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추억 1
"낚시 함 갈래??"
....
"예?"
대화가 거의 없으신 아버지가 왠일로....
저녁상 을 물릴때즘 낚시 얘기를 꺼내셨다
"언제예?"
하교하면 책가방 던저놓고 냇가로 나가 저녁먹을때가 되어서야 집으로 향하던 국민학교 6년생이
무슨 날짜개념에 언제 갈거냐 묻는건 낚시에대한 기대감이 아니라...그냥 아버지에대한 반항적인 말투였다
개구리잡는다며 못자리를 밟고다니고
작살 만든다고 냇가방천 철망을 끊어내고
남의집 새끼염소를 물에 밀어넣어 빠뜨리고
동네라는 동네를 다 뒤지면서 말썽부리는 아이들중엔 항상 내가 끼어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땅콩서리를 했고 주인할아버지가 찾아와 아이간수 잘하라며 아버지께 뭐라하셨다
저녁먹기 전까지 회초리와 아버지의 꾸지람에 몇번이나 손이 타도록 빌었던터라 잘못을 했지만 말리지않는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눈물의 원천인 아버지가 원망스러웠기에 그런 아버지에 대한 반항적인 물음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먹는둥 마는둥 숟가락을 놓고 내방으로 들어왔다
서럽다
서러워서 눈물이 나려고 한다
낚시는 무슨..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아버지의 일방적인 통보로 주말낚시행이 정해졌지만 난 싫다는 말을 할수가 없었다
책상에 앉아 너덜한 달력으로 감쌓인 전과와 공책을 꺼냈다
딱히 공부를 하기위한건 아니지만
연필은 손에 쥐어져있고 엄지를 밀어 육각연필을 돌리기만 한다
슥슥~
하얀 공책위에 달리는 연필
낚서에 가까운 연필의 흐름은 금새 흑심을 부러뜨리고 공책에 구멍을 낸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방문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갈까 억누르는 울음이 서러움을 더했다
이럴때면 서울 고모댁으로 유학간 형이 그립다
주말마다 잠깐씩 통화하던 형과의 대화에서 어색한 서울말을 늘어놓는 형이 신기하고 부러웠다
종아리가 따끔거린다
핏발이 선 종아리는 금새 터질것처럼 욱신거리고
바지가 종아리를 쓸고 지날때마다 아프고 따가웠다
"머하노?"
문밖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음성
얼른 전과로 공책을 덮었다
그리고는 눈물을 훔치고 태연한척 책의 말머리에 시선을 고정했다
"끼이~~익"
여닫이문이 기름칠을 해달라며 소리지른다
"공부하나?"
어머니께서 교자상에 단감몇개를 가지고 들어오셨다
난 아무말없이 전과만 바라볼뿐 고개한번 돌리지 않았다
"사각사각"
칼날이 단감껍질을 벗겨내는 소리와 단내를 품은 향이 방안을 채워가는 동안 어색하게 한장을 넘긴다
"탁!"
적막했던 방안
쟁반위의 단감을 쪼개는 소리에 슬쩍 어머니를 봤다
단감을 깍기에 열중이신 어머니
"느그아빠 땅콩밭 할배집에 가싯다"
칼끝이 단감속으로 사라질때마다 쟁반위를 딩구는 조각들
어머니의 말씀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있다
언제나 내가 사고를 치면 아버지는 항상 뭔가를 사들고 피해자??의 집으로 가시거나 농기구등을 공짜로 수리해 주시곤했다
어쩌면 땅콩밭 할아버지는 내심 그런 아버지의 속내를 알고 찾아온건지도 모르겠다
난 아랫입술을 깨물고 한장더 넘겼다
"책상우에 앉아있지말고 이거 묵고 자그라~"
그리고 어머니는 방을 나가셨다
문너머 어머니의 한숨소리가 들려오는듯 했다
다시 적막함이 흐른다
멍하니 그저 멍하니 얼마나 흘렀을까
얕은 숟가락질로인한 허기가 찾아왔다
책상에서 내려와 교자상에 앉았다
누군가 보고있다면 엄살이라도 부릴테지만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는 몸을 사리지않고 퍼져 않는다
아프고 따가우면 인상만 쓰면될뿐
상 위에는 대충 잘라논 단감
그리고 녹색통 안티푸라민
단감을 한쪽 물었다
이와 이 사이로 단감이 조각날때마다 떫떠름함이 전해진다
한숨을 섞어넘기는 단감의 모서리가 목구멍을 긁고 지날때마다 미어오르는 생각들...
그렇게 맛있던 단감이 떫기만 했다
언제나 그랬다
아버지께 혼이 나거나 회초리를 맞을 때면 집안 누구하나 말리는 어른은 없었다
예전 할머니께서 회초리를 든 아버지를 말리신적이 있었지만 버릇 나빠진다며 할머니를 피해 광에서 맞았던 기억들
형과 함께지낼때에도 언제나 더크게 혼나는건 나였다
시골에선 보통 동네어른들이 부모들을 부를때면 항상 그집 큰아이 이름이 앞에 붙는다
하지만 유독 우리집은 부모님앞에 형이아닌 내 이름이 붙었다
얼마나 유명?했으면...
교자상을 한쪽으로 밀었다
바른자세로 눞기에는 종아리가 너무 쓰려왔다
고개를 들어 책상을 올려 봤다
절반이 펴져있는 전과
숙제가 있긴하나 책상에 오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옷장서랍을 밀치듯 등을 대고 바닥에 닿은 종아리를 거두었다
"따닥...따닥..딱..."
쇠로된 옷장 손잡이가 흔들리며 조롱한다
형이 지금의 나 같아도 종아리를 맞았을까??
형이었다면 할머니의 성화에 종아리가 터지도록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토바이소리가 집앞에서 뭠추고 대문열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얼른 불을 끄고 이불 위로 엎드렸다
다시 대문 닫히는소리
"흠~~~ 튓!"
가래를 뱉으며 거실문을 들어오는 인기척
땅콩밭 할아버지댁을 다녀 오셨나보다
큰방 문이 닫히고 부모님의 대화를 들으려 귀귀울여 보지만 형광등에서 나오는 알수없는 주파수가 자장가처럼 날 잠재운다
ㅡ ㅡ ㅡ. ㅡ ㅡㅡ ㅡ ㅡ ㅡㅡ ㅡ
"일나라~ 해가 중천이다~"
"학교 늦는다 ~이"
마당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
"식탁에 밥 차리났다 묵고 학교 가라
엄마 들에 간다이~"
일어나라는 어머니의 다그침보다 먼저 나를 깨운건 쓰린 종아리
밀쳐낸 교자상에는 안티푸라민과 먹다남은 단감조각들이 그대로 말라있다
혹시나 해서 바지를 걷어올려보지만 그어디에도 안티푸라민의 흔적은 없었다
약이 바짝오른 피멍자국
여러줄의 자욱들이 퉁퉁 불어 건드리기만해도 터질것 같았다
책과 공책을 대충 쑤셔넣은 책가방을 거실에 바닥에 던지듯 밀치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흐르는 물에 수건한쪽을 적시고 고양이세수하듯 얼굴을 닦아냈다
두손으로 받아든 물을 입에가져가 한모금
칫솔이 있지만 검지를 찔러넣어 오글오글 손가락양치를 하고 거울 속 이를 이리저리 들춰본다
누런 이 사이로 보이는 치석 과 군데군데썩어가는 어금니
눈이제법 부어있는 건너편의 녀석이 심통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식탁위 밥상덮개엔 한두마리의 파리가 날고있다
아침은 고등어구이와 된장국
덮개 사이로 파리의 후각을 자극하는 비린내와 식은 된장국은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한다
"뎅~~"
30분 마다 울리는 괘종시계가 날 바라보라며 울어된다
시침이 8과9사이에 걸쳐있다
지금 나서면 선도부들과 선생님이 교문을 닫고 있을것이다
난 싱크대 서랍에서 라면 하나를 꺼내 가방에 넣었다
파랑색 운동화를 구겨신고 집을 나선다
차길 건너 밭
할머니께선 김을 매시는지 커다란 엉덩이만 보일뿐이다
학교와의 거리는 고작 담장하나
익숙하게 학교 창살담을 올라 탔다
"오늘도 월담하나?"
"우째 니는 학교옆에 살민서 맨날~ 지각이고~허허"
보건소 옆집에 사시는 이장 할아버지가매번 월담하는 나의 엉덩이에 일침을 가한다
익숙하다
처음 월담때 교장선생님의 타이르는 훈화가 나에게 더큰 용기를 주었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월담은 그냥 생활일뿐 들키지만 않으면 무죄요 월담을 할수록 오는 두근거림은 또다른 활력소이다
어쩌다 일찍 일어나더라도 텔레비젼을보다 일부러 월담하는 날도 더러 있었다
내림발에 휘청거릴 정도로 종아리가 따끔 거렸지만 일단은 선생님의 눈을 피해 교실로 가는것이 우선이었다
본관까지의 거리는 몇발되지도 않는다
이즈음 이면 모든선생님이 교무회의를 할시간
교무실옆 2층대단으로 까치발을 하며 올랐다
대리석 같이생긴 2층계단을 돌아서면서 나의 까치발은 한결 편안해졌다
반질반질 니스칠 되어있는 어두운 감색복도바닥 을 걸으며 남은 눈꼽을 정리한다
왁작지끌한 교실 뒷문을 열고 들어선 교실
나를 발견한 동무들이 우루루 몰렸다
"느거아빠한테 윽시 맞았는가베 얼굴이 팅팅 뿔었다 보래요~"
같이 땅콩 서리를 한 녀석들이 내 얼굴을 보며 킥킥 거렸다
"오데 맞았노?"
"손바닥?.. 회초리? "
"오데고??"
저마다 재미난 마냥 몸을 수색하는 눈빛이다
여자아이들 마져 동물원 원숭이보듯 주위에 둘러쌓인 날 보고 있었다
"나온나 ~ 비키라~"
친구들을 물리고 터벅터벅 내자리로 향했다
"흑장미 온다~ "
망을 보던 한녀석의 외침에 일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
"드르륵"
회색스커트에 하얀 블라우스
긴 생머리를한 여선생님이 미닫이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선다
외모와 어울리지않게 대나무뿌리로만든 어른손가락만한 굵기의 몽둥이를 들고 단에섰다
"반장 ~인사~"
한옥타브 높은 앙칼진 목소리가 또랑또랑하게 들린다
"차렷"
"잠깐!!"
반장의 구령속에 교실을 훝어보시던 선생님이 인사를 중지 시켰다
"너 왜그래??"
어색한 서울말을하는 형과는 다른 부드럽고 오글거리는
텔레비젼에서나 들을만한 목소리다
그런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아버지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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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의 현장에 가있는 듯 합니다.
다음편 기대합니다.^^
주인공의 남다른포스가 느껴짐니다.
흠....
기대가 큼니다. ㅎㅎㅎ
다음편 기다려지네요
할아버지와의 추억 다음으로 글을 씁니다
핸드폰으로만 쓰다보니 pc에서는 줄바꿈이 안될때가 있네요
한 줄의 여백이 읽는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는걸 새삼 느낌니다
오타와 흐름이 매끄럽지 못하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세요
매일 올리기엔 실력이모자라 쉬엄쉬엄 생각하며 올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ㅎㅎㅎ
후편 기다립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