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율2 (戰慄)[저ː뉼]
[명사] 몹시 무섭거나 두려워 몸이 벌벌 떨림.
유의어 :전황3, 몸서리, 테러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전율'의 정의는 위와 같다.
약간은 옆으로 새는 이야기지만...한다리 건너 들은 잠수부의 이야기에서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한 전율을 언젠가 마주친 적이 있다.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의 수심은 얼마나 될까?
혹자는 10~20m는 되지않겠냐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의외로 평상시 한강의 수심은 기껏해야 4~7m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들은 예전 UDT 출신의 그 잠수부의 작업은 대부분 시체인양이었는데...
한강에서 자살, 사고로 죽는 사람의 수가 만만치않기에 그 역시 그 분야의
베테랑이었다.
스쿠버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알지만 강계의 다이빙은 물흐름과 시야때문에 매우 어렵다.
더구나 한강은 비록 4~7m 수심이라도 매우 어둡고 시야가 확보 안되어
바로 앞 1m는 커녕 손끝도 잘안보이기에 익사한 시체는 대부분 손으로 더듬어
물컹거리는 것이 있으면 집어 올린다고 하니...보통 간덩이를 가진 사람은
도저히 상상못할 담력을 지닌 사람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배짱과 담력을 지닌 그들도 무서운 것이 있다 한다.
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바로 물고기였다.
바닥의 어두컴컴한 가운데 작업을 하다보면 가끔 거대한...감당하기 힘든 초거어가
갑자기 안보이는 시야에서 눈앞에 불쑥 나타나 그 거대한 덩치를 흔들며 나타나서는
잠수부의 옆을 유유히 지나갈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전율을 느낀다는 것이다.
어두운 강바닥에 갑자기 눈앞에 불쑥 나타나는 시커먼 거대어.
그 것은 사람의 시체보다도 무섭고 흡사 괴물과도 같은 공포를 준다는 것이다.
그 초거어들은 다 어디에 있고 어떻게 사라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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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떨어지는 빗줄기 너머 투과해서 보이는 3개의 찌.
그 중간에 위치한
3.6칸.
제일 오른 쪽에 펴놓고 거의 입질을 받아보지 못한 3.6칸의 찌가
아까 보다 두마디정도가 올라와 있었다.
'? .... 저게 언제 올라 와 있었지?'
뚫어지게 긴장하며 찌를 응시했으나...한참을 보아도 찌는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다시금 시선을 정면에 놓고는...친구와 농담이 몇번 돌아가고..
다시 3.6칸을 바라보니 이상하게도 찌톱은 아까보다도 한두마디가 더 올라와 있다.
'여기도 대류현상이 있나.....?
하지만 그 3.6칸의 찌말고 나머지 대는 모두 변함이 없는데.....?'
만일 저것이 입질이라면 그 올라오는 속도가 너무 더뎠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역시 높이의 변화가 없는 찌에...다시 담배를 빼어 물었다.
담배를 거의 다 피워가던 무렵...
다시 찌로 눈을 흘낏 돌린 나는 놀라고 말았다.
어느새 찌는 그 끝까지 올라와 있었고...
내가 눈을 크게 뜨며 지켜보는 그 순간...다시 서서히 지금 막 던져 논 것처럼
수면아래로 침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제길!
설마 저것이 입질이라고는...
숱하게 낚시를 다니며 대물의 찌올림도 보았지만 저렇게 눈으로는 티가 안날 정도로
초슬로우로 찌를 올리는 놈이 있을 줄이야....
다시 미끼를 갈아서 그 놈을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대를 드는 순간!
턱!
이런...어떤 놈인지 밥만 잘 먹고는 바닥에 바늘을 걸어 놓고 갔군....
대는 저수지바닥에 제대로 걸렸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몇번 대를 앞뒤로 탁탁 치고 있었는데...울컥!하며 손끝에 전달 되는 촉감!
"악!"
가볍게 한 손으로 대를 들던 나는...오른 손목이 앞으로 꺽이는
통증을 느끼며 공포스러운 수면밑의 어신을 탐지하고 말았다.
서둘러 왼손으로 합세하여 대를 세운다고 했으나...
이미 그 찰나의 놈의 공격으로 대끝은 이미 물속으로 들어가 버린 뒤였다.
이런 가공할 만한 힘이...과연 물고기에게 있단 말인가!
"핑!"
뒤로 거의 엉덩방아를 찧을 뻔하며 원줄이 끊어진 대로 만세를 부르며 나는...
아직도 놈이 그 자리에 머문다는 것을 알리듯...대에서 이탈한 3.6칸의 찌가
놈의 머리위 수면에서 가만히 미동하는 것을 지켜 볼수 있었다.
" 뭐야, 저거! 저거 고기였어?"
바로 옆에서 흡사 공기를 자르는듯한 파열음에 놀란 친구는
나와 함께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흥분으로 얼굴이 붉게 상기 되었고
난 허겁지겁 잊고 있었던 가방 저 밑바닥에 있던 작년에 만든 채비를 찾기 시작했다.
놈....그 놈인가!
아직도 손목이 얼얼한 전율스런 패배의 통증도...
뒤통수를 때리는 빗줄기의 차가움도 모두 잊은 나는...
마치 편집증에 걸린 미*놈처럼...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서둘러 가방을 뒤져 새로운 낚시대의 줄을 풀렀다.
평상시에 내가 쓰던 원줄은 에이스 1.75~2호.
당연히 놈에겐 상대가 될리 없었고...
난 지난해 만든 바로 그 무지막지한 채비를 세팅했다.
비때문에 손은 미끄럽고...두근거리는 심박때문에 떨렸지만....
놈은 나를 비웃는 듯...전혀 도망가지도 않았다.
놈은 마치 내가 채비를 다 갖추길 느긋이 기다리는 양,
그자리에서 거의 변함이 없이 그렇게 있음을...아까 떨어져나간 찌로 알 수 있었다.
다시 최대한 그자리를 노려 3.6칸을 던져 놓았다.
놈....다시 물거라....
이번엔 아까처럼 맥없이 당하지는 않으리라....
침을 목젖 깊이 꿀꺽하며 삼키고 바라본 지 2~3분...
다시 새 찌에 예신이 감지 되었다.
자연스레 난 두 몸을 앞으로 깊숙히 숙이고...
두손으로는 언제 챔질하더라도 힘껏 대를 세울 양으로 아예 대를 슬며시 붙잡았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의 박동이 귀속에 울려퍼지는 듯...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나 시간은 멈춘듯이 길게 느껴졌고....
이번엔 아까와는 사뭇 다른 입질이었다.
이제 이미 싸움이 시작된 것을 알고 있는 양...
놈은 아까와는 다르게 찌를 부드럽게 위로 밀어 올리는듯 하더니...
갑자기 쏜살같이 물밑으로 끌어당겨 버렸다.
"핑! 우웅~~~~~~"
됐다! 힘껏 쳐든 나의 두손 챔질. 놈의 입천장엔 아마 정확히
저 무지막지한 감성돔 7호 바늘이 깊숙히 박혔으리라.
기긱....기기긱....
낚시대를 세울 수 없었다.
대물을 걸을 때 사람들은 말한다.
낚시대가 운다고...
낚시대가 우는 소리? 이것은 차라리
대가 고통스럽게 질러대는 비명이었다.
기긱.....기기긱...
채....3초나 걸렸을까....?
단지 버티기에 급급한 나의 두손은
또다시 허공을 갈랐고...
놈은 두번의 승리를....난 이번엔 매듭이 끊어진 목줄을 바라봐야했다.
과연, 과연 내가 저 놈의 얼굴을 볼 수나 있을까....
이미 뒤집혀버린 파라솔 옆의 의자에 허탈하니 털썩 주저앉은 내게
갑자기 빗속을 뚫고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아직이야. 아직 놈이 있어!"
그렇다. 놈은...흡사 나를 비웃듯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두개의 찌를 수면 위로 흔들거리며...
'제길...좋다. 다시 한번 가마....'
이 순간에는 낚시대가 부러지든, 찌를 수장시키든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나는 다시 채비를 매고서 몇번이나 매듭부분을 확인하곤,
다시 그자리에 바늘을 투척하였다.
온다.
놈의 반응이...온다.
놈의 입에는 아마 두개의 바늘이 단단히 박혀있을테인데도...
그조차 놈에겐 아픔이 되질 않는 것인가.
애초에 물밖에 있는 인간따위는 경계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는 듯이,
놈의 탐식은 다시 나의 미끼를 향하고 있음을...
수면위의 찌의 상하운동이 말해주고 있었다.
잠시 내 심장을 찌르듯 흔들리던 찌가...서서히...환상을 보듯 올라오고 있다.
" 핑! 우우웅....."
세워야만 한다. 대를.... 그리고 마침내 어설프게나마 대를 세웠다.
아까는 초릿대조차 물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45도 이상 대를 세웠다.
옆에서 뭐라고 외치는 친구의 응원도 웅웅거리기만 할뿐...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윽...실로 엄청난 힘이다....
그 찰나의 순간이 몇 시간은 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
놈은 드디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반대 방향으로...
놈은 내가 세운 대를 아랑곳하지않고
서두르지도 않고 서서히 저수지의 중앙부쪽으로 끌고 나가고...
나의 두팔은 서서히...놈을 따라 앞쪽으로 펴지고 있었다.
웃기지마라...이래뵈도 팔씨름은 한가닥하는 몸이다.
필사적으로 다시 대를 곧추세우려하자 대에서 삐걱거리는 마찰음이 들려왔다.
이대로가면 더 이상 대가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최대한 몸을 한발 물가쪽으로 디디고는...대를 세운체 자리에 앉았다.
"부우욱....북...."
온 몸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나의 낚시대처럼...
나 역시 필사적으로 대를 세우고 있었지만...
놈은 거의 나를 매단체 천천히 수심깊은 곳으로 이동하는 듯했고
좌우로 낚시대를 휘돌려 놈의 머리를 내쪽으로 돌리기는 커녕
낚시대 손잡이를 놓지않고 있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놈과의 싸움에 머리털이 곧추서고
모공 하나하나마다 소름이 돋았던 그 순간은 과연 몇 초나 걸렸을까.
"빠바박!"
아.................
마침내...............
아까부터 삐걱대던 나의 대는 결국 놈을 따라 물속으로 수장되고 말았다.
내 손에는 칼로 자른 듯한 손잡이 부분만을 남긴체...
전율.
이것은 전율이었다.
그러나 두려움때문이 아니었다.
마치, 고층건물에서 번지점프를 하기직전에 느끼는 것과 흡사한
아이러니한 카타르시스라고나 할까....
세번째 패배에 넋을 잃은 그 때...
놈이 있던 자리에 잠시 움직임이 있는가 싶더니
"울컥! 첨벙!"
놈은 예전에 보였던 그 등지느러미의 끝과 거무튀튀한
소름끼치도록 큰 등의 일부를 보이더니
수면에 엄청난 크기의 파문을 남기고는... 사라져 버렸다.
자신을 상대한 인간에 대한 예우인가...
이제 그 놈을 만난 흔적은 저 수면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패배. 완전한 패배다.
애초에 낚시로 그 놈을 걸어보겠다는 것은 오만이었다.
그 것을 예상은 했지만
대낚시로 그 놈과 겨루겠다는 생각자체가 우스운 소리였다.
잠시후...내 어깨를 두른 친구의 체온을 느끼고서 바라본
친구의 얼굴은 낭패와 안타까움이 담긴 표정으로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하지만...왜일까.
난 웃음이 나왔다. 처음엔 미소로....나중엔 소리를 내어...
"야....정말, 정말 대단하지 않았니?"
"................."
이상하게도 속이 후련했다.
이토록 속이 시원해져 본 것이 얼마만이란 말인가.
아마도 평생 만나기 힘든 초거어와의 힘겨루기가 잠깐이지만,
아주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마주했었다라는 것만으로도
낚시에 대한 또다른 미지의 기대감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아직도 놈은 그 깊은 심연속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이루어지지 못할 꿈이지만 자신에게 도전하는 어리석은 조사를....
그리고 그러한 인간들에게
태고적부터 구애받고 살지 않았던 자신들의 삶과 모습을 보여주려 말이다.
낚이는 대상과 낚으려는 인간사이의 관계가 아닌,
수렵대상어를 초월한 그들의 모습을...
그리고, 우리들도 물가에서 기다릴 것이다.
비록 이루지 못할 꿈일지언정 그 초거어들과의 대면이 주는 그 전율을...
낚시를 한다는 것. 그것이 주는 기쁨을....
********** 비록 낚시가 손맛과 조과가 전부는 아니지만...
그 때의 전율이 있기에...전 아직도 낚시를 사랑하나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꾸벅.*************
전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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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6
고맙습니다.
핑!! 피유웅!~~
찌지직 ~~~ 빠바방~~~
탁 ~~~~
역시 손에 땀나게 만드시네요`~^^
찌올림이 무척 진중하네요`~~
농담이 서너차레돌고난후 두마디...담배한대 피우고 두마디`~^^
초 슬로우비디오 완전 몰입되네요`~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추천 한 방 밖에는 드릴게 없네요..
고맙습니다..
월줄만 세번 해먹고 무서움증이 들어 철수 했습니다.
말씀하신것 처럼 대물 잉어인거 같은데, 그냥 제갈길 가니 자동으로 원줄이 팅~~
경주 화곡지에
그러한 거대 잉어가 있었지요,
결국 동네 청년이
삼지창으로 잡아서
온 동네가 잔치를 했다고 하든 대물을 ,
그 이후는 그만한 대물은 아직까지 못봤어요,,ㅎㅎ
정말 전율이...
이런 여운은 남아 있질 않겠지요.
이루지 못한 꿈은 늘 희망 이란 말과 같은 듯 합니다.
표현 하나 하나가 부러울 정도로 살아 움직입니다.
마치 잘 짜여진 미니시리즈 한편을 본 듯한 느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시간이였구요
감사합니다.
주인공이 꼭 제가 된 기분이네요ㅋ 한 2년전에 춘천댐에서
40대로 대도 세워보지 못하고 터져버린기억이 나는군요ㅎㅎ
잘읽고 갑니다,,,
요전에 교환해주신 향어대 쌍포로 잘쓰고 있습니다
글 재미있게 잘읽고갑니다
재미난 글 잘보고 갑니다
예전... 어유당님 올리신 글을 읽고 이상문학상 7~80년대 작품속에서 느꼈던 아프고 먹먹해졌던 기억이 떠올라
진심 감사하다는 댓글을 남겼었는데....
물나그내님이 올리신 글엔.... 그것과 다른 긴장감속에 후련함이 남네요. 멋진글 감사히 잘봤았습니다.
ㅎㅎ~ 이댓글 남기고 님께서 올리신 다른글이 있나 검색해봐야겠습니다.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