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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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처음 붕어 빨래판 걸었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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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년 전 얘기입니다. 붕어낚시 한 3년차 접어들때입니다.

의성 가음지 지나 사미지 윗못에 체어맨 끌고 낚시 다닐때 입니다.

차 하체 아작 내 가면서... 그 험한길을 다닐때지요.

사미지는 없어졌지만 그 윗못은 남아있답니다.

상류쪽은 부들밭으로 이루어져 낚시인이라면 무조건 좋아 할 만한 자리지요.

그 부들밭에 보면 좌측에 큰 나무가 있는 곳이 있습니다.

어느날 독조를 하면서 그곳에 자리를 잡고 부들 작업을 하고 10M 수초제거기를 펴서 나무에 걸쳐 놓고 밤낚시를 하고 있었죠.

총 8대를 편성.   참 그림같이 펼쳐놓은 낚시대.

수심은 60~80정도..

오늘은 왠지하는 기분이 들정도로 만족한 대편성.  그런데  딱 한대 정면 24대가 조금 길게 느껴지더군요.

22대 정도 자리인데.  더이상 맞는대는 없고 그냥 좀 길다 싶어도 좀 덜밀어 넣는다 하고 낚시를 했습니다.

낮에 넣어둔 통발에 참붕어가 좀 들어 왔더군요.

그래서 참붕어 새우 참붕어 새우 이렇게 번갈아 미끼를 달아 그 24대에 참붕어를 끼워 낚시를 했었습니다.

그날이 음력 13일쯤이라 달빛이 좀 밝을때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는데 11시쯤 갑자기 하늘이 시커머게 검은구름이끼더군요.

비오려나? 소나기 오는가보네 하고 생각하는데 그 24대 찌가 스물스물 올라오던군요.

주위는 온통 깜깜해져 케미가 얼마나 밝게 느껴지던지.

케미 3마디까지 밀어 올리는데 확하고 챔질.

순간 퍼버버벅 하는 물소리와 대에 전해지는 전률이 이건 장난이 아닌겁니다. 

순간 옆으로 치고 나가는데 바로 부들은 감아버리더군요.  고기는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고 완전 아수라장이 되고 전 떨리는 팔과 심장으로 제정신은 아니고.

진짜 말로만 듣던 빨래판. 토종터라 잉어는 없던곳이구요.

얼마나 크던지. 후레쉬를 켜고 고기를 확인하는데 어마어마 한겁니다.  진짜 빨래판.

순간 수초제거기가 생각나더라구요. 

아! 저 부들만 끊어내면 고기를 땡겨내겠다 싶어 왼쪽손으로 낚시대 중간 부분을 잡고 낚시대 밑둥은 배에 걸치고 최대한 바짝 당기고 있으면서 오른손으로 수초제거기를 잡고 후레쉬로 부들과 고기를 확인하면서 신중하게 부들을 끊어냈는데 이건 왠걸 낚시대를 당기고 있는데도 순간적으로 다시 박아버리더군요.

또 부들을 감아서 이리뛰고 저리 뒤집고.  

와~미치겠더군요.  제대로 입걸림은 되서 그 시간동안도 난리부르스.

자 이번엔 부들 끊어내는 순간 부러져라 낚시대를 당기겠노라 다짐하고 수초제거기를 그 부들쪽으로 갖다 대고 부들을 자르려는 순간 팅~~~낚시대가 그냥 뒤쪽으로 넘어가더라구요.    원줄을 건드린 겁니다.  아~~~~~~

팅소리와 함께 수면은 고요해지고 전 그자리에 굳어버렸죠.  얼마나 허탈한지...

그냥 왼손에 힘이 빠지면서 툭 떨어지는 낚시대...

와~~~~그기분...아무리 봐도 4짜이상인데...완전 빨래판인데...

한 십분정도 진짜 멍하니 그곳만 쳐다보고 서있었습니다.

도저히 낚시 할맛이 안나더군요..  재정비도 못하겠고...

한 시간지났을까 구름도 걷히고 재 정비하고 낚시를 이어갔는데 도저히 집중도 안되고 성질만 나고 왜 더 조심안했을까 싶고 이런후회 저런 후회가 밀려오더군요.

도저히 낚시를 못하겠어서 차로 뚜벅뚜벅 걸어가 의자 눕히고 음악듣다 그냥 잠이들었습니다.

아침에 자리에 가보니 8대 모두 부들에 박아놨데요.   붕애 한마리 건지고는 몽땅 줄을 끊어야 할 정도 꽈놨더군요.

참~ 그 대물을 한손으로 제압될거라 생각한 바보가 그자리에 있었습니다.

부들만 끊어내면 지가 안나오고 배겨 하는 바보가 낚시를 했더랬습니다.

다음날 지인들께 이 사건을 얘기했더니 바로 출조 하더군요. 

그러고도 그저수지를 파고 또 팠는데도 그런 고기는 걸어보질 못했네요.

지금 생각해도 그 붕어는 5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4짜를 잡아본 경험으로 봤을때.

아직도 그놈이 떠오릅니다.  수면에서 요동치던 빨래판...

 

 

 

 


그렇게 해서 잡지 못한게
오늘날 더 큰 추억으로 남아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원래 잡은 고기보다 놓친 고기가 더 기억에 남더군요 ㅎㅎ
그래서 낚시가 즐거운가 봅니다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러게요...이젠 그런경우가 생긴다면 수심도 얼마 안되니 그냥 들어갈겁니다. 고기 안고 나오게..ㅎㅎㅎㅎ
좋은 경험이고 추억이겠지요..
급 생각나네요
no pain no gain
한층더 성장 하셨네요^^
전 그저 부러울따름입니다.
요즘 육아에 생업에..
낚시를 못가고 있는데 천산하님 글로 많은 위로가 됩니다.
봉구님 감사드립니다. 별것도 아닌 추억들인데...
분명 그 붕어는 5짜가 넘는 대물일거라
믿고 싶습니다.
네. 지금도 생각해봐도 어마어마한 크기였습니다. 5짜는 충분히 넘을.
그 못에서 제일 큰놈이 49까지 나왔다는 얘기는 소문에 전해 들었거든요.
언젠가는 그런 녀석을 다시 만날 날이 오겠죠....
비슷한 상황 추억이 있는데, 저도 덕분에 회상하게 되네요.
저는 수초제거기 들고 물로 들어갔었습니다. ㅋ
씨름하다 겨우 발 앞까지 수초 뭉태기 옮겨오는 데 성공,
왼손에 낚시대 텐션 힘껏 유지한 채 오른손에 제거기를 놓고,
더듬더듬 뜰채로 옮겨 쥐어 뭉태기로 들이대던 순간 털더니 유유히 사라졌어요 ㅠ
물에 빠진 쥐 꼴로 한참을 멍하니 ㅎ
붕어레오님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네요.
진짜 그순간 멍해지는것 까지....ㅎㅎㅎㅎㅎ
그곳을 바라보면서.
크 평생가는 추억이죵
전설의 빨래판으로 남겠네요 ㅎ
우하하하~ ^^
잡은 것 보다 더 짜릿하고 기억 되실것 같네요~
일학붕어님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죠. 그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심장이 뛰고 손이 떨려 온답니다.ㅎㅎㅎ
언제나 제 기억 한켠에 그녀석이 요동치고 있답니다.
ㅎㅎ 재밋게보고 갑니다
지도 뜰채안펴서 원줄잡고
탈출한 빨랫판들 여럿입니다^^;
내고기 아니라 생각하면 속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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