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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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死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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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_essay06595675.jpg 숨이 멎었다. 벌써 몇 번째 저런 형태의 찌 놀림을 보이고 있는지 모른다. 한 두 마디쯤 오르다가 손잡이에 손을 올리면 어김없이 입질을 멈춰버리는... 초저녁 참붕어에 아홉 치 급 한 수가 올라온 세 칸 대다. 부들과 잡풀들이 잘 어울러진 작은 구멍에 처음 힘들게 저 대를 깔 때부터 감(感)이 좋았었다. 떡밥낚시를 선호하는 내 낚싯대가 중경조(中硬調)의 제법 휨 새가 좋은 것인지라 좁은 수초들 틈에서 생각대로 랜딩이 가능할 것인가를 걱정했지만 아홉 치 한 수를 올리면서 좁던 공간도 꽤 넓혀지고 비록 두어 마디 올리다 마는 입질이지만 그것이 잔챙이의 입질이 아니라는 것은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찌의 부상속도(浮上速度)가 다른 것이다. 구석구석 잘도 펴놓은 찌 불들을 잠깐 훑어보고 다시 예의 세 칸 대에 내 눈길은 멎는다. 정말 벼르던 낚시였다. 장마 시작부터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고 물 부족에 시달리던 붕어들이 오름 수위를 맞아 난리를 치고있을 현장 생각에 잠조차 오지 않았었다. 연초(年初)에 잡았던 세 마리의 월척이후 내 낚시는 개점 휴업 중 이였다. 낚시에 대한 의욕도, 대물을 잡겠다는 집념도 사그라져 버린, 가끔 물가에 나가 조우들과 인사나 나누고 가벼운 술 한잔과 함께 세상사는 이야기 나누는 그런 낚시가 몇 달 째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 와중 장마초입에 내리는 비는 잠자고 있던 내 대물본능을 일으켜 세웠고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면서 내 머릿속은 오름 수위에 강한 저수지 몇 곳을 바쁘게 계산하고 있었다. 부지런히 짐을 챙겼다. 소강상태의 빗줄기 사이를 헤집고 집을 나서는 나를 막내딸 아이가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출조 때의 내 걸음걸이는 늘 당당하다. 가슴엔 월척에의 꿈이 가득하고 찾아가는 낚시터의 가장 좋은 목에 내가 앉아 끊임없는 입질을 받을 수 있다는 신념이 내겐 있다. 명동지(鳴洞池)엔 벌써 몇몇 골수 꾼 들이 앉아있었고... 그들도 아마 지난밤을 오름 수위의 붕어 생각에 잠을 설친 사람들이리라! 물은 제법 불어나 있으며 황토 빛이 보이기 시작한 물색도 아직은 봐 줄만 했다. 해를 두고 벼르던 명동지(鳴洞池) 최적의 찬스를 맞은 것이다. 배수기에는 찌조차 세울 수 없던 중상류 산비탈이 물에 흠뻑 잠긴 채 다소곳한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채집 망엔 참붕어와 새우가 드문드문 섞여 들어오고 오직 대물과의 승부만을 생각하며 참붕어 꿴 다섯 대를 온갖 병법을 다 동원해 수초 사이사이 매복시킨 채 낚시꾼의 숙명인 긴 기다림을 시작하고 있었다. 첫 입질을 본 것은 빵 쪼가리 몇 개와 캔 커피한잔으로 간단한 저녁을 해결하고 밤낚시 준비를 할 무렵인 일곱 시 반경이었다. 다시 굵어진 빗줄기에 수면의 흔들림이 더 커 갈 즈음 수초 속 가장 좁은 구멍에 넣어두었던 세 칸 대의 찌가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첫 찌 오름만큼 낚시꾼을 흥분시키는 것이 또 있을까! 눈과 뇌와 가슴으로 이어지는 그 삼단(三段)의 흥분은 손을 들어 낚싯대 손잡이에 손을 얹는 순간 초조를 거쳐 기대감으로 증폭된다. 더구나 큰놈 잡아보겠다고 새우나 참붕어 끼운 대에서 받은 입질임에야... 비좁은 수초 틈새인데도 찌는 많이도 올랐다. 붕어의 호흡을 계산하다 그 정점 무렵 채 올린 대 끝은 붕어의 머리 쪽에 덧씌워진 수초줄기와 함께 상당한 힘으로 그 무게를 전달해 준다. 쉽게는 항복하지 않겠다는 녀석의 발악이 생각보다 오래 계속되고 잡아끄는 내 힘에 못 이겨 자태를 내 보이는 아홉 치 씨알의 붕어에서 순간의 실망과 다가올 희망을 동시에 본다 더 큰 참붕어를 골라 바늘에 끼우고 예의 자리에 안착시키며 폼 나게 담배한대 피워 물었다. 깊은 밤 낡은 파라솔 너머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가끔씩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연상케 하고 무서움 많이 타는 나는 자꾸만 움츠려 들어 뒤돌아볼 용기마저 갖지 못한다. 손전등을 둘씩이나 가지고 다니고 제법 큼직한 비상용 칼까지 낚시가방 한켠에 넣어두고서 무서움에 버텨보려 하지만 원래 타고난 작은 간덩이는 어찌 할 수가 없나보다. 더구나 인동(隣洞)의 저수지 대부분에 얽힌 기분 나쁜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알고있으니... 어느 저수지 곁에 큰 소나무는 옛날 죽은 아기들을 초분(草墳)해서 매달아 놓았던 곳이고 어느 저수지는 연애하다 집안 반대로 누구네 딸이 빠져 죽었던 곳이며 어느 골짜기 무슨 방죽은 육이오 때 몰살당한 사람들 해골이 지금도 있다는 등 아찔한 생각들이 용케도 밤낚시 때만 떠오른다. 이런 생각이 날 때마다 등줄기에 뭔가 스물스물 기어오르는 듯 한 불안감, 건너편에 다른 낚시꾼들이 있다고 애써 자위해 보지만 이 빗속에서 누가 나를 패 죽인들 건너까지 어디 그 소리가 들릴까? 무서움에 나는 오줌조차도 앞쪽만 보고 눈다. 이런 저런 생각에 혼자서 애가 탈 무렵 세 칸 대의 찌가 몇 마디 올라온다. 찌 오름은 무섬증의 치료제다. 공포와는 또 다른 긴장이 온몸을 휘어 감고 낚싯대로 조심스럽게 손을 옮기는 순간 몇 마디 더 솟을 것 같던 찌가 내려앉아 버린다. 아주 느리게 솟는 폼이 잔챙이 입질은 아닌 듯 싶었는데... 더구나 끼워놓은 미끼가 새끼손가락 만한 참붕어가 아닌가! 온 신경을 곧추세우고 기다리는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예의 찌 솟음이 다시 시작된다. 한 마디 두 마디 거짓말처럼 아주 느리게 솟는다. 긴장한 내 손이 다시 손잡이를 향하는 순간 마치 보고 있던 것처럼 솟던 찌가 다시 내려가 낮아져 버린다. 제길...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입맛이 쓰다. 눈은 찌에 둔 채 물 한 모금을 들이켰다. 내리붓는 빗소리마저도 들리지 않는 빈 시간이 또 얼마나 흘렀을까? 더욱 굵어진 빗방울에 묻혀 가물대던 찌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또 한 마디 두 마디 세 마디... 그리고 나서도 더 오른다. 됐다! 시작이다! 비로소 안심한 내가 낚싯대를 꼭 움켜쥐고 눈 깜빡임조차 잊은 채 결정(決定)의 순간을 엿보기 시작한다. 정점에 오른 찌가 한 두어 번 몸통을 끄떡일 때 거침없는 챔 질이 이어지고 화들짝 놀란 붕어의 저항이 줄의 울림과 대의 휨 새를 통해서 속속들이 내게 전달된다. 쉬운 녀석은 아니다! 파라솔을 뒤로 밀어 젖혔다. 장대비를 맞으며 붕어와의 정면승부가 시작 된 것이다. 한 타임에 놈을 들어내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수초 속으로 파고드는 강렬한 놈의 저항을 느끼면서 왜 대물 꾼 들이 허리힘 강한 경질대를 선호하는가를 절감했다. 그사이 놈은 곁에 깔아두었던 두 대의 낚시대를 휘감아 버렸고. 처음으로 고기에게 질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두 손에 엉켜버린 세대의 낚싯대를 들고 선체 비를 맞고 버티면서 더는 어찌 하는 수 없어 고기가 터져 나갈 순간만을 기다리는 꼴이 되 버렸다. 그러나 나의 불리함만큼 붕어의 힘도 빠져 있었던가 보다. 저항의 강도가 점차 약해지더니 급기야는 물위에 몸을 눕히고 마는 내게 금년 네 번째 월척붕어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대물이었다. 빵은 그리 크지 않지만 두 뼘 가까이 되는... 오랜만에 만난 큰놈이었다. 가슴 떨림을 진정시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물은 발 밑까지 차 올라 모든 게 젖어 버렸고 낚시 줄도 엉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멀리 천둥치는 소리까지 들렸다. 긴장이 가신 뒤끝에 무서움이 다시 밀려들기 시작했고 빨리 들어오라던 막내딸의 모습이 얼핏 떠올랐다. 엉킨 줄을 모두 끊어 버리고 대를 접기 시작했다. 장대비는 내 다급함을 아는 듯이 더욱 거세게 뿌려지고 있었고 자꾸 흘러내리는 가방 끈, 미끄러운 논둑 길, 자동차까지의 거리는 누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처럼 아무리 기를 쓰고 걸어도 쉬 좁혀지지 않았다. 옴마니 밤메훔 옴마니 밤메훔 ... 어느 해 장마 초입에, 어유당(魚有堂) 올림

기다렸습니다..
언제 올라오나 ㅋㅋ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세여 선생님
긴장과 스릴 넘치는 조행기 잘 보았습니다.^^
한편의 수필을 읽는 둣합니다 ^^
안녕하세요 ~!!

강건 하시온지요..

조행기 기다리다 숨 넘어 가는줄 알았어요~^^

언어의 마술사인양 단숨에 글을 읽어 내렸네요..

긴장과 스릴감으로 눈도 띄지 못한채...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다음편은 언제 올리실건지요?

욕심이 생기게 되네요..

좋은 밤 행복만 가득 하시길 기원합니다..(_._)
손에 땀이 다 나오네요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세요
잘 읽었습니다
건강 하세요
내 낚시를 ..지금 ...내가....다른이에게...설명을 하는데....
목소리만 커지고....손짓만 요란할뿐.....별 감흥이 없는데......
어유당님에 글로 마치 6년전 숨가쁘게 오싹할 정도에 긴장이 있었던...
그 찌올림이 다시 생각납니다.

아! 정말 그 입질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설명 할려고 해도...
잘 안되네요.....

늘 건강하세요.
글을 읽다보니 입도 마르고 손에 힘들어가네요..ㅎㅎㅎ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낚시로 인해 더욱더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언제 읽어도 감칠맛 나는 매력에 입가에 미소가 배어나옵니다.

늘 감사한마음으로 읽어봅니다.

건강하시고 아름다운 글 자주 부탁드립니다.
정말 감칠맛나게 글쓰시네요^^

행여 어유당님의 글에 누가 될까봐 댓글 달기가 망설여질 정도입니다

제가 현장에 앉아 낚시를 하고 있나 착각이 되었습니다

홀로 출조시 느끼는 막연한 공포감을 표현하신 부분은 압권입니다

제가 장흥 사는데 언제 기회가 된다면 모시고 낚시한번 하고 싶습니다

정말 잘읽었습니다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어유당님.
오랫만에 또 뵙습니다.
늘 보지만 글솜씨가 소설가 뺨치네요.
어찌 책한권 내시고 싶지는 않으신지요?
그저 잘 보고 간다는 말씀만 드립니다.
항상 건강 하세요.
한편의 소설이군요 ^^
긴장감과 임펙트 최고입니다 ㅉㅉㅉ
다음편 기대해봅니다

대물 상봉하시는 모습 상상만으로도 흥분됩니다
꼭~~~~~~~ 대물 하세요
어유당님.. 반갑습니다..

마치 소설속의 한편을 읽는것 같네요.

실시간 정보를 전하시는것 같이 읽을수록 빠져들게 하시네요..

잘보고 읽으며 느끼고 나갑니다...훌륭한 글솜씨이십니다...
입에 착착 감기는듯...

이미 철들어 버린 막내딸 아이의 측은한 눈빛....에고~
햇살좋은날 저수지상류 흐르는물에 씻어낸듯한 단어들
담백하고 깨끗하네요 잘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뒷 목이 쭈삣한 느낌... ㅋㅋㅋㅋ
전 귀신생각하면 꼭 소복입고. 머리 풀어헤치고... 어릴때 본 전설에 고향 영향인것 같네요..ㅎㅎㅎ

잼있게 잘봤습니다..

국어선생님 맞으시죠?
정감있게 쓰신글 내가 손에 땀이 나듯하네여

내가랜딩하듯 실감있게 잘표현해주셧네여

넘 감동있게 잃고 갑니다 3편 기대 하껫읍니다 ~~


항상안출하시고 건강하세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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