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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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의 하룻밤

낚시는 어느 날 스포츠가 되었다. 낚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96년 imf가 기점이었다. 그때 당시 저수지마다 꾼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특이하게도 검은 세단을 몰고 깔끔한 양복차림의 누가 봐도 낚시와는 어울리지 않은 차림새의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낚시가 저변이 확대되기전에는 소위 '꾼'의 이미지란 '새까맣게 탄 얼굴과 아무렇게나 헝컬어진 머리칼과 며칠은 세수도 하지 않은 것만 같은 덥수룩한 수염의 꾀죄죄한 동네 집나간 형의 몰골' 이야말로 대중적인 낚시꾼의 이미지였다. 요즘에야 장비경쟁에 수백만원에서 기천만원도 아깝지 않게 쏟아붓는 세상이고 시마노를 비롯한 방수 방풍의 기능성 낚시복들로 대변되는 가히 폼생폼사의 세상이 될지 누가 알았을까! 아울러 카본대의 등장과 장대와 낚싯대 무게의 경량화, 다대편성을 추구하는 요즘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소박한 낚시터의 풍경이었다. 섭다리의 대중화가 불과 10여 년이 안되니 말해 무엇하랴 청석밭에선 꽂히지도 않는 낚싯대 받침대와 뒷꽂이로 무른 땅을 찾아 외대나 쌍대가 주를 이루는 저수지의 풍경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저수지의 양복패션은 신기하기도 했지만 뒷배경은 아픈 시간과 사연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 분들은 그냥 멀직히 떨어져 낚싯대를 담군 낚시꾼들을 멍하니 쳐다 보며 해가 질 무렵에서야 빠져나가곤 했다. 며칠 씩 그렇게 낚시도 하지 않으면서 조사들 주변을 서성거렸고 어느 날에는 낚싯대 한 대를 구비하여 와서 입고 온 양복과 와이셔츠를 곱게 벗어 옷걸이에 걸고서 자동차에 고이 모시고 서툰 캐스팅을 그렇게 한 거였다. 물고기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잡기위한게 뻔했다. 어둠이 저수지 전체에 뒤덮히기 전에 다시 곱게 의자 등받이에 걸어논 와이셔츠와 양복을 갖추어 입고 헝컬어진 머리칼을 빗으로 빗고 물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향수까지 뿌리고 집으로 향하는 거였다. 정시에 퇴근하는 샐러리맨처럼...... imf가 불러온 기막힌 풍경 실직과 부도와 명퇴를 당했지만 걱정할까 가족들에겐 입도 뻥긋 못한 가장들의 슬픈 자화상 암튼 그때를 계기로 하여 낚시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 시발점이었다고 지금도 나는 믿는다. 본격적인 낚시 방송, 대물낚시의 유행, 상호를 걸고 이름을 걸고 방송및 미디어의 찾아가는 조행기의 폭발적인 유행은 분명 그 이후의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2015년을 살아가는 현 시점에서 20년 전의 이야기는 그저 간간히 반추하며 떠올리는 추억일지도 모른다. 오래되고 낡고 소박한 것에서 느끼게 되는 평온함과 정감은 나이가 들고 세월이 너무도 빠르게 흐르고 있음에 대한 아쉬움이다. 어르신을 포함한 1세대 조사 선배님이 지나간 자리를 요즘 미디어나 방송이나 이 곳 월척 사이트의 주축이기도 한 우리 40~50 대의 후배들이 지나가는 길목은 분명히 느낌도 정감도 다르리라 생각한다. 저수지 접근을 위해 등짐을 지고 500m와 1km의 왕복쯤은 우습게 알았고 그것은 또한 즐거운 고생이라고 믿으며 맑은 계곡지에 펼친 낚싯대와 한 몸이 되었다는 뿌듯함, 어디나 대를 펼쳐 놓아도 예쁜 처자 붕어의 글래머 몸매에 눈길 빼앗겨 버린 설렘, 소란스러움도 시끌벅적함도 없이 푸른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채워지던 충만감들이, 아! 옛날이여라~고 부를 만큼 흘러버린 시간이 야속하고 도시 개발과 더불어 흔적도 없이 몽땅 사라진 비밀터, 저수지들, 배스와 블루길에 치여 몸살을 앓는 예쁜 우리 붕순이를 생각한다면 진정 그 시간들이 그립지 않을 소냐 그래도 요즘의 낚시는 또 요즘대로 여가활동의 하나로 스포츠의 하나가 될 만큼 장비의 혁신이 뒤따르고 남들에게 보여주고 보고, 정보까지,동행출조로 넉넉한 시간을 함께 하니 또다른 즐거움의 세상임에는 분명하다. 그래도 또 그래도 지나간 시간이 그리워지는 것은 차 대기 먼곳은, 이제 가급적 가지 않으려는 그 넘의 게으름 탓만은 분명 아닐텐데 고기 한 마리 못잡고 매번 빈 망태기로 돌아오는 꽝조사의 오명 때문만은 아닐텐데 지나온 어느 날의 순간이 그리운 것만은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또 다시금 후일 오늘의 시간을 그리움의 하소연으로 툴툴거릴 물위의 하룻밤을 나는 여전히 꿈꾼다.

학부졸업과 동시에 imf...슬픈, 운없는 세대로써
글에 공감합니다.
꾼들의 낙원 님
오랜 기역속에 낚시짐 질머지고 버스타고
내려서 팔당에 밤낚시 단니든 시절이 생각나네요
간드래불를 피고.막히면 입으로 빨고 불고
삐삐선으로 쑤시고 그래도 그때가 그립네요..
봉냥이님, 조락무극님
지나온 시간이 추억으로 혹은 아린 기억으로 남았더라도
돌아보니 다 그립고 의미가 새로워지는게 흐르는
세월인 것 같습니다. ^^
ㅎㅎ예전에는 아버지따라 낚시구경만했었는데.. 가만보니 저도 그만때쯤 낚시를 배운것 같습니다

저도 그때 참 어려웠거든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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