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겨우내 한 주도 빼놓지않고 낚시를 갔다.
토요일 정오만되면 출발하는 그 조행이
월요일 정오만되도 벌써 그 주에 출조할 출조지를 탐색하느라
온갖 지식을 동원할만큼 즐거운 겨울이었다.
추운 겨울에 즐기는 낚시는 그 어느계절에 하는 낚시보다
색다른 맛이있다.
추운것만 빼면 그 어느계절보다 낚시하기가 좋구,
가끔 눈발이라도 비치면 그 분위기는 정말 이루 말로는 표현하지못하고
그 순간을 경험한 사람만이 알 그런 추억일 것이다.
늘 함께하던 너무 유쾌한 조우가 있어서 그 겨울은 더욱 알찼다.
살면서 여럿 유쾌한 사람을 봤지만,
마치 나에게만 적합한 유머인것처럼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큰 웃음소리를 만들게하는 분이었다.
"이번주는 경주 xx못으로 가자.
대물이 겁나게 많다."
경상도가 고향이 아닌 나로써는
그 경상도식 "겁나게"라는 표현이 정말 덜컥 겁이나기도 하고,
과장의 표현을 경상도식으로 과격하면서도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같아
살짝 웃기도 하는..
그날은 날씨가 하루종일 좋지 않았다.
보슬비가 주적주적 내리는데
한겨울에 비라그런지 비가 올때는 다소 따뜻한 감이 들었다.
원래 소류지만 다니시는 분인데 함께가본 못중에 규모가 가장컷다.
사실, 난 좀 큰 못을 좋아한다.
그물로는 못말리는 씨가 낚시로는 말린다는,
소류지는 작은만큼 낚시로 고기를 낚아내면 자원이 빨리 줄 것이고
또 낚시가 되는 시기를 맞추기도 어렵고,
이런저런 이유로 큰 못을 선호하던 중에 속으로
"좋구나" 했다.
형님은 언제나 편한 자리를 좋아하셨다.
그래서 상류 모래톱에 앉으실 줄 알고 불편해보이지만,
웬지 고기가 들듯한 곳부리에 어렵게 자리를 마련했다.
그런데 어찌된일인지 그 좋아하는 편한 모래톱을 마다하고
나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하신다.
"식아 내가 거기 눈여겨 보구있었는데,
니가 바로달려버리냐"
뭐 이왕앉게된거 그냥 하룻밤 지새려구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웃고 넘겼다.
겨울해는 너무 짧다.
5시를 조금넘기니 어둠이 찾아왔다.
그 날은 보슬비가 흠뻑내려 달도없구 암흑천지에 찌불만 바라보게되었던
날이었다.
7시쯤 왼쪽 두번째 3.2칸,
죽은새우와 글루텐 짝밥을 달아놓은 낚시대에
예신이 왔다.
수면에 잠길듯 말듯 맞춰놓은 찌가 한마디 올라와 있다.
"오~호 쾌재라!"
그 다음부터 계속 주시한다.
한마디 더 올렸다 물밑으로 잠겼다.
한마디 올렸다 물밑으로 잠겼다.
"이거 날씨도 너무 춥고 먹이도 먹기좋은 편이니
두마디만 점잖게 올라오면 챔질을 할까?"
10분째 긴장감이 돌고있다.
의자를 소리나지않게 뒤로 더빼고 혹시나 완전히 흡입한 느낌이 오면
두 손으로 힘껏 챔질을 할 것이라 속으로 암시를 주었다.
그 순간..
이제는 2마디씩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던찌가 덜컥
마치 붕어가 바늘을 완전히 삼킨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내 오르쪽으로 슬슬 기며 상승하는찌..
"이거... 챔질 할까."
그 어느때보다 눈을 부릅뜨며 손가락을 분주히 움직이면 손에 근육을 푼다.
다시 방향을 바꾸어 왼쪽으로 벌러덩 누울만큼 상승하는찌,
휘리릭~~
암시을 건 생각대로 두손으로 있는 힘껏 챔질을 하고 묵직한 감이들자마자
대가리를 물위로 띄워야 한다고 더힘껏 뽑아올린다.
그 저항감과 묵직함이 너무 좋다.
"식아~ 걸었나?"
"예~"
물위에 뜬 붕어를 보니 마치 하얀무와 같다.
"정말 대물이 겁나게 많다더니 이런걸 걸다니.."
손맛을 잠시보려고 잠까 줄을 풀어주었더니 옆에 낚시대를 감는다.
서둘러 감긴 낚시대를 뒤로 댕겨놓고 뜰채를 대고 붕어를 확인했다.
향언줄 알았다.
너무 굵어서 어서 수염부터 불을 비춰보았다.
"수염이 없네..붕어 맞구나.^ ^"
손이 후덜덜 떨린다.
"식아~크나?"
"네~ 그런데 향어같아요 너무 굵은데요.."
내가 너무 정신이 없다.
한참을 오르내리며 애태우던 찌가
내가 쓴 시나리오대로 만들어지는 것을 봤을 때,
그리고 그게 10분가량의 찌올림이었지만,
새우낚시의 너무 감동적인
찌올림이었던지라 마치 밤내내같았던 긴장후에 이런 붕어를 낚다니.
"월척은 되나?"
"월척은 넘는 것 같아요."
무척 궁금하신가 보다.
"정말 월척이 넘나? 난 니 챔질소리에
휘리릭~ 잠이 다깼다. 형이 재줄까?"
"아니요 아침에 재도록 해요. 지금 같은대에 입질이 또 붙은 것 같아요."
"아니다. 붕어가 아침되면 줄꺼야 지금재봐야 한다."
"형님 지금 아까랑 비슷한 입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적이 흐른다.
아까랑 똑같은 어신이 오고있다. 큰 붕어를 낚은 마음은 이미 내의지를 넘어
심장이 요동치고 있다.
사각사각 덜컥덜컥.
형님이 비좁은 길을 오고 계신다.
"아. 입질오는데.."
형님 낚은 고기가 너무 궁금하여 내자리에 몇 걸음 전까지 오시고는 입질온다는 소리에
더 오진 못하시고 모기가 기어가는 소리로
"고기 한 번 보자. 아침에 재면 준다."
형님을 보니 벌써 오른손에 자가 그려져있는 찌케이스를 들고오셨다.
"아 또 입질오는데.."
나또한 내생각에 마음이 나랑맞는 사람의 부탁이라면 거절을 못하고,
저 형님 역시 내가 싫다면 안오실껀데 오죽 궁금했으면 저렇게 왔을까
웃으며 살림말을 들어올려 보여드렸다.
"와 빵이 장난이 아니다. 겁나 굵네."
"향어가 아닐까요. 너무 굵어서 향어랑 붕어랑 섞인 것 같은데요."
"아니다 붕어다 있어봐 재어보자."
그러면서도 아쉽게 입질이 오던 찌를 계속봤다.
"37cm다"
"휴.."
"30cm에서 34cm까지야 흔히 낚이지만 35cm 넘는건 정말 드문데,
이건 정말 대물이야. 축한한다."
"예 형님 고맙습니다^ ^"
이 때가 저녁 6시30분이었는데 그 이후로 입질이 없다.
바람도 더 거세지고 비도 더 불기 시작한다.
벌써 한 마릴 낚았구 원래 2시가 넘으면 자는 스타일이라
좀 이르긴 하지만 11시가 좀 넘어서 차에 들어간다.
"형님~저 자러가요~"
"그래~~"
10분이 지났을꺼다.
혼자 흥분된 마음을 가라 앉히지 못하고 계속 아까 입질을 생각하는데
형님이 오셨다.
원래 우리는 잠도 잘자고 낚시를 하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형님이 기분이 그다지 썩 좋아보이진 않는다.
난 내가 고기를 낚아서 그러려니하고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하고
초저녁에 입질을 받았으니 새벽에 또 앉아봐야지 하며 잠을 청했다.
아침에 낚시하러 다가면서
"형님~낚시하러가요~"
평상시같으면 잠을깨는데 한참이던 사람이 내가
"형님~"까지 불렀을 때 벌떡! 일어나더니
차문을 열고 같이 나가신다.
"어허. 웬일이야 어제 기분이 별로 않좋아 보이시더니 고기 낚으시려 하시는가..."
아무렇지 않게 즐거운 아침을 맞고 주변 정리를 하며 집으로 왔다.
만나는 조우마다 지난주말, 한겨울에 낚시를 다니는
부럽기도 하면서도 진상이란 생각을 하는 두 낚시꾼한테
주말 조황을 물어본다.
"내가 가자고한 xx못에서 식이가 37을 낚았다."
여러사람이 듣고 부러워도 하고 시기를 잘맞춰 붕어를 낚아내게 해준
형님을 칭찬하신다.
나도 기분좋게 칭찬을 받으며 며칠을 보내다가 목요일쯤.
형님댁에서 절친한 조우를 모셔놓고
지난주말 낚시이야기로 조촐한 술자리가 열렸다.
"내가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데
휘리릭~챔질소리가 나는거야~ 너무 궁금해서
다가 갔는데....."
"형님~불 비추지 마세요~"
"자기 입질받은 낚시대 입질온다고 난 고기잰다고 후래쉬불 살짝 비췄는데
형님~불 비추지 마세요~ 이러는거야.."
.
.
.
.
.
"옳거니..형님 기분상해 보였던 이유가 그 불 비추지 마세요 였구나..."
난 사실 내가 그런말을 한 줄도 모르고 있었다.
마음이 무척상하셨는가 어찌나 그렇게 생생하게
"형님 불 비추지 마세요"를 내 흉내를 내시는지,
순간 닉네임을 "불비추지마세요"로 해야하는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 ^
지금은 즐거운 재산이 되어
처음 낚시를 함께하시는 분이나
친해지는 조우가 생기면 빠짐없이 나오는 이야기이다.
늘 둘이 있던 그 겨울이 몇 해가 지났고
또, 그 겨울 그 여러날의 밤낚시가
우리 두사람을 끈끈한 정으로 꽁꽁 묶어 주었다.
내가 내 바쁜일에 연락이 소원하였던 때
형님께는 무척이나 힘든일이 있었다.
그런일이 있는 줄 알았지만 자세한 내막도 모르고, 무엇보다 내 일이 바뿌다는 핑계로
연락이나마 편하게 못드린게 늘 미안하고 죄송했는데,
다시만나게된 지금.
형님은 예전과 변함없이 날 따스하게 대해주신다.
"형만한 아우없다."
맞는 말이다. 정말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지만, 형님이 날 생각하는 그 반이나 할까.
지금 다시만나도 낚시이야기면 서로 침튀어가며 앞다투어 말하려는걸보면
그 겨울 한주도 빠짐없이 주말마다 밤을 지새웠던 그 추억이 대단하긴 대단한 것 같다.
"형님~불 비추지 마세요~
이젠 다신 안그럴께요.
"형님~너무 사랑합니다.건강하세요.^ ^"
"불 비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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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리사람은 딱 한명이고 저보다 다들 나이가 많게는 곱절까지 되고보니
한마디 한마디가 쉽지 않네요.
기실 불*형님이라 하여도 또한 낚시의 술자리가 아닌 이상 말에 신경을 쓰곤 하지만
본능적인 상황(글쓴이)에선... 저도 쉽질 않겠네요. ^^
아무쪼록 그 형님과 멋진 추억 많이 많드시고 어여 봄이 왔으면 하겠네요.
^^
오랫만에 뵙는것 같습니다.
피아노 소리나는 낚시대 보여잡고 줄다리기 해본지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그때의 흥분이 충분히 묻어납니다.
형님 이제 앞날에 불 환하게 비춰 주이소~~~~~~~~~~~~~~~~~~~~~~~~```
오래도록 즐거운 동행이 되십시오
저도 삼총사 조우중에 중간인데
형님께는 지나고 보면 버릇없음을 느끼게되고
아우에게는 섭섭함을 느끼는 ^^;;;
형님께 또 아우님께 더 잘하도록 합시다. 우리 모두 ㅎㅎㅎ
피아노소리님(예전엔 덜센놈에서 개명)
건강하신지요 ^^
조은글 읽고 갑니다
그리고 추천도 한방
안출하시고 감기조심하시고요
잠깐은 서운하지만 시간이지나면 모든게 추억이돼어 좋은기억으로 남는것 같습니다
추운날 건강하세요
월님들께서도 추운날씨에 감기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주영이님 형님은 언제나같이 절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십니다.
주영이님께서도 조우분들과 끈끈한 정 더욱더
많이 쌓으시길 바랍니다.^ ^
붕춤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
붕춤님께서 절 알아봐 주시고 안부를 여쭈어봐주시니
감개무량입니다. 피아노소리 핑핑 나는 낚시해본지가
한참된 것 같습니다. 우리같이 다음조행에선 기대해봐요
^ ^
혼자는 무서버님 ^ ^
저도 혼자는 무서워서 낚시를 못합니다.
밤낚시를 참 좋아하는데 제가 워낙 겁이많아서요.
정말 참다참다 못참으면 한번씩 용기를 내보지만
12시를 넘긴적은 한번도 없는 듯 합니다.
늘 안전하고 즐거운 조행되세요~^ ^
헛돈님 반갑습니다 ^ ^
밤생이대 잘쓰시고 계신지요.
일전에 어느님께서 밤생이 36대가 물건이란 말씀을
하시던데 저도 써보니 36대가 가장 손이 많이 가더군요.
늘 즐거운 조행하시길 바랍니다.
덜쎈넘이란 아이디는 제 조우 닉넴이 "더-쎈넘"인데
그걸 따라 짓는다는게 월척에 아이디가 되었습니다.
제 대화명은 "피아노소리"입니다.^ ^
제비천하님 떡밥낚시를 즐겨하신다는 글을 접해본 것 같습니다.
저도 떡밥낚시 참 좋아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배워볼 기회가 오면 참 좋겠습니다.^ ^
담바구 하나 물게 되는데..
그래도 좋은 형님 두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