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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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움에 몸서리친 소류지의 하룻밤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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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낚시에 한참 빠져서 지내던 시절... 가을걷이가 끝난 11월경의 이야기다.

평상시에는 대물낚시하는 고교동창 친구들과 출조를 하는데 그날따라 스케줄이 서로 안맞는다.

혼자가야하나...하지만 난 왠만해선 독조 하지 않는다.

귀신 봤다는 조행기도 자주 접했고 또한 귀신의 존재를 믿는 편이라 왠지 독조는 마음이 찝찝하다.

혼란스럽다...근데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 소류지는 전에 가봤을때보니 주변에 집이 없고 뒷편 산밑에 빨간 깃발을 꽃은  무당집과 좌측편에 여러개의 무덤...

그리고 나무에 걸려 바람에 날리는 하얀 비닐이 마음에 걸릴뿐...

산속 깊이 자리한 소류지도 아니고 또한 300M 정면 앞에 차가 다니는 도로가 보이는게 나름 위안이 된다.

그리고 가끔 짬낚시도 하던 곳이라 눈에 익숙하고 혹시나 같이 밤을 새는 나와 같은 낚시꾼이 있다면

이런 걱정은 사치일뿐...

또한 새우가 자생하고 있어 나름 생미끼 대물낚시에 빠져있는 시절이라 도전해보고 싶었던 곳이고...

근데 독조는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내 낚시열정은 발길을 서두르게 만든다.

"쳇... 귀신 그까시꺼...마음먹기 나름이다...암 그렇고 말고..."

오후늦게 도착해서 자리잡고 주위를 둘러보니 건너편 눈앞에 보이는 반가운 한명의 낚시꾼...

대편성을 보니 대물꾼이다. "그렇다면 이분도 오늘 밤낚시??? ㅋㅋㅋ 다행이다  괜히걱정했네...이밤이 외롭진 않겠군...ㅋ"

이른 저녁을 먹고나니 해가 저문다.

밤낚시의 백미....케미를 꺽고 새우를 달아 욕심내고 12대를 폈다. 어두운 소류지를 케미가 환하게 밝힌다.  캬~~역시 멋있다.

오랜만에 4짜를 기대해 보며 부푼가슴으로 늘 그랬듯이 라디오를 혼자 들릴만큼 노래를 들으며 찌를 응시한다.

어느덧 밤10시를 지나고 있는데 아직 이렇다할 입질이 없다.  그래도 즐겁다...오랜만에  느껴보는 나만의 여유...

맑은공기,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 소리, 시끄러운 황소개구리까지도 오늘 만큼은 정겹다...

"이시점에 미끼나 한번 바꿔줄까나..."  하는데 맞은편의 낚시꾼이 갑자기 분주하다.

케미가 하나하나가 시야에서 점점 사라진다.

이윽고 자동차문 여닫는소리가 들리더니 우려했던 시동소리가 내귀를 의심케한다. 설마하는순간

부~~~웅  출발한다  나를 놔두고....

처음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야속하다고 느껴본건 처음이다. "이럴빠엔 진작에 일찌감치 가던지... 기대나 안하게..."

우려했던 칠흑같은 이 소류지에 결국 혼자 남겨졌다. 슬~~슬~~ 찝찝함이 몰려온다.

좀 전에 들리던 풀벌레소리도 이젠 나에겐 그냥 전설의 고향 음향효과일뿐...정겨움은 이미 저멀리 안드로메다로 떠났다.

이런저런 무서움에 주변을 괜히 두리번거린다. 나름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낚시에 집중해본다. 잡생각안나게...

 "난 할수있다. 귀신은 없다..."

스스로 위안하며 두려움의 눈을 부릅뜬다. 어느덧 시간은 밤11시를 넘어가는데 오른쪽 좁은길가에 뭔가 움직이는

흰 희미한 물체가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다.

"뭐지 뭐지...집이라곤 뒤에 무당집밖에 없는데..."  한참을 후덜덜 거리며  집중해서 바라보니

발자욱 소리와 함께 사람이 걸어가는 듯하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밤이라 모르겠지만  그 집에 가는건지 그냥 계속 걸어간다. 아무렇지않게...일상처럼...

"씨X 아니 이밤에 후레쉬라도 들고다녀야 정상아닌가???"

또한번 무서움에 떨던 마음을 추수리고 담배 한대피며 낚시에 집중하려는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등뒤에서 부시럭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다 멈춘다.

뒤쪽은 벼농사가 끝난 논바닥이고 그위에 볏짚을 덮어놓은 상태라 소리가 리얼하게 난다.

잠시뒤 또 부시럭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다 멈춘다...분명 나를 향해 살금살금 몰래 걸어오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다.

"아니 이시간에 사람이???  왜 길이 아닌 논바닥으로 걸어오지??? 이런 씨X...환장하것네..."

순간 기절할거같다. 이밤중에 논바닥 뒤에서  몰래 다가오는 사람이라면??? 도데체 뭐란 말인가...

급히 후레쉬를 뒤쪽을 향해 비췄다. 그러자 또 소리가 멈춘다.

근데 아무것도 안보인다 그냥 황량한 들판만 보일뿐...

아...드럽게 찝찝하다. 가서 확인해봐야 의구심이 풀릴것같다.

용기를내 일어나서 후레쉬를 들고 여기저기 비추며 떨어지지않는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앉아있다 일어나서 그런건지 무서워서 그런건지 다리가 후들후들거린다.

바로 그순간 뭔가 반짝거리는 동물의 눈빛...!!!

"씨X 호랑이인줄..." 다름아닌 고라니다. 사람이 낚시하고 있으니까 조심조심 걷다보니 나한테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처럼 들렸나보다.

그래도 이렇게 똑같을수가...일단 발자국 소리의 정체를 알았으니 안심하며 자리고 돌아가 앉았다.

다시 모든 낚시대의 미끼를 교체하고 안도의 담배 한대를 물고 찌를 응시하던 그때 부터다.

낮에 봤던 왼쪽의 무덤들에 왠지 계속 눈길이 간다. 밤에 보이는 희미한 비석은 괜히 스산한 마음에 휘발류를 분다.

또한 무덤앞 나무위에 걸려 펄럭이는 비닐은 귀신의 하얀소복처럼 보이는 착시현상까지...

나에게 이곳은  그냥 "전설의 고향" 세트장이다.

무서움이 뇌를 지배하니 사실 내눈에 보이지 않을뿐이지 주위에 귀신이 10명정도 날라다닌다.

그런 느낌이 드는순간부터 공포가 극에 달했다. 그런데 더한 위험이 소리없이 다가왔다. 지금도 정신적으로 힘들어 죽겠는데...

이 와중에 눈치없이 갑자기 똥이 마렵다. 참기 힘들다. 급똥이다.

저녁 먹은게 잘못된 모양이다.  하지만 무서워서 논바닥에 엉덩이를 까내릴수가 없었다. 귀신이 뒤에서 휴지를 내밀것 같았다.

참았다  아니 참을수 밖에 없었다. 좀 있으니 식은땀이 났다. 식은땀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급똥이 몰고오는

식은땀은 진짜...다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사실일거다.

갑자기 집에 가고싶다. 근데 남자의 자존심이 나를 붙든다. 가지 말라고...평생 쪽팔리게 살꺼냐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새벽3시...

초겨울 바람과 추위가 살을 애인다. 난로에 의지해 몸을 녹이며 그래도 정신을 집중하려 찌를 응시해본다.

장시간 인고의 고통을 참아내고있는 똥꼬는 이미 내 똥꼬가 아니었다.

근데 갑자기 또 어디선가 낮설은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온다. "오늘 왜이러지???  와...진짜 돌아버리겠네...날이여 날... 씨X"

푸...드...덕...푸...드...덕....  무언가 나를 향해 날아오는소리...이렇게  슬로우 모션의 우아한 날개짓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

점점 내뒤로 날아온다. 뒤돌아 하늘을 보니 큰 검은 형체가 보인다. 뭐지 뭐지 하는 그순간....

내 머리위을 지나는 바람소리와 함께 물속으로 그냥 쳐박는다. 새인것 같은데 엄청 커보인다...

나는 순간 백악기시대의 시조새 인줄 알았다.

놀람에 참고있던 똥꼬 보따리를 풀 뻔했다. 소류지 물이 파도를 친다...찌가 물결에 울렁울렁거린다.

내가 있는지 모르고 저공 비행으로 날아와 다이빙한 모양이다. 좀 더 낮게 날았더라면 내 뒷통수를 박았을것이다.

"그럼 나도 물속으로 다이빙???....놀라 똥꼬 보따리를 풀면서???...그것도 초겨울에???....새가 뒷통수를 쳐서???..."

아찔하다...만약에 당했더라면 어디가서 쪽팔려서 말할수도 없는일....

이젠 빨리 날이 새길 기다린다. 급똥 마려운것도 밤새 바쁜 일정에 쑤~~욱 들어갔다.

공포가 급똥을 이겼다.

이젠 나에겐 4짜고 뭐고 다 필요없다. 이 소류지를 빨리 떠나고싶을뿐...

드디어 기다리던 여명이 밝아오려한다. 주변에 사물들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무렵 자동차 한대가 올라온다.

"이렇게 반가울수가..." 그순간 그들은 적어도 나에겐 퇴마사였다.

자동차의 라이트가 어두운 소류지 전역을 환하게 비춘다. 근데 전혀 화가 나질않는다.

건너편에서 두명의 남자가 내리더니 전에 놓았던 새우망을 걷는듯하다.

이윽고 나에게 다가와 말을건다.

"뭐 좀 잡으셨어요?..."

난 평상시처럼 대답했다 " 안나오네요..."

근데 난 이렇게 답하고 싶었다...

"이렇게 먼길 오시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습니까..."

이제야 밤새 무서움에 떨었던 마음을 놓고 너무 길고 길었던 하룻밤의 낚시를 접었다.

담배 한대를 물며 가만히 밤새있던 일을 생각해 보니 누군가와 같이 낚시를 했더라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누구나 흔하게 격는 일인데 괜히 혼자 쫄아서 난리법석을 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튼 모든 낚시짐을 트렁크에 차곡차곡 싣고 자동차에 올라 시동을 걸며 혼자 경견한 마음으로 다짐해본다.

"씨X 다시는 혼자 낚시 다니나봐라..."

끝.

 

 

 


누구나 한번쯤은 격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적어 주셨내요.
잘 읽었습니다.
생동감 있는글 잘 보았습니다. 재미있고 공감있네요. 저도 혼자는 밤낚시 안갑니다. 공포심에는 한계가 없더군요. 급똥은 왜 그럴때 찾아오는지.ㅎㅎ
해 있을때는 별거 아닌데..
깜깜하고나면 분위기가 싹 변하지요.. 전혀 딴세상이지요..
독조에서는 낮에 밤이라고 생각하고 주변 분위기를 살펴야 합니다.
그렇게 안하면 밤에 주눅이 들어서 낙시 못합니다...
그리고 내 주변을 밝혀줄 제법 밝은 등은 항시 하나 켜 놓아야 다소 안심이됩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주변에 안사는 곳에 독조는 영 ...재미없지요..
큰길가 독조도 야밤.. 차가 안다닐때는 그런곳도 좀 스시시합니다
독조인의 흔한 일상이네요. ㅋ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ㅋㅋ 공포심은1도없고 급똥에 뿜었네요 ㅋㅋ 잘읽었습니다
잘보고갑니다 좋은 정보감사합니다 ^^
몇 번 읽고 또 읽고 많이 웃었습니다 . 손꼽을만큼 재미있는 조행기네요^^
밤새 넓은 저수지에서 혼자 낚시한 경험은 많습니다,캄캄 할때는 안 무서운데
날이 어슴프레 밝아오며 짙은 안개가 몰려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때 더 무서움이.
안개속에서 뭔가 튀어 나올것 같은 느낌.
ㅎㅎㅎ
급똥에 뿜었네여ㅋ
예전 술친구 한녀석이 있었는데....
2차나 3차로 주점으로 가서 대기하고 있으면 어김 없이 급똥을 누던 친구놈^^;
긴장된다나 뭐다나ㅋㅋ
전 독조 위주로 다닙니다
귀신은 안무서운데 멧돼지가 무섭네요ㅋㅋ
추억의 조행 잘읽었습니다 ^^
민가도 없는 저수지에서 혼자 밤낚시하다 새벽 2시에 갑쟈기 차를 타고 온 동남아 남자 2/여자 1를 만난 후 낚시대를 부랴부랴 걷어 집으로 도망오던 무서움땜에 혼자는 밤낚시 자제하고 있습니다.TT
독조를 하다보면 가끔 느끼는 감정들이네요 ㅎㅎ
글을 너무 재미나게 쓰십니다
한참 웃고 갑니다 ㅎㅎㅎ
이렇게 먼길 오시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습니까

이부분 읽고 빵 터졌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ㅎㅎ 한밤 독조하는 분들 대단합니다. 존경합니다.
붕어라도 계속 나오면 낚시에 몰입이 돼서 공포심을 못 느끼는데
아무런 입질도 없이 어둡고 조용하면눈 대신에 귀가 열려서 온갖 소리가 다 들리고
온갖 상상이 다 되더군요.
들짐승에 놀란 후부터는 너무 늦은 독조는 안 합니다.^^
그망할놈의 새새끼

쉬~이익 소리와 함께 머리위에서 꺄~악

소리리를 지르고 앞 갈대밭에 고꾸라지는 놈

얼마나 놀랬는가 옆에계신조사님이 야 이 개 새새끼야~~~
뱀, 멧돼지, 지네, 벌, 귀신, 혼자먹는 밥, 혼자먹는 술.
이런게 싫어서 독조는 사야하는 1인 입니다.
차라리 어디 가고 싶을때에는 "같이 갈까요?"에서 친구를 찾으심이 어떨런지요?
모르는 사이지만 같이 낚시를 하고있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있다가 갑자기 철수해버려 혼자만 남게된 상황 ㅋㅋ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하며 읽었네요 ㅎㅎ
혼자낚시허며 등 밝히면 더무서워요
기척없이 다가오는 발자국소리,, 동물이라 다행입니다. 독조는 간혹 공포를 안겨주더라구요
생생하고 재미있네요ㅎ
25년이상 거의 독조만 하고 있습니다
대물낚시에 미쳐서 차에서 500~800미터 떨어진 산속 소류지,주인 없이 파헤쳐진 묘지앞 소류지등등
거의 사람의 인기척이 없는 곳에서 낚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밤낚시 하면서 시체2구를 목격했으며(해뜬 아침 발견 치매노인 ㅠㅠ)
귀신은 18년 전 여름쯤 차에서 800미터쯤 떨어진 산속 계곡지에서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 딱 1번 봤습니다 ㅎㅎ

새벽 2시경 저수지 건너편에서 물위를 스치면서 나에게 다가오는데
발목은 잘려서 없고 발목 잘려진 곳에서는 피딱지가 다닥다닥 말라 붙어있고 머리는 미친년 머리처럼 산발이 되어서 얼굴만 있고 눈코입은 없는 여자귀신
와 리얼하더라구요
그때 처음으로 내 몸속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식은 땀이 뚝뚝 흐르는데 한여름 밤 오뉴월 개떨듯이 떨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못봤네요 ㅎ
생생한 그날밤을 연상 시키네요. 아주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놓으시네요
독조는 정말 싫어하는데 항상 다른분이 한분 있을때 위안 삼아 낚시를 합니다만.
어느 순간 그분의 찌가 하나씩 사라지면 저도 하나씩 접고 같이 철수합니다.
^^
낚시는 혼자는 사람들있는데 가시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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