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일 이후 나의 삶은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늘 나만의 삶을 추구했던 생활의 패턴에서 우리의 삶을 생각하는 생활의 패턴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또한, 외부로 보여지는 모습보다 내면의 생각들이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었다.
아버지란 이름으로 남편이라는 이름으로 중성화되어버린 내 남성성을 늘 안타까워 하던 것에서 벗어나,
여성성을 상실하고 중성화된 아내라는 이름으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여성성이 상실되어 가던 아내를
다시 내 마음속에 한 여인으로 일깨우기 위해 애를 썻다.
그것을 통해 아내가 다시 자신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행복해 지기를 바랬다.
매 주말이면 물가에 머물던 낚시라는 취미를 버리고 아내와 늘 함께하는 여가 활동들을 했다.
주말이면 애들과 함께 여행이 가거나 아내와 단둘이 산에 오르곤 했다.
매주 후반이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이번 주말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예약을 하거나 준비물들을 챙기며 많은 대화들이 오고갔다.
출근해서 하루에 한번 통화하기도 힘들었던 아내와 이런저런 계획들을 이야기 하기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를 주고 받았다.
기상이 좋지 못한 날은 애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외식과 쇼핑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아내도 나의 마음을 아는건지 나와 동일한 생각의 선에서 함께 움직였다.
아내는 내 잃어버린 남자로서의 느낌을 살려주기 위해 많은 애를 썻다.
나는 외모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스타일 이었다.
옷이나 신발같은 것들은 아내가 모두 사다가 주고는 했다.
나는 비슷비슷한 물건들 속에서 내 마음에 들고 디자인이 이쁘다고 생각되는 물건을
골라내는 일이 언제나 어려웠다.
젊은 시절부터 친구들과 쇼핑을 가더라도 나는 물건을 고르는걸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는 했다.
내가 하나 골라 저거 어떠냐고 물어보면 친구들의 비난과 야유가 쏫아지고는 했다.
아내는 그런 나를 멋쟁이로 꾸며 놓았다.
아내를 위해 쇼핑을 함께 다녔지만, 결국 구매하는 것들은 모두 내 옷이었다.
아내는 내게 멋진 옷을 입히고 그 모습을 보며 너무 즐거워 했다.
그리고 어디를 가던 내게 딱 붙어 이야기를 나누고 눈빛들을 교환하고는 했다.
아내와 나는 예전 연애시절이나 신혼 때의 생활과 감정들로 다시 돌아간 것처럼 모든게 좋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아내는 가끔 낯선 표정으로 내면으로 몰입되어 가는 것이 느껴지고는 했다.
아내는 내가 알지 못하는 마음속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가끔 내게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그만두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무슨 말인가를 아내가 꺼내려 하면 나는 그 분위를 다른 분위기로 바꿔 버리곤 했던 것이다.
아내는 내가 한번도 가슴속에서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담은적이 없다고 했다.
아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건 나와는 다른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신있게 아내에게 단 한번도 당신이외의 여자를 가슴에 담은 적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나도 온전히 모든 일들에서 벗어났다고 자신 할 수는 없었다.
가끔 아내의 말도 알아듣지 못하고 깊은 생각에 젖어 있을 때가 있었다.
나는 낚시터가 그리웠다.
그곳에서 맞이하는 심리적 안정이 그리웠다.
아내는 그런 나를 보고 가끔 낚시를 가고 싶으면 가도 된다고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낚시를 가지 않는 것이 곁에서 보기엔 안타까웠던 모양 이었다.
내몸이 비록 낚시를 떠나 있었지만, 숫한 날들 내 머릿속엔 낚시에 대한 환상이 그려지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커피한잔을 타서 자리에 기대어 앉을 때면 어김없이 낚시터에 앉아 의자에 몸을 깊이 묻고 커피를 마시던
그 상태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났고,
깊은 어둠속에 잠에서 문득 깨었을때는 어둠속에 빛나던 케미 불빛이 어둠속에 선명하게 살아나고는 했다.
몸은 비록 낚시터에 있지 않았지만, 내 마음 깊숙이 자리한 낚시터의 풍광들이 선명히 그려지고 전혀 다른 곳에서도
낚시터에 앉아있는 것과 같은 편안한 심리상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가족들과의 여행길에 숫한 물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물가들을 스칠 때면 나도 모르게 내 시선이 그곳에 고정되며 가슴이 설레이고는 했다.
그곳에서 만나게될 아름다운 풍광과 물속 녀석들과의 만남에 대한 욕구가 가슴속에 치밀어 오르곤 했다.
하지만, 나는 두려웠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을 외로운 밤에 대한 두려움과 그 외로움 속에 그녀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게 될 것이 두려웠다.
그녀가 다시 미칠듯이 보고 싶어 질까봐 두려웠다.
그녀의 체취를 맡고, 그녀와 유쾌한 대화를 나누고,
그녀와 팽팽한 긴장감속에 육체적 접촉을 갖는 그 느낌을 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 두려웠다.
오월이 가고, 유월이 다 지나갔다.
그녀와의 마지막 해후 이후 그녀는 한번도 문자를 보내거나 내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나 또한 그녀에게 어떤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
가끔 그녀의 안부가 궁금했다.
어머니는 다 나아서 무사히 퇴원을 한 것인지?
광주에 마련해 두었다는 그 집에 어머니와 함께 내려와 있는 것인지?
길을 걷다 그녀와 비숫한 여인의 뒷모습을 발견하거나,
언뜻 닮아보이는 여인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고는 했다.
그녀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들을 떠올리진 않았지만,
하나의 흐릿한 느낌처럼 그녀가 내 머릿속 한구석 한시도 떠나고 있지 않는게 느껴졌다.
유월 말이었다.
유난히 햇살이 화창하게 빛나고 있었다.
초여름인데도 밝은 햇살에 기온이 오른 탓인지 한낮의 더위는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오며 직원들도 숨을 헉헉 거렸다.
나는 커피를 한잔 타가지고 내자리에 앉았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걸어오며 더위에 노출된 탓인지 몸이 땀에 끈적거렸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느끼며 의자를 한껏 제끼고 커피를 마셨다.
머릿속에 아련한 낚시터의 풍광이 그려지고 있었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 앉으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그려졌다.
“차장님! 차장님!”
점심을 같이먹고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고 늦게 들어오던 경리 여직원이 호들갑 스럽게 나를 불렀다.
나는 의자에 눕혔던 몸을 일으켜 세우며 경리 여직원과 눈을 마주쳤다.
여직원은 과장되게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차장님! 누구예요?
밖에 엄청나게 이쁘고 섹쉬한 묘령의 아가씨가 차장님을 찾아 왔어요.”
가슴이 철컹 내려 앉았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순간에....
아무런 준비도 예측도 하지 못하고 있는 순간에 그녀가 찾아온 것이었다.
여직원의 호들갑스러운 등장에 시선을 모으던 직원들이 여직원보다
더 장난스러운 광장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시선이 집중시켰다.
“이뻐! 몇 살이나 되어 보이는데.”
아직 미혼인 박대리가 다그치듯 여직원에게 물었다.
장난끼 많은 이주임은 벌써 문을 열고 복도를 살피고 있었다.
“암도 없는데.” 밖으로 고개를 내밀던 박주임이 문을 닫으며 말했다.
“아래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겠데요.”
“이쁘냐구.”
김대리가 다시한번 다그쳐 물었다.
여직원은 그런 김대리를 못마땅한듯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김대리님보다 나이가 많아요.....
그렇게 이쁜여자만 밝히니 애인이 없는 거여요.
본인 얼굴이나 생가하고 이쁜 것 찾으셔요.“
여기저기서 애써 참는 웃음소리들이 쿡쿡 거리며 튀어 나왔다.
“이 정도면 어디다 내놔도....”
“많이 빠지죠.”
김대리의 말을 가로채며 경리 여직원이 위트있게 한마디를 던졌다.
사무실 내는 참았던 웃음들이 터져 나오며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는 의자에 몸을 기댄체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모든게 혼란스러웠다.
내가 주었던 명함을 보고 이곳을 찾아온 모양이었다.
그녀가 나를 이렇게 찾아온 그 마음이 무엇인지 쉽게 가름이 되지 않았다.
내가 아는 그녀는 이리 쉽게 움직일 사람이 아니었다.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고, 오랜 고민 속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그녀가 어떤 마음속의 결정을 내리고 이곳을 찾아 왔을지가 궁금했다.
제일 궁금한건 내가 그녀의 결정이 어떤 것이든 그걸 뿌리칠 용기가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내가 원치 않았던 것들에 대해 그녀가 결정을 내리고 있다면 내게 그것을 뿌리칠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부질없는 고민일 뿐이었다.
내가 내의지로 내 본능을 잠재웠던 것과 누군가의 의지로 일깨워지는 본능을 잠재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만약 그녀가 내게 다시 만날 것을 요구한다면,
나와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하길 원하다면 나는 그걸 뿌리치지 못할 것이다.
그걸 내몸이 벌써 말해주고 있었다.
가슴은 심하게 두근거리고 내 머릿속에 그녀의 향기와 그녀의 모습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나는 기쁨에 환희마져 느껴졌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뒤에서 ‘우~’ 하고 외치는 부러움에 질러대는 감탄사가 들려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넥타이를 바로 잡고, 머리를 손으로 쓸어 올렸다.
요즘 아내가 내게 더 신경을 많이 써준 탓에 얼마전에 새로산 양복을 입고 새구두를 신은 탓인지
대충 비쳐지는 모습이 깔끔해 보였다.
커피숍을 들어설때 가슴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나는 당당한 포즈로 커피숍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에는 점심시간이 끝난 탓인지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
대충 살펴보았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모습을 찾으려 살펴보고 있을 때 바로 옆에 앉아있던 여인이 일어서더니 나를 보고 말을 건넸다.
“혹시 박진우씨 되시나요.”
나를 찾아온건 그녀가 아니었다.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여인....
여직원의 말대로 큰키에 세련되어 보이는 여인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이 여인과 내가 이곳에서 만나야 될 인연이나 이유가 떠올려 지지 않았다.
“예, 전데요. 무슨 일이시죠?”
나는 짧게 대답하며 그녀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닌 것에 대한 실망감이 일었다.
그녀는 내 퉁명스러운 말투가 당황스러웠는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나이는 미영과 비슷한 나이 또래인거 같아 보였다.
둘다 미인이었다.
미영이 에게선 지적인 이미지와 우수에 젖은 것과 같은 깊은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 여인에게선 밝고 쾌할한 경쾌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처음 뵙는분 같은데 무슨일이시죠?”
나는 목소리를 부드럽게 해서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
내 부드러워진 목소리에 긴장이 풀린 탓인지 그녀도 내게 가벼운 눈인사를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연락도 없이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해요.
...........
전화를 드리고 올까 하다가 전화를 드리면 부담스러워 피하실까 봐서.
...........
그이는 내가 이곳에 온줄도 모르고 있을 거예요.
...........
그이는 다 끝난 일 이라고
...........
아마 선생님을 찾아 뵌다고 하면 못가게 했을 거예요.“
그녀는 더듬거리며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될지 고민하고 있는듯 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어투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내 마음속엔 끔찍한 생각들이 떠오르며 머릿속이 돌처럼 굳어져 갔다.
나와 만나야될 인연이나 이유가 없는 여인, 그녀의 입에서 ‘그이’ 라는 단어가 뱃어질 때마다
머릿속이 몽롱해 지며 아내가 떠올려 졌다.
가슴이 심하게 일렁거렸다.
그녀의 입에서 내 가슴에 비수를 꽃아 버릴 말들이 불쑥 튀어 나 와버릴 것만 같았다.
더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감정의 흔들림조차 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저는 선생님을 꼭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그이가 말려서....
이런 일로 찾아뵌다는게 어찌보면 이상하게 생각이 들것도 같긴한데요....”
내 어둡게 굳어버린 표정을 의식한 것인지 그녀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녀는 내 그런 표정에 몹시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었다.
심장이 철컹하며 바닥까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오늘 알아서는 않되는 일, 만나서는 않되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냥 아무 이야기도 듣지 않은 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버리고 싶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불편하신가요.”
그녀는 내 어둡게 굳어버린 얼굴을 보고 나를 찾아 온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꾸만 아무 말도 더 이상 듣지 않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한다는 마음속의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나를 이렇게 찾아 온 것이 무슨 이유인지 궁금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그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아야 될것 같았다.
그녀의 나이로 보아 아내의 젊은 지점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챤습니다. 무슨일로 찾아오신 건가요.”
나는 차분히 그녀에게 나를 찾아온 용건을 물었다.
그녀는 안심한듯 나에게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p.s 이번주엔 너무 바뻐서 글쓸 시간이 잘 않나네요.
너무 갑자기 텀이 길어서 궁금해 하실까봐, 급히 조금이라도 써서 올려 드립니다.
한가지 팁을 드리면, 생각처럼 쉽게 끝나지 않을 거예요.
결론은 마음속에 있는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좀 많이 남았네요.
저수지의 그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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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50
읽으러 갑니다
너무 너무 잘 보았읍니다...
천천히 쉬었다가 하세요.^^
항상 즐겁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잘 읽고있습니다.
어떤 스토리가 전개될런지,,,,
또다른 반전...기대가 됩니다.!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우클릭이 아닌 좌클릭으로 돌아 스셨네요
어느 댓글에 이런말씀이 있더군요
"붕어우리님때문에 월척이 얼마나 업그레이드되었는지 붕어우리님만 모르실겁니다...."
잘보고 갑니다.
흥미진진 하네요
잘보고갑니다
쉽게 끝나지 않을거라는 말씀에 씨익 하고 나만의 웃음을 지어 보았습니다.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감사...
급해요 빨리빨리요^^
천천히 쓰세여^^ 화이팅보내드릴게요!
마지막에 또 반전 다음편 정말 기대됩니다
힘내세요^^
숨도 쉬지않고 읽은것 같네요 ...ㅎㅎㅎ
잘 보고 갑니다
수고하세요
저두그렇쿠 담편 기대됍니당~~
길게 길게 갑시다.
잘보고 있습니다.
단 한가지 인터발이 너무 길면
성격 급한신분 숨넘어갑니다. ㅎㅎ
즐거운 시간 되십시요
저 역시 슬퍼지지 않기를...
배스트셀러작가님께 용기를..
다음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책임 지세요.ㅋ
저 성질 급하니 빨랑 올려주세요,,,하고 싶지만,
이러케라도 올려 주시니,
머~~감사할 따름 입니다.^^
그이가 누군지 대략 알겠는데 섭불리 말하면 안되겠죠~^^
눈빠지게 기다리면서^^^
살살 쉬엄쉬엄하세요
감사합니다^^
또 다른 반전의 시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