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다른분들 조행기를 때론 재미있게 때론 가슴찡하게 엿보기만 하다가 글 솜씨는 없지만
용기내어 몇자 적어봅니다. 문학적인 작품성은 없지만 그냥 낚시하면서 겪은 추억을 더덤어 보겠슴니다.
지금부터 5년전 4월 이제 갓 낚시를 배워 한창 낚시재미에 흠뻑빠져 주말마다 물가를 찿아가곤 하던 때였습니다.
금요일만 되면 떠오르는 멋진 상상들,,,,조용한 밤에 예쁜케미불꽃이 쭈욱 올라오는 상상,,,
꾼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것이리라 여겨지는군요.
그날도 어김없이 출근하며 마누라에게 아양을 떨었죠. 낚시갈테니 먹거리 준비해달라고....
출근하여 점심시간에 컴앞에 앉아서 혹시나하는 맘에 날씨를 챙겨보는데 아뿔사,,,, 오늘밤부터 경남지역에 제법많은
비가 온다네요,,,이런젠장......
오후내내 갈까?말까?하는 고민에 잠기다가 결과는 뻔한거였습니다.
어쩌면 비오는날 밤낚시에 대박날지도 모른다.그리고 우중의 밤낚시 운치도 멋진겄 아니갰냐는 ....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시키면서 오후 다섯시가 되자마자 잽싸게 집으로 향했죠.
집에 도착하니 또다른 복병이 나를 기다립니디.
존경하는 우리마누라 왈
"이양반아 정신이 있나없나 오늘밤에 비가 억수로 온다카는데 가기는 오데갈끼고.....
고마 치우고 집에서 삼겹살이나 구워가 내캉 쏘주나 한잔하자...."
"일기예보 거거 다 뻥이다. 글마들 말을 니는 우째 다 믿노. 하늘봐라 비올날씬가..."
옥신각신한다고 이미 낚씨병이 들어버린 나를 이길 사람은 그누구도 없었습니다,ㅎㅎ
결국 위험하고 걱정되니 마누라도 따라 나선다네요.
낚시는 가야겠고 어쩌겠습니까? 데리고 가는수 밖에...
비가오기전에 대편성할려고 신나게 애마를 밟아가는중에 약간씩 얄굿은 비가 흩뿌리더군요.
저수지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재법많은 비가 내렸고 대부분의 꾼들이 철수하고 그나마 몇분도 철수를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남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낚시병걸린 서방님은 서둘러 대편성하느라 여념이 없었죠.
이런 저를 쳐다보는 마누라의 매서운 눈총은 가히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ㅎ ㅎㅎ
그래도 서방님이랍시고 차에서 먹거리랑 나머지 짐들을 비맞아가며 옮겨주는 마누라가 얼마나 이쁘든지....
비좁은 텐트안에는 되지고기 볶는 냄새랑 이젠 많이 누그러진 마누라의 바가지섞인 푸념이 그나마 정겹습니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삶에 찌든 이야기도 하면서...
더디어 첫 입질이 들어 옵니다.
이어서 또 입질. 또입질...
그렇게 밤 열두시 될 무렵까지 다섯수를 햇죠.
건너편에 한분 그리고 저 이렇게 오늘밤은 둘이서 저수지 전세 내었습니다
입질이 이젠 뜸 하여마누라는 차에보내서 잠자라고 하고는 1시경 저도 잠시 눈을붙인후
3시쯤에 본능적으로 일어나 찌를 응시합니다.
언제 그쳤는지 다행스럽게도 비도 그쳤습니다. 그런데
아뿔싸,,,,잠시 눈 붙인 사이에 찌 세개가 엉망으로 엉켜 있섰 습니다.
그나마 자동빵된 붕어는 건져내고 엉켜진 줄 푸는데 여념이 없었죠.
그렇게 채비를 다시 투척하고 낚시를하는데 자꾸 본능적으로 머리뒤가 이상해 집니다.
이상하여 텐트 뒷쪽 얕으막한 야산을 바라보는데 아이쿠,,,,
누군가 회색빛 옷을입고 저를 바라보고 있섰습니다.
분명한 여자였습니다
순간 얼마나 당황하고 겁에 질렸는지 모릅니다.
꿈쩍도 않코 계속 저를 응시하는데 아마도 한참을 그렇게 저를 바라보지않았나 싶었습니다.
서로 마주보면서 그렇게 이삼분이 흘렀슴니다.
온몸에 전율을 느끼긴 처음이었습니다.
도데체 누구길래 이 새벽에 비를맞고 산을넘어서 거것도 여자혼자
여길왔단 말인가?
솔직히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낚시를 할려니 뒤꼭지가 땡겨 집중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마침내 결단을 냈습니다.
등산화를 단단히 조여매고 묘령의 여자에게로 향했습니다.
가면서도 겁에질려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경상도 사나이다,,, ㅎㅎ
이런 맘으로 올라갔죠.
자기에게로 향하는 나를 보고도 그 여자는 꿈적도 않코 거기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섰습니다.
더디어 서로 상면을 했습니다.
아직도 가슴은 요동치고....
오십후반 아니면 육십초반정도의 촌로 였습니다.
" 저,,, 어,, 아지매 이 새벽에 여기는 뭔일로 오셨능교? 무슨 일 있능교? "
여자는 말이 없습니다. 대답이 없어니 더욱 겁은 납니다.
더군다나 행색은 가히 놀라웠습니다
신발은 고무신을 신었지만 이미 밤새내린 비로인하여 온 발이 진흙 투성이었서며
긴치마역시 흡사 정신나간 여자들의 거것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머리도 산발 그 자체였습니다.
그나마 우의를 입고 있섰지만 이미 옷은 젖을데로 젖어있고....
아,,,, 이젠 무슨말을 해야하나,, 순간적으로 할말을 잃었습니다.
잠시 여자와 저 사이에 침묵이 흘렀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붙여 봅니다.
"아지매 무슨일이 있는지는 몰라도 날도춥고 비도 억수로맞고 이러고 있서마 않됩니더. 텐트로 가입시더.
내가 커피한잔 테아 주끼요... "
또다시 여자는 대답이 없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저는 할말이 궁색해 졌습니다. 아니 더이상 할말이 없었죠.
마지막으로 다시한번더 말해봅니다
"아지매 이래가지고 산넘어 가기 어렵심니더. 몸좀 노카가 그래가이소"
"안갈랑교? 정 안갈라카마 할수 없고예. 그라마 나는 낚시하로 갑니데이...."
혼자서 귀신에 흘린겄마냥 주섬주섬 몇마디 남기고 돌아서 오는데 아직도 진정이 않되었습니다.
돌아오면서 계속 뒤를 흘깃 거리며 보았지만 목석같이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섰습니다.
그렇게 30여분이 지났지만 낚시에 집중이 되지를 않아 뒤를 돌아보는데
그 여자는 내가 낚시하는 쪽으로 오고 있섰습니다.
또다시 머리가 쭈뼛하였고 가슴은 쿵쾅그리기 시작했죠.
" 저,,,어... 아저씨예 고기 잡는거 구경쪼메이 해도 됩니꺼?"
그렇게 말이 없던 그녀가 입를열고 말을 붙여오는겄이었다.
"아,,, 예.... 구경하이소. 춥어이께 텐트안에 들어오이소. 쪼께이 하지만
난로가 있서가 따실낍니더..."
그렇게해서 나는 커피를 한잔 끓여서 주었고 아주머니의 사연을 들을수 있섰습니다.
자기나이는 오십아홉이며 아들하나 딸둘을 두었어며 한달전에 이곳 야산에 아들을 묻었다고
하였고 아들은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아들을 이곳에 묻고 지난밤 내린비에 자식이 얼마나 춥고 외로울까하는 생각에 잠을 뒤척이다가
캄캄한 야밤에 여자혼자서 아니 엄마란 이름으로 오게 되었다고 하드군요.
아들이 결혼한지 이제 육개월 그리고 손자는 맞벌이 부부라 갖지않았다고 하드군요.
그리고 며느리 되는 사람은 새로운 인생 찾아가라고 하였다드군요.
아~~~~~~~~~ 가슴이 너무나 쓰리고 쓰려서 메말랐던 나의 눈시울도 촉촉히 젖어 들더군요.
그리고 아들이 생전에 고향오면 가끔 이곳 저수지에서 낚시를하며 밤을 지새웠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날이 완전히 밝아오자 마누라가 내곁으로 오면서 눈이 휘둥그레 집니다. 지난밤에 새 장가라도 든거야 뭐야? ㅎㅎ
사연을 대충 이야기 해주니 마누라 눈가에도 어느듯 이슬이 맻혀감은 왜 일까요?
같은 여자로써 같은 엄마로써 자식을 졸지에 잃고 얼마나 애 닲았어면 비오는 밤중에
자식무덤에 왔겠는가? 뭐 이런 생각에서겠죠?
마누라랑 그 아주머니랑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걸 귓가에 들어면서 마음에 평정심을
찾으면서 찌가 하나하나 이제사 눈에 들어 왔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드군요.
가슴저린 이야기 , 가슴이 숯댕이같이 새까메졌을 한 여인의 슬프디 슬픈 사연이 우울하게 하였습니다.
또다시 고무신차림으로 그리고 치렁치렁한 치마차림으로 진흙투성이산을 넘어 간다고 일어서는걸
마누라가 극구 말립니다.
자기가 태워준다드군요.
빙 둘러서 가야겠지만 차로가면 금방 간다고 하면서 키를 호주머니에서 쑥 꺼집어 내드군요.
그런 마누라가 그순간 얼마나 이쁘고 사랑스럽든지....
그렇게 그 여인은 마누라랑 돌아 갔습니다.
30분후쯤 마누라 돌아와서 한다는말이 집이 너무 허술하더라고 하였습니다.
아마도 형편이 조금은 어려운가 봅니다.
밥 해 놓을테니 돌아가는길에 들러서 밥 먹고 가라고 하는걸 극구 사양하고
왔다고 하면서 또다시 눈가가 붉어 지드군요.
맘 약하고 여리디 여린 울 마누라 달래가며 하루더 물가에서 밤을 새웠죠.
아주머니의 자식이 선물을 준건지 몰라도 이틀동안 8치 이상 되는놈만
열댓수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세상 부모들의 맘은 모두 한결같이 자식걱정 자식사랑만으로
가득찼을거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더 마누라랑 대화하면서
돌아 왔습니다...정말 흐뭇한 출조였습니다.
그리고 몇달뒤 10월중순경 웬일로 마누라 낚시가자고 조릅니다.. ㅎㅎ
기분 날아갈듯 하였습니다.
저수지로 향하는도중 슈퍼앞에 차 세워라고 하드군요.
손에는 두유 한박스 그리고 알사탕 두봉지....
봄에 만났던 아주머니 줄거라네요.
마침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대부분 시골집이 그렇듯이 대문은 열려있고...
마누라 몇자 적었다고 하드군요.
올봄 산너머 저수지에서 아주머니를 귀신으로 착각하고 죽는줄 알았던 마누라라고....
그런건 왜 적느냐 그냥 사온것만 두고오지....
저의 핀잔에 마누라 왈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아무끼나 무작정 두고오마 당신가트마 묵겠나.농약탄줄알고 아무도 안 묵는다!
몇자 적어야 안심하고 드시지.... "
마누라 생각이 저보다 조금은 더 깊은겄같아 이내 또 마누라 바보가 되었습니다.
거것이 인연이되어 요즘도 가끔 낚시갈때면 알사탕이랑 이것저것 슬며시 두고 옵니다.
어쩌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텃밭에서 일군 상추랑 갖가지 추성귀를 한가득 안겨주십니다.
~~~~~~~~~~~~~ 아~~~~~~아~~~~~~~~~~~~~~
"숯댕이 아지매 이제 그만울고 저수지 근처에도 얼씬하지말고 딸래미들 집에나
들락거리며 남은인생 즐겁고 행복하게 사이소...."
삽작을 나서며 항상 맘 속으로 되뇌이는 저의 말입니다.
낼 모래면 설인데 숯댕이아지매 또 얼마나 눈물흘릴까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옵니다.
월척 회원님들 명절 잘 지내시고 올 한해 각 가정마다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드립니다.
못난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숯댕이 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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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주머니에 사연이..
아~~~~~! 슬푸고 가심이 아리아리한게 코끝이 찡하면서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봅니다
덕분에 좋은글 잘읽고 추천에 흔적 남기고 갑니다
늘 안출하시고 건강하시고 마눌님과에 사랑도 더욱더 깊어지시길~~~~~!!!!!!
저도 가슴이 먹먹해져 오네요..
문득 어머니께 전화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좋은글 고맙습니다. 저도 추천 한 방..!!!
부모보다 먼저 가는 것만큼 불효는 없다고 하지요.
중년을 한참 넘어서니...이제 주변에서 어릴때 그토록 저를 이뻐해주시던 분들이
이젠 가야지...가야지...하시는 말씀들이 왜이리 아리고
인생 허무함을 느끼게 되는지요.
좋은 마눌님하고 같이 사시네요
누가 다 짐작하겠습니까? 에휴.
두돌님과 마눌님의 마음이 외람되지만 너무 예쁩니다.
두 분 아마 복 푸지게 받으실듯 합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ps> 단락 중간 중간에 한 줄 정도 띄어쓰기를 하시면
읽기가 많이 편해 질 듯 합니다. ^^
무서운 이야긴줄알고 긴장 했네요
읽다가 눈물찔끔 났씸더.....
글 참 맛나게 잘 쓰시네요
앞으로 자주 좀 올려주이소.....
갑자기 슬픈이야기라 또 거시기하고요^^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마음따뜻한 두분 모두 행복하세여
오늘 기분이 참 좋네여
추천밖애 드릴께없어 죄송하네여
낚시라면 진저리치는 우리 마눌님한테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네요
가슴아픈 이야기군요.
잠시 자식잃은 할머니가 되어봅니다..
가슴 찢어지는 고통이겠지요...
두돌님은 또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거창군에서 88고속도로 옆으로 주상면인가 가는 길이 나있는데 그곳 도로를 따라 거창쪽으로 내려오다 밤길에 혼자 보앗으면 까무러칠 것을 보앗습니다.
누구신지 도로가 논에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앗는데 하얀한복을 입히고 머리에는 긴머리 가발을 앞이 보이지 않게해서 입혀놨더군요 순간 처음보고 넘어가는줄 알앗습니다. 낮에 봐서 다행이지 밤에 봤다면 아마 기절했을겁니다. 사진이라도 한장찍어서 놓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대형차를 몰고 바쁘게 지나는길이라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한번 상상이나 해보세요 하얀한복에에 긴머리를 앞으로 링에나오는 귀신처럼 하고 있다는거
일부 저수지오몀시키는 꾼들처럼 내게 그런시선으로 보시는것 같아서..
저도 우리착한 월님들처럼 주변정리 잘하고 오는 꾼이랍니다.
현지분들과 허물없이 대화하고 인간적인 정을 나누시는 월님들이
진정한 낚시문화의 선두주자입니다.
가슴따듯해지는 글 잘읽고 갑니다.
잘만 쓰는 구만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