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달빛을 따라 밤의 운무가 짙게 깔린 절의 경내를
발소리 조차 죽이고 다가오는 그림자,
신원사는 불청객의 움직임을 따라 긴장이 고조 되었다.
과연 그들에게 두 사람의 탈출은 종지부를
찍고 말 것인가!!!
5층석탑을 따라 탑을 돌아서 대웅전 옆 영원전을 끼고 수석연구원 지석과 나는 신원미상의 그들이 대문과 중문을 통해
훑고 들어오는 반대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암자에 귀거하는 불자인 것처럼 가급적 행동은
자연스럽고 미려하게 그러나 걸음은 축지법을
쓰듯이 성큼성큼, 그들의 시야로 부터 벗어나
산신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중악단(中嶽壇)
쪽으로 출행랑을 쳤다.
흠잡을 때 없는 낮고도 기민하며 중악단 건물의
기둥을 엄폐물 삼아 그들의 움직임과 동선에
따라 멈추고 걷기를 수십번,
드디어 사천왕문을 통해 절의 입구까지
빠져 나왔고 경내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 사이에 반듯하게 눕혀 놓은 산악자전거에 올라타고 미친듯이 페달을 밟으며 신원사에서 점점 멀어졌다. 긴장으로 흘러내린 흥건한 땀을 훔칠 새도 없이 가파른 계곡과 산길을 따라
보광암과 고왕암을 지나 동학사 방향으로 다시
숨가쁘게 내려왔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는 것은 눈에 익은 익숙한
길을 따라 조금이라도 빠르게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시간은 이미 캄캄한 어둠의 새벽을 넘어 5시간 남짓 훌쩍 지나고 지칠 때로 지친 수석연구원 지석과 나는 유성구의 방동저수지에 숨어 들었다.
방동대교 아래 펼쳐진 저수지는
성북동 산림욕장까지 이어진 유원지 였다.
루어꾼과 릴 꾼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자
풍부한 수량과 멋진 풍광을 지녀 가족나들이는
그만이었지만 붕어낚시는 별 매력적이지 못한
곳이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저수지의 수면 아래
보글거리는 공기방울이 달빛에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졌고 물결을 따라 흐르는 바람이 지쳐버린 두 사람의 등과 어깨 사이로 들어와
눅진하게 엉겨붙은 소금기와 땀을 씻어 주었다.
수석 연구원 지석과 나는 교대로 잠을 청하기로 하고 매고 있던 백팩을 열어 못가 연안에 간단하게 자리를 깔고 누워 달빛이 흐르는 방향으로 눈을 맞추고 우주에서 부터 날아온 카시오페아 자리와 북극성과 북두칠성을 쫓아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렇게 내가 별을 헤아리는 동안 수석 연구원 지석은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자신의 친구에게 전후사정을 설명하는 것 처럼
보였는데 자세한 통화내용은 알 수 없었다.
통화를 끝낸 지석은 나를 돌아보며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잠을 자두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잠이 들었나 보다
방동대교 위를 지나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과 달리는 차 소리에 이끌려 온 진동만이
고즈넉한 저수지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공기의
마찰을 통해 축축하게 내리는 이슬로 약간의 한기를 느낄 즈음
모터사이클의 굉음 소리가 선잠이 든 저수지의 어둠을 시끄럽게 깨웠다.
그들은 모두 4명이었고 빠른 속도로 다리 난간
아래로 치닫고 점프를 하면서 광폭하게 내려 오고 있었다.
잠결에 놀라 눈을 뜬 나와 수석연구원 지석은
깔아둔 자리는 그냥 내버려두고 각자의 자전거 안장에 앉아 도망가기 위해 허둥거렸다.
그러나 포위망을 점차 좁히며 다가오는 바이크
의 속도를 이겨낼 도리는 없었고 그들이 공포탄을 쏘았기에 대교의 중간쯤에서 앞뒤로 포위되고 말았다.
모두 검은 헬멧을 쓰고 있었으며 건장한 체격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고 그것은
수석연구원 지석과 나에게 포기를 종용하는
위협으로 다가왔다.
겨누고 있는 권총과 수갑과 포승줄에 곧 우리 두사람은 체념했다.
"네네, 집을 나선 고양이, 고양이 둘
사로 잡았습니다. 오버
곧 집으로 데려 가겠습니다 이상".
그들 중 한 사람이 무전기를 들고 암구호로
누군가에게 무전을 하고 있었다.
나와 수석연구원 지석에게 수갑이 채워지고
두 사람의 바이크에 태워졌고 나머지 두 사람은 앞뒤로 호위하는 식이었다.
아마도 우리는 연구소로 압송될 것이고
여기까지 오기 위한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
으로 되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이대로 정녕 끝이란 말인가!!
"담배, 담배 하나만 태웁시다".
나는 나를 자신의 바이크에 태운 자에게
간청을 했고 그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내 입에 물려주고 지포라이트를
꺼내 불을 붙어 주었다.
긴 한숨과 함께 담배 연기를 뿜으며 나는 저수지
쪽을 허망하게 바라 보았다.
그것은 탄식도 마지막 발악도 아닌 누적된
긴장과 피로의 끄트머리 자조섞인 체념이었다.
물결이 검은 빛으로 달빛을 받아 일렁이고
깊은 수심 아래서 부터 붉은 형광색이 빠른
속도로 소용돌이치는거대한 공기방울과 거품을
뱉으며 수면으로 떠올랐고 삽시간에 물의 파장
이 주변으로 흩어지면서 그 속에서 유선형의
물체가 엄청난 탄력으로 다리 난간을 향해
튀어 올랐다.
담배를 물고 있던 나는 뜻밖의 광경에 아연실색하여 부들부들 떨리는 입을 다물지
못해 담배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물속에서 나온 놈은 다리의 난간을 헤엄치듯이
기어올랐고 그 여파로 함께 딸려온 물이 대교 위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을 덮쳤다.
놈은 대가리를 꼿꼿이 세우고 유기적으로 배열되어 꼬리까지 흐르는 비늘과 물갈퀴와 날카로운 송곳니가 촘촘하게 박힌 검붉은 아가리를 벌리고 타는 듯한 발광체의 눈알을 이글거리며 공포에 질려 그 자리에 꼼짝도
못하고 서 있는 나와 그들을 노려 보았다.
그 와중에 전류에 감전된 것처럼 내 몸이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몸의 마디와 뼈이음새가 분리되어 피부 아래서 돌기가 솟아 육신을 빠져 나가려고 했다. 내 눈의 홍체는 이내 핏빛으로 변하고 흉부를 가르고 나온 비늘이 덮힌 가슴팍은 불덩이처럼 타들어가고 있었다. 손톱은 곰의 발톱보다 길어지고 우두둑거리며 등의 어깨죽지로 부터 나온 뿔과 함께 나의 사지는 강렬한 힘을 동반하여 뒤틀리고 꼬이려 했다.
나를 자신의 바이크에 태운 자는 넘어져 뒷걸음쳤고 다른 이들은 권총을 꺼내 실탄을
장전하고 내 앞에 서 있는 괴물을 향해 쏘았다.
괴물은 그래도 꿈쩍도 하지 않고 끈질기게 노려
보았다. 총알은 분명 괴물의 몸에 이미 수십발이 관통되었지만 괴물은 내게서 시선을 좀체 떼지 않았다.
빗발치는 총소리와 함께 변이를 일으키던 내 몸은 또 다시 삽시간에 본래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각질로 뒤덮인 피부가 정상적인 사람의 피부로, 꼬이고 뒤틀린 사지 역시 차츰 줄고 돌기와 가슴팍을 덮은 비늘도 재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내 변이가 멈추자 나를 노려보던 괴물은
비디오를 배속으로 되감기한 것처럼 튀어오른
엄청난 물줄기를 분수처럼 남기고 저수지에 흔적도 없이 잠수해 버렸다.
꿈을 꾼것처럼 이성이 마비되어 얼어붙었던
사람들의 어안이 벙벙한 표정은 한동안 계속되었지만 재차 쏟아진 물벼락으로 순식간에 모든 것이 마무리 되었으므로 그들은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넘어진 바이크를 세우고 당장 그 자리를
떠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나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수석연구원 지석은 대재앙의 전조라고
믿었다.
그들은 결박한 우리 두사람을 다시 태우고
굉음과 함께 속도를 높혔고 방동저수지를 빠져나와 연구소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내달렸다.
미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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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께에서 한번 각성을 했으닝께~~
두~둥~~~~~~~^^기대 됩니당^^
하지만 미끄덩님 말씀처럼
절정을 향해 달려가야겠죠^^
여기서 멈추고 내년 쯤에나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