알쏭달쏭 ... 첫사랑의 흔적이 어떻게 남겨질지
예견할수 없는 글이지만 잼나게 잘 읽고
저도 읽고 간 흔적 남기고 나갑니다 ^^**
건강하십시요

단비님!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그간 가내 두루 편안하신지요?
관심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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