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가 언제 였을까?
그녀를 알기 시작한 때가 언제 였을까?
마치 처음부터 알아왔던 것처럼 너무나 익숙하지만,
그녀를 처음 만난건 불과 일년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문득 놀라곤 한다.
그날은 이슬비가 파랗게 내리는 날이었다.
얕은 먹구름으로 주위는 환하게 밝았고, 부드러운 이슬비에 촉촉이 젖어 밭황토들이
유난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좌우로 쭉 늘어선 산비탈에는 이제 막 생명을 싹틔운 새싹들이 연두빛을 띄고 있었고
그사이 사이로 하얀안개가 피어나고 있었다.
막 갈아엎은 밭의 붉은 황토와 아름다운 산빛이 어울어지는 경관은 마치 어젠가 한번쯤
보았음직한 원색의 유화를 연상케 했다.
주위 경관에 심취되어 기분좋은 느낌으로 막 한 구비를 끼고 돌았을때,
정말 그림처럼,
잘 짜여진 구도의 그림처럼 그녀가 길을 걷고 있었다.
잠시 차의 속도를 줄이고 멀리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긴 머리에 단아한 스커트 정장, 이런 시골에 어울릴거 같지 않은 구두와 커다란 캐리어
가방이 외지에서 온 사람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을 오르는걸 보니 대충 어디를 찾아가고 있는지 알수 있었다.
그 길을 따라 2키로쯤 올라가면 조그만 소류지가 나오고 그 곳 상류쪽에 두 채의 낡은
집이 있었다.
한집은 주인없는 집으로 오랬동안 비어 있었고, 다른 한집에는 늙은 아주머니 한분이
살고 있었다.
평지도 아닌 오르막 산길을 무거운 캐리어 가방을 끌고 갈일을 생각하니 마음이 쓰였다.
이미 그녀는 먼길을 저리 걸어왔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옆을 지나며 차를 세우고 윈도우를 내렸다.
그녀가 경계심을 가진채 나를 바라 보았다.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탓인지 그녀는 비에 젖어 있었다.
비에 젖어 머리칼이 축 처져 있었지만 얼굴은 상당한 미인형의 얼굴이었다.
“위에까지 가실거면 제가 태워다 드릴게요.”하고 말했다.
그녀는 아직도 경계심을 풀지 못한채 나를 살펴보는듯 했다.
“저 위에 저수지로 낚시를 가는 길입니다. 괜챦으니 타세요.”
하고 재차 그녀에게 말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냥 가줬으면 하는
난처한 표정을 짖고 있었다.
“위에 할머니댁에 가시는 건가요?, 그분도 안면식이 있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타세요.
아직도 한참 거립니다.”
내가 할머니를 안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던지 조금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나는 차에서
내려 그녀의 캐리어가방을 손에서 낙아채다시피 차 뒷자석에 실었다.
그녀도 포기한듯 조수석에 올라 탓다.
운전석쪽으로 돌아와 차문을 열었을때 강렬한 내음이 나를 강하게 자극했다.
그 내음은 단순히 화장품이나 향수냄새가 아닌 그것들과 비에 젖은 그녀의 살내음이
섞인듯한 강렬한 향기였다.
잠시지만 정신이 아득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차에 올라 운전을 하면서도 강력하게 나를 자극하는 그 내음에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이 향기가 무슨향일까 하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문득 이건 향기라고 표현하기 보다 성숙한 여인의 살내음이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향기는 내 삶을 통해 맡았던 숫한 향기중에 가장 강렬한 향기였다.
눈으로 보여지는 것과 귀에 들리는 소리와 부드러운 촉감에 강한 성감을 느껴 보았지만,
코로 전달되는 향기만으로 이렇게 강한 성감을 느껴본건 난생처음 이었다.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그녀의 체취는 강렬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나는 마치 마약에 취한 사람처럼 몽롱한 상태로 그녀의 체취가 가져다 주는 기분 좋은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차안의 습한기운과 강렬한 향기에 취해 가끔 내 안에서 절제하기 힘든 욕구가 가끔
나를 휘감아 돌았지만, 충동적인 행동을 제어할수 있는 수준의 것이었다.
나는 그때서야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정신상태를 이해할 수 있을거 같았다.
그만큼 그녀에게서 풍기는 체취는 내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로 강렬했다.
조수석에 탄 그녀에게 한번도 눈길을 주지 않은채 나는 앞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운전을 했다.
옆에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픈 생각도 들었지만, 설혹 흐트러진 모습이라도 보게
된다면 나는 나를 제어하지 못할것만 같았다.
그리고 지금 그녀의 체취를 통해 얻어지는 기분좋은 쾌감을 방해하고 싶은 생각 또한 없었다.
또 한구비를 돌아서니 저수지의 제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와의 동행의 시간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쉬웠다.
차가 저수지 제방에 올라서니 소류지 풍경이 넓게 눈에 들어왔다.
소류지는 적당히 물색이 살아나 있었고 저수지 상류쪽의 낯익은 풍광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수지를 끼고 돌아 상류쪽 그녀의 목적지 일곳이라고 생각했던 할머니 집에 거의 다 와서야
그녀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추위에 창백해져 있었고, 입술은 파리하게 떨리고 있었다.
봄비라 아직 차가운데 그만 히터를 틀어주는걸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급히 히터를 틀었다.
“죄송합니다. 히터를 진작 틀어드릴걸....., 여기가 맞습니까?”
하고 말하며, 정확히 보지 못한 그녀의 얼굴을 곁눈으로 자세히 살펴 보았다.
가름한 턱선과 오똑한 콧날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이는 삼십대후반쯤인거 같아 보였고, 깊은 눈망울로 도저히 어떤 성품의 사람인지 가름해
볼수는 없었다.
이미 집거름에 차를 세웠지만 그녀는 차에서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위로 조금만 더 올라가 주실래요?”
그녀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차분하고 낮게 가라앉은 음색이었다.
위로 올라가면 인가가 없다는걸 알고 있었지만 되묻지 않고 그대로 차를 움직였다.
이백미터정도 더 이동해서 앞이 야트막한 둔덕으로 가려진 대숲근처에 도착했을때
그녀가 그곳에 멈춰줄 것을 요구했다.
“뒤로 조금만 후진해 주실래요?”
나는 아무말 없이 그녀가 원하는대로 차를 이동시켰다.
한쪽은 대숲이 경계를 이루고 있고, 다른 한쪽은 얕으막한 경사지가 있어 밖에서는 차가
잘 보이지 않지만 차에서는 저수지를 바라볼 수 있는 장소였다.
은폐된 장소에 차를 세우고 나니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여러종류의 생각이.....
차가 정지한후 그녀는 시선을 내쪽으로 돌렸다.
그녀의 시선을 느끼자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 달아 오름을 느꼈다.
그녀를 곁눈으로 흘끔 쳐다 보았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그녀의 시선은 나를 지나쳐 운전석 차창 넘어 노인의
집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흔들리는 그녀의 눈빛과 노인의 집사이에 놓이게 된 것이었다.
그녀도 내 시선을 조금 의식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자리를 비껴주었다.
여전히 이슬비는 곱게 내리고 있었고 비에 젖은 대잎들이 유난이 번들거리는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근 이십분을 차 밖에서 기다렸지만 그녀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차분히 내리는 이슬비라곤 하지만 서서히 옷이 젖어 오는 느낌이 들면서 추위가 느껴졌다.
더 이상 기다려주기 힘들거 같아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나를 어지럽히던 그녀의 체취가 확 풍겨왔다.
히터를 틀어놔 체온이 오른 탓인지 그녀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비에 촉촉이 젖은 여인의 발알갛게 상기된 얼굴이 남자의 마음을 얼마나 심하게 흔들어
놓는지 그녀는 모를 것이다.
지금 그녀의 모습이 얼마나 고혹적인 것인지, 남자의 심금이 얼마나 흔들리는지 모를 것이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나에 대한 미안함과 무언가에 대한 망설임이 교차되는 표정이었다.
무언가를 결심한듯 눈을 들어 나를 보더니 그녀가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좀전 그곳에 내려주세요. 정말 죄송해요....”
나는 말없이 차를 돌려 노인의 집앞에 차를 세웠다.
하지만 그녀는 내릴 생각이 없는거 같았다.
아무말도 하지않고 고개를 푹 숙인채 그렇게 앉아 있었다.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가 어떤 상태인지 대충 가름해 볼수 있었다.
그녀에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한거 같았다.
“지금 내리기 곤란하면 차 안에 계셔도 됩니다.”하고 말했다.
그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채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차를 다른 곳에 세워드릴게요.”
나는 차를 몰아 늘 차를 세워두던 저수지 상류쪽 미루나무아래 차를 세웠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서 낚시짐을 내렸다.
적당히 수초가 자라난 저수지 상류 포인트와 약한 우유빛이 감도는 물빛을 보자 좀전에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상념들은 사라지고 오늘밤 밤낚시의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P.S 입춘이 지났다고 하네요.
봄맞이 한번 나가볼랍니다.
저수지의 그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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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짜면 좋노ᆢㅋ
담편이 기대 만땅입니다
감사히 잘보고 갑니다
저까지 심란하게 만드시네요.
다음편 기다립니다.^^
궁금증이 발동을 하는군요,,ㅎㅎ
배경을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 표현 하셨네요.
곳곳의 지뢰밭(?)이 다음 글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 나올까 잔뜩 기대를 해 봅니다.
잘 지내시죠?
다음편이 무지 무지 기다려 집니다....ㅎㅎㅎ
끊기신공이군요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
한~ 20편정도 올려주세요^^
내가 미쳐 ~~~~~~~~ㅋㅋ
드라마도 아닌데 딱 거기서 끝나네...
빨리 후속 올리세욤 .....
읽고 나니 글이 제법 길군요^^
기다려지네요
여기는 몇초후일까요 기다려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추천 한방 꾹~~
2탄 얼른 좀 올려주세요 ㅎㅎ
맛있게 쓰시네요
반가운 님들이 많이 계시네요
감사합니다 ^^
읽는이로 하여금 장면 하나하나를 머릿속에 그리게 되는 훌륭한 재주를 가지셨네요^^
고색창연한 다음작을 기대해봅니다~^^
빠른 2부 부탁해요^^
아쉽네요.. 이십대 였으면 *^^*
즐거운 주말 되셔요^^
잘 쓰시내요.. 다음편 기대 됩니다...
담편 기대할께요ㅎㅎ
빨리 담편요 ㅋ
담에는 꼭 컴터로읽어야지 ㅋ
현재 비가 내리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심리적 융화가 더 잘되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안낚하시고 희망하는 붕어얼굴 꼭 상면하시길 바랍니다.
자꾸 다음편 언제 나오냐구 그러셔서....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요 붕어는 잡았습니까..
모든 상황들이 영화처럼 상상이 됩니다..
궁금해 죽겠습니다 다음편 올려 주세요..ㅠ
궁금해 죽겠네요 ^^
마음 깊은 속 저 쪽에 안식을 줍니다
감사합니다.
이쁜 여인이 또하나 어찌되나 하는 은근한 걱정과 설레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