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님이 한가득 오시는 날이네요.
격주근무로 컴터앞에 전을 벌려봅니다.
스물넷에 입대하고 여섯에 제대를 했더랬습니다.
시기가 애매해 복학도 못하고(사실은 학비도,,,,)
암튼 좀 쎈 알바 아닌 알바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물(水)이랑 관계된것이었으니..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여기에 저와 동갑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 혹 낚시를 좋아하냐고 물어 보더군요.
뭐 한번도 해본적 없다... 그 친구가 나랑 잘 맞을것 같다고 하더군요.
사람 보는 눈이 있었던 것이죠.
처음 그 친구를 따라 출조한 곳이 한강(아마 반포지구)이 었습니다.
낚시대 한대를 펴주더군요.
처음 조과는 잘 기억이 나지 않으니 좋은 조과는 아니었겠지요...
그후 그 친구를 따라 몇 번 더 낚시를 가게 되었네요.
다음 해 복학을 하고 난 후에도
틈틈이 알바를 하고 그 친구와도 계속 만났지요.
당시 낚시 장비는 저에게는 너무 고가라
항상 그친구 낚시대를 사용했습니다.
처음 내 낚시대를 갖게된 것은 졸업도 하기전인
7학기를 마칠 때 쯤,
科 선배의 소개로 취업을 하게 된 후 였습니다.
처음 맞는 4박5일의 여름휴가는 그 친구와 충주호에서 보내기로 했지요.
어디어디가면 조황이 어떻다... 큰 물이 지고 난 후.... 댐붕어의 손 맛은......
하지만 당시 저는 몰랐습니다.
낚시꾼의 과거는 모두 화려하다는 것을....
충주호의 화려한 때는 이미 지났었다는 것을....
이 여름휴가가 총각시절의 마지막 휴가였다는 사실을......
D-Day 0
새벽에 낚시가방을 메고 서울역에서 친구와 만나 열차를 탔습니다.
아직 미쳐 날이 밝지 않았을 때 제천에 도착 해
시내의 한 낚시점에 들렀습니다.
친구는 이것저것 물어 보고는 소품을 산 후 다시 택시를 타더군요.
30여분을 가서 높은다리를(그 당시 제에게는 어마어마하게 높게 보였습니다.)
바로 지나 내렸습니다.
거기서도 짐을 메고 비포장 길을 1km이상을 걸어 간 후에야
친구는 짐을 내리고 텐트를 쳤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포인트라고 앉은 곳은 절묘하게도
딱 두명이서 각자 2 -3대씩 펼치고 할수있는 곳이었습니다.
우측으로는 커다란 바위가(바위 위에 죽어 맨들맨들 해진 고목이 끝을 물가로 향해있고)
좌측으로 풀과 잡목이 우거져 있었습니다.
친구가 만들어준 떡밥으로 2-3번 던졌을까...
찌가 어찌 그리도 멋지게 오르는지
마수걸이로 꽉찬 아홉치가 나옵니다.
그 후로 두 세번의 품질에 나오는 똑같은 크기의 붕어를 연신 걸어냈습니다.
낚시... 참 쉽더군요. 바람이 불면 잠시 쉬고 ,
해가 뜨거우면 잠시 쉬고(저는 파라솔도 없었네요)
밤에 푹 자고 일어나니, 붕어는 다음날도 또 나옵니다.
어쩔땐 발갱이도 나오고 향어도 나오네요....
하루 이틀이 지나니 많은 지역꾼님들께서 왔다 가십니다.
어찌 소문이 난것인지...
하지만 젊은 놈 두놈은 텐트치고
허접한 채비 던져 놓고, 노는둥 낚시 하는 둥 하고 있으니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저놈들 빨리 안가나 싶으셨겠지요.
삼일째인가 한분이 오셔서 멀리 뒤쪽에서
유난히 오래 지켜 보고 계셨습니다.
하도 진지하게 보고 있으시길래 문득 쳐다 보았더니..
막 고함을 치네요...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생전 들어 보지 못한 막말을 하는거 였습니다.
"왜 쳐다 보냐... 주ㄱ어 볼테냐...어쩌구... 저쩌구... 가만 안둘테다...."
목청은 얼마나 크시던지...
인적없는 충주호의 한 골에서 세상물정 모르던 20대의 젊은 두넘은 얼음이 되었지요.
별별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갑니다.
"제천에서 주먹자랑 하지말랬던가?"
제천에서 타고 오던 택시기사님의 쿨한 말도 생각이납니다...
"오늘 같이 비 추적추적한 새벽이면 요 도로에 교통사고로 죽어있는
사람들도 찾으러 다녀,,, 보상이 좀 있거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물만 보고 앉아 있는거 였습니다.
한 참이 지나서야 차를 돌려 가시네요.
그때는 미쳐 몰랐습니다.
노는둥 마는둥 그 좋은 포인트를
몇날 며칠을 차고 앉아 있는 것이
어떤 열혈 낚시꾼에게는 열 받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도 붕어는 계속 나오고 저는 다시 찌맛, 손맛에 빠져듭니다.
다음날 늦은 오전 시간 또 한분의 조사님이 오십니다.
이번엔 아주 가까이 오셔서 보십니다. 살림망도 보시구,, 찬찬히 둘러보시네요.
하지만 이제 저희도 경험자라 감히 쳐다보지 않습니다.
먼저 말을 거시네요,
"며칠했냐?"
"4일쨉니다."
"헉 여기서 3일밤이나 샜는냐?"물어보십니다.
순진한 우리들 천연덕스럽게 하지만 공손히 대답해 드렸습니다.
"네~~"(아.. 이렇게 친절한 분도 있구나..)
그분이 말씀하십니다..
"여서 밤 낚시를 했단 말이야? 젊은이들이라서 그렇구만...
저 바위위에 나무 있지,,"
우리는 그 동안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죽은 나무를 봅니다.
문득 나무의 위치와 생김새에 의문이 듭니다.
그분이 결정타를 날리십니다.
"저서 수몰 되기전 동네 처자 2명이 목을 메달았어..."
갑자기 순진했던 두 젊은 넘들 얼음이 됩니다.
왠지 잠자리가 편안하지 않았던 것 같은 생각도 들고...
햇빛 찬란한 오전에 등줄기가 써늘해 짐을 느낍니다.
친구가 말합니다.
"너 휴가도 내일까지니까 이제 올라가야지.."
저도 화답합니다.
"어 그래야지 마니 잡았으니까..."
친구가 텐트도 걷고 살림망의 고기도 챙기고 하는 동안
그 조사님 벌써 낚시대를 꺼내며 말씀하십니다.
"뭐 왔으니까 조금 하다 가야지..."
저 친절하게 빨리 받침대 빼드리고 낚시대 칸수와 입질형태도 설명해 드립니다.
짐을 바리바리 싸메고 다시 1km넘는 길을 돌아 나오며
친구와 저는 말합니다.
"어째 그 고사목 모양이 이상했어.."
"그러게 좀 분위기 싸늘했지?"
"우리 어떻게 저기서 3일밤이나 지냇나 몰라.."
그때는 미쳐 몰랐습니다.
어느골, 한구비구비마다.... 사연 없는 ... 포인트는 없다는 것을..
그때 그 조사님 그날 대박이셨는지... (물론 밤낚시까지 하셨겠지만...)
비님이 오시는 날 문득 궁금해 집니다.
입문, 처음 맛 본 대박, 충주호, 좋은 포인트에 앉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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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잘 읽고갑니다
참 좋은 추억이 됩니다.ㅎㅎ
빨리 장보러 가셔야죠....
이상하게도 무슨 얘기만 듣고 나면 그 때부터 신경이 쓰이지요.
그래서 저는 어디 깊은 산 속 저수지 갈 때는
무서운 이야기나 전설 같은 거 들을 생각도 안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자리를 전세낸 것도 아니니 남이 차지하고 있으면 포기하는게 순리인 것 같습니다.
재밌게 읽고 갑니다.
그런 손맛은 두번다시 보기는 힘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