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모년 모월 모일(火) 날씨: 흐림
오늘은 친정 아버지와 어머니가 오시는 날이다.
처음으로 중국 여행을 가셨다가 인천공항에 도착하시니
근처에 있는 우리 집에서 하룻밤 주무시고 가시라고 말씀드려서
며칠부터 음식 장만하느라 바쁘고 피곤하다....아, 졸려...
남편도 오늘만큼은 매일 늦던 양반이
그래도 염치는 있는지 바깥일 핑계를 안대고 일찍 들어왔다. 궁시렁대면서...
밤 늦은 11시경에서야 두 분이 도착하셨다.
즐거운 여행을 다녀오신 듯하여 나도 무척 기분이 좋다.
이렇게 두분이 해외여행을 다녀오신 것이 얼마만인지...
윤지는 발레복으로 무장(?)하고 두분앞에서 갖은 춤을 선보여
술자리와 함께 모두들 즐거워하셔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뭐...밥이 좀 설은 거 빼면 술상은 그럭저럭 성공적이다. ^^;
아버지와 윤지는 함께 잔다며 건너방으로 가고,
남편은 새벽 1시가 다되어 내일 일찍 가야 하는데 늦었다며
먼저 거나하게 취해서는 잠자리에 들었다.
쳇!
잔뜩 쌓인 설거지 좀 도와주면 좋을텐데...
할 수 없지. 회사일이 바쁠텐데 내가 이해하자.(난 너무 착한가봐? ㅎㅎㅎ)
간만에 엄마와 오순도순 지난 이야기를 하니
피곤도 가시는 듯하다. 피곤하신데 설거지도 도와 주시고...
그런데?
남편이 혼자자는 방에서 무슨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이상해서 살짝 문을 열고 보니...
남편이 잠꼬대를 목청껏 소리 내어 하고 있었다. 으이그...
"야, 새X! 그건 거기다 넣는 것이 아니라고 했잖아!
야, XX 야,....딴짓하니까 맨날 그모양이지. 똑바로 못해!
@#%%$^%&*#*^~ 해야지, 임마....음냐음냐...."
ㅋ....아니 저 인간이...
무슨 잠꼬대를 하면서 욕을 저리도 많이 해댈까? 아, 남사시러.....
이 양반이 장모님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게 무슨 망발인가.
콱 양말을 입에다 쑤셔 놓을 수도 없고....아 쪽 팔려.
"김서방이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나 보다..."
엄마는 이해하신다며 방문을 살며시 다시 닫으신다.
하긴...남편이 내색은 안해도 바깥일하며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저럴까...
아,......조금은 맘이 안좋다. 그런데?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 정말 행복합니다~~~~~~~~^^ "
아니, 갑자기 이 180도 다른 시츄에이션의 잠꼬대는 뭐란 말이냐?
갑자기 저 인간이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잠꼬대를 한다.ㅋㅋㅋ
다시 한번 방문을 열어보니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운체
남편이 수면 중 열창을 하고 있다. 참나, 기가 차서....
잠꼬대도 정말 가지가지다. ㅋㅋㅋ
"이번엔 김서방이 뭔가 아주 좋은 꿈을 꾸나보다.ㅎㅎㅎ"
엄마도 기가 차다는듯이 빙그레 웃으며 한마디 하신다.
그래...아마 꿈속에서 윤지랑 나랑 어디 소풍이라도 가서 놀고 있나보지?
에혀~~~
하여간 저 인간의 저런 순박한 모습에 내가 살지...
참 귀여운 구석도 있단 말이야. ㅎㅎㅎ
아뭏든....
좋은 꿈 계속 꾸라고 이불을 덮어주려가는데....
노래부르던 소리가 잦아드는가 싶더니 이 인간이 불쑥 한마디한다.
"월척이다~~~~~~~~!!!!!"
???월척? 뭔소리여?
아니.....이제보니 이 인간....꿈 속에서 낚시터에 가 앉아있었던 거 아냐?
에휴~~~~웬수......그럼 그렇지.
이젠 꿈에서 까지 낚시타령이라니!!!
지난번에는 지하철에서 출근길에 앉아서 졸다가 갑자기 두 손으로 챔질하는 바람에
앞에 있던 아가씨의 복부를 가격했다나 모라나하더니
이젠 아주 꿈까지 버라이어티하게 쌩쇼를 하시는구만. 웬수...
"히히히....앗싸, 두마리~~~"
웬수.....노래하던 이유가 따로 있었군.
열받아서 얼굴까지 확 이불을 덮어 놓고 나오는데 엄마가 한마디 하신다.
"낚시를 좋아하긴 엄청 좋아하는구먼.ㅋㅋ"
오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간다.
장모앞에서 쪽팔린 줄 모르고 잠자며 쌩쇼를 하는 남편의 잠꼬대 후속편을 기대하며
저 낚시광 옆자리에서 이젠 나도 자야겠다. 아, 졸려~~~
---- 끝 ----
********* 내용이 추억의 조행기가 아니라 꿈속의 조행기쯤 되겠네요. 실화랍니다.^^;
이걸로 이 방에 20번째 글을 올려보았네요.ㅋ****************
주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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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낚시하는 재미로 살지요.
오랜만에 낚시꿈 꾸고 싶네요. ㅎㅎ
언제 시간되시면 통화함 해요^^
조용히 추천 눌르고 갑니다.
꾸었을...ㅎㅎ
지하철에 계신분들께 서비스 한번 하는건데...ㅋㅋ
썩소 한방 날리고 갑니다.
추천도요.^^
잠꼬대때문에 함부로 뻘짓을 하면 전 죽음입니다.ㅎㅎㅎ
예전에는 등산가는 꿈을 꿨는데...
갑자기 자면서 '저기가 정상이다~~~!!'라고 외쳤다더군요.
이를 본 와이프,
"여보, 피곤한데 좀 쉬었다 가자."라고 하니
'응...그럴까?'
라고 대답하면서 자더라고 하더군요.ㅎㅎㅎ
마음은 늘 청춘 이군요
이제 곧있으면 늙어 집니다
그래도 꿈꿀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재밌게 읽었어요.
잠꼬대인지..진짜인지아직도의문입니다,(내가평소에마즐짓마이햇나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