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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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 기리지 조행(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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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정렬을 했는데 가장 큰 넘이 32.5cm. 가장 작은 넘은 20cm로 제가 10마리 잡았고 일행 K가 네 번째 큰넘 한 마리를 낚았습니다. 아기 욕조 바닥을 완전히 매웠습니다.

왠지 몸이 축 처지고 온몸에서 열이나 컨디션이 좋지 않다. 낚시를 가기에는 조금 무리인 듯 했으나 퇴근 후 나의 차는 이미 자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딱히 장소를 정하지도 못했고 꼭 붕어를 낚아야겠다는 열정도 없다. 그저 물가에서 시원한 찌올림을 보면 왠지 몸이 회복 될 것 같은 확신이 들기에 발길을 돌린 것이다.

퇴근하기 전에 교통과 K담당이 홀로 기리지로 출조한다고 했던 기어이나 자인 낚시와사람 장사장이 추천한 저수지를 마다하고 기리지로 방향을 틀었다. 기리지 무넘이 쪽에 아마추어로 보이는 조사가 한두명 정도 않아 막 대를 펴고 있고, 나이 지긋한 노 조사 한분은 저수지를 둘러본다며 이리저리 명당 자리를 찼고 있다. 그 외 제방 죄측 최상류 일대에 파라솔이 몇 개 보이고 좌대에는 텐트가 얹혀져 있다. 기리지 명성과는 달리 그리 많은 꾼이 붐비지는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배수기이다. 기리지도 마찬가지 많은 양의 물은 아니지만 조금씩 배수를 하고 있다.

아직 K담당은 도착하지 않았고 난 무넘이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무넘이 우측 코너를 돌아 널찍한 자리에 대를 폈다. 조금 전에 만난 노조사가 10일 전부터 물을 뺀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물은 굉장히 빠져있고 수심은 50cm 내외로 굉장히 얕다. 물을 빼는 것이 약간 부담은 됐지만 수심은 내가 굉장히 선호하는 깊이다. 총 5대를 폈다. 이중 가운데 한 대는 현장에서 급조한 들어뽕 채비로 넣었다. 수초 사이 구멍이 작아서가 아니라 2.1칸대로 앞치기가 가능할 정도로 구멍은 컸으나 구멍 주위에 작년에 폈다 삭아버린 연줄기가 빽빽하게 밀집해 있어 밤낚도중 자칫 있을 걸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내가 가진 가장 긴대 3.6칸대를 활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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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55분에 들어뽕 채비에 올라온 월척 32.5cm.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리지에서 월척을 낚아 올렸다. 배수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물빼기를 한다거나 많은 양의 물을 뺀다면 분명 붕어들이 놀라 허둥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물빼기는 10일전부터 시작되어 조금씩 지속적으로 물을 빼다보니 붕어들도 나름대로 적응한 것일까요?

대를 편성하니 K담당이 도착해 나와는 대각선으로 코너 돌기 전 다소 비좁은 듯한 자리에 대를 폈다. 이렇게 밤이 시작되고 아울러 밤낚도 시작됐다. 10시경 2.6칸대에서 첫 입질이 왔다. 느긋하게 올리는 것을 보고 약간은 흥분된 상태에서 챔질을 했다. 7치 정도로 예쁘장하게 생겼다. 올들어 첨 제대로 된 찌맛을 감상했다. 여지껏 이어져 온 몰황 조황에 종지부를 찍는 상큼한 출발이다. 왠지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나를 들뜨게 하고 다소 피곤했던 몸에도 생기가 흐른다.

11시경 좌측 2.3칸대에서 찌를 밀어오리는 폼이 아주 근사하다. 이번엔 9치다. 된다는 확신이 서고 눈에도 생기가 돈다. 새벽 01시까지 8치 2마리를 더 보탰고 입질은 들어뽕을 제외하고는 아주 골고루 들어왔다. 새벽 01시에서 01시 40분까지 무려 4마리를 낚아 올리는 폭발적인 입질이 이어질 때도 들어뽕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01시 55분 드디어 들어뽕에도 기회가 왔다. 약 2마디 정도를 느긋하게 올려 준다. 순간 나는 들어뽕 채비임을 망각하고 일반낚시 채비로 착각 사정없이 챔질했다. 낚싯대는 들어올려지지 않았으며, 수평을 이룬채 수면위에서는 저수지가 떠나갈 듯한 요란한 소리만 났다. 난 어찌할 바를 몰라 대를 움켜지고 뒷걸음질 하다가 대를 접었다. 대를 접으면서도 그 무게와 마지막 용트림으로 안전부절하다 겨우 원줄 잡을 수 있었다. 손으로 잡고 조심스레 들어올려 의자 뒤쪽으로 이동 후레쉬를 비추었을 때 월척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난생처음 들어뽕 월척을 낚았다. 30CM가 넘어서면 낚시대를 들어 올릴 수 없다는 들어뽕 꾼들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일행 K와 나는 한참 동안 멋지게 생긴 넘을 감상하다가 살림망에 넣었다. 새벽 2시가 조금 넘어 일행 K는 다음날 출근을 해야하기 때문에 먼저 철수했다. K가 낚은 넘은 8치 한수가 전부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너무 저조한 조황이 아니냐 할 수 있으나 K의 채비는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러 있고 또한 이날 늦게 도착해서 수초가 빼곡이 밀집한 곳에서 찌를 새우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의 채비는 미숙하나 붕어 8치에 굉장히 만족해 할 줄 아는 고급 아마추어란 점에서 채비가 월등한 저급 프로들보다는 진정 낚시를 낚을 줄 아는 사람이다.

새벽 01시에서 02시까지의 피크시간이 지난 다음부터, 그러니까 월척을 낚고난 그 시각 이후부터는 나는 내심 더 큰 기대를 했다. 왜냐면 깊숙한 곳에서 이곳으로 이 저수지 덩치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환상에 젖어 4짜의 부푼 꿈을 꿨던 것이다. 결국 날이 훤히 샐 때까지 7치 한수를 보태고 밀려드는 졸음으로 대를 접었다. 하지만 저수지를 빠져 나오면서도 나의 자리에 덩치들이 우글거리는 환상은 접지 못하고 아침까지 기다렸으면 하는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낚시꾼 여러분 제가 너무 큰 욕심을 부렸죠....
여러분 주위에는 작은 일에 만족할 줄 아는 K와 같은 마음이 넉넉한 낚시꾼이 많지 않습니까.. 이런 분들은 대체적으로 샐러리맨들로써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고 또한 채비나 테크닉이 아마추어 수준입니다. 하지만 진정 낚시를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이런 분들이 많으면 분명 낚시터 환경은 한결 나아질 것입니다. 전 이런 분들을 위해서 공개 공유의 원칙을 계속해서 지켜 나갈 것입니다. 부디 지난해 가을 기리지 월척사태때처럼 저수지 공개로 저수지가 망가졌다는 그런 소리를 두 번 다시 듣지 않게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며, 여러분 모두에게 저 같은 행운이 함께 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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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 위에 떠 있는 찌. 특이하게 생겼죠. 기리지에서 사용한 찌입니다. 전 붕어들이 찌를 올려주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찌가 아주 우아하게 올라옵니다.
공지사항 2002찌맛춤법의 저작자 신현도님이 직접 개발한 제품으로 2002찌맛춤에 사용된 실용신안을 획득한 제품입니다. 떡밥낚시 기준으로 만든 저부력 제품이었으나 제가 수초 낚시를 좋아한다고 하니 수초낚시에 맞게끔 30CM 길이에 12푼 정도의 고부력 찌를 제작해 주셔서 제가 사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직 완성품은 아니고 개발 단계에 있으며 사용시 단점을 보완 수정하고 있습니다. 곧 낚티즌 여러분에게도 공개해 드리겠습니다.

*일 시 : 2002. 6. 5(수) 19:30 - 6(목) 04:30
*장 소 : 경산 자인 기리지
*동행조사 : 1명(K담당)
*앉은자리 : 무넘이 우측 코너 돌아서자마자
*수 심 : 40~70cm
*대 편 성 : 5대(2.1, 2.3, 2.6(2), 3.6(들어뽕)
*미 끼 : 콩
*채 비 : 원줄(4호), 목줄(캐브라3합사), 바늘(지누4호)
*조 과 : 월척(32.5)포함 10마리

월척 감축드립니다. 월척님!
이 불황에도 ^^ ㅊㅎㅊㅎ
마누라 눈치 보고, 모기한테 물리고, 눈까풀은 내려가고, 허리는 아프고, 담배를 피워 목은 따갑고, 입질은 없고, 한 눈 팔면 어느새 대를 차고 나가고, 대를 건지면 고기는 없고, 집에 오면 파김치, 또 마누라 눈치보고 , 골아 떨어지는데 마누라 치근댈까 겁나고, 우찌 그 짓을 할까요? 돈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그래도 우리는 가야만 한다. 그ㅡ래야 숨이 막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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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작님 너무 아까웠겠습니다.. 다음에는 꼭 그놈을 머찌게 낚는 모습기대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물가에서 뵙겠습니다... 대물못잡아환장하는백수배상(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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