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 시각 연구소의 상황실은 발칵 뒤집혔다.
이사는 책상 위의 집기를 집어 던지며 보안병들을 전부 소집하고 주동자를 찾아 내라고 핏대를 세웠다.
철옹성 같았던 연구소 내 보안이 뚫렸다는
것은 그에게는 수치에 가까웠다.
완벽에 가까운 시스템을 무방비로 만든
것도 모자라 날고 긴다는 대테러 진압부대
출신의 군인들이 일개 연구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 역시 자존심을 깡그리 구기는 거였으므로 노발대발 미쳐 날뛰었다.
" 당장 준실장을 들어 오라고 해, 이런 개쪽을 당하고 위선에 어떡해 이 사태를 보고 할꺼야!!! 몸빵으로 떼우지
말고 머리를 쓰라고 그만큼 일렀건만
아주 그냥 하나 같이 쓸모라곤 없는 놈들,
밥값을 못하면 밥도 쳐먹지 말아.....".
"아...아직 현장에 3팀과 함께 쫒고 있습니다.
준 대위님도.... 작은 부상을 입으셨는데
추적을 계속하겠다 전해 왔습니다. 인원을
증강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사님!!
잔뜩 오그라든 얼굴로 이사의 눈치를
살피며 기어드는 목소리로 보안병 한 명이
주저하며 말했다.
"내가 지금 그걸 몰라서 니들 상관을
불러 오란 거야!! 아주 꼬락서니들 봐라
가관이다 가관, 쳐 자빠자는 놈이 없나,
마취에 취해 헤롱거리며 아직도
꿈속을 헤매고 있는 쪼다 같은 놈이
없나, 니들이 그러고도 최고 실력자란
말이지! 이 썩어뒤질 놈들!!!
보안병들은 자신에게 불똥이 뛸까 모두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이사의 노여움과 불호령이 어서 끝나기만을 바랬다.
"너 이 새끼 네 임무가 수석연구원을
감시하는 역할인데 태평스럽게 잠을
쳐 자고 내게 이런 개쪽을 줘,
지금 당장 죽여줄까!!! 니 놈이나 니 상관이나 도대체가 마음에 드는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어!!!"
결박되어 끌려온 수석연구원 지석을
감시하던 보안병은 마취제의 기운으로
여전히 허리멍텅한 의식으로 눈이 풀린 채
이사 앞에서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어쩔줄
몰라했다.
"죄.....죄송합니다. 이사님. 한번만 용서
해 주십시오!! 제가 죽을 죄를 졌습니다".
"뭐 용서!!! 지금 니 주둥이를 잡아
째도 시원찮을 판국에 니가 아주 지X염병을 떠는구나, 어디 그 말이 또 튀어나오나 보자!!! 엉 ,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지 주제도 까먹고 아주 살판 났네."
이사는 보안병의 뺨을 사정없이 때렸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가슴팍을
주먹으로 쥐어박았다.
가슴을 웅크리며 쓰러지는 보안병의
머리를 또한 발로 지근지근 밟아 버렸다.
고통 속에 터져 나오는 보안병의 신음
소리조차 지금 그의 노기를 잠재울순 없었다.
"닥쳐 이 새끼야, 입 다물어, 뭘 잘했다고
주둥이를 털고 있어!!! 아주 생각할수록
열 받네 용서!!! 용서하란 말이
지금 내 앞에서 술술 나오지, 엉!!!
용서 두 번 했다간 이곳이 아주 쑥대밭이
되겠네 !!! 안 그래!!!
니들 상관 준 대위 그 새끼도 어서 복귀하라고 해... 모두 감옥에 쳐 넣어버릴 거니까, 꼬락서니 보기 싫으니까
이 방에서 당장 꺼져, 꺼지라고!
알아 들었으면 썩 꺼져..... 으이구 속 터져
속 터져 니들 모두 꺼지란 말이다!!
이사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보안병들을 집무실 밖으로 밀쳐 냈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물컵을 바닥으로 내리쳐 산산조각이 난 유리가 사방으로 튀었고 찢어진 손가락에선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의 화가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요란스럽게 울려대는 상황실의 전화벨의
수화기를 들고서야 조금 화가 누그러진 것 같았지만 이사의 안색은 오히려 창백해졌고 조금전과는 달리 부동자세를 취하며 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극존칭을
쓰면서 딱딱하게 경직된 자세를 펴지 못하고 있었다.
"넷 전무님, 알겠습니다. 네네 알겠습니다.어떻게든 수습해서 일단락 짓도록 하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작은 착오가 발생했지만 맡겨 주십시오
오늘 내로 모두 해결하겠습니다".
이사는 흡사 애걸복걸 하는 것처럼
수화기 너머의 상대방의 목소리에 따라
표정이 사시나무처럼 흔들리거나 몸을
부르르 떨며 자신이 현재 얼마나 상대를
어려워하는지를 느끼도록 표현하는
것 같았다.
"네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현재 복원을 일정부분 진행했고 연구소 내의 주동자와 관련자를 샅샅이 살펴 우리 쪽 직원들이 경로를 파악하고 있으니까 금방 그 실체가 드러날 겁니다. !!
네!! 뭐라고요?
달아난 수석연구원과 표본R의
행방은 현재까지 파악되지 아......않았습니다만.......오늘 내로 곧 잡힐 겁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확실히 하겠습니다!!전무님!!!
마치 고양이 앞에 놓인 쥐처럼 잔뜩 주눅이
든 저자세로 통화상대에게 어쩔 줄 몰라
하는 이사의 모습은 수화기 너머 상대방의 실세와 권위, 가진 힘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사가 비굴할 정도로 부동자세를 취하며
껄끄러운 통화를 한 사람은 ' 차전무'라고
불렸다.
차전무에 대한 모든 것은 베일에 가려 있었다. 그는 한번도 직접적으로 현장에 얼굴을 보인 적이 없었고 목소리로만 자신의 수하들에게 명령전달을 할 만큼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었다.
외부로 알려진 것은 고작 그의 나이가 매우 젊고 엘리트 코스를 밟고 현재의 위치에 오른 인물이라는 것 뿐이었다.
본래 그들의 세계에선 피라미드구도를
가진 계급체계인지라 간부급일지라도 상위
계급자의 정확한 신분과 정보를 알 수는
없었다.
그것이 중대사안에 대한 비밀유지를 위한
채선의 방책이었다.
그런 차전무의 등장은 이번 사태의 중요성이 워치콘(Watch Condition)
단계까지 격상되었음을 의미했다.
워치콘은 전시발령태세인 데프콘과 달리
정보감시의 일환으로 그 위험도에 따라
1단계부터 5단계까지 나누어지고 그것은
아래와 같았다.
1단계-적의 도발이 명백한 상황
2단계-국익에 현저한 위험을 초래할 징후가 뚜렷한 상황
3단계-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 증대되고 있는 상태
4단계-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잠재적인 위협이 존재하여 계속적인 감시가 요구되는 상태
5단계-징후경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상적인 상태
(정보출처-국방부)
"네 전무님!!, 직접 이번 일의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요!! 네 알겠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겠습니다.
누추한 곳까지 직접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네네 !! 알겠습니다."
이사는 몸둘바를 몰라하며 차전무가 자신에게 불러 일으킬 회오리 바람에 근심이 가득찬 얼굴로 수화기를 놓았다. 그리고는 상황실 문앞에 대기하고 있는 부하들에게 권박사가 집무실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감금하라고 지시를 내렸고
수석연구원 지석과 표본R의 행방을 24시간 내로 찾고 관내 경찰서에 협조 공문을 보내 갑천대교에서 벌어진 사건의 유출을 막고 교통흐름을 통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방송기자와 취재팀,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내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이사는 그 즉시 무전기를 들고
보안책임자 준을 호출했다.
" 준 실장!! 당장 부하들을 데리고
연구소로 1시간 내로 복귀한다.
가타부타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기어 들어와!!!"
길의 끝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진다.
미로를 벗어났을 때 더 이상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다면 그 구역은 이제 행위로부터 비롯된 위험요소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것은 생각의 폭이 넓어질수록 생각의
갯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그에 따르는
망상 또한 비례하여 머리 속을 채우게 되는 이치와 같다.
도시 안과 도시 밖은 난립된 무질서 속에
서 구획이 나뉘고 지나야 할 관문의 범위
가 확대되어 일견 몸을 숨기기엔 쉬워 보여도 벌거숭이로 사방에 노출된 것과도 같았다.
미로 속에선 하나의 쳇바퀴를 따라 도는
것이 가능했지만 도시로 나온 순간엔
천리안을 지녀야할 만큼 먼저 예상하고
행동해야만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위험을
맞닥뜨리지 않는 비결이었다.
고속도로가 아니더라도 우연히 지나친
국도변 속도제한 단속 카메라 보다
절도를 막기위한 CCTV가 더 많은것을
안다면 도로 위를 무작정 따라가는 단순한
방법은 나를 쫓는 대상에게 여기 있으니
어서 잡아가라는 소리와 같고 그렇게 허술
한 도피라면 최고수준의 레벨을 통과한
도망자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수석 연구원 지석은 숨고름을 위해 사각지대를 찾아야 했다.
적은 전후좌우, 땅과 하늘 모두에 있는데
이미 노출되고 폐차수준이 된 자동차는
버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또한 도시의 기지국은 위성추적장치(GPS)
의 끝간데 없는 광범위한 지역을 위성으로
추적 가능하게 한다는 것도 운신의 폭을
좁게하는 요인이 될게 뻔했다.
법의학적인 관점에서 범죄심리학은
범인의 행동과정을 선별파악하여 몇 단계
앞서서 사고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범죄자의 습관과 경험과 성격과 환경이
만든 지도를 따라 프로파일러의 과학적이고 산술적인 심층 분석을 통해
범인의 도주 경로와 심리 상태를 정확하게
예측하여 그러한 단서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고 결국엔 범인 검거라는 최종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석연구원 지석의 삶과 컨설팅 디렉터로서의 내 삶이 대입된 그들의
프로파일 속에는 충분히 두 사람의 행동
요건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을 것이고
그 사각지대를 뚫어야만 탈출의 대미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연구소에서만 살던 그와 평범한 삶과
가정을 가진 나 사이엔 단지 감염체에
의한 질병이라는 연결고리 뿐이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 두 사람은 이렇게
만나지 않았을 테고 평생을 모르는 관계
로 살아도 무방했다.
그가 내 아내 보다 두 살이 적은 32살이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으니까 말이다.
" 여기까지는 생각보다 수월했습니다.
지금부터는 반대로 무조건 생각을 해야 합니다. 변장에 대한 몽타주가 수사관들에게 뿌려지는 속도 보다도
앞서는 것은 가장 손쉬운 예입니다.
의도적인 흔적을 남겨 놓고 그들의
시선을 분산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겁니다".
미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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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7
벌씨로 대충 숨을곳을 정해놓고 토꼈을 것인디~~~~????
읽을수록 빠져 듭니다
짜임새도 있고요
암튼 다음편 기다릴께요
갖고 계시면 앞으로 재미난 상황을 더 즐길수 있을테고요
^^ 제가 대전에 살지 않고 지명만으로 이야기를 풀다보니
어디에 숨는게 좋을까 생각보다 어렵네요^^
제 글에는 부침이 많은 제 삶이 많이 녹아 있다고
밝혀 드립니다.
의학적인 것과 심리적인 느낌들은 제 인생에서 힘들게
넘어와야 했던 아픔의 흔적이 녹아 있습니다.
더불어 그로인해 아직도 마음한 켠에 꾹꾹 눌러 담아
밖으로 삐져 나오지 못하도록,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두리뭉실하게 살려고 하지만 그게 잘 안되네요
절 넘어뜨릴 때가 너무 많습니다^^
저사람은 누군교마??ㅎㅎㅎ
곧 밝혀지겠죠 푸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