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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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가서 들은 오래전 출조 이야기...

지난 주말 가족과 동해안에 피서가서 동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저의 동생은 제게 낚시를 배운 후 제가 한동안 낚시를 끊자 친구들과 가끔 가곤 했었던 모양입니다. 28년전 여름 어느날, 경산에 사는 동생 친구 집 근처의 저수지에 친구 4명이 낚시를 갔었다고 합니다. 밤낚시를 계획하고 출조를 했는데, 저수지에 도착했을 오후 5시 무렵에만 해도 날이 맑았다더군요. 그런데 저녁부터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더니 자정이 가까워지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랍니다. 당시에 파라솔, 텐트를 미처 준비하지 못해 큰 나무 밑에 비를 피하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친구 집으로 철수를 하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대를 펼친 포인트에서 도로로 나오기 위해서는 한사람이 겨우 걸을 수 있는 좁은 논두렁을 약 100미터 가량 걸어야만 했다더군요. 다른 길은 없으니 선택의 여지도 없고.... 부랴부랴 대를 접고 짐을 챙기고 동생이 앞장서서 논두렁을 걸어나오는데 중간지점에 사람이 앉아 있더랍니다.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보니 와이셔츠를 입은 어떤 남자가 논두렁을 가로막고 우측 방향으로 쪼그리고 앉아서 고개를 무릅에 파묻다시피한 자세로 흐느끼는 듯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는 군요. 당시 중학생이었던 동생은 분위기상 비켜달라고 말하기도 뭣하고 해서 쪼그리고 앉아 있는 그 사람의 등쪽을 조심조심 넘어서 왔다는 군요. 동생 말에 의하면 그때 엄청 긴장했었답니다. 다행이 동생은 무사히 넘어 왔고, 두번째 친구 역시 동생을 따라 무사히 넘어 왔답니다. 문제는 세번째 친구... 동생과 두번째로 건넌 친구와는 달리 이 친구는 숏다리였다는 군요... 조심조심 접근해서 등 뒤로 넘으려는 찰라.... 그만 다리 길이의 한계에 부딪쳐 그 사람의 등에 걸터 앉고 말았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사람이 벌떡 일어나면서 그 친구는 논으로 벌렁 자빠지더랍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동생과 먼저 건넌 친구 둘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경산 친구집으로 줄행랑을 놓았답니다. 친구집에 도착해서 보니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는데 몇 번이나 논에 빠졌던 것 같다고 하더군요. 얼굴이며, 온 몸이 진흙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으니... 잠시 후 그 사람의 등에 걸터앉아 뒤로 자빠졌던 친구도 진흙 범벅이 되어 무사히 집에 돌아왔는데... 시도조차 못해본 남겨진 네번째 친구는 두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아 걱정이 되더랍니다. 걱정이 된 친구 셋이 의논 끝에 다시 그 저수지로 갈려고 문을 나서는데 문 앞에서 허겁지겁 뛰어온 네번째 친구를 만났답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어떻게 그 길을 빠져나왔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세번째 친구가 뒤로 나자빠지고 친구들이 도망치기 시작하자 반대편 낚시하던 장소로 도망을 쳤다는 군요. 그리고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가 잠시 후 논두렁과 주변을 살피니 아무도 보이지 않아 다시 그 길로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자신이 그렇게 빨리 달릴 줄 몰랐다는 자랑과 함께.... 그 집에 사는 친구는 방에서 자고 동생과 나머지 친구들은 옷과 몸이 너무 더러워 차마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수돗물로 대충 씻은 후 마루에서 하룻밤을 보냈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친구 어머니께서 지어 주신 아침을 먹으며 전날 밤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 어머니 왈 "몇년 전 그 저수지 인근에 있던 민가에 불이 나서 일가족 여섯명이 모두 죽은 후로 저수지 근처에서 귀신 봤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고 하더랍니다. 그리고, 동생 일행이 지나온 논 주인에 의하면 어느날 비오는 밤에 논에 물골을 보러 갔는데 논 중간에 와이셔츠 입은 남자가 서 있길래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소리지르면서 "빨리 나오라"고 야단쳤는데 금세 사람이 안 보이더랍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헛것을 봤나 하고 의심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분명 사람이 있었다고 확신하더랍니다. 그래서, 그 논주인은 비오는 날 밤에는 가급적 논에 나가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동생과 친구들은 자신들이 본 사람의 형체와 친구 어머니의 설명이 너무 흡사해서 서로 얼굴을 보며 떨었다고 하더군요. 제가 들은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재미있으셨는지요? 저는 들으면서 웃기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하더군요. 회원님들,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안전사고 등을 대비해서라도 가급적 독조는 피하시고 마음 맞는 조우 한, 둘과 동출하시기를 적극 권합니다.

음 비오는날밤에 생각하면 으스스 하겠는데요
무서븐 이야기네요...

실제로 당해본 사람은 평생 기억 할 것 같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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