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점없는 정오의 시간은 한없이 지루하게 흐른다
간혹 짝짓기를하는 물잠자리한쌍이 오색찌위에서 쉬어가기만할뿐
그 흔한 버들치 한마리 입질이 없다
건너 새물 들어오는 쪽이 조과가 좋지만 궂이 아이를 데리고 힘들게 자리를 옮길필요는 없어보였다
조부는 그냥 아이와 살 비비며 붙어 있고 싶은것일뿐 낚시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반면 아이는 제법 꾼다운 자세다
지게앞까지 끌어다놓은 낚시대에 한손을 올려놓아 언제든 챔질할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어신은 느긋한 조부에게 신호를 보낸다
"톡톡"
뭔가 조부의 찌를 두어번 건드렸다
"새비가 왔나..."
아이의눈이 동그래졌다
조부는 찌가 살짝 움직인걸로도 물아래 새우가 왔다 할정도니 놀랄따름이다
수수깡찌와는 다른 미세한 입질..
물속 새우가 조부에게 노크라도 하는것 같았다
다시 잠잠해진 찌
"할배꺼말고 니꺼 바래이~"
낮고 조용한 음성이 아이의 귀를 간지럽혔다
조금전 조부의 입질과 같은 작은 입질이 낚시대를 꼬~옥 쥐게한다
"톡...톡"
...
"톡"
"할배가 들으라 카문 들어래~이"
.......
...
적막함이 이어졌다
다시 찌는 조용히 아이와 눈을 맞출 뿐이다
" 가마 있그라 ~ 큰기 왔는 갑다"
좀전의 음성과는 다른 단호한 조부의 말과 함께
아이의 찌가 수면 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길에 떠다니듯 슬며시 미끌어지는 오색찌
수면아래 녀석이 아이를 희롱한다
보이지도 않고
그져 연락선만이 떠다닐뿐 고추가 쪼그라 드는것같은 긴장감이다
아래로 처박거나 수수깡이 완전 누어버려야 챔질을 하던 집앞 개울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 이다
낚시대를 쥔 팔이 부들거리고 입술도 파르르 떨려왔다
그때
순간 찌하나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수면위를 유영하던 아이의 찌가아닌 조부의찌가 사라진 것이다
"핑!!"
갑작스런 챔질소리에
아이도 ..누렁이도 ..챔질을한 조부마져도 놀라며 당황스러웠다
"할배~!!"
소류지를 울리는 아이의 다급함이 메아리되어 돌아온다
미동치도 않는 신경전
거추장스런 밀짚모자는 벗어던진지오래다
눈두덩이를 타고 광대를지나 다물지못한 입속으로 퍼지듯 스며드는 짭자름함에 정신이든다
녀석이 걸린 바늘을 뱉어내기위에 사납게 들쑤시기 시작했다
마치 굴러가는 바위에 줄을 묶어놓듯
낚시대가 마구 흔들린다
아무리 탄력이좋고 튼튼하다해도 그저 마른 대나무일뿐
무리하게 대를 세우면 부러질것 같았다
"쉬잉~쉬~"
좌우로 흔들리는 낚시줄이 고요하던 소류지 한켠을 베어 나가기를 수차
녀석은 물밑에서 낚시댈 빼앗아 갈모양이다
이대로 시간을 보내단 놓칠지도 모를일
"허이고..."
드디어 조부가 일어섰다
앉아서 녀석을 제압하기엔 역부족이었기에 ...
무었보다 손주녀석에게 고기를 놓친 할배로 낚인 찍힐 염려였을지도...
조부는 두손으로 힘을줘 대를 세우기 시작했다
"으...음..."
조부의 신음이 들릴때 마다 대는 조금씩 세워져갔다
물방울을 달고 오르던 오색찌가 수면위로 파문을 만들며 녀석도 안간힘을 쓴다
알미늄 세숫대야 가 뒤집어지듯 번떡임을 보일때마다 휘어진 초릿부분은 한없이 흔들렸다
"첨벙~첨범~"
드디어 고개를 내민 괴물같은 녀석
주둥아리가 벌어진체 온몸으로 수면을 내리친다
순간 아이는 쥐고있던 낚시대를 놓았다
누렁이만한 녀석이 조부와 겨루고있는 광경에 싸늘한 소름이 돗았다
다시 대가리를 처박는다
심하게 흔들리는 낚시대를 조부는 버티듯 지긋이 당겼다
"틱~~"
대나무 낚시대가 둘 사이에서 힘겨워하고있다
"티~딕~"
조부의 당기는 오른손 위로 대나무가 튀기지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분명 대가 부러질 것이다
조부는 자세를 고쳐잡으며 대 살이 튀는 부분을 꽉쥐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녀석을 끌어내야 손주에게 체면이 설것 같아서일까 까슬한 두어줄의 튀어오른 대살위로 전해지느 감촉이 나쁘지는 않았다
조부을 바라보던 아이의 얼굴에선 지금껏 찾을수 없던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있다
이렇게 진지한 모습을한 조부를 본적도 없었고 힘겨워하는 모습또한 본적이 없었다
그저 털털하고 장난 좋아하는 조부의 얼굴이 낯선 사람처럼 느껴지기만할뿐
"왈~왈~왈왈왈"
녀석이 두번째로 얼굴을 내보이자 누렁이는 정신을 차리라는듯 마구 짖어댄다
"첨벙 첨벙.."
살기위한 몇번의 몸부림과 체면치레와의 싸움에서 조부는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끌려나오는 누런 녀석
간혈적인 흔들림은 있었지만 이미 녀석의 주둥이는 수면밖의 최면방울에 취해 있었다
"워~~~~~"
아이는 말을 이어갈수가 없다
앵두같은 입에서 나오는건 목구멍을 울리는 어울리지 않는 바람소리
솟구치는 저림이 가시지 않는다
"우~워~~~"
.....
"앗~~따~대라~"
조부의 첫마디다
한손으로 낚시대를 들고 바늘을피해 검지를 주둥이로 넣었다
"철퍽 철퍼덕"
마지막 저항이라도 하듯 사방에 물보라를 튀기며 물밖으로 꺼내진 녀석
누런 몸뚱아리가 반사되어 번들거렸다
"우~~~~와~~~~~~"
소류지가 떠나갈듯한 사자후
" 우~와~ "
"할~배~ 윽~~~~~~시로 크네예~"
선듯 가까이 다가서지도 못하는 아이는 연신 "윽~시로"를 연발하며 감탄한다
건져낸 녀석은 잉어
송곳니같이 아래로 내린 수염에 물떼낀 시커먼 대가리 와 지느러미들 무었보다 부체모양을한 번떡이는 비늘이 아이를 압도하고있었다
아이만큼이나 겁을먹은 누렁이또한 자기만한 녀석이 갑자기나타나 눈치를 보고있다
"여와서 함 만지바라~"
조부또한 긴장이 풀린 탓인지 목소리가 숨이차는듯했다
떡 하니누어있는 녀석의 아가미가 벌어지고 공기호흡을 할때마다 아이의 감탄사는 계속된다
"할배 ~이거는 이빨도 있네예~"
"우~와~"
아이는 처음보는 거대한 고기의 수염을 이빨로 착각했다
"허~허 ~ 그거는 수염 이다 수염"
조부는 아이의 이빨이란말에 빙긋 웃는다
"그라몬 이거는 할배붕업니꺼~"
"우와~ 할배맨치로 수염도있고 윽~~~~~시로 크고~ 우~와~~"
조부는 궂이 녀석을 잉어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아이의 감탄과 놀람속을 끼어들고 싶지도 않았고 그져 아이가 즐거워하고 떠드는게 좋았다
어쩌면 녀석과의 씨름에 소비한 에너지를 충전하기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것일지도모를일
등골을 내리는 한 줄기의 땀을 닦아내기도 귀챦스러웠다
조부가 잠시쉬는동안 아이와 누렁이는 잉어에게쏠려 있었다
튀어나올것같은 눈이 아래로쏠려있고
검지와 중지가 잉어를 훝고지날때마나 손가락을 스치는 미끌거림과 커다란 비늘의 연속적인 굴곡들
집앞 개울에서 잡던 새끼붕어들과는 비교가 되지않는 크기의 녀석
마치 잘짜 놓은 그물갑옷을 두르고있는것 같았다
끈적한 비릿함에 누렁이의 코가 벌름 거린다
"킁킁~"
순간 누렁이가 이빨을 들어낸다
순간이다
찰라의 순간이다
"으득~"
뭔가를 씹는듯한 소리
시간이 멈추었다
할아버지와의 추억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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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6
다음편도 목빼고 기다립니다..^^
고맙습니다.
님께서는 댓글 쓰실시간에..원들을 쓰심이..ㅋㅋ
할배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잘보고 갑니다.
추천합니다
잉어를 끄집어 내는 할배가 되기도 하네요.
기꺼이 추천드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