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회(始釣會)와 납회(納會)가
철저하게 지켜지던 시절이 있었다.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는 3월쯤이면 시조회를 기점으로 낚싯대를 펴기 시작하고
낙엽이 지기 시작하는 11월쯤이면 납회를 함으로서
한 해의 낚시를 마감하고 겨울 한철쯤은 마음속으로만 물가를 그리는
그런 낚시가 이루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수온이 차지면 붕어가 먹이활동을 중지한다는 그 시절 나름대로의 이론과
추운 날씨를 이기기에는 턱없이 미비했던 낚시장비가 겨울 낚시를 말렸겠지만
어족자원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이었으며
또 한철 동안만이라도 조금은 먼 곳에서 낚시를 바라보고
낚시도구를 만지작거리며 물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듬해 봄 더 즐거운 낚시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몇 해 전 봄 어느 일요일
이곳 남도 낚시인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한 인터넷 싸이트의 시조회가 있었다.
마침 그 열리는 장소가 내가 사는 영산포(榮山浦) 인근의
「동산지(東山池)」라는 아담한 연 밭이었고
내 어린 시절 대나무 낚시대 들고 빈번히 찾던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었기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 그곳을 찾았었다.
지척에 두고서도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본 곳이었다.
대형붕어와 더불어 메기 가물치 등 어자원이 풍부한 그「동산지」가
내 출조(出釣) 대상에서 늘 도외시(度外視)되었던 것은
그곳을 내가 너무 잘 알아서 신비감이 덜하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을까?
집에서 출발해서 내 느린 운전으로도 십 분이면 충분한 저수지에 도착했을 때는
서른 명 남짓한 조우들이 나름대로의 명당을 찾아 대를 펴고 있었고
전날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십 여 수의 월척이 터졌다는 소문으로
여타 낚시꾼들까지 더해져 저수지는 이미 만원이었다.
낯익은 몇몇 조우(釣友)와 인사를 나누고
무넘이 옆 삭은 연 사이로 부들 몇 줄기가 나있는 저수지 코너에
낚싯대 다섯 대를 옹색하게 폈을 때 시계는 여덟 시를 알리고 있었고
본부석에서 배달된 김밥하나를 입에 넣는 순간 나는 첫 입질을 받았다.
낚시도 유행이 있고 조류(潮流)가 있는지라
요즈음의 대세(大勢)인 대물낚시를 흉내내면서도
늘 떡밥낚시를 못 잊어 하는 나를 위해
수도권의 한 조우가 정성스럽게 만들어 보내준 대물, 떡밥 병용(倂用)의 찌가
세 칸 대 끝에서 예쁘게 솟아올랐다.
그리고 챔 질,
앙탈하는 붕어의 몸짓에서 어제 십 여수의 월척이 쏟아졌다는 사실을
상기해 내고 가슴으로부터 파생되는 야릇한 희열을 맛본다.
한 뼘쯤 되는 붕어다.
늘 그렇듯 첫 수를 물 속으로 돌려보내고
다음 입질을 받은 건 3분이 채 되기도 전 이었다.
같은 크기의 붕어를 손에 쥐면서 나는 은근히 대박을 예감하고 있었다.
나름 대로들 이유들을 갖다 붙이긴 하지만 시조회를 비롯한 정기모임 때면
유난히도 입질에 인색하던 붕어였다.
몇 날 몇 일 공들여 출조지를 탐색한 운영진을 난처하게 만든 것은 다반사(茶飯事)고
정말 손맛이 그리운 도회(都會)의 조우 손을 안타깝게 하는 것도
모임 때만 되면 늘 부리는 붕어의 행패였다.
봄 햇볕은 따사로 왔다.
어제의 비가 만들어낸 맑은 공기와
초록빛을 더해 가는 냉이와 쑥부쟁이를 비롯한
봄나물의 향기에 취해 심호흡을 하며
겨울동안 가슴에 켜켜이 쌓인 생활의 부하(負荷)를 잠시 덜어 내본다.
그리고 눈길은 다시 찌 끝에 머문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몇 번의 방정맞은 찌 놀림이 있긴 했지만 더 이상 입질은 없었다.
물 속의 붕어 맘을 누가 알까! 봄바람 든 여인네 맘과 더불어...
저수지 어느 곳에서도 붕어 소식은 들려 오지 않았다.
늘 그렇듯 입질 끊긴 낚시터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술타령이 벌어지고
붕어 입질 않는 것이 마치 제 탓 인 냥
난감해하는 회장과 총무의 어두운 표정만이 안쓰럽다.
종료시간이 세시 반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열두시도 되기 전에 낚싯대를 접는 꾼 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가한 몇몇 조우들이 인사차 내 곁으로 모여들었고,
마침 어디에선가 낚시를 마치고 귀가하는 낚시꾼들로 보이는 십여 명이
승합차에서 내려 내 낚시를 구경하고 있던 열두 시 반경,
나는 그 날 세 번째 입질을 받았다.
두어 마디쯤 솟아오르던 3.2칸 대의 찌가 물 속으로 스르르 잠겨드는...
연줄기와 부들사이의 좁은 공간을 생각해
한 타임에 들어낼 요량으로 강한 챔 질을 했고
두 팔을 들어 대를 세우는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강한 저항이
대 끝을 타고 팔에 전해지며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물보라를 일으키는 첫 앙탈을 보고 누군가의 입에서
"가물치다!"
라는 말이 튀어나왔고 고기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 한 체
녀석을 물 밖으로 끌어내려는 나와 버티려는 고기의 진득한 힘 겨루기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무료하던 저수지는 갑작스럽게 긴장감이 돌고
모든 관심이 내게로 집중된 체 휘어진 내 낚싯대 끝을 보며
각종 훈수(訓手)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붕어가 아니라는 실망감에 조금은 힘이 빠지기도 했지만
도대체 이 이른봄 나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저 큰 입질의 정체가 무엇인지가 몹시 궁금했다.
한참을 꿈쩍도 않던 녀석이 끈질긴 내 당김에 못 이겨
다시 몸을 뒤집으며 용트림을 하는 순간
여러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온 말은
"와, 메기다!" "이곳에 저렇게 큰 메기가 있었나?"였고
그 무게 때문에 쉽게 들어내지 못하고 끌려나오는 도중에도
몇 번이나 연 줄기를 감아버려
나와 주위사람들을 긴장감속으로 몰아 넣었던 그 메기는
끌어 내놓고 보니 놀랍게도 두자 가까이 되는 거물(巨物)이었다.
비록 노리던 대상어(對象魚)는 아니었을 지라도 모처럼 맛본 큰 손맛에
여러 조우들은 축하를 보내 주었고
우습게도 그 날 내가 잡은 붕어와 메기가 유일한 계측대상어로
시조회 일등과 잡어상을 동시에 차지하는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모두들 덕담(德談) 삼아 「어유당」님은 역시 고수라고 추겨 세워 주었으나
기실(其實)은 운이었을 뿐,
「빈구덕」이란 닉네임을 가진 친한 조우의 농담이 정확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똥개도 지네 동네에선 한몫 먹고 들어가는 법이라고!"
어떤 시조회(始釣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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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척캠페인: 오분만 청소합시다
어유당님의 열성팬 축록자입니다
어유당님의 글을 읽노라면 나도 몰랐던 내마음을 비로소 글로 접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지척에 그림 좋은 저수지를 두고 해남이나 영암등으로 원정을 왜 가는지
나자신도 그이유를 몰랐는데 너무 잘알기에 신비감이 없어서 안갔었다는게 인식이 됩니다
또한 한폭의 풍경화를 그리듯 저수지 정경을 묘사하시는 글솜씨에 나도 그 저수지어느 한켠의
삭은 연줄기 사이에 찌를 세우고 있는듯한 환상을 경험 합니다
늘 한편의 서정시 같은 아름다운 글 감사합니다^^
안출하세요..
어릴적 영산강에서 제첩도 잡고 영산강 둠벙에서 실뱀장어도 잡던 생각이 나네요
이젠 먼곳이 되어 버렸지만 한번 가보고 싶네요
어유당 님으로 인하여 가물한 기억이 새롭습니다.
늘 낚시로 행복 하십시요
어릴적 외가댁에서 먹었던 복숭아가 늘 그립습니다.
왜 그리 맛있던지요!!
어유당님 글 잘 읽고있습니다.
전엔 조행기와 월척지식, 중고장터만 보고 나갔는데
요즘은 이곳이 필수코스로 잡았습니다.
늘 좋은글과 잼난글로 많은 사람들을 깨우쳐주시기바라오며
오늘도 잘읽고 미소 머금고갑니다. 더운데 살펴 낚시하세요.
어느덧 팬이 되어버렸네요.
님의 글을 읽노라면 항상 뒤를 되돌아보게합니다.
낚시로 추억을 만들고 삶에 일부분이되어 평생을 아름답게살지않나 생각합니다.
늘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그해에는 괜찮은 조과가 계속되었겠지요...
저두 십수년을 시조회 납회를 다녔지만
아직까지 시조회, 납회때 조과를 본적이 거의 없습니다.
뭐 물론 다른때도 조과는 늘 빈작이지만요...
시조회나 납회땐 그저 오랜만에 여러분의 조우들과 만난다는
즐거움으로 만족해야 하더군요.
혹 특별상으로 케미라이트라도 한박스 받지 않으셨나요...
모든 조우회의 시조회와 납회는 항상 그런가 봅니다
예전이나 지금에나..
지난날의 매기손맛이었지만 지금이라도 축하 드립니다
또 다음은 언제..???
잘보고 갑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한편에 작은 소설을 읽는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볼수있겠지요.
무더위 건강살피시고 항상 안전출조 하세요.
고운사연의글 잘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고 즐거운낚시 하시길 바랍니다..
부디 계측붕어 한마리를 고대하지만......
꼼짝않는 찌가 더 야속했던 기억도.....
시조회의 추억으로 있습니다.
더운날 늘 건강하십시요.
추억은 항상 감미롭습니다.
하루를 즐기는 풀떼기 입니다.
애연가가 몆일을금연하다 얻어걸린담배를 손가락에끼운것 마냥 님의글은 온마음을 흔듭니다. 지금은 무엇을하시는지요.
몹시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