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추억 7
1톤트럭 앞자리에 쭈쭈바를 문 3명의 조사가 기대에찬 눈빛으로 도로를 달린다
사이드 미러로 멀어져가는 동네를 보며 얼음과자를 쥐어본다
온도차로인한 성애가 손바닥을 빨아들이듯 당기지만 이내 촉촉하게젖어 손목을 타고 내린다
정리가잘된 논과 밭들 중간중간에 추수뒤의 이삭이라도 줍는지 어른들이 허리를 펴기도하고
쭈구려앉아 뭔가를 줍기도 한다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영례와 난 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얼이빠진체 입술을 오물거리기만 했다
길 가장자리를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벛꽃나무가 겨울을 준비하는듯 앙상함의 차태를 뽐내고있다
"영례야~"
운전만하시던 아버지의 입이 처음으로 떨어졌다
"졸업하고 아버지한테 간다 카데?"
"예~"
차창에 턱을 걸어놓고는 있지만 모든 신경은 아버지와 영례의 대화에 집중시킨다
"니는 공부도 잘하고 싹싹해서 그가서도 잘할끼다"
"여~ 보다 거~가 안 낫건나~"
그리고는 긴한숨을 내셨다
말썽쟁이 작은아들의 친구와 비교가 되시는지 아니면 이미 객지 생활을하는 큰아들 걱정때문인지 그 긴 한숨에 내눈은 촛점을 잃고 그저 멍하니 바람만 맞을 뿐이다
"아따~머리가 지끈거리네~"
방앗간에서 건내받은 깻묵봉지에서 고소한향이 어지러울정도로 진하게 올라와서인지 아버지의 왼팔은 어깨를 흔들며 창을 내리기에 바빳다
어느새 쭈쭈바는 공기방울이 호스를 지나듯 빨릴뿐 단맛이 다 빠져버렸다
아스팔트길이 끝나고 시맨트 포장길에들어선다
국민학교 내내 소풍지였던 궁류 일붕사
바위산을 뚫어 법당을 세우고 근처에서는 제법 유명한 절로 알려진곳이다
뭐라할것도 없이 아버지는 속도를 줄이셨고 셋은 대낮 때양볓에 이글거리는 논너머 일붕사의 풍경을 바라본다
발가스래 바위산 곳곳에 뿌려진 단풍잎이 그럴듯하게 보인다
여기를 지나면 평촌이다
아버지는 평촌교 위에서 차를 멈추고 건너편을 가리키며 말하신다
"우순경 사건 알제?"
영례와난 아버지가 가르킨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돌담너머 먼곳에서봐도 관리가되지않는 쓰러져가는 집이 눈에들어온다
"저~서 그 새... 우범곤 글마가 총하고 수리탄으로 사람 쏴 지긴데다.."
영례가 없었다면 아버지는 시원하게 욕설을 뱉었을것이다
흥분된 아버지의 목소리에 당시를 생각해봤다
국민학교에 막 입학했을때 였을까?
덤프트럭들이오가며 아스팔트 포장을 시작하고 우리집에 기계를 고치러오시던 어른들의 얘기를 주어들은 바로는 대통령이 깡촌 시골 온다고 비포장이니 길닦는거라고 또 다른 소문은 대통령이 동내주민들 달래기위해 길내는 거라는둥 많은 말들이 있었다
"글마때문에 도로는 났는데 마을 하나가 없어지뿌다 ..."
"여~서 글마 때민에 대가끊길뻔 했다 아이가"
아버지는 혼잣말처럼 한숨섞인 말을 하신다
시골의 마을들은 대대로 집성촌으로 구성되어있다
한마을에 같은성씨가 모여 옆집이 큰집이고 뒷집은 작은집인경우가 허다하다
우리집이나 영례네처럼 타지에서 들어오지 않는이상 집성촌은 유지된다
그런마을들을 이틀에걸처 돌아나니며 소총으로 난사한 사건
마지막으로 이곳 초상집에와서 많은 사람을 죽이고 수류탄으로 자살 했던 사건
당시 9시뉴스에서 보도되던 윗마을이 어린 나에게는 슬픔과 분노보다는 신기함의 일로 기억된다
아버지의 혀차는 소리가 애잔하기만하다
다시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례와난 시야에서 사라지는 폐가를 조금이라도 더 보기위해 목을 빼고 창밖을 본다
총과 수류탄 이라는 단어는 군인과 북한,전쟁,등만이 떠오를 뿐인데 순경이...
그것도 가까운 마을 하나를 쓸어버릴 정도로 큰 사건의 현장에 있다는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다리를 지나 얼마못가서 탁 트여진 평지가 나온다
저멀리 계곡에걸려있는 저수지 둑이 우리를 반기듯 반짝이며 내려다본다
동네 농사용으로 쓰이는 소류지들과는 비교자체가되지않는 큰 규모의 댐이다
벽계저수지
궁류면 일대 뿐만아니라 아랫면인 유곡면까지도 수로를 통해 가뭄때 유용하게 활용되는 저수지이다
산기슭 경사를 오르며 얼굴을 반쯤 빼 목간통을 걸러나온 줄기를 바라본다
산길을 오를수록 점점... 물줄기가 작아지고 산의 허리즘 올랐을까?
트럭은 시커먼 연기를 연신 내뿜으며 힘이 달리는듯하다
안쪽에 앉은영례도 내몸에기대 고개를 내민다
산기슭아래로 솟아오른 밤나무들이 빽빽하게 그늘을 만들고 그 사이사이로 가끔씩 보이는 제방둑은 크기가 얼만큼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와~ 이거 평화의 댐 만한가??"
영례의 감탄어린 말
아직 커타란 댐을 직접 보지못한 이유도있지만
당시 어린 우리의 주머니를 털어 500원씩 평화의댐건설용 모금액이 강제 집행되었던걸 기억한다
평화의 댐이 고작 시골 계곡을 틀어막아 건설할 정도면 모금도 없었겠지만
눈에보이는 이 벽계저수지는 우리 둘의 눈엔 그어떤 둑보다 커보였고 웅장했다
규모가 커서인지 산기슭 포장길을 한참동안 달려서야 저수지입구에 도착했다
안내초소 같은곳에서 아는 척을 하시는 아저씨가 아버지와 얘기를 하신다
영례와난 허락을 구하고 아버지가 커피마실동안 차에서내려 저수지 둑으로 갔다
둑의 가로 길이만 학교 운동장보다 몇배는 길어보였다
둑아래로 내리꽂는 바위들이 받듯하게 둑을 지탱하고 우리동네에서 볼수없는 다른모양의 메뚜기들이 둑여기저기서 보인다
"와~"
영례의 터지는 함성
저 아래로 옹기종기모인 기와집들과 개미만한 사람들이 바둑판같은 농경지 위에서 꼬물꼬물 거리는 광경이 잘만들어놓은 장난감 같았다
"와~"
"영례야 저~바바~"
어느새 난 저수지 안쪽을향해 손을 가르키고있다
저수지의 둑 길이보다 훨씬넓은 저수지의안쪽은 태양빛에 부서져 반짝이는 유리조각 같았다
"끝내준다이~"
"와~물 우에~다가 설탕 흐치난거 것네~"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듯 둘은 저수지안쪽으로 성큼 성큼 내려갔다
배수를 많이 했는지 가뭄으로 물이 말랐는지 무너미로부터 수면까지는 제법 내려가야했다
"어 저거!! 자라~~자라다~"
말이떨어지기 무섭게
물속으로 사라지는 녀석은 파문만 남기고 우리둘의 이마엔 이슬이 맺힌다
"빠르다요 ~"
팔로 땀을 훔치며 사라진 녀석의 뒷모습에 허탈함을 뱉어냈다
"나 오줌!"
영례가 망설임도없이 허리띠를 푼다
나도 바지를 내렸다
"쪼르르르"
저수지를 향해 흐르는 두 물줄기가 세차다
슬쩍 영례의 아래를 보았다
"어!!??"
"와?"
"영례 니는 아직 안났네?"
"머가?"
영례도 슬쩍 나의 아랫도리를 본다
"오~와~"
"니 도 ~인자 막~ 나오거마 !!"
둘은 키득거리며 저수지 안쪽에다 거품가득 물줄기를 교차해가며시원하게 뿌렸다
"인자 올라온나 ~ 얼릉 가자~"
바지를 추스릴 무렵 아버지는 저수지 입구에서 우리를 부르셨다
초소를 지나서 몇분을 달려서야 저수지 상류에 닿았다
이쪽 산에서 건너산으로 이어주는 다리아래로 고대 유적지같은 흔적들이 보인다
저수지를 건설하면서 계곡에위치한 마을을 수장한 흔적들
중간중간 텐트들이쳐져있고 물가엔 빈 의자와 파라솔 들이보인다
동네 작은소류지에서는 볼수없는 광경들이다
"머 물래~"
저수지아래 정신이팔려있는사이 도착한곳은 다리건너 중국집
영례와 난 아버지의물음에 한입처럼 대답한다
"짜장면 예~"
자장면이 나오기전에 입으로 가져가는 단무지의 달콤시큼함이 씹지도않고 혓바닥위에 올려져 빨아대기만 할뿐이다
"아~들 하고 낚시왔나?"
주인아저씨가 자장면을들고 주방에서 나오신다
"예~물이 마이 빠지떤데 사람은 쫌 있는가배예~"
각자의 자리에 한그릇씩 놓여진 자장면
"먼저무라~"
영례와난 와라바시 한조를 들고비비기 시작했다
흔한 중국집 음식이었지만 읍내5일장때 어머니를 따라나가서야 먹던 자장면
걸신들린것처럼 먹기시작했지만 아버지는 자장면보다 근례 조황이 더 궁금하신듯 주인 아저씨와 대화를하신다
절반을 먹고나서야 아버지는 와라바시를 쪼갯다
빨간 고추가루를 이리저리 뿌리시는 아버지
곱배기를 받은 우리와 속도를 마추시려 늦게 시작하셨는지도 모른다
시작은 늦었으나 젖가락을 놓는건 같은시간 시원한 냉수를 들이키고 나서야 두둑해진 포만감에 세명의 조사는 월척이라도 걸은듯 기분이 좋아졌다
"한참 바쁘낀데 아~들델꼬 낚시도 다오고 살림살이 좀 핀~나??"
"아~니예~ 아들 듣구로 와그랍니꺼~"
언듯 보기에는 아버지 연배인듯한데 말끝마다 반말이지만 아버지는 항상 존대로 대하신다
"자리좋은데나 좀 알리주이소"
나에게는 인색한 웃음을 주인아저씨께 보이는 아버지
그런아버지의 미소가 싫어 가계를 나와버렸다
"아제~잘무심미더~"
넢쭉인사를 마치고 먼저나온 내뒤를 영례가 따른다
다리저편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랭이가 이글거리는 한낮
수몰나무가 바닦을 들어내고 말라버린 저수지상류가 내마음같이 건조해보인다
내리쬐는 태양을 피해 가계옆 커다란 고목나무아래 평상을 찾았다
낚시의 기대감을 한풀 꺽여버린 아버지의 미소에 애궂은 돌부리를 걷어차보지만 돌아오는건 반동에의한 종아리의 아픔
그런 내옆을 영례가 말없이 앉았다
"에이~~씨! 비나 쎄리 와뿌라~"
"히히~"
옆에와 앉기가 무섭게 내입에서 나온 저주섞인 욕설에 우린 뭐가 좋은지 키득거리며 웃기만 한다
"차에타라~가자~"
이야기가 끝났는지 차에타라시는 아버지
목적지까지 아무런대화도 없이 앞만보고 달린다
중국집에서 더 상류로 100여미터 시멘길을 달리면 저수지안으로 들어갈수있는 길이나있다
낚시꾼들의 타이어 자국들이 길을 내어 저수지 안쪽까지 다져진 판판한 흙길이다
먼지를 일으키며 저수지 안쪽길을달린다
계곡깊은곳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는 언제 끊어졌는지 바닦의 자갈들이 하얗게 변색되어있고 안쪽으로 갈수록 바닦이 훤히 보일정도의 얕은 수면은 저수지 입구에서 느꼈던것과는 전혀다른 실망감이었다
트럭은 우리가 건너온 다리아래에서 뭠췄다
"다왔다 내리자~"
내딤발로부터 푸석한 흙이 바스라지는걸 느낀다
저수지 더 안쪽으로 들어가도 될법도 하지만 아버지는 낚시꾼들중 가장 상류에 차를 세운것이다
"여~서 합니꺼?"
불만 가득한 나의 물음에
아버지는 댓구가 없으셨다
후덥지근한 복사열을 피해 교각아래 그늘로 내려간다
습기를 품은 공기가 얼굴에 달라 붙는듯하다
물속은 깨끗하다
고기가 있다면 물밖의 나를 보고 도망할것같이 맑아보였다
"좀더 안으로 가도 되낀데...."
안쪽으로 몇대의 승용차들이보이고 물가에는 여러 조사들이 낚시는 안중에도 없는듯 그늘막아래서 술판을 벌인다
교각 건너편에도 한명의 노조사가 낚시대를 드리웠다
여느 낚시꾼들과 다른점이있다면
허름한 밀짚모자에 가부좌를틀고 한대의 낚시대만 드리워져있다는것
따가운 태양아래서 목에건 수건으로 얼굴만 훔칠뿐 별다른 움직임이없다
몇발만 옮겨도 교각 그늘에서 시원한 낚시를 할수있을텐데...
"짐 내리자~"
영례가 나를 부른다
불만을 씹으며 짐을 내리러 올라가지만 짐칸에는 별다르게 내릴게없다
"영례하고 다리기둥 그늘에 가가 낚싯대 피라~"
아버지는 빈짐칸을 둘러보던내게 낚시가방을 쥐어 주셨다
"아제는 여 텐트치고 근방쫌 둘러 보꾸마~언능 내리가서 낚시 해라~"
아버지는 물통을 들고있던 영례의 엉덩이를 두드린다
먼저물가에 도착한 나
낚시가방을 든체 건너편 노조사에 시선이 뺏겼다
"이~야~ 잡았는갑따~"
옆에선 영례도 어느새 건너편 노조사의 리액션에 탄성을 질렀다
제법 큰녀석인가? 휨새가 장난이아니다
노조사의 하늘로 치켜든 양손끝에 낚시대가 심하게 흔들린다
심장이 뛰기시작했다
낚시가방을 쥔손에 땀이날지경이다
노조사가 일어섰다
낚시대는 더 휘어진다
분명 대물이다
노조사의 작은체구를 낚시대가... 아니 물속에있는 녀석이 이리비틀고 저리 비틀때마다
건너편에서 지켜보는 내어깨를 쥐어흔들었다
순간 수면을 강타하는 강한 물보라!
.....
"아~"
....
영례와 내입에서 동시에 아쉬움이 흘러나왔다
원줄이 터진모양이다
"허~"
노조사의 입에서 나온 감탄사가 교각사이를 울린다
허탈함보다 놀람에 가까운 그 소리가 낚시가방의 지퍼를 열게한다
분명 아주 큰 녀석이 이교각 사이에 존재한다
노조사가 노쳐버린 고기는 지금 채비중인 내 낚시대에 걸것이다
우린 말없이 빠른 속도로 채비하기시작했다
아버지와의 추억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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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하게 부분부분을 묘사하시는 기술이 최고십니다.
우째 그리도 닮았는지 울 딸래미들이 안좋아해요..ㅋㅋ
아버지꼐실때 낚시 한번이라도 더 가야겠습니다.
재밌게 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