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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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월척신고 (참회의 월척 조행기)

부담스러운 초짜를 데리고 낚시를 해 본 경험이 있으시지요? 낚시가 고독한 취미 종류겠지만, 여러분이 같이 같은 물가를 가도 자리를 정하거나 아니면 밥 먹을 시간 말고는 붕어와 알아서 만나는 것이 낚시의 기본일 텐데, 작년 한해는 늦동이 아들놈을 데리고 여러번 동행 출조를 했습니다. 아들놈이 따라 붙어 그렇게 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놈이 취미가 독특해서 이른바 회장님 낚시를 즐깁니다. 같이 가는 사람은 할 일 많고 피곤한 이런 종류의 낚시 유형으로는 크게 사장님급 낚시와 회장님급 낚시가 있는데 먼저 사장님급 낚시는 같이 따라간 사람이 자리선정과 낚시대 차림, 의자대령, 파라솔설치, 미끼조제 등 일체의 점방차림을 대신하고, 정작 낚시할 본인은 물가를 어슬렁 거리며 풍류를 즐기다가 세팅이 끝나면 ‘에헴!’ 하고 자리에 앉아 낚시를 시작하는 수준을 의미 합니다. 여기에 비해 한급수 높은 회장님 낚시는 사장님 급에다가 미끼운영과 살림망운영을 더한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회장님은 점방차림을 하는 동안에 차속에서 기다리시기도 하시고요. 회장님급 낚시에서는 동행 출조자가 미끼도 달아주고 붕어가 걸리면 고기도 떼어 주고 다시 미끼를 달아 앞치기도 해줌은 물론, 중요한 것은 살림망 운영인데요, 지금까지의 조과를 기억했다가 현재 몇 수나 하였는지 살림망에는 어류 종류별로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기억했다가 가끔씩 감탄하는 어조로 과장을 좀 섞어, ‘벌써 붕어 다섯수에 메기 두수를 하셨네요. 같은 자리에서 붕어와 잡어를 이렇게 여러 수를 하시다니 참 대단하십니다!’ 이런 말도 간간이 섞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회장님낚시는 본인은 챔질만 하는 풀 옵션 서비스낚시를 의미하는 것인데요. 문제는 아들놈이 회장님 낚시를 즐긴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같이 데리고 가면 좀 피곤합니다. 그냥 피곤한 정도가 아니라 경호원 겸 수행원인 저는 낚시는 뒷전이고 회장님이 즐거우신지 어디 불편하신 데는 없는지 살피는 것이 주로 제가 할 일이지요. 알고보니 이런 낚수를 경험하신 분이 월철지에도 상당수 계시더군요. 어느 날은 줄이 엉켜 늦은 밤에 감각으로만 얼킨 줄을 풀어주고 있었는데, 제 낚시대를 떡붕어 한 놈이 채고 나가다가 받침대주걱에 대롱대롱 아슬아슬 구사일생으로 걸린 적도 있었고 참 그간의 사연이 많았습니다. 일종의 수련기간 이라 생각하고 있지만요. 그러던 어느날, 이놈이 동행출조한 낚시에서 글쎄 7치 되는 붕어를 한 수 걸었습니다. ‘또 걸렸다아~ 빨리와서 고기 떼고 밥달아!.’를 외치던 아들놈이 챔질한 붕어를... 아휴~ 그놈 눈이 달린 것이 이상하더군요. 하인처럼 열심히 붕어를 떼고 있는데,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저를 ‘아빠!’ 이렇게 부르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이놈이 아빠한테 너무 고마워서 그러는 줄 알고 저도 최대한 부정을 가득담은.. 왜 그런거 있지 않습니까, 적당히 권위도 있게 그런 것 말입니다. 아무튼 최대한 부드럽게 ‘왜?’ 하고 쳐다보니까, 아들놈 입가에 썩소가 묻어있는 겁니다. 여기서 ‘썩소’란 ‘썩은미소’를 말하는 것인데 일종의 비아냥거림이 묻어있는 미소를 말하는 겁니다. 이놈이 글쎄, 썩소를 머금고 나한테 하는 말이... ‘아빠, 아빠는 왜 고기를 잘 못 잡아?’ 하는 게 아닙니까? 순간, 팰 뻔 했습니다. 그래도 자식인지라 꾹 참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말 하려는 기조는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니가 무슨 20년 넘는 조력의 소유자냐,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바 없다. 나두 내가 초짜인 것은 알지만, 너랑나랑 비슷한 조건으로 낚시를 하여 나보다 니가 더 잘한 것도 없고, 오늘만 해도 내가 너보다 조과가 좋다. 너도 보지 않았느냐. 그러니 나는 당신이 더 실력자라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 낚시대만 좋고, 많이 가지고 다니기만 하면 실력 좋은 조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니가 가르쳤다. 상황이 대충 이 정도라면 낚시대를 다 나한테 넘기고 조용히 은퇴함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 ' 뭐 오고간 말은 많았지만, 존칭 생략하고 드라이하게 요약하면 대충 그렇게 되는 건데요. 이게 싹 무시하기에는 나름대로 논리를 갖추고 있어 제 기분이 심히 공허 하더라구요. 그리고 내가 이렇게 무시를 당하고 낚시를 계속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가 막 밀려오고요. 무시당해 보세요. 기분 드럽죠. 그런데 그날, 제가 지정해준 아들놈이 앉은 그 자리에 뭐가 그렇게 쉴새 없이 나오는 겁니다. 그날 아들놈은 칠 팔수 정도 하는 동안에 저는 붕애 두 세마리가 다였고 ㅠ ㅠ 제 옆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은 조사님은 내림을 하시는데 마릿수 조과가 좋아 연신 챔질인데, 참 제가 생각해 보아도 둘은 비교할 수준이 아니고, 저와 제 아들을 비교해도 이건 뭐 너무 차이나는 상황이더라구요. 마릿수 조과에 연연해 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런 순간에는 그 말만 가지고는 잘 안 되는 상황이 생기더라구요. 짧은 순간이나마 그날 바닥을 때려치우고 내림으로 가야되나 하는 생각을 깊게 했지요. 아무튼 그날 기분 잡쳐서, 조금만 더하자는 아들을 ‘너 숙제 다 했어?’ 이렇게 다그쳤더니 글쎄 이미 숙제를 다 했다는 겁니다. 나쁜 놈... 그래서 할 수 없이 기다리지도 않는 지 에미가 기다릴 것이라는 둥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돌려세워 5시 쯤 철수를 시작해서 대충 집에다가 내려놓고 밥을 먹는둥 마는둥 착찹한 마음을 가눌 길 없이 다시 물가로 달려갔습니다. 자식한테 이런 수모를 당하고 맘 좋은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요. 그리고 물가에 앉아 생각해 보니 아들 놈 데리고 다니느라 초여름부터 초가을 까지 낚시 같은 낚시 한 번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내 신세가 처량하기도 달은 왜 그리 환한지... 혼자 대를 펴는데,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더라구요.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지요. 낮에 거의 꽝치다시피한 그 자리에서 승부를 보기로 했는데, 대물승부를 보든 아니면 분명한 마릿수 승부를 내서 관고기를 해가던 뭐 그렇게 되어야 하는데, 참 절박한 순간이었겠지요? 그날, 일이 되느라고 음력14일 달이 곧 구름에 가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만든 날이었는데, 주변이 조용해지니 상황이 좀 다르더라구요, 초저녁에 일곱 여덟치 급을 포함 몇 수를 올려 심심치는 않았는데, 밤 11시 넘으면서 입질이 끊어지더라구요. 대물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새우망도 없고 대물이라는 것이 언제나 꽝이 많아서 망설이던 차에, 12시경 다시 다섯치 급을 한 마리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짧은 대를 펴고 싶더군요. 낮에 밑밥질을 좀 해 두었던 제방 바로 아래 포인트에 조금 더 수심이 깊어 요거 심상챦은 곳 같은데... 하는 그 자리에 넣을 요량으로 칸반을 폈지요. 펴고 얼마 되지 않아 뭔가가 예신 없이 찌를 한마디 올리길래 채 봤더니 헛챔질이 되었고. 다시 미끼를 달아 넣어 놓고 15분 정도 지났을까? 가볍게 반 매디를 들었다 놨다 하길래 꾹 참았지요. 그리고 난 뒤 아주 천천히 찌를 두 마디를 올리더라구요. 이런 입질 환장하는 입질 아닙니까? 더구나 칸반의 재미가 뭡니까? 마치, 눈앞에서 찌가 움직이는 것 같은 미세함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 아닐런지요? 떡밥과 아쿠아텍 반반 섞은 조금 딱딱한 미끼를 제대로 물고 놈이 올라왔습니다. 턱걸이급 월척이었고요. 저도 아들놈 데리고 다니느라 낚시 같은 낚시 한 번 못해보다가 오랜만에 월을 걸은 것이기도 하고 그것도 노지에서 칸반에 걸었으니, 챔질 이후에 돌 결린 것처럼 묵직하게 무게가 느껴지는데 제압까지 제법 손맛이 좋았습니다. 그런데ㅡ 여기서 안하던 짓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민물고기를 찾는 사람이 주변에 없기도 하고 설혹 있다해도 가져갈 위인도 못되고 대개 ‘잘가라 사짜 되어 다시 만나자.’ 하고 방생하는 수순으로 낚시를 해왔는데 그만 이놈을 살려 가지고 가서 아들한테 자랑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겁니다. 다른 놈은 다 방생하고 주변에 풀을 뜯어 물통에 담고 집으로 가져 왔지요. 집에 가져가서 ‘봐. 임마!’ 이거 한 번 해 볼라고요. 그리고 다시 살려줄 생각으로 말입니다. 차 뒤에 싣고 오는데 이자식이 푸더덕 거리고 물을 튀기더군요. 집에 도착해서 마땅한 수조가 없어 아이스박스를 찾아 꺼내 거기다 담아 놓고 아침에 일어나 아들놈한테 자랑을 한 것 까지는 좋았고요. 무엇보다도 낚시대는 너한테 못 넘긴다, 어림도 없다는 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근데 글쎄... 너무나도 미안하고 죄스럽게 이놈이 아이스박스에서 만 하루를 못 견디고 사망을 했습니다.... 그 허무함이 어떻게 형언할 방법이 없는 일이더군요. 예전의 노지 붕어는 다라이에 담아놓아도 하루 이틀까지 잘 견뎠던 것으로 기억이 났었는데, 오랫동안 방생해 와서 사정이 어두웠고, 그동안 뭐가 그리 변했는지 노지붕어도 살던 물을 떠나서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을 깊게 생각하지 못한 잘못이 있었지요. 보여주고 바로 아침나절에 바로 살려 줬어야 했는데, 시간을 끌고 잠깐 일을 보고 오후 4시 쯤 돌아와서 보니, 그만 죽어있더군요.... 어찌나 미안하고 허무한지.... 싱싱한 생명을 소멸시킨 자괴감이... 그 날 이후로는 결심에 결심을 했습니다. 11월부터 수로를 다니면서는 아홉치가 넘어가도 계측도 하지 않았고요. 봄철이 되면 어떨런지 또 모를 일이지만, 당분간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어쩌다 운이 좋아 4짜를 만나게 된다 하여도 붕어는 단 한 마리도 물가에 그대로 둘 결심을 했고, 물론 그 이후로 4짜를 만나지도 못했지만, 그 약속을 잘 지켜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것이 위안이 되지는 않겠지만.... 몇해 나중에 낚시를 시작한 후배하테 이런일이 있었다고 했더니 후배가 그러더군요. 큰걸 많이 못잡아봐서 그렇다고요. 예, 정확히 바른 말이었습니다. 한 없이 부끄럽기만 이야기 입니다. 배경이 이러니 월척신고에는 어울리지 않을 일이고요. 추억의 조행기는 더 더욱 어울리지 않을 것이도 합니다만, 이 놈의 눈만보면 왠지 어질기만한 붕어... 죄스러운 마음 글할길 없고요. 막연한 조행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들놈 핸드폰에 아직 사진이 남아있어 반성할 겸 글 올립니다.
부끄러운 월척신고 참회의 월척 조행기 (커뮤니티 - 추억의조행기)

아고, 선뱃님!

부자간에 알콩달콩 조행길 너무 부러운데요.

울 아들넘은 델구간대고 싫다구 도망가는데......

이눔 델구가 손맛 한번 맛들여 놓으면 낚수 댕기기가

훨 수월할것 같은데 도통 말을 안듣네요.
저는 작년 가을에 잡아 수족관에 넣어둔 잉어 두마리

봄되면 물가로 돌려보낼 예정입니다

생각보다 건강해 보이더라고요

나중에 아들이 더크면 반대로 "파트린느님"이 회장님 하십시요
가끔은 아드님처럼 "황제낚시"를 하고싶어집니다
장소선정해 미리가서 대펴놔라 ... 이러이러한 포인트에
잘놔진 포인트에 턱..앉아서 피곤하면 눈감고있다 ..옆에서 입질왔습니다 하면
얼른 챔질하고 ...
고기 망에 담는건 아랫것들(?)시키고 ..

조앞가서 그집에서 파는 음식말고 냉장고에 좋은 고기있거든 그거사다가
소금뿌려 스테이크좀 꾸고 술은 깔끔한 문배주로 ..

대말려라 ..
집에가자 ...

아들녀석이 좀 커야 황제낚시한번 할텐데
요녀석이 공부좀 해라 ..잔소리했더니 ...... 네.. 형 이럽니다
덩치가 제아비만 해지더니 이제 막먹으려드네요
오늘저녁에 녀석 군기잡습니다
효도르의 파운딩 .브라질리아 주짓수 아는기술 다동원해서
마구 패줄생각입니다
한편의 장편소설입니다.

빨리 아들 키워서 낚시터 댈꼬가야 겠습니다.

회장낚시든 사장낚시든 일단 빨리 커야 할 낀데...
파트린느님

재미있는 글 잘 보았습니다

세월이 지나 역전의 날이 오겠지요

아드님이 장성해서 효도 낚시 가자고 할 날이 분명 올 겁니다

지가 대 깔아주고 텐트 펴주고 음식 까정.....
그맘 이해합니다. 물고기가 나때문에 죽으면 너무 미안하죠..
파트린느님! 부자간에 출조하신 아기자기한 조행기 잘보았습니다.
아버지로써의 체면.. 이거 참 차리기 힘듭니다. ^^

말못하는 미물이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은둔자님의.. "요녀석이 공부좀 해라 ..잔소리했더니 ...... 네.. 형 이럽니다
덩치가 제아비만 해지더니 이제 막먹으려드네요 " 압권 입니다. ^^
아들늠 예전에 낙수델고 댕기면서 하두 심부름 많이 시켜 핑계대면서 안따라오더니

이늠 낙수취미가없나보다 ,,내심다행으로 생각했는데 ....

어느때부턴가 독자노선을 걷더라구요

파트린느님 지금 아드님자랑하시고 싶은거맞죠^^
어렸을적에 아버지 따라서 저수지로 떡밥낚시를 곧잘 다니곤 했습니다.

일년에 두어번 밖에 안됐지만, 그 기억이 뇌리에 깊이 새겨져 나이 서른에

장가갈 생각도 없이 주말이면 낚시놀이 다니느라 세월가는 줄 모릅니다.

가끔 댐으로 아버지 모시고 낚시하러 가면,

회장님낚시 까지는 아니지만, 먹을 것 준비하고 좌대 예약하고, 낚시가방 챙기고,

물가에 도착하면 아버지 받침틀 펴드리고 받침대 세우고, 채비 점검해서 넣어드리고,

떡밥까지 개서 앞에 놔드리고, 고기 잡으시면 뜰채 대드리고, 살림망까지 대령합니다.

그러면서 한 번도 피곤하다는 생각 안들더군요.

아버지께서 내내 정정하셔서 더 오래 함께 낚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뿐.....

파트린느님의 아드님도 효도낚시 할 나링 분명 올껍니다~^^
아들녀석만 둘 키워서 어렸을때
(컴퓨터가 방안을 지키지 않았을때)
곧잘 전가족이 낚시를 갔습니다

철부지였을땐
아내는 제 허리를 잡고 한녀석은 오토바이 기름통위에
한녀석은 아내허리를 잡고
그 많은 낚시보따리 오토바이 한대에
싣고 낚시를 다녔더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참 좋았었단 생각이 듭니다
한번쯤 글을 안올리시나 하고 기다렸었는데

기대대로 흐뭇하고 재미있는 조행기 올리셨네요.

평생조우가 될 아드님 잘 모십시요..^^
부럽습니다~~~~~~~~~~~~~~~~~~~~~~~~~
울 아들넘 장에가서 뻥튀기통에 함방튀기러갑니다~~~~~~~~~~~
언제나 498 안출하시길기원합니다
부자간의 낚시가 부럽습니다.
아들 7월에 제대하면 가방매이고 앞장 세워 대려가 봐야지.
머리 굵었다고 까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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