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아버지랑 아버지 친구분이랑 제가 첨 월척 낚은 저수지에서 낚시를 했습니다.
낚시야 그냥저냥 잔챙이 잡으면서 그냥 했지만 푸르른 못뚝에서 어르신들이랑 막걸리 한잔하고 앉아 있으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막걸리에 어머니가 싸주신 보쌈을 먹었었는데요...
막걸리와 돼지고기에 얽힌 옛 이야기가 너무 정겨워서 여기 남겨둡니다.
아버지랑 친구분은 모두 경북 청도가 고향인 분들이고... 올해 70을 바라보는 시골 청춘?들입니다.
두 분이 어린 시절... 우리내 시골은 참 못먹고 못살았다고 하네요...
그 당시 시골 어르신들 유일한 낙은 5일 장날 장터에 막걸리 한잔 하시는 거였답니다.
한푼 주면 탁배기 한잔에 안주는 굵은 소금 한줌이 나왔고, 두푼 주면 탁배기 두잔 나오는 막걸리 한 병에 김치 두세조각...
당시 어르신들의 영양상태를 아버님... 그리고 친구분 말씀을 빌려 전해드리면...
"완전 소말리아지... 속에서 부터 못무가꼬... 말라드가가 뼈하고 가죽빼끼 없지머..."
"요즘 말기 암환자하고 비슷하다 아기가... 속이 비가 40만 되마 몸이 수술한 암환자 그치 앞으로 꺼꾸정하이 쏠리가 댕깃다 아이가."
"봄에 머시기 집에 연기 안나온지 3일 됐는데... 이카마... 마... 며칠 뒤에는 굶어 죽어가... 동내 일가들이 장사치고 안그랬나..."
"그 때는 도와주고 머 그런 것도 없었다... 서로 굶어 죽는 판인데머."
그 당시 어르신들이... 탁배기를 드시면 어찌 돼냐면요?... 다시 어르신들 말씀을 빌려 설명드리죠.
"머 몸이 원카 부식하이까... 막걸리 한잔 묵고 나마... 10리 길을 비틀비틀거리미... 3시간씩 집에 걸어온다."
"어대 삯이라도 좀 받아가, 두잔 묵고 나마 집에 몬들어 온다... 오다가 개골창에 처백히고 난리다."
"우리 얼라 때... 장날 저력 되마... 전부 집에 몬들어온 아부지 찾아가고 등 밝히고 아부지... 아부지... 하는 불빛이 5~6개 씩은 됐다."
"그거 머 재밌다고 저녁 묵고 집앞에서 앉자가 구정한다 아이가..."
"형편 존집은 등불... 안존 집은 짚단 지게에 메고 그거 불 피아가민서... 나무 밑에... 물고랑에...구석구석에 찾아본다 아이가."
"그기 어제 그튼데... 손자들이 내 그 때 만하이... 우리도 인자 죽들 때가 된기라... 그체?"
그러면서 돼지 수육 한점 드시다가... 돼지 고기에 얽힌 이야기를 이어가십니다.
"느그 큰할부지 상 했을 때 돼지고기 기억나나...?"
"느그 큰할부지...그라이 니 한테는 증조부가 못에서 헤엄치다가 말풀이 다리에 감기가 세상 배린기라..."
"그 때 일본 가가 장사하던 느그 증조부 동생... 니한테는 똑 같이 증조부다이... 어르신이..."
"돈 걱정 하지말고... 돼지 2마리 잡아가 후하게 장사 치라 켓그든..."
"그래가 여 안인, 내동, 용산 팔계리 사람들 전부 줄섰다 아이가..."
"평생 돼지 못무본 사람이 태반일댄데머... 첫날 그짓말 좀 보태마 경북 사람 반은 느그 큰집에 왔다 갔을 기라."
"원카 몬묵던 사람들이 되나서 실큰 묵는다케도 요즘 느그들 묵는거 반에반도 몬묵는다."
"비린걸 워낚 몬무니까 밋점 묵고나마 속에서 안받아 주는기라... 일라가 토하는 인간도 있었다 아이가."
"막상 출상하는 날에는 용산팔계리 사람들 전부 설사한다고... 고기묵고 장이 놀래가..."
"상여 짊어질 사람이 없어가... 장지까지 3번 쉬고 갔다 아이가... 나온 것들도 전부 설사하나 나와가 힘이 없고 비실했제..."
전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듣고 있으니 왠지 흐뭇하면서 맘 한구석이 울꺽하기도 하고 여타저타 해서... 오늘 오후에 낚시도 가고...
잔잔한 글 올립니다.
아버지와 친구분 그리고 옜날 이야기...^^
-
- Hit : 8488
- 본문+댓글추천 : 3
- 댓글 11
어째 해학적인 말투에 웃음이 나옵니다
지난주 토요일 저도 아버지하고 짬낚 다녀왔습니다
동명에 짜장면집이 맛있다고.. 한그릇 사주께 묵고가자 해서 진짜 오랜만에
어린아이 된듯한 심정으로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그릇 맛있게 먹었습니다
좋은기억으로 남을듯 합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안출하십시요~
할머님 말씀이~~~느그들
음식 버리믄 죄 받는다
하시던 말씀이.....
잘보고 갑니다.
498하세여...
갱상도 사투리는 저보다 잘하네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