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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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시작

1. 궁지에 몰린 사람들의 특징은 세 가지로 구분 된다고 했다. 다 같이 죽거나 스스로 자폭을 하거나 기어코 반전을 꿈꾸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하루아침에 잃어 버린다면, 그것이 덫과 함정에 빠져서라면 극복하기 위한 시간은 지금까지 무언가를 얻기 위해 걸어온 시간보다 두 배, 세 배, 최악에는 열 배의 노력조차 부족할지 모른다. 만약 그가 평범한 일반인이 아니라 영민한 1%의 머리를 가지고 비범한 성장기를 보내고 사회적 성공가도를 빈틈없이 달려왔다고 한다며 몰락에 대한 깊은 좌절감은 깎아지른 절벽에서 낙하산도 없이 고공낙하하는 것과 같아서 부스러진 자신의 내부에서 아우성치는 절실한 자존심이 불러온 방어기제마저 스스로 허물어 버리고 마는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놓아 버렸을 때가 바로 반전의 시작점, 생전본능의 꼭지점을 향해 부비트랩(booby trap)이 깔린 면과 모서리를 뛰어 넘는 그날을 위해 권박사는 죽기보다 살기를 택했다. 별장에서 모욕과 수모를 당하고 돌아온 후 권박사는 수석연구원 지석을 따로 불렀다. 치열하고 열정적이고 도전적이면서도 유독 가슴 한켠 뜨거움을 새겨 넣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권박사 자신의 젊은 시절과 판박이로 닮은 수석연구원 지석에 대한 신뢰와 믿음 때문이었다. "지금부터 내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하네!! 자네와 나만 알고 있어야하는 약속일세......' 지난밤 돌아온이후 내내 깊은 수심에 휩싸여 안색이 좋지 않았던 권박사를 보면서 지석은 내심 불안해 하고 있었다. " 어쩌면 나는 이곳을 곧 떠나야 할지도 모르네. 나는 어쩌구니없게도 내 운명의 결정권을 거머쥔 이로부터 어제 협박을 당했네 내가 가진 것은 전부 그들의 손아귀에 놓였고 내가 개척해 온 길은 험준한 낭떨어지로 가로 막혔고 . 나의 연구는 나의 삶은 뇌관이 되어 내게 방아쇠를 당기려 한다네. 이런 가운데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나를 감시하는 그들로부터 벗어날 비책이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네. 오늘 내가 자네를 연구실 밖에서 따로 부른 것은 내 신상에 혹여 문제가 발생한다면 나를 대신해서 연구소를 끝까지 지켜 주기를 부탁하려는 것일세. 자네라면 내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심경을 담담하게 토로한 권박사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 박사님! 무슨 일이 어제 벌어졌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최근의 연구소의 심각한 분위기로 하여 저 역시 조금은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 박사님께서 평생을 쌓아오신 업적과 공로를 폄훼하고 음해하는 자들이 있다면 제가 기꺼이 맞서 싸우겠습니다.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제가 현재 박사님께 무엇을 해 드려야 합니까". 지석은 사명감과 알수 없는 울분이 가슴에 차올라 그 순간 울컥하고 있었다. " 고맙네 정말 내 심정을 알아줘 고마울 따름이야, 자네가 우선 할 일은 연구소 내의 파일들을 최대한 빨리 복사하는 일과 최고 수준의 해커를 찾아주게 그리고 격리병동의 그 환자를 적당한 기회에 탈출시켜야 하네. 현재 연구소 내에는 그들이 설치한 도청장치와 감시 카메라, 복합적인 감청도구의 범위를 속단할 수 없으므로 연구소 내에서의 행동과 표현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되네. 혹여 발각이 되는 날에는 자네와 나의 앞날은 그 날로 끝장이라는 것을 필히 명심해야 하네. 어렵고 위험한 일을 부탁하게 되어 자네한테 미안할 뿐이네". 그렇게 수석연구원 지석에게 권박사는 신중한 일처리를 신신당부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들이 주도할 연구소 내 흐름을 파악해서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그리고 완벽한 반격을 할수 있도록 준비하여 우리 연구소를 꼭 지켜 내겠습니다. 박사님께서는 이제 심려치 마시고 건강을 챙기셔야 합니다. 박사님은 제게 아버지 같은 분이시니까요! 강건하게 제 뒤에 버터 주십시오 박사님!!!". 권박사는 그런 수석연구원 지석의 자신감이 한없이 든든하고 미더웠다. 별장에서 예고된 연구소 접수는 권박사 연구소(대전 대덕단지 장준 생체공학연구소)의 연구진들에겐 무척이나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었다. 모든 권한과 진행된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했고 별장으로 부터 부임한 연구진의 수족이나 보조역할을 해야 했다. 행동제한 규율에 따라 연구소외 외부활동엔 미행이 따라 붙었으며 보안책임을 담당하는 무장된 군인들의 감시와 호위아래 그들에게 반기를 들 수 있는 연구진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권박사 또한 표면적으로는 그들의 요구 조건을 모두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1차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자유로운 실험실의 원칙을 무너뜨린후 2차의 강제 입성을 통해 연구소를 완전 장악해 버린 것이다. 분열,회유,설득과 협박을 통해 연구진의 심리를 점령하고 전공과는 다른 부서의 발령을 통한 팀의 내분, 강압적인 실험 강요와 인원 배치를 통해 그들의 상실감을 극대화하여 보다 완벽한 관리감독및 감시체제 아래 자신들에게 절대복종하고 마음대로 조종할 꼭두각시를 만드는 것을 최종의 목적으로 했다. 그것은 나에게도 지독한 환멸과 고통, 누르고 참아낸 잠재의식 속 내 육체 안에 숨어 잠들어 있던 괴물을 다시금 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름 : 이정우 나이: 1978년 5월 18일 생 38세 가족관계: 아내 한수빈 34세 딸 이슬기 6세 직업: 컨설팅 디렉터 특이 사항: 없음 발병요인: 원인불명 실험단계 구성 1.증상의 발현및 반응실험 2. 온도의 변화에 따른 적응실험 3. 외부 압력에 대한 저항실험 4. 약물에 따른 신체 내부의 DNA변이와 조작, 측정실험 5. 열,빛, 전류, 자외선,적외선,방사선 등의 피폭실험 6. 감금,억류, 고립, 폐쇄에 따른 정신활성화 실험 7. 내부자극과 외부자극을 통한 실험체의 전방위 생존한계 실험 그들의 이러한 무시무시한 실험계획서는 인간이나 생명체에 대한 가장 극한 상황을 노출하여 그 한계수치를 측정, 생존에 관한 탐구를 통해 인간 수명 연장과 생명의 영원불변성의 가치 확인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나는 그들에게 단순한 소모품이자 마루타였다. 그들이 인식하고 있는 나의 존재는 세상 밖으로 공개될 수 없고 제거해야만 하는 위험인자였다. 그들이 특히 집중한 것은 연구소에서 압수한 파일을 통해 단계적 변이의 과정과 반인반수로 탈바꿈하고 있는 정점을 다시금 재현하기 위해 잔인하고 극단적인 모든 방법을 나와의 어떤 협의조차 없이 진행하려 한다는 점이었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예상 가능성 너머 비탈길을 제어되지 않는 속도로 달려 추락을 준비하고 있었다.

저도 댓글달고 슝 날아가려고요
3편은 저녁에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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