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중학생때니 벌써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군요.
아마 경기도 덕소 부근의 샛강으로 기억나는데
늦은 봄날이었습니다.
그날따라 많은 낚시꾼들이 몰려 빈 자리를 찾기조차 어려웠는데
붐비는 날 치고 대박 없듯이 그날도 모두 예외없이 꽝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2시 쯤되었을까..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분이 자전거를 타고 와선
마침 꽝 치고 철수한 제 옆 자리에 앉아 낚시를 시작하더군요.
장비라야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허름한 대나무 낚싯대 두 대가 전부였죠.
그런데 준비해온 떡밥을 개어 던지는 폼이 정말 어린 눈에도 예사롭지 않더군요.
당연히 스윙 낚시였는데, 반월형을 그리며 떡밥을 단 바늘이 입수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올림픽 다이빙 금메달리스트가 입수하는 것 같이
그렇게 아름답고 부드럽게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더군요.
그리고는 모두 꽝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혼자 연신 붕어를 걸어내더니 약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팔둑만한 붕어로만 이십여수를 챙겨 다시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돌아갈 채비를 하더군요.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다급히 쫒아가 무슨 떡밥을 썼냐고 물어보았죠.
그런 제가 재미있게 보였던지 빙긋이 웃으며
"네가 잘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보렴."하며
친절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지금은 세월도 오래 지나고 또 기성품에 의존하다보니 다 잊어버렸지만
대충 깻묵가루와 길개미(?)가루를 섞는 다고 한 것 같습니다.
그 뒤 저 역시 낚시를 자주 다닐 형편은 못되었지만
지금껏 낚시터를 돌아다녀봐도
그 때 만났던 그 젊은 분 -아마 지금쯤은 환갑이 지난 노인이겠지만 - 만큼
낚싯대를 멋지게 쓸줄 아는 사람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낚싯대도 대나무에서 글라스롯드로, 다시 카본으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인지 낚시터의 숨은 고수 얘기를 들으면
지금도 그 때 그 분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09-04-20 15:36
또 한 분의 숨은 고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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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이 사분오열되면 홀로 나와 혼란한 무림을 수습하고, 악인을 징치하고...
음...신비한 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