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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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은 황금 저수지의 조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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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후 김 화백은 채란 장비를 챙기고, 나는 차 트렁크에 항상 실려 있는 낚시 가방을 챙겨 김 화백의 사륜구동 차를 타고 와서 산기슭의 공터에 주차를 했다. 가방을 짊어지고 헉헉거리며 한참 동안 발품을 팔아 이곳에 도착을 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처녀지에 낚싯대를 펴고 있으니 그냥 무아지경에 도달한 느낌이다. 숨이 가쁘고 심장의 박동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미끼를 달아 투척한 후 입질을 기다렸다. 기다림의 느낌은 입질에 대한 기대로 잔뜩 부풀어 있었다. 저수지의 지령이 일제 강점기에 축조되어 계속 확장이 되다가 논농사가 끊어진 지금은 산짐승의 목을 축이는 장소로 변모를 했다. 현재 인적이 끊긴 이 산골짜기는 예술에 정열을 불태우는 무명 화가의 나 홀로 채란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 김 화백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고기는 아주 많아. 잡는 사람이 없는데……. 고기들 몇 십 대 가족이나 친척이 그곳에 살고 있을 거야. 작년에 채란하고 내려와 손을 씻는데 붕어가 팔뚝만한 게 물 버들 사이에 수십 마리가 떼 지어 가는 걸 본 적이 있어.” 정말 가슴이 쿵덕거리며 입술이 바싹 마르고 있었다. 상류 쪽 수심이 1미터 30센티 정도 나왔다. 팔뚝만한 붕어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낚싯대의 탄력과 원줄의 인장력을 생각하면서 5호 잉어 바늘을 달았다. 두 칸 반대 두 대에는 산지렁이 굵은 놈을 반 토막으로 잘라 끼우고 두 칸대 한 대는 딸기향 글루텐을 달아 던져 놓았다. 두 칸대는 입질이 자주 들어왔다. 산골짜기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저수지라서 처음 먹어보는 딸기향 글루텐이 붕어의 입맛을 동하게 하는 것 같았다. 푸른색 띠를 두른 징그러운 산지렁이를 나뭇잎에 감싸서 쥐고 바늘에 끼우다가 자꾸 도망을 가기에 바닥에 내리쳐 기절을 시켜 끼웠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생동감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찌는 미동도 없었다. 글루텐을 물고 올라오는 사이즈는 모두가 포장마차의 붕어빵 사이즈이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무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으니 모기 소리만큼 작은 아내의 목소리였다. 수신범위를 나타내는 부챗살이 두서너 개에서 까닥거리고 있었다. 오늘 올라간다는 소리를 하자마자 전화가 끊어졌다. 연기를 뱉으며 전화기 방향을 이리저리 돌려 보는데 통화권 이탈 표시가 나타났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오른쪽 두 칸 반 대 산지렁이를 끼운 찌가 잠기며 우측으로 서서히 이동을 하고 있었다. 쪼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낚싯대를 잡고 일어나며 힘껏 챔질을 했다. “부욱” 광목천 찢어지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낚싯줄이 운다는 소리를 난생 처음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낚싯대를 움켜쥔 두 손은 최대한의 각도를 유지하고 이동 방향으로 같이 틀었다. 방향을 바꾸다가 휘어진 낚싯대의 휨새를 이용해서 반동을 주며 수면 위로 몸체를 띄웠다. 시커먼 물체가 수면에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초릿대는 휘어져 반원을 그리고 있었다. 침몰한 거대한 항공모함을 인양하고 있는 느낌이다. 산골짜기 썩은 산삼 물을 먹고 자랐는지 붕어의 힘은 천하장사였고, 대단한 위용 앞에 어안이 벙벙했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붕어의 색상과 체고의 높이를 보고 있으니 정말 이게 붕어이고 낚시로 금방 잡아 올린게 사실인지에 대한 감이 오지 않았다. 낚시 잡지나 인터넷 낚시 사이트의 조행기를 보면서 낚은 고기가 빨래판 크기라는 글을 읽으며 혼자 킥킥 웃었던 적이 있다. 이 양반 뻥이 매우 심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진짜 그런 붕어가 있다는 현실의 실물을 보고 있으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자갈밭에 뉘여 놓고 손뼘을 재어 보았다. 두 뼘이 넘고도 아직 꼬리지느러미가 남았다. 50센티는 족히 될 것 같았다. 이번에는 글루텐을 낀 두 칸대가 수위에 완전 차렷 자세로 누워 있었다. 바로 챔질에 들어갔다. 이놈이 소나무의 고사목을 감을 것 같은 분위기이다. 수면위에 떠있는 낙엽송 잎의 두꺼운 부유물을 낚싯줄이 마구 헤집고 있었다. 기마 자세로 낚싯대를 두 손으로 들고 만세 하는 자세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하늘을 몇 번 보이고 난 뒤, 저항하던 앙탈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바로 수면 위로 몸체를 띄웠다. 당겨 나오면서 다시 물속을 향해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낚싯줄 우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저항하는 방향으로 낚싯대를 틀다가 수면위에서 물장구를 치는 놈을 미끄럼틀 태우듯이 당기며 뭍에 상륙을 시켰다. 붕어의 모습이 갑옷을 입고 있는 늠름한 장수로 연상되었다. 먼저 보다는 육안으로 볼 때 적은 것 같았지만, 산골붕어의 체고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대단했다. 길이는 44~5센티 정도였다. 나의 낚시 기술이 좋은 게 아니라는 건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사람이나 미물이나 천수를 다했기 때문에 종점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낚시잡지에 대형붕어를 들고 근사하게 폼을 잡으며 박힌 사진을 생각했다. 모든 게 인연이 있어 스쳐 지나가는 한 점이라면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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