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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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物은 있다! (뜻밖의 조우 (遭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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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람 아무도 내가 이렇게 겁쟁이라는 사실은 모를 것이다. 나이도 들만큼 든 데다 덩치는 크지 않지만 운동으로 단련된 몸뚱이하며, 수틀리면 바싹 따지고 드는 깐깐한 성격을 아는 사람은 오늘밤 내가 묘지 많은 산아래 외딴 소류지에서 온몸에 까칠까칠한 소름 돋아가며 떨고 있을 것을 어찌 짐작이나 하겠는가? 그렇다고 무서움에 대충 짐 싸들고 이 저수지를 도망치듯 벗어나기에는 해질녘에 뒤집어지던 그 대물에의 유혹이 너무 강했고 해묵은 꾼으로서의 어설픈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았다. 웬만한 월척 몇 수야 숨어있을 수 있겠거니 했지만 정말 그렇게 큰놈이 아직까지 이 저수지에 남아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작은 손맛이나 보고 비온 뒤 끝 저수지 사정이나 알아보려고 금성지를 찾은 것은 오늘 오후 네 시였다. 생각보다 웃자란 연잎들이 수면 전역을 온통 차지해 버렸고 줄 풀과 연잎이 자리경쟁을 하는 작은 공간에 찌 세 개를 세울 때까지는 별 욕심이 없었다. 문제는 그놈의 월남붕어였다. 지렁이 떡밥 가리지 않고 목구멍까지 삼켜버리는 놈들의 탐식성(貪食性)에 부아가 치밀었고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생각해 낸 게 참붕어였다. 천성이 게으른 성품은 채비 바꿀 생각도 않고 콩알 하던 이합사 목줄, 붕어 오호 바늘에 참붕어 잡아 꼬리 꿰기로 슬쩍 걸쳐놓고 향긋이 밀려오는 들풀향내 맡으며 때론 착한 마음으로 힘든 마누라 일상(日常)이랑 멀리 떨어져 공부하는 아들놈 걱정도 해보고 때론 엊그제 친구 쫓아갔던 술집에서 술 따르던 미즈김 애 녹이는 자태도 생각하며 히죽히죽 웃고 엉큼한 생각도 하던 차에 멀뚱이 서있던 찌가 연잎사이로 슬금슬금 사라지는 첫 입질을 받은 것이다. 졸지에 받은 입질이라 어떻게 챔 질이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꽉 막힌 듯 한 감각과 강력한 바이브레이션 섞인 긴박한 휘파람 소리만이 줄과 대 끝에서 들려올 뿐, 세우지도 못하고 놓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가 얼마나 계속되었을까? 강하게 수면을 때리며 뒤집어 지는 바늘털이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놈의 모습을 물 밖으로 드러나게 했고 어쩌면 대형 가물치일지도 모른다는 내 추측은 유유히 사라지는 놈의 모습을 보면서 경악으로 바뀌었다. 붕어였다. 초대형 붕어였다. 바늘에 봉돌까지도 떨구고 나간 놈은...! 채비 다시 매는 손이 몹시 떨리고 있었다. '그래! 막연하지만 그 많던 대물들이 깡그리 사라졌으리라고 생각하진 않았지. 아무리 태풍처럼 휩쓸고 간 한순간의 난장판이었지만 그 많던 붕어들을 다 뽑아내진 못했으리라!' 저수지의 몰락에는 내 잘못도 있어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그때 이후 찾기를 꺼려하던 저수지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저수지는 내 단골 대물 터였다. 모두 포기해버린 부루길 밭에서 우연히 잡아낸 대물붕어, 그날이후 난 그 저수지에서 남들이 평생 걸쳐 잡아내도 다 못 잡을 만큼의 월척을 나만의 경험으로 잡아내었고 그 비밀 조행은 삼 년 동안이나 계속 되었었다. 우연히 근처에서 토목공사 하던 어느 꾼 인부의 눈에 월척생포 현장이 목격되기 전까지는... 세상에서 입 소문보다 더 빠른 것이 있을까? 더구나 낚시꾼들의..., 저수지가 망가지는데는 한해도 체 걸리지 않았다. 꾼 들의 횡포에 논 뚝은 무너져 갔고 찬바람이 불어도 저수지위에는 보트가 떠 있었다. 그리고 전국에서 모인 쓰레기는 왜 그렇게도 많이 쌓이던지! 삼 년 만이던가? 아님 사 년 만이던가? 저수지에 도착한 나는 하릴없이 저수지를 한바퀴 빙 돌아봤다 한바퀴 도는데 이 십분도 다 걸리지 않는 조그마한 소류지, 고기가 물어주지 않은 터는 꾼 들의 뇌리에서 쉬 사라지는 모양이었다. 몇 군데 낚시의 흔적이 보이긴 했지만 그 마저 퍼져오는 연잎의 확산(擴散)을 막지도 못할 만큼의 미약한 것이었다. 그리고 자리잡은 예의 포인트에서 부딪친 대물과의 오랜만의 조우(遭遇). 그 가슴 떨리는 재회가 이 밤 저녁도 굶고 뒷골 땡기는 무서움 감내(堪耐)하며 찌를 응시하는 이유인 것이다. 초저녁에 승부를 봐야 하는데! 여기서 날을 샐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주위를 돌아 볼 때마다 무서움은 쌓여 뒤쪽은 아예 포기하고 찌 보는 데만 온 신경을 집중하려 하지만 쉬 오지 않는 것 또한 대물입질 아니던가. 담배라도 끊지 않았다면... 어렵게 끊은 담배조차 그리워진다. 배도 고프고 우렁찬 황소개구리 울음 속에 긴장과 공포에 떨며 버티기를 몇 시간, 휴대폰을 통해 더듬더듬 읽어본 시각은 열 시도 넘어서고 이쯤에서 일어서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갈등이 점점 커질 무렵 제일 먼 곳까지 쳐 두었던 세 칸 대의 찌가 묘한 반응을 보인다. 마치 피라미가 찌 밑 둥을 치는 것처럼 두어 번 흔들리더니 삐딱한 자세로 조금씩 솟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순간 이완(弛緩)되었던 온 몸은 긴장으로 들어차고 낚시대 감아쥐는 손으로부터 꾼으로 서의 예기(銳氣)가 온몸으로 번져 든다. 그래 생 미끼는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조급하게 챔 질 하려는 마음을 스스로 달래며 머리 속으로 타이밍을 계산할 무렵 몇 마디 더 솟을 것 같던 찌가 그냥 멈추어 버린다. 이거 채야되는 것 아니었나? 어떻게 받은 입질인데! 수 십 년을 낚시하고도 감이 잡히지 않는 게 이럴 때의 심정이다. 아쉬움이 사람 욕 나오게 만든다. "a~c" 미끼를 바꾸어 주고 싶은데 자신이 서지 않는다. 잘못하다 모처럼 찾아든 녀석 팽개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분명, 그 세 칸 대 주변을 어스렁 대는 놈의 기척은 아직도 느껴지는데, 다시 숨죽인 노림이 또 한식경(一食頃) 이나 지났을까? 웅크리고 있던 캐미 불빛이 배시시 들고일어난다. 콱 멎어버린 내 호흡과는 상관없이 유려하게 솟는 찌는 내버려두면 찌 키대로 다 밀어 올릴 것 같은 기세다. 그러나 지금 찌보고 즐길 상황이 아니다. 낚시대 잡은 손에 힘이 가해지면서 질긴 놈 멱살잡고 외상술값 받아내려는 주모의 손길 마냥 거친 챔 질이 시작되었다. 늦춰 주면 안 된다. 좁은 연 줄기 틈새에서 빼내오려면 숨 돌릴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 동안 연 밭에서 손맛 생각하다가 놓친 대어가 몇 마리 던가? 무지막지한 줄다리기가 시작되었고 녀석의 거친 저항은 새로 맨 줄과 강한 바늘만 믿고 드립다 잡아끄는 내 힘에 못 이겨 지가 어떻게 끌려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멀뚱한 표정으로 논 뚝 풀 섶에 드러누운 체 가쁜 호흡으로 헐떡이고 있었다. 헌데 아니었다. 해질녘에 내가 이런 놈이요 하고 몸뚱이 잠깐 보여주고 도리질 치고 떠나버린 놈은 아니었다. 빵도 크기도... 이놈이 지네동네 통 반장 이나 해먹을 놈이라면 그놈은 분명히 시장이나 도지사 급은 되는 놈이었다. 손전등 불빛으로 놈을 가늠해 보는 내 가슴은 월척에의 기쁨보다 내가 노렸던 놈이 아니라는 실망감에 허전해 졌다.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오늘밤은 굳이 더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또 온다. 내 바늘 내 봉돌 달고 떠난 놈을 다시 만나러, 낚시하기 오십 여 년, 잡은 월척은 숫자조차도 잊어버린 지 오래인데! 그만큼 잡았으면 대어욕심 부리지 말고 유유자적(悠悠自適)하자 던 마음. 견물생심(見物生心)이던가? 놈의 모습을 보는 순간 다 사라져 버리고 놓친 놈에 대한 강력한 투지가 단전(丹田)으로부터 끓어오른다. 이제 무서움은 없었다. 배도 고프지 않았다. 당분간은 금성지의 대물붕어가 내 머리 속에 화두(話頭)로 자리 할 것이다. 자동차를 향해 걷는 동안에도 나는 누구를 파트너로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인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모두 술 좋아하고 천렵(川獵) 차원의 낚시만 하는 내 친구들 중에서 대물 파트너를 고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누군가 한 명은 꼭 데리고 와야한다. 철수하자고 안 보채고 입 무거운 친구로, 그래도 무서웠었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지. 잘못했다간 녀석들 술안주 감으로 평생을 씹히고 말 테니까! 다음 조행으로 계속... (얼마 후 내가 금성지를 다시 찾았을 땐 저수지는 하얗게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수문 고장으로 물을 뺐다는 밭 메던 어느 할머니의 석연찮은 설명을 듣고 허망한 발길을 돌려야했다. 아! 사라진 나의 대물붕어여. 그러나 너는 오랫동안 내 가슴에 그리움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2003년 7월 어느날의 조행일기 남도에서 어유당(魚有堂) 올림

항상 읽고 또 한번 더 읽습니다 ..
정말 글 아름답습니다 ..
글 쓰시는 분 정말 맞는거 같습니다 ..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듯 ..
한편의 멋진 소설을 잼나게 막 읽는 후 ..
정말 이렇게 글을 쓰실려면 ..
얼마나 경험이 풍부할까 ..??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 끝에 여기까지 오셨을까???
글 사랑합니다 꾸벅
ㅎㅎ마치 현장에서 낚시하시는걸 보고있는듯한 느낌입니다.
같이 즐거워하고 아쉬워하게됩니다.^^
어유당님 글 정말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다음편 또 기대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글을 읽는동안 제가 그자리에 있는듯 현실감 넘치는
글솜씨에 감탄합니다.
대물꾼이면 누구나 자기만의 마음속대물터가 하나 둘씩 있기
마련이고 그곳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이 있지요...
그곳에서 내가 느껴오던 생각들과 어유당님의 생각들이
큰 차이가 나지 않음에 한번더 깊이 생각해 봅니다.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늘 좋은글로 감동을 주셨는데
댓글없이 떠나 죄송합니다.
계속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좋은글.잘보고 갑니다....낚시춘추에..같은곳에...연재를.하셔도.좋은.반응이.있을것으로.생각됩니다. 부럽습니다....
그어떤 금화로도 살수없는 옥필입니다...

아니 산다는 표현이 부끄럽습니다.

건강하세요~
마치 옆에 앉아 보고 있는듯 합니다.
마음으로나마 낚시를 하고 있는듯 합니다.
지금 출장중인데....낚시대 펴고 맑은 풀내음 맡고 싶네요^^
머릿속의 그림이 떠나질 않네요
잘 읽었습니다

언제 저두 대물을 잡을 수 있을까요.
멋진글 잘보았습니다

항상 안출하시고 건강 하세요^^
ㅎㅎㅎ
한편의 수필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
뭐야....마지막반전....."수문고장"
아쉽다...꼭 다음편읽고싶었는데....
글잘읽고갑니다..
왠만한 베스트 셀러는 붕어 꼬리로 싸대기 입니다
저역시 저만의 비밀터가 있어 종종 남들몰래 다니던 곳이 있었는데 이번 시즌에가보니 둑공사하느라고 물을 다 뺐더군요..

그때 그허탈함이란....
잼 있게 잘봤습니다.좋은 글 감사감사~
오늘도 잘읽고 갑니다 ~~
나도 한번 써보고십은 글이네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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