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유월(陰六月) 남동풍뒤 궂은비 내릴적에
해묵은 어탁(魚拓)보고 출조의지(出釣意志) 다지면서
낡은줄 다시매고 무딘바늘 바꿔달때
낙수(落水)물 튀는물빛 은린옥척(銀鱗玉尺) 교태(嬌態)런가?
작년(昨年)에 보던손맛 등골까지 삼삼한데
친정(親庭)에 간다하던 아내말이 맘에걸려
어찌할까 망설이며 분위기만 살핀중에
눈치없는 막내딸은 또낚신가 물어댄다.
눈흘기는 아내인사 뒤통수가 가려워도
낚시꾼 가는길을 누구라서 막을소냐.
가슴속에 출렁이는 물빛에 가득취해
달리는 차내서도 맘은이미 낚시터에.
2, 석자반 흐린수심 월척꿈 부푸는데
어느곳이 더좋을까 좌우살펴 명당(明堂)찾아
세칸대 바로놓고 두칸반대 좌로두니
붉으레한 찌머리는 수초(水草)옆에 숨었어라.
한쪽대에 새우꿰고 다른쪽엔 떡밥달아
헛채기 몇번하고 담배한대 피워물때
이느낌 이즐거움 꾼아니면 누가 아랴!
때맞추어 찌솟으니 몸과맘이 전율(戰慄)한다.
휙하는 첫챔질에 이호반(二號半)줄 용을쓰고
좌우로 휘져으니 네가바로 붕어렸다?
오랜만에 보는손맛 정신없이 대세울때
고기크기 한뼘이나 대휨새는 반월(半月)이라.
3. 입질도 뜸해지고 손맛도 느끼하면
낚시처럼 지난인생 뒤적이며 한숨쉬네
집에 둔 처자식이 불현듯 생각나고
캐미불빛 저너머로 상념(想念)이 자리한다.
굽은다리 펴보려고 돌아서서 소피(小避)보며
그래도 안잊혀서 두눈은 찌에멈춰,
말뚝같던 한점찌는 때맞추어 치솟으니
이럴때는 어찌하나 덤벙대다 피식웃지.
북두칠성(北斗七星) 그림자가 동북간(東北間)에 머무르면
소쩍새 울음소리 물안개로 스며들고
라면국물 안주삼아 한두잔 마신소주
이태백(李太白)의 감로주(甘露酒)라 이보다 더 좋을소냐.
4. 오후두시 뜨신햇살 등줄기가 젖어오면
주섬주섬 낚시도구 대강닦아 챙겨넣고
살림망 집어들고 잡은고기 살펴보니
준척(準尺)까진 눈에띄나 월척한수(越尺一首) 아쉽구나.
어저께 출조(出釣)때는 발산개세(拔山蓋世)솟던힘이
귀가차(歸家車)에 몸실으니 파김치가 웬말인가
흔들흔들 졸음속에 오색찌톱 까딱이고
지쳐누워 자는조사(釣士) 월척꿈 꾸고있다.
에필로그
월곡지(月谷池:전남 강진군 옴천면) 깊은 수심에서
힘 좋은 붕어 걸어 손 풀이 할 땐 좋았는데...
그날이후,
그는 사흘동안 눈칫밥 먹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일탈(逸脫)을 꿈꾼다,
낚시터로, 낚시터로....
옛 어느 날의 낚시일기를 들춰보다가
어유당(魚有堂) 붕어지기 올림
출조가(出釣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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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조사님들이 일탈을 꿈꾸며 물가로 물가로 달려만 가는 것은
기억속에 잠들어 있는 그 무엇을 들춰내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환절기 건강 유의 하시고요..
항상 안출하셔서 어복 충만 하시옵고,
낚시로 행복만 낚으시길~(_._)
시인탄생 감축드립니다.
구구절절 꾼의 마음 멋지게 그렸습니다.
예 또 그리워지죠 비록 꽝이지만ㅇ요
감명 오래 남을거 같네요
일상과 일탈...,
우리들이 항상 꿈꾸지만 결국은 돌아와야할 자리인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제사 어유당님의 별호를 접하고
늦은 방문을 합니다.
최근에 자주 오시지 않는다 하시니
만시지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