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즐기시는 분들이 기다리시는 토요일이 되었네요.
마침 날도 우중충 하니 분위는 평소의 기쁨에 배가 될듯합니다.
이런 날씨에 낚시에 열중을 하려면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듯 하다는 생각에
재미난 글 다시 가져왔습니다.
글 읽으시고 잠이 들려고 할 때 상기하여 낚시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글의 주인공은 여자분입니다.
제 친할머니께선 무속인이십니다
손님받아 점 봐주고 굿 하시는 그런 거 보단
할머니 친정이 경북 김천인데 가족분들이나 동네 지인 분들 집짓는 자리와 시일을 봐주시는 게 다였어요
할머니댁에는 법당이 있었는데 제가 어릴 적 부터 할머니랑 오래 살아 그런 지
매 음력 초하루와 보름엔 과일이나 사탕등 올려 드리고 절을 하곤 했죠
지금은 연세가 많아서 법당은 안하시고 가까운 절에 가셔서 가족들 기도하곤 하십니다
아이코 본문을 써야는데 넘 길어졌네요
제목처럼 제가 여덟 살에 김천 시골에서 겪은 일인데요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가족들 여름휴가를 계획했었죠
제 아버지 형제가 3남2녀인데 우애가 좋아서 1년에 하계 동계 휴가를 날짜맞춰 같이 가거든요
저는 사촌들과 만나서 놀 생각에 넘 기뻐서 들떠 있었더랬죠
그런 저에게 시련이 닥치고 말았습니다
휴가 전 날에 할머니께서 집으로 오셨어요
아버지께서 낼 출발할 때 모시러 갈껀데 날씨도 덥고 무거운 짐까지 들고 이고 오셨냐며 타박을 하시더라구요
그런 상황을 보고 계시던 엄마가 냉수 한잔 드시람서 할머니를 주방으로 모시고 갔어요
두 분 대화 내용이
할머니: 에헤이 걔는 안된다 내가 김천 델꼬 갈끼다
엄마: 물을 무서워하니 백사장에서만 놀게할께요
방학만 기다려 왔는데 애가 크게 실망할 꺼예요
할머니: 아니다 야야~ 꿈자리도 안좋고 새벽기도 할라고 법당 초를 켜는데
갸가 슬쩍 보이더만 내 몸이 너무 추워가 떨려서 법당 초에 불도 못켜겠드라
내 말 들어라
이러시는 겁니다(걔는 필자를 뜻합니다요)
대화가 끝난 후 엄마는 저에게 여벌의 옷과 간식이 든 가방을 챙겨서 주시더니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시골갔다 오면 아빠쉬는 날 또 놀러가자고 하셨어요
영문도 모른 채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아빠 차에 실려서 김천으로 가는 내내 울다말다를 반복했죠
시골에 가니 아제 아지메들 뿐 제 또래 사촌들은 없었어요
젤루 어린 이란성 쌍둥이 남매가 있었는데
그 사람들도 고 2학년 어린 저에겐 어른들처럼 느껴질 뿐 놀거리도 없는 시골이 너무 싫었어요
제가 오리입을 한 마냥 삐죽거리고 있으니 저에게 와서
요 앞 물가가서 놀까? 개구리볼래? 송아지 낳았는데 가볼래
등등 어린 저랑 놀아주려고 남매 둘이서 진땀을 빼고 있던 중
할머니: 야들아 물에는 델고 가지 말그라
남매: 네~~ 고모 알겠어요
나: 할머니 미워 우아왕아아아
울음이 터졌죠
난감한 남매가 경운기 태워 준다며
경운기 뒤에 넓은 바구니에 과일 옥수수등 간식거릴 챙겨 셋이서 마을 구경을 나섰어요
골목길을 지나오니
2차선 차도가 있었구 차도 건너편엔 꽤 넗고
수심은 모르겠지만 제 또래 혹은 초등 고학년들이 놀고있던 걸로 기억하니 깊지 않은 개천가? 뭐 그런 게 있었어요
제가 내려서 놀고싶다는 눈빛을 광속으로 보내니
여: 깊지 않은데 잠시만 놀까?
남: 안된다 고모한테 혼난다 무조건 오늘 내일은 조심해야 된다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저는 또 우애앵하고 울었죠
어영부영 대충 논길 밭길 누렁이 송아지 구경하며 놀고 있는데 비가 조금씩 오는 겁니다
노는 건 중단하고
집으로 들어가니 동네 어른들 모여서 천막같은 거 설치를 하고
돗자리를 깔고 제사 때나 구경하던 큰 상도 몇 개 놓고 있는 겁니다
어른들 분주함에 마당에서 있음 안되겠다 싶어 작은방으로 들어가서 혼자 놀다 잠이 들었어요
몇 시간 쯤 잤나~ 어두운 밤이 된 거 같은데 밖은 시끌벅쩍 했어요
남매가 눈부비는 저에게 밥 먹으라고 밥상을 가져다 주는데
지금 생각하면 저도 참 버릇이 없었구나 생각해요
암튼 밥상을 거세게 거부하고 할머니에게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칭얼대러 갔습니다
할머닌 안된다 낼 사주시겠다며 단호하셨고
남매는 요긴 도시가 아니라 슈퍼가 멀어서 낼 날 밝으면 사준댑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제가 아니죠
저는 방으로 가서 가방을 뒤적거려 조그만 동전지갑을 주머니에 챙기고 때를 기다렸어요
할머니 정신없는 사이 남매 눈을 피해
아까 낮에 경운기타고 놀다 조그만 슈퍼를 봐 놨어서 대문으로 돌진했어요
그 때 갑자기 뒤에서 뭐가 절 잡아당기듯 목덜이를 낚아챈단 느낌?
그 때문에 뒤로 넘어져서 울음이 터졌어요
탈출은 실패로 돌아가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저를 할머니께서 안고 깊은 한숨을 쉬시더니
하드가 그래 먹고싶나 하셨어요
제가 웅웅 하고 대답을 하니
할머니: 그라믄 내랑 하드사러가자
대신 할매 손 꼭 잡고 절대 놓으면 안된다 알긋제
하시며 약속하자고 손가락을 걸었어요
할머니 손잡고 저는 콧노랠 부르며 아까 낮에 봤던 2차선 도로까지 갔을 때 쯤
갑자기 할머니께서 제손을 더 세게 잡으시며 할매 손 놓지말라고 꼭 잡으라고 하셨어요
저는 좀 아팠지만 꾹 참고 고개를 끄덕이며 웅 할매 하고 대답했어요
2차선 도로에서 우측은 논이 있고 좌측은 냇가였는데
할머니와 전 논을 오른 쪽으로 두고 마을 슈퍼로 가고 있었어요
할무니 슈퍼 멀었나~~ 여쭤보려 왼쪽으로 고갤드니
할머니께서 앞만 보고 걸어가라고 하시는 겁니다
노래불러 보라셔서 아기염소 부르며 가는데
제가 왼쪽으로 즉 냇가쪽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할머니께서 에헤이 똥강새이 말 안듣제 하시며 퍼뜩 노래 불러라 하시는 거예요
근데 저는 그 짧은 순간 보고야 말았어요
냇가쪽에 저랑 할머니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여자를
7부 정도 되는 바지에 반팔 티를 입고
어깨까지 내려오는 산발인 여자를
어린 저지만 갑자기 무섭단 생각에 할머니 말씀대로 노래를 부르며 왼쪽은 보지도 않고 슈퍼에 도착했어요
시골이라 그런 지 10시도 안됐던 거 같았는데 문이 닫혀있어
슈퍼 앞 평상에 저를 앉히고는 문을 두드려서 주인 분들을 깨우셨어요
저는 아까 그 여자가 아직 있나 싶어 냇가쪽을 바라 봤어요
근데 그만 산발한 여자와 제가 눈이 마주친 겁니다
여잔 슈퍼 앞을 뚫어져라 보고 있음에도 건너오진 않고 저만 주시하듯 바라보는데
너무 무서워서 할매 할매 소리지르니 할머니께선 제 시야를 가리시곤
요 망할것이 누굴 델꼬 갈라고 여기까지 쫓아왔냐며
니는 못델꼬 가니까 썩 꺼져라 하시는 겁니다
그렇게 험한 말을 하시는 할머닐 처음 본 거였어요
무뚝뚝하셔도 따뜻한 분이신데 ㅠㅠ
잠시후 슈퍼 문이 열리고 노부부께선
윤보살님 이 시간에 왠일이냐 시며 안으로 들어오시라고 인사를 하셨어요
저는 할머니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뒷걸음질로 슈퍼안으로 들어갔어요
할머니께서 시원한 물 한 잔 달라셔서 제게 먹이시곤 전화 좀 쓰자고 하시더니 시골집에 전화해서
자전거나 경운기 갖고 오너라 점방으로~
얇은 이불 실어가 오라고 조카를 부르셨어요
저는 아이스크림이고 뭐고 무서워서 덜덜 떨고 있는데 잠시 후 남매가 슈퍼로 왔어요
할머니: 이불 갖고와서 알라 동동 싸매라 목 위에까지
말을 듣곤 이불로 저를 싸매더니 할머니께서 논쪽으로 해서 집에 가자 하셨어요
그리곤 제 우측엔 할머니 좌측엔 쌍둥이 여동생이 앉았어요
논쪽으로 보라고 할머니 조카가 제 어깨동무를 해서 고개를 못돌리게 꽉 잡은 채 집으로 출발했어요
절반쯤 갔나 싶었는데 할머니께서 불경을 갑자기 외기 시작하셨어요
점점 할머니 목소리가 커지는데 너무 무섭더라구요
도로에서 논 사이 길로 들어서는데 잠시 세워봐라 하시더니 할머니께서
눼 이년아 아까도 집앞을 서성이더만
여기서부터 한발짝만 더 들어오면 니는 내가 천도 안해줄끼다 에라이 나쁜 것
잘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내가 니를 원망도 하고 욕도 했지만 그러면 천벌받을까 싶어
니 죽은 거 뵈길래 하루가 멀다 하고 니를 위해 기도했겄만 내 정성이 부족하더냐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들끼리 있어야 하는 법
다시는 내 새끼 내가족 근처에도 얼씬하지 마라
니 좋은데 가라고 천도해줄 사람 나 뿐이니 명심하라고
등등 한참을 호되게 소릴 지르시더라구요
그러시다 됐다 이제 집에 가자 하셔서 집까지 무사히 왔어요
집에 돌아와서 부터 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할머니께서 내 새끼 내 강아지 하심서 저를 꼭 안아 주셨어요
이틀뒤 저는 무사히 엄마 아빠 품으로 갔지만
여름방학 내내 수영장도 욕조에도 못들어가게 하셔서
목욕탕도 못가고 할머니께서 방학 내내 법당에 쓰는 향을 띄운 물로만 씻겨줬답니다
여덟살 사건 후 전 별 탈없이 지냈구요
질풍노도의 시기도 끝난 꽃다운 스무살 명절 구정이었어요
잉? 왜 여덟살 때 얘기에서 12년이 지난 얘길 하나 싶으시져?
그 이유는 필자가 성인이 되고서야 과거 봤던 귀신이 누군지 알게되었기 때문이예요
다쉬!!본론으로 돌아가서 저는 정말 진심으로 고등학교 졸업 후 술을 처음으로 마셔봤는데요
엄마 음식하시는 거 도와드리구(큰 집이라서ㅠ)
저는 친구들과 음주문화를 익히기로 해서 소주를 마셔봤어요
몇 잔에 헤롱헤롱 메롱메롱되서 집엘 갔어요
집에 가니 어른들은 술상 펼쳐놓고 대화 삼매경에 빠지셨고
아이들은 제 방을 아주 그냥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구 놀고 있더라구요
전 술기운도 있고 평소 어질러 놓는 성격은 아니기에 갑자기 화가 막막막 나는 거예요
특히 작은아버지 댁 사촌 애들이 어디서 놀았는지
옷에 묻은 얼룩 또 양말도 벗지 않구 침대를 활보하기에
너무 속상해서 사촌들을 일렬로 앉히고 훈계를 했는데요
그냥 착한 언니 버전으로 애들 주려고 사온 아이스크림만 주고 말았어야 됐어요
한참 아이들에게 큰언니와 누나의 포스를 풍기고 있을 때
작은어머니께서 그 광경을 보시곤
야~~ 너두 참 너무 한다
명절이고 애들끼리 놀다 네 침대에 좀 뛸수도 있지
뭐 되게 잘못한 애들 마냥 혼내키냐 연초부터 잘하는 짓이다!
이러시는 겁니다.
참 어이도 없고 순간 머리 끝까지 화가 났지만 작은어머니 뒤 레이저 쏘시는 할머니 계셔서
애들만 내 보내고 방에서 열삭히고 있었는데요
그 때 엄마가 오셔서는
딸~ 엄마랑 소주 딱 한 잔만 할까?
술 많이 마신 거 아니면 잠깐 주방으로 올래?
하셔서 주방으로 털래털래 갔어요
애들은 제 남동생방에 다 갇혀서
할머니께 꾸중듣나 할머니 목소리랑 애들은 네네 대답만 하더라구요
속으로 쌤통이다 했지만 내색않고 주방으로 가는데
거실에 계시던 작은어머니께서 제 아빠께
아주버님 ××는 누굴 닮아 성격이 까칠하고 직설적이고 참는 걸 모릅니꺼
아이고 가스나 저래 까칠하면 못쓰는데 지 엄마 닮아서 그런갑지예
아주버님이랑 행님은 안그런데 ....
가족들은 순간 동영상을 일시정지 한 듯 작은어머니께 따가운 시선을 보내셨고
그 때 저는 그 자리에 서서 발에 초강력 본드를 발라 놓은 거 처럼
딱 붙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작은 어머닐 쏘아 보고 있었어요
작은어머니도 많이 놀랐나 더이상 말을 이어가질 못하셨고
잠시 침묵이 흐르고 할머니께서 거실에 앉으시더니
××애비야 쟈 델꼬 느그집에 가라
애들은 놀래니까 여기 두고 술 마셨으니 운전 말고 택시타고 가서 일찍자고 낼 아침에 제사지내러 온나
얼릉 가그라 퍼뜩 안가모 내 ××애미 우짤 지 모르겠다 서둘러라
요 말씀만 하시곤 할머닌 방에 들어가셨어요
저는 다른 어른들께 허락을 받고 소주랑 잔만 들고 제 방으로 갔어요
도저히 무슨 상황인지 이해도 안되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데
엄마가 이것저것 챙기셔서 제방으로 가져다 주시곤
소주 다 마시지 말구 잠잘 정도만 마시고 자~~
아무래도 내일 제사지내고 할 이야기가 많을 듯 하다
맑은 정신으로 들어야 하니 조금만 마셔
말씀하시구 나가셨어요
전 소주 몇 잔 마시고는 수천수만가지 생각이 오가는데
울 아부지가 혼전에 날 낳고 결혼하셨나?
제 밑으로 남동생 둘이라 그렇게 생각하고는 잠들어 버렸어요
그 날 밤 저는 여덟 살에 봤던 그 여자를 꿈에서 만났어요
꿈에서도 너무 너무 무서워서 도망가고 다가오면 도망가고
그러다 잠이 깼는데 시곌보니 담날 오후 두시가 넘은 거예요
어제 소란스러웠던 작은어머니와 막내 작은아버지 내외분은 처가로 가셨는지 안보이셨고
큰고모 작은고모 내외분이 계셨어요
작은고모가
아이고 가스나 겨울잠자는 곰팅이도 아니고 땀을 뻘뻘흘리며 자더만
밥 무거라 밥 무꼬 커피 한 잔 하자
하셔서 저는 먹는둥 마는둥하곤 거실로 갔어요
앉으면서 아버지를 쏘아봤더니 슬쩍 자릴 피하시는 겁니다
그 때 날아온 작은 고모의 등짝 스매싱에 놀라서 가자미 눈을 뜨고 고모랑 눈싸움중인데
큰 고모께서 사진 몇 장을 꺼내시더니 말씀을 시작하셨어요
사진 봐바라 어릴 때 본 여자 맞제...
뚫어져라 보니 정말 아기 때인 저를 안고 찍은 사진과 독사진이더라구요
저는 사진을 보자마자 제 출생에 무언가 비밀이 있었단 걸 알았어요
이 여자 아니 이 분 누구예요....?
한 마디만 하구 저는 고갤 들지 못하고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어요
아고 손가락이야 ㅠㅠ 모바일로 하려니 안되겠어요
컴으로 이어 갈께요 "ㅈㅈ ㅏ잔~ 다시 왔어요 캬캬캬<
그렇게 울고 있는데 큰 고모께서 말씀을 이어갔어요
그 사진속 여잔 은봉이 친모다
어릴 적 내 친구이기도 하고 네 작은 아버지 어릴 적 첫사랑이기도 하다
여기서 저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아 한참을 듣고 들어서야 이핼 했어요
그러니까 제 아버지 형제가 3남 2녀라고 말했듯
아버지>큰고모>작은아버지>작은고모>막내작은아버지서열인데요
그 중 가운데 작은아버지께서 어릴 적부터 동네서 함께 자란 누이친구를 짝사랑하셨대요 첫사랑이죠.
그런데 그 분은 작은아버지가 싫었는지 어린애 취급만 하고선
먼저 성인이 되자마자 서울로 가서 살림을 차리셨나봐요
5년후 작은아버지도 고등학교 졸업 후~ 공부를 안하셨나 일찍 취업을 하셨드래요
이래저래 세월이 흐르고 있던 중~ 부산에서 일을 하셔서 주말에나 할머니께 오셨는데
익숙한 뒷태가 할머닐 마주하고 있더랍니다.
대전으로 시집간 큰 고모도 계시고 아버진 작은 아버지 보자마자 싸늘한 시선만 남긴 채 마당으로 나가셨고
집엔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작은고모 막내 작은아버진 학교에 있었나
암튼 할머니께선 얼른 이야길 마무리 짓고 싶으셨나 작은 아버지께
요 들어와서 앉아봐라!!(저를 안으시면서)
요 꼬물꼬물한 게 니 얼라 맞나~!~!!!!! 맞나!!!!
작은 아버진 그 순간 지금말로 멘탈이 가출한 상태로 저를 안고선 그 여인에게
누나 이게 우째 된 일인데
우리 그 때 아무 일도 없었잖아 누나!!어?? 말해 봐라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 가자면 5년 만에 나타난 여인은 서울서 잠시 고향에 들렀을 때~
주말에 작은 아버지를 우연히 만나 작은 아버진 부산으로 바로 가진 못하고
두분이서 이런저런 얘기하고 소주도 마시고 했다고
그러다 둘 다 술이 많이 취해서 외박을 하곤 작은 아버진 아침 첫차로 옷 입은 채로 일어 나셔서 부산으로 가셨대요
그 후 일년이 훌쩍 지난 오늘 핏덩이 아일 데리고 와서 딸이라니!!
청천벽력같은 말이었겠죠
그 여인이 잠시 후 입을 열었는데
맞다 니 애기~ 우리 애기 맞다
그 날 무슨 일 있었다 그러니 둘이서 키워야 한다~~
이 말만 남기곤 입을 닫더랍니다!!
할머닌 아니다 이건 분명 내 자식이 저지른 일이 아니다라고 직감하셨대요
하지만 작은아버진 할머니와 가족들 만류에도 저랑 그 여인을 데리고 부산으로 갔답니다
다 쓰러져 가는 작은 방에 저랑 셋이서 살림을 차리셨는데 제가 첫 돌 되기 직전에 사라졌대요
저녁에 일하고 돌아와 보니 애는 울고 있고 난장판에 엄마란 사람은 없어졌다는 겁니다
작은 아버진 어찌할 줄 몰라 무작정 저를 안고 대전 큰 고모댁으로 가셨대요
애 엄마 없어졌으니 누나가 잠시만 데리고 있어 달라며 찾으러 나섰는데
작정하고 숨어버린 그 여인은 찾을 수가 없었대요
그 여인을 찾는 수 개월 동안 저는 엄마 아빠란 단어말고 고모 고모부 오빠란 단어를 먼저 배웠다는데요
그런 저를 큰고모는 둘째를 임신하셔서 몸도 무거우신데
고모부 역시 조금의 싫은 내색도 하지 않으시며 저를 애지중지 키우셨대요
몇 개월 후 작은 아버지가 돌아 오셨을 땐 폐인도 그런 폐인이 없었고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제 양육땜에 고향으로 다들 모여서 의논을 했는데!
지금 아버지께서 누가 올 꺼니까 잠깐만 있다 얘기하자고 하셔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셨고
오신 손님은 지금의 제 엄마입니다~
엄만 처음 인사 오자마자 아기를 좋아하셔서 그러셨나 저를 안고 업고 하셨대요
그 때부터 연이 될라고 그랬나~
저는 잠시도 안떨어지고 착 붙어서는 조그만 눈망울로 지금의 엄마를 바라보며
고사리같이 작은 손가락으로 코끝을 콕콕 찌르며 코코코~코~ 하더래요
지금 아버지와 할머닌 귀한 남의 딸 데려다가 고생시키면 안된다고 결혼을 안하겠다 하셨는데
엄만 친정가족들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오빠랑 저랑 둘이서 예쁘게 키우겠다고 몇 달을 하루도 빠지지도 않고 할머니댁 문턱이 닳도록 찾아 오셨대요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가 결혼을 하셨고 저는 새로운 부모를 만났어요
아버지 어머니 결혼하시구 두 분은 조심한다 하셨는데 제 바로 밑 동생이 생긴 거예요
만삭 때까진 저랑 엄마 아빠 할머니 삼촌 고모 요렇게 다섯식구 살았는데요
동생낳구 몸조리 하시러 친정엘 가셨었어요
저는 아장아장 걷고 엄마 아빠 할미 등 말도 하구 감정표현도 할 때였어요
만삭에도 저를 업어 주시던 엄마가 안보이자 떼도 쓰고 사흘 밤낮으로 울더래요
할머닌 너무 힘드셔서 엄마 목소리라도 들려주시려 전활하셨는데
외가에서 우리 딸 몸조리가 우선이니 통화는 안된다고 거절하셨나 봐요
속상하지만 죄송하단 말씀만 몇 번을 하시더니 전활 끊고 저를 꼭 안으시며 대성통곡하셨대요
할미랑 같이 죽자며~
고모랑 막내작은아버지께서 한참을 말리고 있는데
제가 대문 쪽을 보더니 엄마엄마 하며 방긋방긋 웃더래요~
세 분이 밖으로 바라보니 신수가 훤해진 제 진짜 엄마가 선물 봇다릴 가득 들고 오셨는데
참 저는 여기 얘기부터 기가 찹니다
대뜸 마루앞에 무릎을 꿇더니 죄송하다고만 몇 번을 하더니 쌩하고 가버렸대요
그 때 할머니 고약한 년 천하에 나쁜 년 욕이란 욕을 퍼부으시곤 또 우시더랍니다
근데 이상하게 몇날 며칠 울던 애가 더이상 울지도 않고 맘마 찾고
할머니께 뚝! 뚝! 이제 고만 고만 이렇게 말을 했대요
그 여인이 가져온 보따리 속엔 현금 200만원과 제 옷가지들 장난감 등등 들어있었는데
차마 돈은 태우지 못하시구ㅋㅋ
장난감이랑 옷은 다 태워 없앴대요 재수없다구
그 여인 가족들은 인척에 살고 있었지만 한번도 왕래를 안하셨고 할머니도 역시 찾아가지 않았대요
동네에서 손가락질하니 이사를 갔더군요
그렇게 두어달 후 엄마가 동생이랑 집에 오셨는데
제가 작은 손으로 동생 얼굴을 만지고 부비더니
아기 예뻐 예뻐
라고 말하며 엄마품이 아닌 할머니 품에 안겨서 엄마에겐 가질 않더래요
그저 웃기만 했답니다.
할머닌 안심하시며 분가하라고 호통치셔서 쫓겨나듯 아빠 엄마 동생만 분가해서 나가셨구
일주일에 두어번 집에 들르곤 하셨대요
할머니께선 매월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법당에 물 떠놓으시구 새벽 기도하셨는데
제가 다섯살이 되던 해부터 할머니 일어나실 시간에 벌떡 일어나더니
할머니따라 세수랑 양치를 하고 옆에서 양말도 신구 법당에 쫄래쫄래 따라 들어가선
할머니 외시는 불경은 따라하질 못하니 옹알옹알 하면서 큰 절을 따라하기 시작했대요
세월이 흘러 7살에 다시 엄마 아버지랑 같이 살게 되었어요
다른 가족들은 직장이 다른 지역이라 뿔뿔히 흩어지구
할머닌 경남 쪽에 작은 오두막집을 지어 혼자 계셨어요
저는 동생이 또 생겨서 다섯 식구가 되어 단란하게 지내던 중
엄마 아빠 막내 셋이 자구 저랑 첫째동생은 같이 잤었는데
새벽에 첫째 동생이 부모님 방에 가서 누나없다며 울더래요
놀란 부모님은 온 집에 불을 켜서 절 찾았는데 보이지 않으니
아버지가 밖으로 나오셔서 아파트 단지를 뛰어다니시던 중 저를 놀이터에서 발견하셨대요
잠옷차림에 신발도 없이 미끄럼틀에 앉아서 누구랑 얘길하는 듯 하더래요
아버진 놀라셨지만 저를 안고 집까지 숨도 참아가며 뛰어 들어오셨는데
저는 아빠품에서 그 짧은 시간에 쿨쿨 자더랍니다
저를 물수건으로 닦아서 뉘여놓구 엄만 할머니께 전활거셨는데
정말 너무 무서운데 전화를 받지 않으시더래요
그 때 번쩍 생각난 게
할머니께서 혹시 은봉(필자별명입니다)이가 이상해지면
꼭 현관문 안쪽 바닥에 펼쳐놓구 있으라고 하시면서 부적 한 장 주셨대요
그걸 꺼내 놓구 동생들 안정시키고 나니 집에 초인종 소리가 들리더래요
엄마아빤 아무래도 이상해서 한참동안 현관문을 열지 않으셨대요
그러고 잠시 후 할머니께서 이제 됐으니 문 열으라고 하셔서 안도하고 열어주셨대요
여기서 한가지 덧붙이자면 제가 엄마아빠에게 보내지구 얼마 지나 할머니 꿈에 제 생모가 자꾸 나오더래요
그 때 뭔 일이 일어나겠다 싶어 부적을 주셨는데 일이 생긴 거예요
할머니께선 전날부터 기도하시는데 몸이 춥고 기도에 집중이 안될 정도로
몸이 떨리구 두통에 숨도 쉬기 힘들었답니다
그리곤 겨우 잠을 청하셨는데 그 날은 제 생모가 아닌 제가 꿈에 나와선
할매 할매 나 엄마따라 놀러간다~할매두 같이 가요
이러더래요 할머니가 저를 잡으려고 달리구 달리시다 깨셨는데
법당에 불을 켜니 할머니께서 모시는 신?할머니께서
가라 어여가라 인사는 나중에 해도 된다
고 등떠밀듯 하셨대요
그렇게 먼 거리두 아닌데 할머닌 숨넘어가듯 택시기사님께 돈을 얼마주시곤
내 손녀 목숨이 걸렸으니 빨리 가달라
고 부탁을 하셨대요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니 할머니 몸이 떨리고 머리가 너무 아파 걷지 못하구 엉금엉금 기어
제가 있던 놀이터에 오셨는데 아빠가 절 안구 뛰어가시는 걸 보시곤
부적을 대나무에 부적을 감아 기고 기어서 현관까지 오셨대요
현관에서 겨우 일어서서 대나무로 현관을 훓고
삼베주머니에 저 애기 때 주고간 200만원 넣고 술잔에 술따라서 현관옆에 두시곤 이제 됐다 문 열어라 하신 거래요
들어오셔서 속에 든 내용물은 할머니만 알고 계셔서 여쭤보지두 말라셨단데
암튼 그걸 저 몰래 침대 밑에 두시곤 절대 개봉하지말고 누구도 손대지 말라 말씀하셨답니다
헥헥 이제 끝나가요 ㅎㅎ
그때쯤 돌아가셨나봐요
저는 아가 때부터 7살 처음 귀신따라간 거까지 조금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어려서 그랬나 아님 6,7세땐 띄엄띄엄 기억한단데 저는 제 스스로 기억하고 싶지 않아했나봐요
스무살 때로 돌아가싶시다ㅋㅋ 길다길어 ㅎㅎ
저는 모든 게 충격이고 받아드리고 싶지 않았지만
저 혼자 있겠다고 제 방에 들어가서 이틀넘도록 나오질 않았어요
물론 용변은 보러 나왔습니다ㅋ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해보니
엄마가 저랑 동생들을 차별했던 이유를 알고나니 저는 정말 효녀가 되야겠단 마음가짐과
현재 이 글을 작성하는 순간에도 정말 울엄만 천사구나 또 존경스럽네요
외벌이 빠듯하셔도 아끼고 저축하셔서 집장만 하시구
없는 돈 쪼개 모아서 저는 백화점 옷들과 신발 사 입히시구
그런 누날 보며 왜 누나만 비싼 거냐 투덜대던 동생들에게
꼬우면 너네들도 여자로 태어나던가~~ 하시며
누난 여자니까 여잔 연약하니 너네들이 양보하고 사랑해줘야 한담서 두 동생들을 다독여 주시던 제 엄마
그 덕에 지금까지 저에게 험한 말 말대꾸 한 번 없이 듬직하니 잘 자라준 제 동생들~
제 엄마와 가족들 너무 훌륭합니다 흠흠ㅋ
이제 마무리는 어카죠?
몰라 몰라
무튼 귀신썰로 마무리 된 거 맞져?
손가락 불나려해요
저는 이만 꼬로록 합니다
밤낚시 졸음방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8
바람난뗏장 / / Hit : 13244 본문+댓글추천 : 3
다행이 딸이 부모님의 사랑을 알고
효도 하게다는 마음 가짐이 고맙군요....
잘 보고 갑니다....
또 다음 작품을 기다려 봅니다......
필자가 어린 시절 겼었던 생모의 사후 모습을 보았다고 했었는데 그럼 필자도 할머니의 피를 물려받아 약간의 신기가 있었던 모양이네요. 귀신은 일반인들은 볼 수 없는 존재라고 들었고 신 내림을신내림을 받는 자만이 귀신을 볼 수 있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생모가 왜 자기 딸을 저승으로 데려가려고 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없더군요. 보통 부모라면 자식이 잘되는 것을 바랄 텐데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이해력도 떨어지고 순발력도 떨어지고 해서 처음에는 무슨 가족관계가 이렇게도 복잡하며 장소는 김천이 나왔다가 또 사라지고 하니 당최 줄거리를 정복하지 못하겠더군요. 두 번째 차근차근 읽고나서 줄거리가 잡히고 내용이 이해가 되네요. 나이는 어쩔 수가 없네요. 하지만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다음에 또 재미난 글 부탁드려요^^
저는 산청인데.. 말투가 딱 맞아떨어져요 ㅎ
알긋제~~/갸가? 이런 낱말을 글보다는 직접 들어여
하는데 ㅎㅎㅎ동네 아지매가 들려주시는 이야기처럼
귀에 들어옵니다.
저도 약간 무서운 이야기가 있는데
글솜씨가 없어서요.
꼭 가족이라고 좋은길로 인도해 주진 안더라구요.
어릴때 사망(농약으로인한 /당시 22세정도 지금 생존했으면 60을 바라보는 나이)
한 사촌누나가 3년전에 사촌둘째형을 데려갔어요.
점쟁이 할머니께서 숙모한테 그리 조심하라고 했는데도 들은척도 않더니만...
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