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노인과의 과거회상에 잠시 잠긴사이, 버너에서는 물이 끓고 있었다.
“어르신, 커피드시게 오세요.”하고 강노인을 향해 소리쳤다.
강노인은 나를 바라보고 환희 웃더니 낚시의자까지 챙겨들고 논둑길을 걷기 시작했다.
종이컵 두 개를 놓고 한컵엔 봉지커피 두 개를 넣고 다른 컵에는 봉지커피 한 개를 놓고 물을 부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찐한 커피향이 퍼져 나왔다.
강노인이 내 의자 옆에 접이식 간이 낚시의자를 펴고 앉는걸 보고,
두봉의 봉지커피를 탄 물이 가득찬 커피잔을 건넸다.
강노인은 커피한봉을 타드리면 감질나다며 늘 이렇게 두봉의 커피를 타서 마셨다.
“오랫만에 묵을랑께 별라도 냄새가 좋네.”
강노인이 커피를 한목음 마시며 커피향을 음미했다.
“어르신, 제가 커피좀 드리고 갈게 생각나시믄 타서 드셔요.”
“아서, 뭔 몸에 좋은거라구.... 글구 여그서 묵는 커피가 맛나.”
커피를 홀짝이며 강노인은 무슨 생각에 잠긴듯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강노인의 유일한 걱정거리가 무엇인지를 아는터라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번에도 며느리 될 처자 안데리고 왔던가요?”
한숨을 길게 내리쉬더니 강노인은 아무말도 없었다.
“죽일놈.....”
한참을 아무말 없이 커피를 마시던 강노인이 혼자말처럼 되뇌였다.
강노인은 외동아들 한명이 있었다.
강노인의 자랑거리의 전부인 아들,
강노인과 대화의 절반은 그 아들에 대한 이야기 들이었다.
젊어서 상처하고 혼자서 아들을 키워낸 이야기며,
그런 아들이 공부도 잘하고 효성도 지극해서
이웃들의 부러움을 사던 이야기며,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서울대에 합격한 이야기며,
국내 최고의 s전자에 특채로 합격한 이야기며.....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면 한없이 이어지던 자랑들....
하지만, 강노인의 생애 전부였을 아들이 강노인의 가장 큰 아픔이기도 했다.
강노인과 술이라도 한잔 나눌때면,
결국 강노인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습관처럼 내뱉던말이 있었다.
“애미없이, 형제없이 자란 자식이라, 외롭게 컷어.
그래서 지발 결혼 빨리해서 아그들 많이 낳길 바랬는디....
지가 뭐가 부족하다구 아직도 장가를 안가....
이렇게 애비 가심에 못을 박어....“
강노인의 슬픔을 알고 있는지라 어떻게든 강노인의 마음을 풀어주고 싶었다.
“올해 마흔인가요?”
강노인은 아무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요샌 마흔이믄 많이 늦은 나이는 아니여요.
제가 마흔다섯인데 아직 친구중에 장가 안간 녀석들도 많아요....
할 일두 많구 외국도 자주 다니고 해서 연예할 시간두 없는가 보네요....
그래도 그러다가 또 마음 맞는 여자 만나 것죠.....
키도크고 인물도 잘생겼다면서요.
거기다 직장도 좋으니 맘만 묵으믄 금방 만날 수 있을거여요....“
다른때 같으면 이정도 이야기면 마음이 풀리지 않았더라도 풀린척 말머리를 돌리던 강노인 이었지만,
이번엔 단단히 마음이 맺힌 모양인지 어두운 얼굴이 풀리지 않았다.
강노인이 분기가 이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
“이번에 설때 왔길래... 사생결단을 낼려고 했어.
애비 죽는꼴을 볼래 아님 장가를 갈래 하구 말이어...
그랬더니 이놈 말이....“
더 이상 이야기를 잇지 못하구 강노인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길게 들이 마셨다.
“왜요? 뭐라구 해요?”
나두 사뭇 강노인 아들의 마음이 궁금했었다.
여자를 못만나는 건지 아니면 결혼을 할 마음이 없는지...
“결혼을 안하것대....
그것이 애비한테 할 말이여!
아부지, 저는 결혼할 마음이 없어요. 그만 애타하셔요.“
담배를 잡은 강노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이 손으로 싸대기를 갈겨 브렀어.
어찌나 화가 나던지 평생 한번도 손찌검해본적이 없었는디....
싸대기를 갈겨버렸어....
인쟈 애비는 죽은 것인께, 다신 얼굴보러 오지 말라구 그래브렀어.“
어떻게든 강노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고 싶엇다.
“근다구 인연이 끊어지것어요. 걱정하지 마셔요.
그래두 잘 타이르시지 그렇게 때리믄 어떻한데요....
근디 왜 장가를 안간다구 그런데요....
근디 너무 적정마셔요.
제 친구중에도 결혼을 뭐하러 하냐고 절대 결혼 않하다던 친구가 있었는디
좋은 여자 만나니깐 죽고 못산다구....
지금은 결혼해서 애들 낳구 잘살아요.....“
하고 말하며 강노인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강노인은 마음이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은듯 우울한 표정을 짖고 있었다.
무엇인가 강노인의 생각을 다른쪽으로 돌릴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럴때 찌라도 예쁘게 솟아주면 좋으련만, 찌들도 미동이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때 갑자기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의 존재가 궁금하기도 했고,
그녀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노라면 강노인의 마음이 좀 풀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마을 사람들은 내가 그들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모를것이다.
사소한 가정사며 성격이며, 과거에 일어났던 큰일들이며 사소한 것들까지 강노인의 입을 통해 알고 있었다.
적당히 분위기를 맞춰주면 끝없이 이어지던 이야기 보타리들을 통해,
그들의 가족들도 모를 숨겨진 밀화까지도 나는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어르신 아까 저위에 아주머니댁에 손님이 왔어요.”
하고 강노인에게 말했다.
“......”
강노인은 대수롭지 않다는듯 대꾸가 없었다.
“젊은 여자던데...., 상당한 미인이던데 누구예요?”
그 순간 전기에 감전이라도 된듯 강노인의 얼굴이 갑자기 경직되었다.
강노인의 눈을 통해 숫한 생각들이 강노인의 머릿속을 헤집는게 느껴졌다.
마을 사람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저수지 위에 살고 있는 아주머니에 대해서는 한번도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아주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면 말머리를 돌려버리거나 얼버무리고 넘어가던 강노인이었다.
강노인은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굳어버린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그러더니 서서히 강노인의 얼굴에 분노가 번져갔다.
그렇게 무서운 강노인의 표정을 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언제나 맺힌 곳 없이 순박한 사람,
누굴 미워할줄도 모르는 사람갔던 강노인이 마치 다른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표정은 분노를 넘어선 증오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에서 일말의 살기까지 느껴졌다.
내 옆에 앉아 있는 강노인은 내가 알던 강노인이 아니었다.
그 분위기에 위축되어 숨조차 마음대로 쉬기가 어려웠다.
강노인은 아무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의 자리를 향해 느린 걸음을 옮겼다.
그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러다 주저 않아 버리거나 물에 빠져버릴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도대체 무슨일일까, 그녀와 강노인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p.s 명절이라 3부 올리는 것이 늦었네요.
저수지의 그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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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서 따스한 봄에 함뵙겠습니다^^
재미있게 잘쓰셨네요 누르고갑니다!
추천드리고 갑니다.^^
또다시가다려짐니다..^^
재미있게 잘읽고갑니다^^
기다릴게요
끝부분에서 다음 편에 대한 기대를
잔뜩 머금게 하는것도 그렇고...
붕어우리3님과 바짝 호흡을 같이 해 봅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 질까요.
하나씩 옷을 벗기는 느낌!!
빨리좀 올여주세요
밥 다 탑니다 ㅎㅎㅎ
4편에서 마무리좀 해주세요 ㅋㅋㅋㅋ
흥미진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탑니다 타~~
속이타요
언능 올려주세요^^
감질납니다
언능 다음편 올려주세요^^
정독중입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