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얼굴
내가 속해 있는 직장 조우회의 납회(11.6)를 마치고
이제는 손떼 묻은 가방을 정리해야 될 때이다.
지난 토요일(11.13) 오후 거실에 앉아 낚시대 닦고, 살림망 씻고, 파라솔 널고, 난로 챙겨넣고,
찌통이랑 테클박스 등 이것 저것 정리하고 있자니
집사람이
“ 와 거기서 하능교, 애들 놀지도 몬하거로 ”
차마 대꾸도 하지 못하고 일어서는둥 마는둥 하고 있을때
큰아들놈
“ 엄마는 와 거기서 하면 안되나, 아빠가 청소하면 되지 ”
속으로 그래도 이놈은 내 편이구나 장한 아들 ----
토요일만 되면 넉넉하게 지들이랑 놀아주지도 못한 아빠를 두둔하고 나서니 속으로 얼마나 대견스럽던지 ---
그러자 또 한마디 던진다
“ 인자부터는 낙시 안 갈거지요 ”
“ 보면 모리나 정리하고 있는거, 알았다. 오야 오야”
그래놓고는 한번 웃어버린다.
일단 이렇게라도 모면해야 될 거 같아서 얼버무리고 만다
정리된 가방을 베란다 구석 안 보이는데 치워도 되건만 마누라한테 점수 좀 딸라고
“ 애들하고 촌에 갔다 오께 ” 하자
얼마나 좋아하는지 조금전 찌뿌둥하던 얼굴에 생기가 돈다
속으로 “ 혼자서 머할라꼬 저래 좋아하노 ”
했지만 예전부터 잠이 많은 사람이라서 좀 쉬게 놔 두고 싶었다.
홀로 계신지 얼마 되시지는 않았지만 늘 적적하시지 싶은 생각에 주말에는 찾아뵙지 못해도 주중에는 한번씩 찾아뵈었는데
오늘 막상 간다고 하니, 마누라
“ 얼마만인교, 주말에 가서 애들이랑 좀 노시게 하루밤 자고 오면 안되닝교 ”
청천벽력 같은 말씀이다.
사실은 오후 바다낚시 갈려고 약속을 굳게 해 놓은 터라 바다장비 챙기러 가는데
남의 속도 모르고 --- 이거 큰일 났다
두 아들래미를 데리고 넓다란 대문을 열고 들어선다.
어머니 당신은 이 아들은 안보이시는지 손주들 한테로만 시선을 돌리신다.
두 아들래미들
“ 할매 안녕, 뽀뽀하고, 얼싸안고 한바탕 난리 부르스를 친다”
“ 저 왔니더, 머 하고 계셨능교 ”
“ 야야, 안그래도 잘 왔다 창고 정리 안했나 ”
장비 챙겨서 가야 되는데 이게 웬일인고,
올해 추수해서 걷어온 나락을 말려서 창고에 넣어두려고 청소를 하셨나 보다.
작년 가을 추수해서 저장한 곡식들이 마당에 나와 있고, 내가 정작 찾을 물건이 안보인다.
“ 어무이요, 낚시대 없딩교 ”
“ 아이고 야야 말도 마라, 이놈의 쥐들이 다 떠다 놔서 저 쪽에 안 치아 난나 ”
그래도 어머니 당신은 곳간에 곡식은 커녕 주말이면 모든 거 다 팽개치고 달려 나가는
당신 아들 좋아하는 낚시대부터 치워 놓으셨단다.
가슴 뭉클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 짐을 어머니, 그리고 내 두 아들래미 앞에서 표현은 못했지만 나는 다 알고 말았다.
그래서 오후 약속은 쨍하고 깨어지고 말았다.
곳간 정리를 다 마치고 샤워를 하고 나니 저녁시간이 된다.
“ 섭(동생이름이)이한테 가볼라닝교, 가서 저녁이라도 같이 먹고 오시더 ”
“ 야 야 가면 또 돈 써야 안되나 마 여서 묵자 ”
“ 가시더 애들도 같이 노는거 좋아 하잖아요 ”
아들래미들 핑계로 모시고 동생식구들이랑 저녁을 거뜬하게 먹고, 당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속으로 한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 다음주에 또 올께요 ”
“ 할매 안녕, 빠이빠이, 다음주 토요일 날 또 오께요 ”
“ 오야. 우리 강아지들 다음주에 도 온느라, 할매가 맛있는거 해노께 ”
아둘래미들 인사가 끊어지고 뒷 차창 밖으로 보이는 당신의 모습을 차마 볼수가 없었다.
오늘은 그냥 자고 일요일날 늦게 나와도 되는 걸 밤 늦게 나오자니 불효하는거 같아서 너무 속이 상한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주름, 일상에 찌들여 사시는 모습
매일은 아니지만, 그것도 멀리 계시는 것도 아닌데 당신의 건강을 챙겨 드리지 못한 점이 돌아오는길 내내 마음에 걸린다.
살아 계실적 부모지 안 계신후에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월척의 모든분들 오늘 하루만이라도 부모님을 생각하는 하후를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어머님의 얼굴
-
- Hit : 5332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4
부모님 그렇죠 생각만해도 엄마라는단어만 생각해도 눈물이 핑도는
것을 .........
부모님이 자식 생각하는 것 반이라도되겠습니까만 나이가갈수록
부모님생각이간절하지요.
살아계실때 잘해드려야지 하면서도 먹고살기바쁘다는 핑계로 자주찾아뵙지못하는 불효자식 돌아가시고나면 후혜할것을............
가슴 찡한글 잘보았습니다 다시한번부모님생각을하게해 주셨습니다.
부모님 생각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부모 살아실제 섬김을 다하란 말...누구도 알고있는데
그게 어찌 그리 안되는지!
아쉬운 제 삶 입니다.
지도 쉬는 날 낚시는 잘도 가면서 부모님집엔 별로 멀지도 않은 1시간이면 갈수 있는 거리인데도 자주 뵙지 못해서 늘 죄송한 마음 입니다. 기십만원 짜리 낚시대는 잘도 사면서 용돈은 언제 드렸는지 까마득 합니다.뗏장수초님 글보고 많은걸 반성하게 되는 군요.요즘 보면 집에서 강아지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강아지을 기르는 사람들이 모두 다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 사람들보면 강아지 한테 하는 것 1/100만이라도 부모님 한테 해주면 어떨까 생각됩니다. 강아지가 아프면 병원에 잘도 대리고 가면서 부모님이 아프면 병원에 잘 모시고 가는지 궁금할때가 많답니다.우리 부모님 세대는 너무 불쌍한 것같아요 6.25난리토에 보릿고개에다 거기에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핵가족 시대로 자식에게 버림받은 세대라고도 하더군요.
월척을 사랑하시는 우리 모두 부모님께 효도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