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진량에 있는 문천지(약39만평)에 처음 갔었던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가서 바라본 문천지는 내게는 그야말로 바다와 같은
엄청난 크기로 다가와 눈을 휘둥그레 한 그런 저수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저수지 세개를 합하여 문천지를 만들었다는 아부지의 말씀이 사실인지,
떠돌았던 말인지 확인은 되지 않습니다만, 아뭏든 그리 큰 저수지에 감탄으로 일관된
기억은 있고 낚시의 기억은 전혀 나질 않는군요.
시간은 훌쩍 바람처럼 흘러 20대 후반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초봄으로 기억 되는데 아부지와 형 그리고 저와 같이 문천지를 찾았습니다.
조행기에 가끔씩 올라오는 문천지 하류쪽 수로형태의 포인트로 출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 그 포인트에 몇 번 갔었고 늘상 7치 수준의 놈들로 재미를 본 곳이기도 합니다.
제 젊은 시절의 낚시는 마릿수 낚시 위주였었습니다.
당시에는 낚시 인구도 많지 않았고, 워낙 어자원이 풍부하였기에
대물낚시보다는 그냥 즐기는 마릿수 낚시였었던 것 같군요.
아부지와 저는 옆에서 같이 낚시를 하고
형은 30여m 떨어진 포인트에서 낚시를 하였습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낚시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짧은 대(2.0칸?)는 수초사이, 긴 대(2.5칸?)는 수초 앞에 투척했습니다.
미끼는 당연히 지렁이였구요.
그날은 평소보다 굵은 8치급 씨알 참한 놈으로 연신 올라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간혹 9치급도 보였구요.
그런데 이번에는 찌올림이 조금 심상치 않았습니다.
스믈스믈 아주 천천히 그리고 중후하게 찌가 오릅니다.
바짝 긴장하여 최대한 찌올림을 기다렸다 챔질을 하였습니다.
순간 '팽'하면서 손쓸 겨를도 없이 바로 발앞 수초 앞으로 쳐박고 말았습니다.
그리곤 꼼짝을 하지 않았습니다.
두 손으로 대만 치켜들고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아부지, 아부지 뜰채요!'
아부지는 빙그시 웃으시며
"니 형한테 있쟎아"
형은 저 멀리 있고 마음은 급했습니다.
바로 발 앞이라 물로 들어가서 잡아내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우야꼬 우야꼬 하는데……
'툭' 하며 터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허탈한 마음으로 낚시대를 살펴 보았습니다.
아! 낚시바늘이 일자로 완전 뻗어 버렸습니다.
아부지께 원망의 화살을 돌립니다.
"아부지는 바늘 좀 좋은 거 쓰이소."
"유기야, 손 맛 그만큼 봤으면 됐제"
여전히 빙그시 웃고만 계셨습니다.
그날 밤, 아쉬운 마음에 엎치락 뒤치락 잠 못 드는 밤이었습니다.
분명 찌올림이 붕어였는데……
엄청난 대구리 였을낀데……
지금 생각해 보면 가물치일 확률이 높습니다만……
그러나 그 날 고기를 잡지는 못하였으나 더욱 큰 것을 낚았습니다.
그때 아부지께서 하시던 말씀,
찌 맛, 손 맛 다 본 것으로 만족하는 낚시.
욕심을 버리는 낚시.
아부지는 진정한 강태공이셨습니다.
요즈음도 가끔 한 번씩 터뜨립니다만, 조금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찌 맛, 손 맛 충분히 본 것으로 쓴 웃음 한 번 짓고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자유게시판 '아부지와 아들'로 글을 옮깁니다.
연이은 두 편의 글, 두 손가락 독수리로 올리는 것 별로 어렵지 않아요.
몇 줄 댓글 다시는 것 더욱 어렵지 않아요!
도장 한 번 '꾸~욱' 누르시는 것 더더욱 어렵지 않아요!!
붕어우리님 따라하는 것 맞아요.ㅠㅠㅠ
아부지와 함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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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추억입니다.
저도 어제 엄청난 손맛을 봤습니다. 저수지를 걸었거든요.
그래도 저는 행복하지 못하였답니다. 아직 욕심이 많아서인가 봐요.
잘 읽었습니다. ^^
부전자전이라 했는데 ᆢ^^
믿어도 되죠?
잘보았습니다
일끝나고 집에가서 정독하겠읍니다
죤하루 되세요
알랴뷰~~~~^^
부럽습니다. 외아들에 사업밖에는 모르시던 아버님...
저에게는 그런 추억은 없거든요.
아마 님의 자녀분들에게도 멋진 아버지로 기억되실
소중한 추억들로 대구리하시기 바랍니다.^^
찌 맛, 손 맛 다 본 것으로 만족하는 낚시.
욕심을 버리는 낚시.
말은 참 쉬운 말인데....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지요...ㅎㅎ
재미있게 잘 읽어보고 갑니다...ㅎ
삼구오님
노벰버레인님
물나그네님
바른생각님
고마우신 댓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제자식에게 그런존재로 남을수 있을런지요!
선배님,홧ㅡ팅입니다!ㅎ
하늘아래땅님
연놀부님
즐거운 낚시에
아름다운 추억 많이 남기시길 바랍니다.
전 아부지가 산을 좋아하셔서 산에 다닌 기억이 전부네요
그 땐 취사금지가 아니였는지 아부지가 해주신 고추장 찌개 계곡에 돌을
구해 고기를 구워주셨던 맛을 아직 잊지못합니다
뵙고 싶습니다
십삼월님
추야주님
고맙습니다.'꾸벅'^^
아름다운 글 잘 보고 갑니다..
전 형한테 처음 낚시를배운지라 아련한추억이 없어서 아쉽네유 ㅜㅜ
지홍비시님
다녀가셨군요.
늘 안출하시고 좋은 추억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