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추억 8
수면은 조용하다
잔잔한 수면 위를 일붕사 돌부처마냥 옴짝하지않는 찌는
조금전 건너편 노조사가 우리에게 상기시킨 기대감 마져 사그라들게 한다
수분이 흘러지난다
몇마디 보이는 찌톱에 온갓 신경을 집중시켜 미세한입질이라도 할라치면 단번에 챌 준비가 되어있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찌
손잡이에 힘주어 올려놓은팔이 저려온다
기대감도 점점 지루함으로 변해가고 나의 찌만 보이던 시야가 점점 넓어져 영례의찌로 시선을 옮기는 여유도 생겼다
"안문다 그자~"
기다렸다는듯 내게 말을 건낸다
건너편 노조사는 채비를 교환하는지 낚시대위를 오가는 손놀림이 분주하다
"먹이는 머쓰는고??"
..
"함 물어보까??"
혼잣말같이 흘리는 말에 영례는 곳잘 답한다
상류 물가에 아버지가 보인다
거슬러 거슬러 저수지의 물가를 빙~~돌아 건너편으로 가시려는 모양이다
뭔가를 줍는것 같기도하고
걸으며 손에닿는데로 무릎위로 오른 갈대를 뜯어 한손의 외로움을 달래는것 같기도 했다
뒤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트럭 옆에 완성된 텐트가 보인다
"와~벌써 다 치싯네 빠르다요~"
영례는 영덩이를 털고 트럭을 향했다
다른 낚시꾼의 텐트 처럼 작고 귀엽지는 않지만
홀로 투박한 터널형 빨간 텐트를 빨리도 만드셨다
"온나~ 까자나 묵자~"
금방이라도 물어줄것같던 고기의 배신에 영례도 지루했나보다
아쉬움으로 돌아섰지만 미련를담아 한번더 돌아본다
일렁임조차없는 수면은 내등을 떠 미는듯하다
비올것을 대비해서인지 방수 후라이가 쳐져있고
텐트 주위에 물골도 패여있다
가져온 이불보따리를 발로밀어 탠트안에 자리를 만든다
"아까그거 큰~기던데 ~잉언가?"
영례어머니가 챙겨주신 과자들중 하나를 집었다
"쫌 다르던데~"
"줄터진거보모 잉언지도 모리지~"
영례와 난
아버지가 설치해 놓은 텐트 안에서
노조사가 놓친 고기에 대해 이야기를하며 혹시나하는 기대감에 미동도없는 찌만 바라보고있다
채비를 다 달았는지 건너편 노조사는 다시 가부좌 상태다
그옆을 아버지가 과도한 인사로 다가서시고 작은 소리로 뭔가를 물어보는것같다
노조사는 여전히 앞만 바라보며 입술이 움직이는것 같지도 않았다
연신 낮은자세로 뭔가를 물으시는듯한 모습과 꿈쩍않는 영감을 영례와 함께 지켜보자니 발끈함이 오른다
"영감재이~ 귀에 똥이찼나...."
나만큼 영례의 눈에도 아버지의 과도한 행동에 불편함이 보였는지 어색하게 거친말을 뱉어낸다
"아이고~"
이불보따리를 등배고 그대로 누었다
텐트 중간살대에 묶여진 랜턴이
모빌처럼 천천히 돌아간다
아버지는 항상 그랬다
다른사람에게는 과도할정도로 친절하다 낮은자세로 임하는 아버지의 그런 모습들때문에 되려 상대는 더 거만해진다
조금전 노조사를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기싫어 누었지만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천천히 돌아아는 랜턴위로 자꾸만 비춰진다
멍한얼굴로 랜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을무렵
영례가 맨발로 튕기듯 튀어나갔다
한박자 느린반응으로 몸을 일으켰을땐 이미 영례의 대는 휘어져있다
아까 건너편 노조사의 휨새 만큼은 아니지만 묵직하게 휘어지는 그런느낌 이다
"와~"
뒤따라나온 내 입에서 교각을 울리는 함성을 지른다
건너편에 있던 아버지와 노조사의 시선도 영례의 낚시대에 고정되어있다
"천~처이~ 천~처이~"
건너편처럼 원줄이 터져버릴까 천천히를 외치며 영례의 옆에서 녀석의 머리를 기다리고있다
옆을 치고 나간다거나 낚시대를 흔들며 처밖는 그런 느낌도아니다
꼭말풀이라도 걸어내는것처럼 지긋한 휨새만 있을뿐
"오데~ 걸릿는갑따~"
바늘이 바닦에 걸렸는지 계속적인 챔질에 나일론줄만"핑~핑"거린다
"입질 하기는 하더나?"
"어~!! 니 눞어 있을때. 쑤~욱~ 올라오다 가 팍 !들어가더라~~"
당시 찌의 오름을 못미더운 물음에 안면근육과 삐죽이는 입술로 일일이 설명을 한다
"그라모 돌밑에 기~ 들어 간는 갑다
나올때까지 땡기지말고 기다리바라~"
간혹 바늘을 문 녀석이 돌이나 나무를 감기라도한다면 여지없이 원줄을 끊어져라 당겼겠지만
혹시나 녀석이 풀고 나오진 않을까 라는 기대감에 영례는 받침대위에 낚시대를 올려둔다
조금씩 끌려들어가는 찌
얼마나 끌어 당겼으면 곧바로 섯던 찌가 비스듬하게 수면에 눞다시피 걸쳐져있다
"미끼를 그새 따 무근나?"
영례의 챔질에 자극을 받아
움직임도 없는찌를 챔질하듯 든다
바늘의 곡선을따라 반짝임을 포장하듯 잘 꿰어진 지렁이.
수면위를 올라올때 이미 확인이되는 채비를 다른 손으로 받아들지도 않은채 그대로 한바퀴감아 다시 입수 시킨다
"퐁"
수면에 떨어진 봉돌의 파문에 반사된 교각이 흔들리며 서서히 입수되는 찌가 천천히 느릿하게 자리를 잡아간다
아버지는 다시가던길을 되짚어오기 시작했다
한걸음 한걸음마다 미끄러질세라 비스듬한 물가를 힘주어 걷는 아버지
수면을 사이두고 구부정한 어깨로 쏟아질듯앞으로 걸으시는 모습이 반사되어 흐느적 거리는듯하다
"땡기라 ~ 니꺼 왔다"
영례가 소리친다
아버지에게 뺏긴시선을 돌리며 찌를향하는 눈동자
보다빠른 나의 챔질
스냅을주듯 끌어당긴 팔목으로 전해지는 뻐근함에 반대손이 뒤를 받혀준다
네개의 손가락이 대를 감고 그위를 엄지가 강하게누른 챔질
놓쳤나??....
빠른챔질 이라기보다 급한챔질이다
분명 챔질과 동시에 찌가 수면 옆으로 움직이는걸 확인했다
하지만 이 느낌은 뭔가 허잔함.
잠깐 휘어지다 뽑히듯 날아오른 찌 와 봉돌
그리고 채비 끝에 달려있을 고기가 수면을 박차고 오르며 내시야에서 사라진다
고속 카메라가 야구공을 쫒듯 날아오른 물고기의 흔적을 쫒아 수면에서부터 다리기둥을 따라 교각바닥을 스칠무렵 벌어진 내입과 얼굴로 떨어지는 물방울
"에이~ 퉷!! 퉤 푸~픗~"
한참을 과도하게 뱉어내는 침섞인 물방울
"이거는 첨 보는 기다~"
흙바닦에 떨어진 고기를 원줄채 들어보이는영례
끈적한 점액이 흙에묻어 꼴사나운 모양이다
똥묻은 지폐라도 씻어내듯 영례는 원줄을 물에담궈 이리저리 씻어낸다
"이 바바~ 이상하게 생깃다 그자~"
받아온 생수로 입을 행구는 내게 줄을 들어 보인다
"껍뚝어(꺽지) 비슷하이 생깃내"
손가락 만한 작은 녀석이 자기 몸 절반만한 지렁이를 물고 있는 모습이 웃습기만 하다
작고 몸통만한입이 꺽지를 닯았지만 연한 쑥색에 등지느러미가 미끈하고 꼬리에서 눈까지 굵은 먹줄이 드문드문 이어져있다
정확하게 입 위로 바늘에 걸려서인지 강한챔질에도 아가리가 찢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이고~지렁이가 배스 잡았는갑다~"
마른 갈대를 한아름 꺽어 탠트 옆에다 놓으시는 아버지의 웃음
"영례야 니꺼도 왔는갑따~"
갈대무더기위에 앉으신 아버지의 손가락이 영례의 낚시대를 가르킨다
바닦을 감았던 녀석이 다시 나왔나보다
영례의 찌는 수면위를 미끄러
지는가 싶더니 물속으로 사라진다
다시시작되는 녀석과의 겨루기에 내동댕이치는 작은 물고기
"천천히~~ 느긋하게 땡기라 힘은 마이주지말고~"
아버지의 조언을 그대로 따르는 지 영례도 급하게 꺼내려하지않고 천천히 당긴다
제법 큰녀석인지 바닦을감고 쉬어서인지 처음보다 저항이 심해보인다
드디어 찌가 수면위로 오르고 영례는 한걸음씩 물러났다
솟아오르는 파문속에서 원줄을따라 물속 일렁이는 녀석이 수줍은듯 다시 처박는다
"와~! 자라다 자라~ 윽시로 크다~"
잠깐 내보인 녀석의 형체
둥그런 몸체와 프로펠러 날개같이 휘져어가는 발이 영례의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갑자기 우울해져 왔다
언듯봐도
영례가 지금 꺼내는 녀석은 가끔 읍내 5일장에서나 볼법한 자라를 걸었다
크기또한 거대해서 국이라도 끓인다면 한끼는 배부르게 먹을만했다
하지만......
물가에 떨어진 배스라는 고기는 아랫턱을 빼고는 옆으로 누어 아가미호흡을 한다
엄지와 검지를 벌려 눈가늠을 하니...
6센티 정도.....
별것도 아니지만 힘겹게 호흡하는 녀석이 미워보이기시작했다
하필이면 처음보는 작은 잡고기 따위가 내 낚시를 물었다니...
영례의 낚시줄이 터졌으면 좋겠다
심술이 났는지 그런생각을 했다
교각을 울리는 영례의 목소리
그에 장단 맞추며 웃으시는 아버지
배스새끼만큼 풀이 죽은 나
"어~~어~~"
영례의 놀라움이 묻어나는 반응에 고개를 들었다
물가로 끌려 나온 녀석은 어른 한뼘보다 도 훨씬 큰 녀석이다
목을 쭉~뺀 상태로 딸려나온녀석
"손으로 잡지마라~물린다 이~"
아버지는 녀석이 물밖으로 몸을 들어 내서야 깔고앉은 갈대무더기에서 일어섰다
"아제.... 이..이거."
녀석을 보았을땐 영례의 더듬거리는 입술을 이해할수있었다
나역시 놀란얼굴로 아버지의 입이 떨어지길 기다린다
"카~~~퉤!!"
흙바닦에 침을 뱉으신 아버지
"머 ~이런기 다있노 참내~"
"별거를 다 풀어 준다요~"
원줄을 건내받아 들어올리자
녀석은 빙글빙글돌아가며 두개의 앞발로 바늘을 털어내려 허우적거린다
아버지와의 추억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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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속에 그림이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