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추억 2
선생님의 물음에 고개만 숙일뿐 답할수가없었다
"탁"
조용한 교실을 깨운건 선생님의 몽둥이가 교탁을 찍는 소리
조용하다
.....
참을수없는 적막함에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교탁위 대뿌리를 양손으로 짚고 턱을 괴고있는 선생님의 얼굴과 마주쳤다
뽀얀 피부, 탄력과 볼륨감에 찰랑이는 앞머리
갈색 립스틱을 바른 아랫입술을 살짝깨문 하얀 앞니가 나를 바라보고있다
그리고는 슬며시 눈을 내리깔려는차
"누구야?"
"싸운사람!!"
선생님께선 동무들과 싸워 얼굴이 이모양이된줄 아셨나보다
"말 안할꺼야?"
누구하나 입을 여는이가 없었다
"반장 ~!"
"말해봐~"
선생님은 한결 가벼워진 말투로 반장을 불렀다
반장 '권영례'
잘생긴 외모에 우리집과 두집걸러 '도매상회' 라는 상호를 단 가계집 독자다
나와는 둘도없는 친구
난 영례를 멀끄럼히 바라봤다
어제 땅콩서리를 한 공범중 하나이다
반장 영례와 잠깐 눈이 마주친다
"학교 올때부터 저랬고예 ~싸운 사람 없습니더예~"
있는 사실을 그데로 말했지만
나와다른 말끔한얼굴에
부모님께 혼나거나 꾸지람의 흔적은 없어보여 내심 가슴 한켠이 씁슬했다
주위를 둘러본다
하나같이 고개숙인 친구들속 다른 공범들의 얼굴에서도 나와같은 얼굴은 없다
"탁 탁"
연속해서 두번 교탁을 두드린다
"인사!"
선생님은 학교외의 일에는 관심이 없는듯 평소와같이 교탁에 섰다
인사와 동시에 교무실 외벽에 걸린 종이 수업을 알린다
선생님께서 교실 분단과 분단사이를 느린걸음으로 걸을때마다
마루바닥은 삐그덕이며 일정한 주기로 소리를 낸다
가끔 책을 보고있는지 확인차 아이들을 일으켜 읽히기도하고
간혹 딴짓을하던 녀석들은 교실뒤편에서 벌을 받으며 공부를 하기도했다
교실창 밖 저학년들의 재쟐거리는 소리에 운동장으로 시선을돌린다
창틀에 절반가량 가려진 운동장 끝으로 골대기둥
그뒤로 구름사다리에 매달려있는 아이들이 뭐라뭐라 떠들고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이순신장군 동상의 칼끝에 이름 모를 새 한마리가 앉았다
무슨 새일까?
가끔씩 부리로 칼자루를 쪼으는 새를 관찰하는 중 짝지가 옆구리를 찌른다
"그 다음부터 읽어봐~"
선생님의 무미건조한 음성이 들려온다
짝지의 손가락은 책 중간부분을 가리키고있었고
눈치로 책을 들고 중간 부분부터 읽어간다
교실 여기저기서 웃음을 참는 친구들의 분위기에 다른 페이지를 읽고 있다는걸
알수있었다
"정신 안차려?"
"뒤로 나가 서서 공부해"
선생님의 찡그린 얼굴이 나를 힘들게한다
익숙하다
이런 나의 학교 생활은 ...
가정통신문 하단에 항상 따라붙는 주위가 산만하다는 선생님의 평가
걸상을 빼고 다리에힘을줘 일어서려할땐 정말 종아리가 찢어지는듯 했다
"어머 얘가?? 너지금 선생님한테 인상쓰는거야?"
아픈 종아리 때문일뿐 전혀 그렇지 않아요 선생님!! 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종아리는 나의 미간 주름을 더 깊게 만들 뿐이었다
"아닌 데예~"
한층 소리가 높아진 선생님과는달리 죽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입이반쯤 벌어진 선생님의 입술은 이미 다음 말을쏟아낸다
"넌 4교시까지 뒤에 서서 공부해"
교실뒤로 향하는 뒷통수에
선생님의 카랑카랑해진 목소리가 울려 종아리가 터질것만 같았다
흑장미.
담임 선생님의 별명이다
출신이 어딘지는 모르나 서울말을 쓴다는것
예쁘장한 얼굴과 까만 긴 생머리 그리고 주로 어두운계열의 루즈를 칠해 졸업한 형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6학년이되면서 담임선생님이 결정될때 좋아하는 아이들과 싫어하는 아이들로 양분 되었다
예쁘니까 ..여자니까
이성에관심을 가지기시작하는 남자아이들의 흠모의대상인 긍정부류와
전설이되어버린 학생 따귀사건,대뿌리로만든 '사랑의매' 에의한 부정적인 부류
하지만 난 어디도 상관없는 무관심한 제3의 부류였다
다시 교실나무바닥이 삐걱인다
수업은 이어져가고
선생님의 눈을피해 돌아보는 영례의 눈은 다른 공범과는 달리 안쓰러움이 묻어났다
쉬는 시간이 되어서야 내자리를 찾았고
책상에 부은 얼굴을 붙일때면
몰려드는 친구들의 측은한눈빛 반 놀리는 표정 반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땡땡~"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
드디어 4 교시다
40분만 견디면 점심시간
선생님이 오기전 교실 뒤로 향했다
"숙제 안해온사람!"
교실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흑장미의 입에서 듣고싶지 않은 말이 흘러 나온다
반은 일시에 조용해졌다
"검사해서 발각되면 10대 자진납세하면 다섯대야"
여기저기 서너명이 주저하듯 일어선다
"넌 해왔어"
당연한걸 묻고 그러실까?
난 고개를 숙인체 말을 하지못했다
"넌 어째 너네 형이랑 하늘과 땅이니?"
"닮은데가 없어"
선생님의 입에서 형이 거론됬다
그도 그럴것이
형은 학교에서 유명했다
우등생에 큰키 훈훈한 외모 반장 전교회장
노래 미술 등 각종 경진대회만 나가면 입상을 했고 장관상까지 받아 집안에 자랑이자 학교의 얼굴이었다
중학교 때 서울로 전학을 간 이후로도 많은 누나들이 나를 통해 형의 소식을 물을 정도였으니
"뭐야 반장 너도 안했어?"
날카로워진 선생님의 목소리가 나의 고개를 들게한다
일어선 아이들중 대부분이 어제 땅콩서리 주인공들이지만
영례도 끼어있다는것이 좀 의외였다
나보다 더 의아한 표정의 선생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전부 뒤로 나가 서있어"
걸상을 빼는소리
여기저기서 들리는 나무바닥의 울림과 어수선 함이 동시에 일어난다
"실내화 끌지마!!"
믿었던 반장의 배신감 때문일까??
선생님의 목소리에서 한기마져 묻어 났다
교실뒷편 창가엔 선생님의 책상이 놓여져있다
주기적인 컨디션 난조로 자습을 하는 날이면 의자에기대 창밖을 보던 선생님
그 모습이 국민학교 6학년의 눈에는 시골 여성과는 다른
그 어떤 신비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앉아있는건
배신감에 사로잡혀 팔을 걷어올린 흑장미
"책상잡고 없드려"
몰려나온 친구들은 서로 뒤에서려고 바둥거리고있다
적막함속의 어수선함에 고개를 들어보니
흑장미의 대뿌리는 제일 앞에 서있는 나를 가르키고 있었다
아버지와의 추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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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아버지한테 맞은 기억이 나게끔 하네요
옛기억이 소록소록~~~ㅎㅎ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어릴적 생각이문득납니다
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
우리의 어릴때 아픔을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 되풀이하고 있지는 않은지
조용히 생각하게 합니다.
노는거라면자신있는데...지금은후회도되네요...공부함해볼건데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