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은 예전에 여기 올렸던 글인데 안보신 분들을 위하여 다시 한번 올려 봅니다.
글이 별로 재미도 없고 거기다 장문입니다.
시간이 아주 많으신분들만 보십시요. ^^
여주 남한강 강낚시의 추억 .....
어제 밤 에 TV를 보는데 TV 안에서 지나간 여름에 찍어 상영했던 프로를 재 방송하고 있었습니다.
연예인들이 강가에서 물고기도 잡고 매운탕도 끓여먹고 게임도 하는 프로그램 이었는데
잘생긴 선남 선녀 의 청춘 들 이 강가에서 즐겁게 노는걸 보니 재미도 있었고
그들의 파릇함이 일순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여름 강가에서 물장구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 옛날 여주 남한강 강가에서 친구들과 텐트를 치고 함께 놀았던
잊지못할 사연들이 무척이나 많았던 젊은시절 추억의 일주일이 아련하게 떠올랐습니다.
젊은날 당구장을 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다리가 무척 불편했던 장애인 친구인데
다리에 보조기를 달고 목발을 사용하지 않으면 전혀 걸음을 걸을수 없는 친구였습니다.
보조기를 착용해도 집 주위만 겨우 다닐 정도로 거동이 불편했던 친구였는데
당시 황금같은 청춘이던 나와 친구들은 그곳을 아지트 삼아 거의 매일 시간만 되면 자동으로 당구장에 모였습니다 .
당구도 치고 바둑도 두고 거의 날밤을 세다시피 놀았는데 밤새 놀다가 한 두시간만 자고 출근해도
다음날 저녁이 되면 그곳에 다시 모이는 강철 체력들을 지녔던 싱싱했던 청춘들이였습니다.
처음 친구가 당구장을 오픈했을때는 단순히 당구만 칠려고 거기를 다녔는데
하루 이틀 계속해서 다니다 보니 나중에는 당구를 치지 않아도 습관처럼 거의 매일 친구들이 당구장에 모였들었습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나는 당구엔 별 취미가 없었습니다.
장애인 친구를 보려고 친구따라 당구장을 갔다가 등 떠밀려 어거지로 당구를 배웠는데
계속 당구를 쳐도 별로 실력도 늘지를 않아 그때 매일 연습해서 쌓은 실력이 겨우 50점인데
강산이 두번도 더 바뀐 지금도 지금까지 그때의 50점을 그대로 유지하고있는 점이 내가 얼마나 당구에 소질이 없나를 보여줍니다.
별 취미도 없는 당구대신 당시 당구장엔 젊었던 우리들을 매일 매일 당구장으로 모이게 만들였던
그 무엇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젊은이들의 정서에 맞았던 당시 당구장 특유의 왁자지껄했던 분위기와
친구들과의 만남 그리고 매일 매일 카드와 화투를 통해 이뤄지던 그림 공부와 숫자 공부가
젊은 우리들을 매일 자동으로 습관처럼 당구장으로 끓여들였습니다.
매일저녁 당구장으로 출근하면 연습으로 당구 알 을 몆번치면 그날의 당구는 그것으로 끝이났고
다음은 당시에는 어떤 당구장이나 다 있었던 동전을 집어넣고 하는 그림을 한번 맞출때마다 화면속의 아가씨가 옷을 하나씩 벗었던
지금의 바다이야기와 비슷한 슬롯머신 기계에 동전을 넣으며 온 정성을 쏟았고
게임기 속 아가씨가 입고 있던 옷을 반 쯤 벗고 동전이 거의 떨어졌을때쯤 나머지 친구들이 당구장에 출근들을 하였습니다.
친구들이 회사에서 퇴근하여 당구장으로 출근하면
자장면이나 짬뽕같은 청요리들을 한그릇씩 시켜서 저녁으로 먹고나서 다들 그림 공부에 몰두하였습니다.
당구장개업 초기엔 주로 고스톱이나 섯다 나이롱뽕 육백 고리 짓고땡 같은 화투를 가지고하는
공부 들 을 많이 했었고 세월이 좀 흐르자 카드가 유행하기 시작해서 우리도 카드를 이용해서 공부들을 하였는데
다들 카드 그림과 카드 숫자 에 대한 학구열이 불타던 청춘들이라 처음에는 단순히 훌라 라는 과목만 배웠으나
훌라가 익숙해지자 세븐오디 바둑이 하이로우 등 트럼프카드의 여러 종목들을 차례차례 부지런히 배워나갔고
나중에는 모든 카드게임을 새벽까지 긴밤을 지새우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들로 변했습니다.
아주 청춘이던 어느 늦은 봄 금요일밤
그날도 우리는 졸린눈을 비비며 밤새 그림 공부에 열심히 몰두했습니다.
우리 친구들 4 명과 자주 같이 공부하던 2 명등 6 명이 처음 공부를 시작했고
당구장 사장친구는 라면도 끓여주고 음료수도 갖다주고 졸릴까봐 박카스도 사다주고 하면서
우리들 공부를 뒷바라지하고 공부가 끝날때 마다 수고비로 수업료를 조금씩 챙겨갔습니다.
공부하는 도중 한사람 한사람씩 수업료로 주머니를 전부 비웠고 전문용어로 소위 오링을 당한 사람이
전문 용어로 뽀찌 우리 말 로 개평을 조금 얻어서 오락기속의 아가씨 옷을 벗기려고 뽀찌로 얻은 돈을
오락기 속 에 다 집어 넣고도 아가씨 옷 을 전부 벗기지 못해 씩씩거릴때쯤 우리들의 공부도 끝이났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우리 친구들만 가지고있던 돈들을 모두 수업료로 상대편에게 갖다 받치고 거지들이 되었고
두둑한 장학금을 챙긴 나머지 학생들이 뽀찌로 놓고간 몆푼의 돈을 앞에두고
해장국을 먹자는놈과 설렁탕을 먹자는놈의 말다툼을 듣다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어디를 가느냐는 물음에 난 낚시나 갈테니 니들끼리 먹으라고 말을하니
갑자기 평소에 낚시를 하지않던 친구가 같이 가자고 달라붙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몆번 낚시못하는 사람들을 낚시터에 데려가서 겪었던 초짜들의 막무가내식 횡포를
이미 익히 알고 있었던 나는 낚시터에 그놈을 절대로 데려가지 않으려고 극구 만류를 하였는데
이놈은 계속같이 가자고 달라붙었고 옆에 있던 다른 놈 까지 저도 따라가겠다고 덩달아 같이 보채기 시작했습니다.
두놈은 어렸을때부터 친구였는데 한놈은 학창시절 어딜가든 무엇을먹던 항상 따라다니며 얻어만 먹는놈이라고
어렸을때 별명이 찐드기였고 커서는 하도 푼수짓을 한다고해서 친구들이 푼수라고 불렀는데
한놈은 국민학교 시절 매일 쫀디기라는 불량식품을 항상 입에 달고 살아서 학창시절엔 쫀디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요즘 젊은분들은 쫀디기라는 불량식품을 모르는분도 많으시겠네요.
쫀디기는 진노란색 길쭉하게 맛살처럼 생겼는데 맛이 아주 달고 불에다 구워먹으면 더 맛있었는데
라면땅과 함께 없었던 시절 구멍가게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던 베스트 군것질꺼리 였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다시 판매되어 잘팔리는걸 보고 반가웠었는데 쫀디기나 아폴로 같은 불량식품이
다시 등장한걸 보면 유행은 세월따라 돌고도는 거라는 말이 정말 실감납니다.
항상 쫀디기를 입에달고 살던 쫀디기와 그걸 한입 얻어 먹으려고 끝까지 쫓아다니던 찐드기는
별명이 비슷해서인지 둘이 잘 어울렸는데 나중에는 직장도 한곳을 같이 다닐만큼 무척 친했습니다.
어떻하든 그놈들을 데려가지 않으려고 나는 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야! 낚시는 놀러가는거 하고는 틀려 초짜들이 가면 처음 갈때만 좋고 나중엔 지루해서 못살어 "
"괜찮혀 나도 낚시하면돼"
" 너 낚시할줄 알아?"
"까짓껏 따라가서 배우면되지"
"누구한테?"
"너한테"
" 난 초짜들 가르칠맘 없다 "
" 에이~그러지 말고 같이가자~응!"
"너 월요일 출근안해 ? 난 멀리가서 좀 오래있다 올거야 일요일날 안들어와 ! "
"괜찮아 우리도 너 따라오면돼 시간 무지많다 우리 내일부터 백수야 백수 흐흐흐 "
민주화 열풍이 불어오고 노사분규가 무척 심했던 당시 두놈이 다니는 회사가 노조의 파업에 맞서
무기한 휴업에 들어가서 당분간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것이였습니다.
진드기처럼 달라붙는 두놈 때문에 저는 깊은 고민에 빠져 들었습니다.
내가 그동안 초짜들을 몆번 데리고 낚시를 가보니 초짜들은 대체로 두 분류로 나눠지는걸 알았는데
갈때는 두부류 모두 룰루랄라 즐겁게 따라오는데 막상 낚시터에 도착하면
한부류는 그래도 제딴엔 낚시를 열심히 한다며 낚시터에서 채비를 해주고 던지는걸 가르쳐주면 서 낚시를 시키면
낚시를 시작하자 마자 빛의 속도로 채비를 끊어먹고 채비를 다시 해달라고 낚시대를 내밀고
채비를 다시 해주면 금방 또 말아먹고 가져오고 바늘이 걸린걸 무작정 잡아채다가 채비 뜯겨서 가져오고
중구난방 물이 아니라 이쪽 저쪽 마구잡이로 던지다가 나무나 장애물을 걸어 낚시대나 초릿대를 부러트려서 또 가져오고
하루종일 내가 낚시할 시간도 않주고 나를 들들 볶으면서 왼종일 방해하는 부류였고
또 한부류는 따라올때는 낚시를 열심히 한다고 쫒아와 놓고는 정작 낚시대를 쥐여주면
한 10분쯤이나 낚시하는 시늉만 내다 지루하다고 뒤에 앉아 붕어는 언제 잡냐 ! 매운탕 좀 끓여와라!
그짓을 뭐 하러하니! 그물을 치지 ! 배고프다 라면 끓여와라 ! 고기는 언제쯤이나 잡냐!
그거 할 돈 이면 시장에서 물고기를 한트럭을 사겠다는등 뒤에서 깐족대며 약을 살살 올리는 부류 였는데
제가 생각해도 요 두놈은 후자일 가능성이 아주 농후했습니다.
"안돼! 난 니들 못 데려가 절대 않돼! 니들은 낚시대도 없잖아 "
"우리집에 아버지가 쓰는 낚시가방이 있어! 낚시대는 내가 가져올께 "
옆에있던 다른놈이 얼른 대답 합니다.
아 ~ 나는 절대로 떨어질것 같지않은 찐드기 두놈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습니다.
떼버리지 못하면 데려가야 하는데 내가 출조하려던 소양호에 저것들을 데려가면
주사깨나 있는 저것들이 술먹고 몆칠 동안을 낚시터에서 주접들을 피면 거기있는 낚시인들에게 큰 민폐일것 같고
장자못이나 양수리같은 내가 평소에 다니던곳도 저것들과 같이 가면 그 또한 민폐일것 같아 한참 동안을 고민 하였습니다.
저것들을 어찌할까 고민 중 에 옆에있던 다른 친구가 말하였습니다.
"그러지 말고 우리 동네로 가자 나 오늘 집에 가는데 우리 동네는 강도 있고 저수지도 몆개있고 낚시할때도 많어 "
"아! 맞아 니네 집 여주였지? 여주에는 남한강이 있지 "
"그래 우리집에 가면 내가 니들을 경운기로 강까지 태워다줄께 가자 나도 일요일까지는 같이 놀게 "
이친구는 사회에 나와서 사귄 친구인데 여주에서 부모님이 젖소를 키우는 목장집 아들이었습니다.
"그래~예네 집 으로 가믄 되겠다 내가 가봤는데 예네 동네 완전 좋아 완전 깡 시골이야 젖소도 무지많어"
다들 찬성하자 우리의 출조지는 여주로 결정되었고
우리는 낚시또는 캠핑에 필요한 물품과 경비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은행 문 이 열릴려면 한참 있어야 되겠네 회비를 얼마씩 걷을까 몆칠이나 갔다올껴 ? "
밤샌 노름에 주머니가 거지가 된 푼수놈이 내게 물었습니다.
" 집에서 먹을것만 싸가면 돈은 차비와 채비 값 만 있으면 되니 여기 뽀찌 받은 돈하고
집에서 내가 좀 가져올테니 니들은 돈 안 찾아도돼 일단 넉넉하게 일주일쯤 예상하고 갔다가 재미 없으면 중간에 철수하자 "
"쌀하고 라면하고 양념 종류는 내가 챙길테니 니들은 집에 가서 김치랑 밑반찬좀 넉넉하게 싸오고
여기 돈 가져가서 니들 먹을 간식과 담배도 준비해라 내껀 내가 가져올테니 몆칠있을지 모르니까 넉넉하게 사와 근데 텐트는 있냐 ? "
"없는데 "
"그래 ? 할수없지 내 텐트에서 다같이 뭉게보자 대신 이불은 넉넉하게 가져와 물가는 밤에는 추우니까"
우리들이 필요한 물품을 논의하는 옆에서 당구장사장 친구가 부러운듯 우리를 보고 있었는데
평소에 푼수끼가 있던 푼수가 사고를 칩니다
"야! 너도 같이 갈래 ? "
"!!!!!!!!!!!!!!!!!!!!!!!!!!!!!!!!!!!!!!!!!!!!!!!!!!!!!!!!!!!!!!!!!!!!!!!!!!!!!!!!!!!!!!!!!!!!!!!!!!!!!"
"나도 가고 싶은데 이 다리로 따라갈수 있을까 ? "
" .................................................................................. "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
이 푼수같은 놈 은 데려갈 마음도 없이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했는데
친구가 진짜로 가고 싶어하자 말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친구는 몸무게가 80 킬로가 넘었는데 2 층 당구장에서 계단으로 일층까지 내려가는것도
몆분씩 걸릴만큼 거동이 불편해서 정작 데려가려면 우리가 업고 다녀야 했는데
80킬로 거한을 업고 장거리를 다녀온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였습니다.
말꺼낸 놈 이 대답이 없자 분위기는 더 이상해졌는데 당구장 친구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 됐어 임마 ! 그냥 해본 소리야 가서 잘들 놀다가와 고기 잡으면 몆마리 가져오고 "
어색한 분위기가 한참 지속되자 내가 말했습니다.
"그래! 너도 같이 가자 "
"나도 ? "
"그래 ! 너도가자 ! 우리 장정 넷이서 너 하나 못 데려가겠냐 ? "
"하지만~~~~~ "
" 잔 말 말고 같이가자 준비해 !! "
우리 일행은 다섯명이 되었습니다.
잠시후 일행들은 집에 가서 낚시짐과 이불 등 캠핑 보따리를 준비해서 다시들 만났고
근처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고 난 후
나는 밤새 노름하다 새벽에 급조한 초보 낚시 원정대를 이끌고 길을 나섰습니다.
아침 출근 길 에 밤새 노름해서 꾀제제한 몰골로 보따리에 싼 이불을 들고
정부미 푸대에 대충싼 짐들을 들고 장애인까지 한명 업고가는
흡사 피난민 같은 우리의 모습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는데 사람들이 쳐다 볼때마다
쪽팔렸지만 그래도 여럿이서 함께있으니 창피함은 덜 했습니다.
터미널에 가서 여주행버스를 타고 여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할때까진 청춘이던 우리들은
웃고 떠들고 농담하며 여행길의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태어나서 시외버스를 처음 타본다는 당구장 친구는 창밖으로 흐르는 경치들을 구경하느라
얼굴을 창밖으로 고정시킨채 고개를 돌릴줄을 몰랐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마음이 흐뭇해져서 터미널까지 친구를 힘들게 업고 걸었을때 품었던
무거운데 괜히 데려왔다는 생각은 어느덧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여주터미널 앞 낚시점에 들려 지렁이와 떡밥등 채비를 넉넉히 사고
초짜들을 위해서 어항도 몆개사서 친구가 사는 면으로 가는 시내버스에 올랐습니다.
승객이 두어명 탄 시내버스가 아스팔트를 한참 달리다 비포장 길 로 접어들어
덜컹거리며 달리기 시작하자 밤새워 공부하며 24시간 이상을 잠을 자지못했던 우리들은
덜컹거리는 시골버스의 요동을 자장가 삼아 고개들을 밑으로 숙이고 깊은 수마에 빠져들었습니다.
한참을 자다가 차가서는 느낌에 눈을 떠보니 친구가 사는 면소재지에 도착해있었고
여주에서 미리한 전화를 받고 친구아버님이 트럭을 몰고 마중을 나와 계셨습니다.
트럭 적재함에 올라 친구집으로 가는 동안에도 우리는 계속 졸았고 한참을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니
능선에 푸른 옥수수밭이 그림처럼 펼쳐져있는 친구의 목장에 도착했습니다.
집떠나 객지에서 일하는 아들을 반기며 아들의 등을 토닥이는 친구 어머니의 손길을
내심 부러워할때 아버님께서 커다란 그릇에 막짜낸 싱싱한 우유를 한잔씩 주셨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바로 짜낸 우유는 정말로 그 고소함이 시중에 파는 우유와는 차원이 틀렸습니다.
우리는 서울에서 오신 귀한 손님들이 배고프겠다며 손을잡고 이끄는 어머님을 따라
집 마당 나무그늘 밑에 만들어놓은 평상에 않아 점심을 기다렸습니다.
앞으로 보이는 넓은 들판에는 작은 개울이 하나 흐르고 있었고
멀리로 황토 흙벽으로된 원두막 같 은 구조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집 한채 빼놓고는 온통 푸르름뿐인 넓은 들판이 파란색 높은 하늘과 어울러져 기막힌 절경들을 이루었습니다.
우리는 경치에 탄복하면서 하나둘씩 평상에 누웠습니다.
시원한 나무그늘 밑에서 산들 산들 바람까지 불어주니 졸렸던 눈껍플은 자동으로 감겼습니다.
"아이고~ 우리 서울 손님들 열심히 일 들 하고 여기까지 오느라고 많이 피곤들 했나보네 "
"........................................................................................................."
노름꾼들 양심 한쪽을 콕 찌르는 말씀을 하시고 어머님께서 커다란상을 가지고 오십니다.
서울에서 귀한 아들 친구가 왔다고 고기 반찬을 해서 푸짐하게 한상 차려 내오셨습니다
커다란 놋쇠 밥그릇에 고봉으로 올라온 밥을 보고
서울 친구들은 이걸 다 어떻게 먹냐며 서로를 쳐다봅니다.
서로 마주않아 시원한 평상 밑에서 먹는 밥맛이 꿀맛 같았습니다
그 많던 밥을 남기는사람이 없었습니다.
정갈한 시골 반찬에 어머님의 정성까지 들어간 맛있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밥먹을때 된장찌게가 너무 맛있다고 하였더니 낚시가서 먹으라고 큰통에 된장을 하나 가득 퍼주셨습니다.
낚시가서 먹으라고주신 삼겹살까지 한봉지 더 얻은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우리는 친구가 모는 경운기에 올랐습니다.
입에서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통통거리 소리를 내며 달리던 경운기가 한참을 달려 넓은 들판을 지나고
산 가운데로 난 고갯길을 넘을때쯤 우리는 서로의 어깨에 얼굴들을 기대고 전부 꿈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덜컹거리는 경운기의 요동에 잠시 깼다가 다시 자기를 반복하며 한참을 달려가자 드디어 경운기가 멈춰섰습니다.
우리는 눈을 뜨고 눈앞에 펼쳐져있는 세상에 감탄사를 연발하였습니다.
시원하게 펼쳐진 넓은 들판과 눈앞에는 넓은 남한강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었고
남한강에서 갈라진 작은 지류가 앞에 흐르고 있었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인가는 전혀 보이지가 않았고 모래가 하얗게 펼쳐진 모래사장 경계에는
땅콩 밭 이 넓게 자리잡고 있었고 뒤쪽에는 얕으막한 동산이 감싸고 있는 그림 같은 전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래사장 가장자리에 있는 미류나무 군락 그늘밑에 가지고온 터널형 텐트를 설치한후 짐을 풀었습니다.
잠시 앉아있던 목장친구는 목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한명 그만 둬서 집에 일이 많아서 낚시하기가 아무래도 그렇다고
집안일을 돌봐야겠다며 다음주 일요일날에 경운기를 끌고 철수하러 온다는 약속을 하고 떠나갔습니다.
짐을 풀다가 내가 소리쳤습니다.
"야 ! 이 빙신아 사람이 다섯명인데 이불을 겨우 두개 가지고 오냐 ? 베게 같은것도 하나도 안쌌네 ?"
"그거 나눠 덥으믄 될겄 같은디 ? 난 안 덥고 자도돼 "
"야 ! 물가가 밤에 얼마나 추은줄 아냐 ? 집이랑은 틀려 이푼수야 "
아직 밤에는 쌀쌀한 날씨에 내가 가져온 침낭까지 얇은 이불 세개로는 밤에 자다가 개고생 할께 눈에 훤히 보였습니다.
"칫솔 치약 화장지는 어딨냐 ? 수건은 ?"
"난 안가지고 왔는데 니들이 안갖고왔냐 ? "
"........................................................................................................"
큰일났습니다
수건은 내가 낚시대를 닦으려고 가지고 다니던 낡은수건 한장뿐이고
화장지는 전에쓰던 3분의1쯤 남은 화장지가 전부였습니다.
아침에 갑자기 준비해서 오느라고 초짜들을 미리 챙기지 못한게 실수였습니다 .
짐을 하나씩 정리하던 내가 다시 고함을 질렀습니다.
"야 ! 이!!! 찐드기 ~~! 이 푼수자식아 ~~! "
" ??? "
" 네사람이 일주일 먹을께 이게뭐냐 ? 너 혼자 처먹어도 하루도 못 먹겠다 넉넉히 싸오라고 했잖아!!!!"
이푼수가 일주일 먹을 김치와 밑반찬을 쌈장 용기만한 작은반찬 그릇에 하나씩만 싸왔습니다.
"난 그거면 될줄 알았는데 ??? "
" 반찬을 갖고 오라고 그랬지 누가 소주를 갖고 오래 ? "
자기가 처먹을 소주는 잔뜩 싸왔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다음에 혹시라도 초보와 캠핑을 같이 가실일이 있으시면
절대로 초보에게 뭐든지 준비시키지 마십시요.
그래도 다행이 내가 넉넉히 준비해간 라면 한박스와 쌀과 밀가루등 주식 재료와
식용유 등 양념들은 넉넉했고 어머님이 퍼주신 된장도 많이 있었습니다.
미류나무 그늘에 텐트를 다 치고 대충 정리가 끝나자 나는 텐트속으로 들어가
누워봤는데 눕자마자 피곤이 몰려와 바로 깊은 잠에 빠져 들었습니다.
한참을 자다가 등에 배기는 작은 돌멩이의 감촉 때문에 눈을 떠서 밖으로 나와보니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서산에 걸려있고 둘은 나무 그늘 모래밭에 널부러져 자고있었고
푼수 한놈만 따로 햇빛속에 땀을 비질비질 흘리며 자고 있었습니다.
자는놈들을 모두 깨워 쌀을 씻고 저녁을 짓고 코펠 뚜껑에 고기를 구울때쯤 온 사방에 어둠이 내려 않았습니다.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달빛에 비치는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강변에서 구워먹는 삼겹살의 맛은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마음껏 먹고 마시고 가스등 불빛 아래서 잠시 화투로 그림 공부를 하고 야참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도착할때부터 생전 처음으로본 강변 분위기에 흠뻑취한 당구장 친구는 입가에 웃음이 떠날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웃고 즐기던화려한 첫날밤의 만찬이 끝나자 김치가 떨어졌습니다.
잠자리를 준비해서 잠을 자려하니 베게가 없습니다
각자 머리에 벨만한걸 찾아보는데 푼수 놈 이 돌멩이를 가져와서 베고 누웠습니다
이놈은 절말 푼수가 확실한것 같습니다 .
작은 텐트에 장정 넷이 들어눕자 텐트 천은 늘어져서 옆으로 울퉁불퉁 삐져나왔고
좁은 텐트에 베게도 없이 칼 같이 다닥다닥 붙어누워 기나긴 밤 전쟁을 시작 하였습니다.
방금전 마신 술기운에 모두 금방 곯아 떨어졌는데 잠시후 탱크가 지나가는
소리같은 코고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고 자고있는 푼수의 코에 딱밤을 한방 때렸습니다.
잠결에 코를 맞은놈이 인상을쓰다 다시 잠들자 옆에있던 다른놈은 이빨을 갈아댑니다.
고개를 이불속에 파묻고 숫자를 1000번쯤 세다가 겨우 잠이들었습니다.
자다가 추워서 다시 깨서보니 몸만 겨우 가리게 덥었던 모자랐던 이불을 푼수 한놈이
모두 자기몸에 둘둘감고 코골며 자고 있었고 나머지는 몸을 웅크리고 덜덜 떨면서 자고 있었습니다.
코에다 딱밤을 다시 한대 튕겨주고 이불을 빼내도 푼수놈은 인상만쓰지 깨어나지 않습니다.
수없이 자다 깨다를 반복하던 전쟁같은 밤이 지나고 이틀째 아침이 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 잠에서깬 녀석들이 아랫배를 움켜줘고
숲을 한번 다녀오니 화장지가 떨어졌습니다.
한장있는 수건을 골고루 돌려가며 세수를 끝내고 된장찌개를 끓여 아침을 먹자
남아있는 밑반찬도 다 떨어졌습니다.
준비했던 일주일치 반찬이 두끼에 끝나버렸습니다.
이 황당한 사태를 이젠 어쩔꺼냐고 물어보자 이 태평한 청춘들은 그냥 있는것 먹고 버티자고 말합니다.
아침을 먹고난후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흐르는 물살을 돌로 막아 물살을 줄여서 그밑에 떡밥과 된장을 뭉쳐넣은 어항을 놓고
물살이 적은쪽에 내 낚시 자리를 만들고 초보들에게는 짧은 낚시대 한대씩에 인찌끼 멍텅구리 바늘을 달아주고
지렁이 한마리씩을 달아서 던져주니 내 예상대로 두놈은 조금 않아있다 낚시하는 시늉만 내다가
햇빛이 뜨겁다고 그늘밑 텐트로 돌아가 고스톱을 쳤고 의외로 당구장 친구는 끈기있게 모래바닥에 주저않아
파라솔도 모자도 없이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낚시에 열중했습니다.
흐르는 강물에 맞춰 무거운 납추를 달고
한쪽에는 지렁이 한쪽에는 떡밥을 달고 낚시대를 투척했습니다.
물 살 따라 아래로 흐르던 찌는 곧 자리를 잡았고 흘러가는 물결 따라 넘실 넘실 춤 을 추기 시작합니다.
" 잡았다!!!!!!!!!!!"
옆에서 나는 소리에 돌아보니 옆친구가 조그만 모래무지를 한마리 잡아냅니다.
생애 첫 조과에 얼굴까지 빨게져서 흥분하는 친구 얼굴을보니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잡았다는 소리에 달려왔던 두놈은 작은고기에 실망하며 텐트로 돌아가 그림공부를 다시 시작합니다.
텐트에 가 가방에서 라디오를 꺼내 틀어놓으니 화투치는 두놈이 심심하지 않게됐다며 급 반색합니다.
푼수놈이 라디오를 진작 꺼내놓지 않았다고 투덜투덜 댑니다.
라디오를 집어서 물속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극복하며 낚시하는 자리로 돌아오니 찌가 사라졌습니다.
휙~채보니 피라미가 한마리 대롱대롱 달려있습니다.
옆에있는 친구도 연신 잔챙이 잡고기들을 잡아내며 소리를 지릅니다.
" 잡았다~~! 또 잡았다~~~~!"
즐겁게 잡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믓해졌습니다.
친구가 강고기를 잡는걸 한참을 바라보자 그친구가 측은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리만 멀쩡하면 극성 낚시꾼이될소질이 넘치는 친구인데 장애 때문에
앞으로의 낚시는 거의 없을거란 생각을 하니 조금은 마음이 짠해 졌습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최신 히트곡 김수희의 멍에를 흥얼흥얼 따라부르며
이틀째 오전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는데 뒤에서 푼수가 소리칩니다.
"야 ~~~!배고파 !!!! 밥 좀 줘 !
라면을 끓여서 점심을 먹이고 강에가서 설겆이를 하고 돌아오다 벗어놨던 내 조끼로 손을 뻗던 푼수놈과 눈이 마주칩니다.
나를향해 눈치를 살살보며 웃는놈을 보자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뮈야? 니들 담배도 안사왔어 ? "
"헤헤~~~우린 니 가 사올줄 알았다 "
"야이~~~~~푼수 색꺄 ! 내가 당구장에서 담배랑 간식 사오라고 돈 줬잖아!"
"담배는 생각도 못하고 그돈 가지고 술 만 샀다 과자랑 "
고개를 돌리고 딴데를 쳐다보는 푼수 옆 에 있는 다른놈들도 모두 내눈을 피합니다.
" 니들! 이 기회에 담배 끊어라! 내 담배는 절대않돼!!!!!!"
"헤헤 그러지 말고 한개피만 주라 넌 많이 사왔잖아 "
"야이~~푼수야 !니놈들은 한 갑두갑씩 피지만 난 하루에 몆 가치밖에 안피워 가지고 있는것도 두갑도안돼 "
" 에이 치사한놈 알았다! 알었어 내가 가서 사오면 되지 "
푼수놈이 담배를 사온다고 땅콩밭 사이로 사라지고 나는 물속에 놓은 어항을 확인합니다.
어항속에는 된장 냄새에 속아 들어온 피라미가 가득합니다.
물고기를 꺼내고 어항을 다시놓고 강원도에 피서갔을때 배웠던 메기나 잡어 집는 틀을 놓았습니다.
큰그릇에 돌을 넣고 랩비닐을 씌운후 가운데에 구멍을 내고 물속 돌밑에서 우리동네에선
꼬네기라고 하는 벌래를 잡아 짓이긴후 된장과 함께 틀에 넣어서 물에 잠겨 놓았습니다.
낚시를 다시해서 눈치 마자 모래무지등 강고기로 삐꾸를 반쯤 채웠을때 담배를 사러갔던 푼수가
힘빠진 걸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뭐야 ? 못 사온거야 ? 큰소리치고 가더니?"
"아~~젠장~ 뭐 이런 동네가 다있냐 ? 주위엔 마을 하나 없고 졸라 걸어서 겨우 마을로 갔더니
가게 없다고 버스타고 나가란다 버스도 하루에 네번밖에 없단다 "
"버스라도 타고 가서 좀 사오지 임마! 화장지도 "
"아~ 몰라 담배하나 줘봐!"
할수없이 피같은 담배를 다 토해냈습니다.
오후 햇빚이 따거워지자 우리는 나무그늘 아래로 옮겨 그림공부에 열중하였습니다.
웃고 즐기고 떠들고 그림 공부를 열심히 하다보니 피같은 내 담배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즐겁게 놀다보니 어느덧 해질녘이 되었습니다.
저녁시간이 되자 강으로가 어항과 물고기틀을 점검합니다.
틀안에도 물고기가 가득합니다.
고기를 꺼내보니 살림망에 가득합니다.
고기배를 따고 저녁을 준비합니다.
저녁밥을 짓고 매운탕을 끓여서 밥상을 차리고 텐트로
돌아오니 라면박스 한쪽에 구멍이 뻥 뚫려있습니다.
푼수가 인상을 쓰면서 말합니다.
"아~~~젠장~~화장지 남은거 진짜없냐? 종이박스론 잘 안닦여"
" 멍청하긴~ 나뭇잎이나 풀잎으로 먼저닦고 물로 가서 씻으면 되지 그걸 박스로만 닦고있냐 ? 모자란 놈 "
"................................................................................................................! "
모두들 둘러않아 저녁을 먹습니다.
매운탕 하나뿐인 밥상이지만 모두들 맛있게 먹습니다.
저녁을 먹고나서 주변에서 땔감을 모아서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낮에 뜯어다가 말려논 생쑥을 불위에 올리자 매캐한 연기가 납니다.
모깃불을 피워놓고 배를따서 준비한 피라미를 마가린을 조금넣고
후추가루 맛소금을 조금 뿌려 호일에 싸서 모닥불 가장자리에 놓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호일색은 노랗게 변해가고 호일에서는 치익~~~치익 고기 익는 소리가납니다.
소주를 한잔씩 따르고 호일을 벗겨내자 속에서 고소한 냄새와 함께 먹음직스런 하얀속살이 들어납니다.
위하여 를 외치며 소주를 들이킵니다.
쓰지만 기분좋은 물이 식도를 타고 목안으로 넘어갑니다.
호일을 벗겨내고 하얀 고기 속살을 한입 먹어봅니다.
"우~~와!!!!!! 이거 맛있다!!!! 끝내준다!"
푼수놈이 호들갑을 떨며
맨손으로 뜨거운 호일을 하나 더 잡다 앗~~~~~~뜨거워 하며 뒤로 물러납니다.
모두들 맛있게 먹고 마시다 보니 달은 머리위까지 차오르고 분위기있는 밤은 깊어갑니다.
전쟁같은 잠자리를 준비하고 담배를 찾으니 빈갑입니다.
마지막 내 담배를 훔쳐피운 푼수가 갑자기 얼굴을 돌리고 딴짓을 합니다.
놈을 죽여버려고 몸을 일으키는 저를 친구들이 잡습니다.
담배도 떨어졌습니다.
코 골고 이빨 갈고 발로 걷어차고 자다가 깜짝깜짝 놀라깨던 악몽같은 밤이 지나고 세번째날이 밝았습니다.
숲으로 들어갔던 푼수가 어기적거리며 강으로 가 엉덩이를 씻고 나머지 사람들이 숲을 한번씩 다녀오자
라면박스의 구멍은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잘먹던 상류사회는 어제밤으로 끝이났고
된장찌게 하나만을 놓고 아침을 먹습니다.
그 맛있던 친구 어머님의 된장도 어제의 반밖에 맛이 없습니다.
아침을 먹자 담배를 피우지 못한 골초들이 몸부림들을 쳐댑니다.
강가에서의 평온한 시간들이 흘러갑니다. 낚시하고 그림 공부하고
잠자고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저녁으로 된장국을 먹습니다.
된장국을 먹으면서 찌게로 끓일걸하고 후회를 합니다.
김치나 반찬 없이 맨밥에 된장국만 먹는일이 보통은 아닙니다.
칫솔이 없어 몆칠째 손가락에 소금만 묻혀 이를 닦습니다.
다들 말을하면 입에서 된장냄새만 풀풀풍깁니다.
하루종일 금단현상에 시달리던 푼수가 나뭇잎을 종이에 말아 한 모금을 빨고 켁켁댑니다.
호기심으로 한모금 빨아봅니다.
메케한 연기가 목으로 들어오자 켁 소리가 절로 나며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
텐트안에 된장냄새를 풀풀 풍기며 세번째날이 저물어갑니다.
된장은 지겹다고 라면으로 먹자는 일행들의 요청으로
네번째날 아침은 라면으로 먹습니다.
라면냄비가 처음으로 국물을 남깁니다.
텐트안을 뒹굴뒹굴 구르며 담배!담배를 외치던 푼수가 벌떡 일어나 외칩니다.
" 야!오늘이 화요일인데 일요일날 데리러 온다면 앞으로 5일이나 된장만 먹고 살아야 되잖아~~~~!
안돼겠다! 누가 시내 나가서 반찬이랑 담배좀 사와라 "
"니가 갔다와라 푼수야"
"그럼 우리 제비뽑기를 해서 뽑힌놈이 갔다오자"
바닥에 화투를 쫙 깔았습니다.
"자~~~밤 일 낮 장 낮이니 높은수 내가 먼저 !!!"
소리치며 화투장을 뒤집는데 화투패가 일자가 나왔습니다.
오만상을 쓰면서 투덜거리며 푼수가 땅콩밭 사이로 사라지자
우리는 떨어져가는 야채를 보충하러 주위 밭으로 서리를 하러 나섰습니다.
다행이 조금가자 밭들이 나타났고 밭주인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이밭저밭을 옮겨다니며 파 고추 등 야채를 조금씩 서리 했습니다.
점심으로 밥에 고추장을 비벼서 서리한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서 같이먹고
우리는 푼수가 돌아오길 기다렸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시간이 지나고 해가 넘어가는데도 푼수는 돌아올줄을 몰랐습니다.
늦은밤까지 돌아오지 않는 푼수걱정에 잠을 설치고
다섯번째날 아침 시내로 나가기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땅콩 밭 을 지나 넓은 들판을 지나니 드문드문 집 들 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더 걷자 작은마을이 나타났고 그곳에서 길을 묻고 고개를 하나 더 넘어
다음 마을에서 버스를타고 면으로갔습니다.
면에서 내리자마자 우체국앞 공중전화로 푼수에게 전화하니
전화기 너머로 푼수의 자다 깬 졸린 목소리가 나옵니다.
"어떻게 된거야 ? 이 C 8 #***##@@@#$ 할 푼수놈아 !!!!!!!! 왜 집에서 전화를 받아???"
알고보니 버스를 타고 면에나간 푼수놈이 물건을 다 사고 돌아오려는데
처음 버스탔던곳을 잊어 먹었답니다.
초행길에 이곳저곳을 물어보며 한참을 헤메다가 결국 우리 있는곳을 못찾고 집으로 돌아갔다는겁니다.
낚시올때는 버스안에서 자다가 깨서 어딘지를 몰랐고
트럭을 타고 갈때도 자면서갔었고 경운기로 갈때도 졸면서 가서 돌아갈곳이 어딘지몰라 헤멨고
가야할곳을 잊어먹자 이곳저곳을 다니며 남한강에 낚시하는곳이 어디냐고 물어보고 다녔답니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지 그넓은 여주에서 남한강 낚시하는곳을 물어보고 다녔다니 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왔습니다.
버스를 타고 다시 여주로 달려오겠다는 푼수놈을 필사적으로 말리고
슈퍼에서 김치와 담배와 휴지 국수등 먹거리를 사고 식육점에서 고기도 좀 사서 버스에 올랐습니다.
다행이 나는 내가 탔던곳을 잊지 않았고
넓은 들판을 지나 땅콩밭 사잇길을 걸어서 강변으로 돌아왔습니다 .
간만에 김치가 있고 고기도 있는 상류사회 식사를하는도중 천둥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소나기는 곧 비로 바뀌어 계속 내렸고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를 듣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친구가 급한 목소리로 깨웁니다.
밖으로 나가보니 물이불어 친구가 낚시하던곳은 이미 강물에 낚시대가 휩쓸려 내려가서
아무것도 없었고 내가 낚시하던곳도 물이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위에 떠있던 낚시대만 겨우 건져서 돌아오니 강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었습니다.
걱정어린 시선으로 불어나는 강물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였습니다.
폭포수같은 급류로 변한 강물은 모든것을 집어삼킬듯 점점 몸을 키우더니
우리가 야영하는 미류나무군락 앞에까지 밀려 들었습니다.
도저히 그자리에서는 밤까지 버틸수 없을것같아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탠트위에 씌웠던 비닐을 벗겨내고 푹푹빠지는 모래와 진흙 때문에 목발이 무용지물이던 친구를 뒤쪽 동산 아래로 업어서 옮기고
비를 맞지않게 친구 몸 위 를 비닐로 덥었습니다.
텐트를 접지도않고 짐도 안에둔채로 둘이서 텐트 양쪽을 잡고 질질 끌어서 텐트를 높은쪽으로 옮겼습니다.
비는 장대처럼 끊임없이 내렸고 우리는 비속에서 흠뻑 젖었습니다.
겨우 자리를 잡고 텐트팩을 박으려 하니 텐트가 한쪽으로 기우뚱 힘없이 기울어집니다.
텐트를 무식하게 옮겼더니 뽈대가 부러져 있었습니다.
나무가지를 잘라와서 뽈대에 덧대고 끈으로 묶는 비상조치를해서 텐트를 설치하고나니
우리셋은 비맞은 생쥐꼴이 되었고 이불 옷 부식등 모든것이 젖어 있었습니다.
버너 불 을 켜서 텐트 안 을 말리고 라면을 끓여서 소주와 함께 먹었습니다.
뜨거운 기운이 들어가자 비에 젖어 떨리던 몸이 제자리를 찾습니다.
이불도 옷도 모든것이 젖어있습니다.
버너온기가 텐트안에 퍼지자 텐트안에서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장대같은 비는 쉬지않고 내립니다 라디오를 트니 채은옥의 빗물이 구슬프게 흘러나옵니다.
그렇게 빗물속에서 떨면서 이불도 없이 다섯째날이 저물어갑니다.
악몽같은 밤이 지나고 새벽에 겨우 잠들어 늦잠을 자고 나와보니 텐트앞 땅콩밭 위로 장관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화창한 햇살아래 이불 옷낚시대 가방 텐트 플라이등 우리가 가지고온 모든것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내가 자고있는 동안에 친구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비에 젖은 모든것을 말리고 있었습니다.
초여름 햇살아래 몆시간후 우리의 모든것들은 보송보송 비 내리기 전으로 돌아갔습니다.
강물도 몸을 점점 줄이더니 예전처럼 평화롭게 흘러갔습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의 일상도 평안하게 흘러갔습니다.
낚시 하고 화투 치고 먹고 자고 또 낚시하고 카드하고 낚시하고 강변에서의 꿈같은 시간이 흐르고 토요일이 밝았습니다.
하루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고 당구장 친구는 새벽부터 하루종일 열심히 낚시를 하였고 살림망속에는
물살에 쓸려내려간 어항과 물고기 틀을 놓았을때보다 더 많은 고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웃고 떠들고 놀다보니 어느덧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마지막날 저녁이 찾아왔습니다.
땔감을 모아 모깃불을 붙혀놓고 그동안 잡은 고기의 배를따고 손질해서 텐트로 돌아오니
친구가 첫날 먹었던 모닥불 구이를 해달라고 합니다.
서둘러 남한강의 마지막 만찬을 준비합니다.
피라미만 골라내어 쿠킹호일을 잘라 마가린을 한조각넣고
그위에 맛소금과 후추를 뿌린 피라미를 올려 돌돌 감아서 모닥불 옆 에 올리고
남은 물고기들을 냄비에 넣고 팔팔 끓입니다.
한참을 끓이니 국물이 뽀얗게 우러납니다.
숫가락으로 살을 으깨고 뼈를 건져냅니다.
팔팔끓는 국물에 씻어놓은 쌀을넣고
고추장과 된장과 마늘등 남아있던 양념을 듬뿍넣고
파를 한무더기 통채로 집어넣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냄비속이 빨간국물과 하얀쌀이
파란파와 뒤섞여서 맛있게 끓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면에서 사온국수를 펼쳐 넣습니다.
한동안 못먹었던 김치를 가운데에 놓고 마지막 만찬을 즐깁니다.
소주를 한잔씩 따라 앞에 놓고 어죽을 한그릇씩 그릇에 담습니다
위하여를 외치며 한잔씩 마십니다.
차거운 쓴맛이 입안을 맴돌다 뜨거움으로 변해서 목으로 넘어갑니다.
입으로 숫가락을 호호불며 뜨거운 어죽을 한입 먹습니다.
입안에 부드러운 국수와구수한 밥알이 얼큰한
어죽의 감칠맛과 어우러져 천상의 맛 을 냅니다.
모두들 그릇에 얼굴을 묻고 허겁지겁 어죽을 먹습니다
꽉차있던 냄비 속 이 금방 비워집니다 .
어죽을 먹고 난 후 기분좋은 포만감에 그대로 돗자리 위 에 대자로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니
서울하늘 에선 보이지 않던 수많은 별 들 이 밤 하늘에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돌리니 텐트 옆 한 귀퉁이에 옆이 반쯤 뜯겨진 라면박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푼수가 있었으면 같이 먹었을텐데 생각하니
다시 온다고 할때 그냥 오라고 할껄 푼수한테 미안한 마음도 조금듭니다
일어나서 모닥불에서 호일을 꺼내 친구에게 줍니다.
호일을 까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소주를 한잔 더 따라 마십니다.
쓴맛이 넘어가는데도 전혀 쓰지가 않습니다.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얗게 익은 물고기 속살을 한입 베어 먹습니다.
민물고기 특유의 감칠 맛 에 마가린의 고소함이 함께 어우러져 입안에서 살살녹습니다.
행복했던 남한강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끝내고 우리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깊어가는 밤의 여운을 즐깁니다.
친구가 모닥불을 나무가지로 뒤집으며 내 이름 을 부릅니다.
고개늘 돌리니 내 눈 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 고맙다 "
그 소리를 들으니 이유없이 괞히 미안해집니다.
" 에이! 자식이 왜 쓸때없는 말을 하고 그래 ! 목발이나 옆으로 치워 임마 잘못하믄 불 붙어 "
" 푼수는 뭐하고 있을까 ? "
" 그놈이야 뭐 ................................................."
모닥불은 꺼져가고 매캐한 연기는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라갑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쩍새 울음소리가 긴밤의 쓸쓸함을 잠시 걷어갑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보름달이 눈부시게 밝기도 합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밤
어디선가 푼수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습니다 .
"아~~ 지미 c 8 ~ 진짜 휴지 없냐 ? 박스론 잘 안닦여 !!!!!!!! "
여주 남한강 강낚시의 추억 .....( 재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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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댓글 후 감상 ㅎㅎ
90년인가91년인가 저두 소향호에빠져 무식한 향어에 몇일밤을 새우곤 했답니다
한겨울에 신진섬에서 새벽에 한두번 오는 입질 보느라추운줄 모르고 낚시했던 생각들 옛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소박사님에 글 잘 읽고 있슴니다 종종 올려 주세요 ^^
박삿님 또 올려주실꺼죠?^^~
글이네요 잠시나마 옛생각에 가슴이
뭉클 하네요 !!!
어떨때는 치누가 밉고, 그러다가도 그립고,
참 !
고맙습니다.
저두 20대초반에 격었던 재미난 기억이 떠오르네요...
박사님 글읽고나니 친구가 보고 싶군요~
오늘저녁엔 친구들한테 전화한통씩해봐야겠어요^^
어릴적 친구들을 다시 한번 생각 하게 하네요...
요즘은 다들 생계 때문에 얼굴 한번씩 보는 것도 여의치 않는....
모든 걸 등에 지고, 덜컹덜컹 완행 버스에 의존하여 다녔던, 어렸을 적 캠핑의 추억들이 생각나는군요.
도착해 보면, 꼭 몇가지 빼 놓고 왔음을 알아채곤 했지요.
잘 읽고 갑니다.
정말 문학도하시지 그러셨습니다.
예전 글과 같은 글인줄 알았지만,
또 틀리군요^^
어제 오늘 3회에 걸쳐 읽어보았습니다.
참으로 좋습니다 ^=====^
집컴터로 추천해봅니다.
마음 따스해지는 좋은글!!!
감사하였습니다 ^^
옛날 생각나는 멋진글 잘 읽었습니다
내 마음속에 간직하고있는 어린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느끼게 해 주신것 같아서 좋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소박사님 글을보면 딱히 시나리오도 필요없을듯 조연들 케릭터도 살아있고~^^
ㅠㅠㅠㅠㅠㅠ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ㅠㅠㅜㅜㅜㅠㅠㅜㅜㅜㅜㅜㅜㅜㅠㅠㅜㅜㅜㅜㅜㅠㅠㅜ웃다가... 울다가... ㅎㅎㅎ훌륭한 재주를 많이 가지셨습니다. 사람들을 항상 긴장 시키시는 "푼수"님이 주인공 같습니다. 매력 넘쳐요 ㅎㅎ
"고맙다"
이 한마디에 무한감동과 함께 눈물이 맺힙니다.
몸이 불편하신 친구분께서 낚시에 열중하신 이유중에 하나가.. 낚시를 통해 글쓴님께서 무엇을 보았는지 그 친구분도 느껴보고싶어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날의 현장감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옛날이여!!
세월은 참으로 유수와 같다더니 새삼 소박사님의 소싯적 모습을 보니 ~~ㅠㅠ
시간날떼 제대로 정독해야 겠습니다.`~ ^^
그저께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저도 예전 이야기로 술한잔 나눴지요
역시 옷은 새옷이..사람은 오래된사람이 좋은가 봅니다
직업이 궁금하군요.
혹시 드라마 작가?
아니면 소설가?
알고 싶네요.
옛 친구가 그리워 집니다
글 잘 읽어습니다 감사 합니다.......
잠시 여행 다녀온것 같네요
어릴적의 추억이~~
*알 친구들 생각이~~~
고맙습니다~^♥^*
그런 추억이 없는 저로서는 소박사님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잊고 있었던 친구들이 그리워 지는군요
감사합니다.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