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네 사람은 부산으로 향한다.
서면 지하 룸까페.
ㅡ 누님, 오셨습니까?
웨이터가 극진한 인사를 하고,
팅거벨이 어깨를 다독여주며 룸으로 들어간다.
몇몇 사람들이 인사차 다녀가고,
독한 양주에 나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커튼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있고,
잠에서 깬 나는 생수를 마시며 메모를 읽는다.
ㅡ 용돈. 놀다가 오후에 와. 기다릴게.
수표 한 장을 손에 들고, 어제 기억을 더듬어 본다.
카운터에서 통화하던 팅거벨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빠는 됐고, 돈 떨어졌으니 며칠 여기서 가져갈 거고...
뭐 그렇고 그런 뻔한 스토리.
혼자서 서면 당구장에 간다.
모르는 사람들과 쓰리쿠션 내기당구를 친다.
첫 큐에 끝나버리고, 돈은 그대로 두고,
급한 일이 있다고, 사과하고 당구장을 나온다.
의미 없다. 모든 게 권태롭다.
나 그만 갈게, 라고 말하기 위해 팅거벨에게 간다.
우리 같이 살자, 라고 팅거벨이 말한다.
어떻게 거절할까, 고민하는 내게 팅거벨이 말한다.
(읽고 있는 분들은 밑글이 좀 니글거리더라도 참아달라ㆍ각색 아니다)
세상에 너처럼 여자의 언어로 표현하는 남자는 처음이야.
저 자식들처럼 뺀질하지 않은 영혼도 처음이야.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그냥 내 곁에만 있어 줘. 약속할게. 너처럼 착해질게.
뭐든지 다 해 줄 수 있어. 진짜야.
우리 서로를 구원해 주자. 구해 주자.
구원? 이해 못 할 말이군...
차마 거절 못 한 나는 그 건물 7층으로 올라간다.
빌딩 건물주의 딸과 나는,
게으르게 일어나 바닷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누님 어쩌고 인사하는 사람들을 지나 시내를 거닐고,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고 섹스를 하고 하고 하고...
한 달이 흐른다.
의미 없다는 생각은 여전히 내 주위를 떠돈다.
문득, 서울 답십리 오두막 커피숍 생각을 한다.
구석 자리에 은지는 아직도 앉아 있을까?
나를 잊지 않고 아직도 기다리고 있을까?
6월. 오후 1시.
당구장을 나온 나는 별생각 없이 지하 룸까페에 들어간다.
카운터 삼촌이 이상하다.
허둥대며 담뱃불을 붙여주는 삼촌의 등 뒤를 본다.
복도 끝의 인기척.
가로막는 삼촌에게 말한다.
ㅡ 화장실 간다.
거친 신음이 새어 나오는 문틈으로 방안을 본다.
소파 위에 팅거벨과 공주가 뱀처럼 엉켜있다.
테이블 위에 나뒹구는 주사기들.
우웩 ! 갑자기 치미는 구토와 두려움.
약에 취해 벌레처럼 꿈틀댈 것이 틀림없는 나.
사는 게 권태롭던 내가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
ㅡ 삼촌아. 우리 동갑이제?
ㅡ 예.
ㅡ 그라모, 말 놓자.
ㅡ ...
ㅡ 니도 약 하나?
ㅡ 아니. 나는 아직...
ㅡ 아직? 그게 무슨 말?
ㅡ 이 바닥에서는 흔해.
ㅡ 니는 언제부터 일했노?
ㅡ 2년 정도...
ㅡ 삼촌아.
ㅡ 어.
ㅡ 우리 그만 도망치자. 떠나자.
카운터를 뒤져 돈뭉치를 삼촌에게 주고,
팅거벨에게 메모를 남긴다.
삼촌 차비 줘서 고향에 보내고, 나도 떠난다.
동안 아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
나도 그럴 테니,
자기연민에 허우적대지 말고 그만 빠져나와라.
이리 포기하기에는 네가 너무 아깝다.
행복해라.
문을 밖에서 잠그고,
삼촌과 작별 인사를 하고,
답십리 오두막 커피숍에 전화한다.
ㅡ 구석 자리에 여자분이 아직도 있나요?
ㅡ 네. 남자분 떠나고 매일요.
비 내리는 오후.
오두막 커피숍 계단에서 심호흡한다.
몇 번 만난 사이도 아닌데, 겨우 손잡아본 게 전부인데,
나는 왜 이리 긴장하는가.
생각해보니, 그녀는 침묵으로 내게 말했었구나.
피터팬.
인제 그만 날고 땅으로 내려와 나랑 놀자.
가난하지만, 가난하겠지만,
우리 손 잡고 같이 걷자.
오두막 커피숍 문을 연다.
음악 소리가 낮게 깔리고 있다.
아마 은지가 신청했을 것이다.
ㅡ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카운터를 지나
구석 자리로 숨죽이며 다가간다.
인기척에 고개를 든 은지와 눈을 맞춘다.
동그란 눈에 그렁 눈물이 맺힌다.
은지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엎드린다.
울음을 멈추길 엉거주춤 기다린다.
고개를 든 은지가 하얗게 웃는다.
ㅡ 이 악물고 이리와 시키야 ! ㅡ;:ㅡ"
거부랄 수 없는 위엄을 느낀다.
ㅡ 눈 감고 고개 들어 시키야 ! ㅡ;:ㅡ"
눈을 감고 곧 들이칠 강펀치를 기다린다.
흡 !
은지의 혀가 뱀처럼 입술을 파고든다.
맥이 탁 놓이고, 아놔 모르겠다.
그 순간 내가 왜 산울림 노래를 흥얼거렸는지.
ㅡ 눈 떠 시키야 ! ㅡ;:ㅡ"
ㅡ 왜 반말을... 거기다 욕까지...
ㅡ 너... 또 도망가면... 죽여버린다 !
ㅡ 네... ㅡ,.ㅡ"
인정한다.
이 여자가, 자기연민에 빠진 나를 구원해준 동아줄이었고,
이 여자가 바로,
또다시 늪에 빠지지 않게 지금도 나를 지켜주는 가드레일이다.
긴 글의 지겨움이 송구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낚시꾼이다.
이 정도 지겨움은 매번 학습했지 않은가.

암사자한테는 우짜든지 비밀... ㅡ,.ㅡ"
필요 하신분 언제든지 말씀만 하셔요 ㅎ ㅎ
정말루 2부가
벌써 올라왔네요 ..ㅋㅋ
날도 후덥지근한데
심장 쫄깃한 ? 연애담
잼나게 잘보았습니다.
역쉬 ~
선배님은 글 쓸때가
젤 멋찝니다 ~~ ♡♡♡
한 여인이 평생을 희생하여 불쌍한 중생을 구제한 살아있는 부처의 이야기입니다.^^
글쓰기나 책읽기가 낚시 보다 쉬우시죠?
얼척 자괴방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통근버스 출발합니더
퍼떡 타시소~다른사람 기둘입니더. ㅡ,,ㅡ
하여, 내두 그 때 그 추억을 소환하여 자판기에 손을 함 얹어볼까 하다가 애껴두어야지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자랑글이쥬~~~
이거 캡처해서 형수님께 깨톡 보내야 겠네요ᆢㅋㅋ
현재 하시는일 그만 두시고 작가로 전향해보심이...^^
요즘 인터넷이 발달하여 따로 등단이란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필력하나로 돈벌수 있는 시대입니다.ㅋㅋ
지금까지의 연륜과....
그와는 대칭되는 고문님만의 노화되지 않은 정신....
그리고 위트와 유머까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ㅋ
작가로써 낚시도 잘하는....
유시민씨도 그런 케이스고....
기대됩니다. ^^
일찌기..사람을 끌어땡기는 내공을
가지고 계셨군요..
언제나 섹소폰의 흐느낌속에 "립스틱짙게 바르고"를
구슬프게 불렀었죠...
끝까지 그녀의 속마음은 모른체 부산역전에서 그렇게 ..
화려한날은가고...묻어버린 아픔 입니다.
반면, 어떻게 이정도로 글귀가나오는지 잘보고갑니다
후라이는 맛나요.
반숙이가....
일단 캡쳐...
일급문서 보관함에 저장...
할배 주소 확보...
등기로 보내야 하는데...
음~~~
사모님 성함이??
♥
O은지 여사님(소곤소곤)
하지만 시건방을 감추게 만드는 힘이 느껴집니다.
그 끝을 나 스스로
정할 수 있기에
인내심이 필요없다.
하지만,
기대가 클 수록
인내심은 커져야 한다.
피터님의 글도 그렇다.
낚시나.
글쓰기나.
인생이나......
재미진 글 잘 읽었습니다.~~^^
도 떠오르죠. ㅡ,ㅡ
북쪽은 딱 좋아서 짬낚하며 잡은 붕어 찍다
가 휴대폰 떨어뜨려서 침수되고,
안하던 긴대 잘못 들어서 오른팔 통증이 찌
릭~왔습니다. ㅠㅜ
피터. 님. 의
은지. 님. 을. 회상. 하시 라는 의미로 ...
자라나 낚으시며 붕어낚시 고수 흉내만 내시기엔
너무 아까운 필력이십니다.
아니 안 꼬인건가??
예전에 월척안에 피터님 흔적찾아 삼만리 하던 생각이`~ㅠㅠ
전에 이야기 했던말 아직 유효 합니다.
우리 영화하나 맹들자요!!
후회막급이라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