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가족들 모두 모인 자리는 풍성한 먹을거리와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으로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외가에 갔을땐 80넘으신 외할머니의 휘하에 외사촌 동생들.그리고 그동생들의 아이들이 많아
넒은 마당 한가득 대 성황이었죠
외삼촌께서 십여만원을 들여 명절때 가족모임에 쓰려고 준비해둔 화덕이
톡톡히 제역활을 해냈습니다
외사촌 동생들은 모두 결혼했지만
형수를 좋아라 합니다
서로 다투어 형수 좋아한다는 고구마를 썰어 굽고 굴구이를 만들고
열기에 튀는 굴껍질 폭탄에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습니다
뜨거운 고구마와 굴껍질을 까주느라 법석되니 담장을 넘어 길지나는 사람들까지
마당으로 몰려들고 ..
외가 집뒷편엔 낮은 야산이 있어
야산아래 양지밭에 신발에 흙 묻혀가며 나물도 한포대나 캣는데
그 향이 시장에서 파는 나물들하고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진한 향내가 금방이라도 쓱쓱 비벼 먹고픈 식욕을 자극했죠
어스름 해질녁까지 나물을 캐다보니 추위에 약한 제 아내는 이를 부딪히면서도
그 어느때보다 밝고 행복한 얼굴이었습니다
이제 막 100일 넘긴 사촌동생의 갓난아기가 너무 예뻐서
안아주고 싶었지만 혹 하는 염려에 안아보지도 못했는데 결혼식때 처음 보고는 못봤던
100일동이의 엄마 .동생의 아내 .제수씨도 참해서 보기 좋았습니다
어릴적 자주 타고 오르던 무화과 나무 .감나무 ...
외숙모 시집 오실때 봤던 광목에 수놓은 오래전 그림들 ..
고구마 뒤주가 있던 작은마루 ...
참 세월 빠르더군요
콧물 훌쩍거리며 드나들던 외가에서 이제 장년이 되어 어린 조카들 챙기는 나 스스로가
감회롭고 신기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일에도 웃음보가 터져 뒤로 넘어가는 여유는 제게 원래 없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삼 느낀게 그 흥이 세속에 눌려 감춰져 있을뿐 이더라는 겁니다
참 오랜만에 배가 아프도록 웃고. 먹고 또 먹고 참 즐거웠습니다
외가에서의 명절 풍경중 가장 압권은
딸아이 금주가 화장실 가는 대목이었는데 티비를 보고있다 화장실 간다는 딸아이 잡아앉히곤 ..
금주야 티비앞에 쪼그리고 앉아봐 ..
속모르는 금주 그대로 따라 앉는데
그 뒤에 똑같은 자세로 앉는 아빠
그리곤 오른손 위로 들고 .. 역시 그대로 따라 하는 금주
아빠도 손들고 자 그럼 이제 힘써 ... 끙
예전 우리 어릴땐 형이랑 동생이랑 나란히 앉아 변소에서 같이 응가했다
별거 아닌 농담같은거였는데 얼굴 빨개지며 아빠를 쫒는 금주모습에
가족모두 파안대소 웃음폭탄이 터졌었다는 ..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막힌거 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터트리고나니 속이 얼마나 시원해지는지 ..
올핸 즐거움을 화두로 삼고 살아야 겠습니다
고향 가지 못한 월척의 몇 선배님들을 염두해
고향풍경 나눠 보시라고 써 올립니다

제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집니다.
"사업번창"과 가정의 화목을 기원드립니다...
예전엔 대부분 이렇게 살을 비벼대며 살았는데......
물질이 빈곤 했지만 옛날이 훨씬 행복한 시절이었습니다.
은둔자님은 지금도 예전과같이 사시니 부럽습니다.
새해엔 더욱 번창하십시요.
이것보다 더 좋은것은 없지 싶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출조 되십시요
고향에서 가족친지들과 보내는 시간은 정말 오랫동안 포근한 기억으로 남더군요.
나도 외가집 나들이가 많이 생각나네요.......
지금은 외숙모님 한분만 지리산 밑자락 악양에 계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