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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풍가 비탈길에서 잠깐 차를 세웠죠. 저 고개만 돌면 밀짚모자를 쓴 사내가 둑길에 서 있을 테고, 사내는 선한 소의 눈을 깜박이며 저를 보고 웃을 테고, 우리는 손을 맞잡겠죠. '그래그래, 말 안 해도 다 안다.'는 신뢰가 손을 타고 찌르르 심장으로 건너오겠죠. 둑길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ㅡ,.ㅡ" 그렇군요. 멸치처럼 마른 벗을 위해 소고기를 굽고 있겠죠. 1. 소고기 묵겠지. ㅡ 왔는기요~. ㅡ 어. 방가방가~. 역시 사내는 '구이바다'에 소고기를 굽고 있더군요. 손을 닦기 위해 소매를 걷다가 그냥 젓가락부터 들었습니다. 사내가 소고기를 자기 입으로 넣고 있어서요. ㅡ 동작 그만! ㅡ 와요? ㅡ 소고기 몇 점 남았노? ㅡ 세 점요. ㅡ 머시라? ㅡ 행님은 오리고기 드이소. ㅡ 나는 손님인데? 당신은 주인이고? ㅡ 그니까요. 주인은 소고기, 손님은 오리고기. ㅡ 그냥 집에 갈란다. ㅡ 가디 말디~. 사내의 거대한 머리가 만드는 그늘 아래서 '죽여 버릴까...' 갈등을 해봅니다. 2. 마루타. 사내가 만드는 음식은 저를 늘 곤혹스럽게 합니다. 맛은 좋지만, 내용물 정체가 도통 불가사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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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또 뭐 넣었노? ㅡ 몸에 좋은 거요. 야관문ᆞ산삼 등등요. 야관문이라는 말에 맛을 봅니다. 된장국이 단장국입니다. 그만 먹으면 안 되겠냐는 말을 하기 위해 사내를 봅니다. 사내가 인형처럼 천진한 표정으로 눈을 깜박이고 있습니다. ㅡ 와 그라노? ㅡ 맛이 어떤지 품평해 주이소! 야관문ᆞ산삼 등등 응? ㅡ 졸라 맛있다... ㅡ,.ㅡ" 3. 꽝! 사내는 하류 둑길 코너에, 저는 중류 곶부리에 전을 핍니다. 잔잔한 수면에 별들이 쏟아지고 반딧불이 깜박깜박 멤을 돕니다. 간식 시간, 우리는 탄식을 합니다. ㅡ 세상에, 붕어 없는 저수지가 있다니! 4. 성지순례. 다음 날 아침, 사내가 제게 목욕을 하라고 합니다. 성지순례에 앞서 몸가짐을 정결히 해야 한다더군요. 자기의 생가를 방문하자는 말을 듣고 빵집에 들릅니다. 계산대에 서서, 바리바리 낑낑대며 한 아름 빵을 들고 오는 사내를 봅니다. 사내의 사악한 웃음을 보며, 당했다는 자각을 합니다. 5. 뒷산 사내가 뒷산을 소개합니다. 조경수와 온갖 나무 앞에서 사내가 말이 많아집니다. 그의 꿈과 애착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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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과 참외ᆞ옥수수밭을 지나 축사로 향합니다. 6. 대두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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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들이 튼실합니다. ㅡ 저놈이 맛있겠다. ㅡ 믄 소리요, 행님. ㅡ 나 왔다고, 소 한 마리 잡을라고 온 거 아이가? ㅡ 풉! 무신 자신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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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소풍아~. 사내가 소리를 지르자 소 한 마리가 다가옵니다. 머리가 절라 큽니다. @@" 소풍이라는 소와 소풍이라는 사내의 머리를 비교해 봅니다. 7. 생가. 그의 생가를 방문합니다. 바깥 대문과 안 대문 사이 '여주'밭을 지납니다. 누추하다는 여풍 어머님의 겸손과 달리 무척 정갈하고 아늑합니다. 뒷산 아래 토담 굴 문을 열고 샘물을 마셔 봅니다. 사랑채를 지나자 마루에 대풍 어르신께서 서 계십니다. 평생 교육계에 계셨던 분이셔서 품위가 남다르십니다. 아버님과 사내를 번갈아 봅니다. ㅡ 와 보요? ㅡ 당신, 주워 왔제? 8. 시골 밥상. 부엌에서 사내가 엄마엄마 어리광부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호박잎 쌈에 다슬깃국을 먹으며 엄마 생각에 코가 시큰합니다. 대풍 어르신의 고견에 부족한 생각을 짧게 말씀드립니다. 커피를 마시는데 어르신께서 사내에게 말씀하십니다. ㅡ 아들아. ㅡ 예, 아버님. ㅡ 너는 앞으로 이 분을 스승으로 모시거라. 9. 기인을 만나다. 성지순례를 마치고 지렁이를 사기 위해 낚시점에 갑니다. 북실북실 털보가 사내와 인사를 합니다. 다리가 많이 불편해 보입니다. 어젯밤 장어낚시를 다녀왔다는 얘기를 합니다. 낚시점에서 나와 차에 오릅니다. ㅡ 저 사람이 그 사람이우. ㅡ 누구? ㅡ 전설의 휠체어 낚시. ㅡ 아아~. 그 아름다운 폐인? 사내가 언젠가 얘기해줬던 인물을 직접 봤습니다. 광기라고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는 전설이었습니다. 사내가 백미러를 보며 말합니다. ㅡ 사실 저도 한때는 폐인이었어요. ㅡ 풉! 지금도 당신, 폐인 같거등~. 10. 마지막 한 병. ㅡ 선배는 술 안 마실 거지요? ㅡ 한 잔만 할까? ㅡ 그냥 수박이나 드세유. 술은 무슨... ㅡ 띠바! ㅡ;:ㅡ" 사내가 마지막 남은 소주 한 병을 들고 안절부절입니다. 이럴 때, 짱박아 둔 소주가 있었다면 짱 먹을 수 있는데... 11. 또 꽝! 내 여기 다시 오나 봐랏! 12. 돌아오는 길. 사내와 헤어져 동해안을 타고 흔들흔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내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ㅡ 도착했어요? ㅡ 아직. 계절바람 선배님껜 전해 드렸고. ㅡ 뭐라고 하세요? ㅡ 별말씀 없었고, 용돈 주시던데? ㅡ 뭐 뭐시라요? 용돈? ㅡ 어, 50마넌 밖에 안 되네? ㅡ 끄... 끊어욧. 아, 진짜! 굳이 서로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신뢰. 친구, 우리, 아무 색깔 없이 이대로 가자.

내용속 담긴 위트까지 너무 좋아요

처음처럼 오래오래^^~
상큼하고 생동감 있으면서
싸나이다운 진중함이 있는..
끈적한 감성이 묻어나는 듯하지만
지극히 이성적인...
멋진 글~~~ !!!

잘 봤습니다.
흠 ~~ 두분이 만난일을 해학적으로 풀으신거지요?

오랜 친구 아니면 왠수같은 친구 ~^^

두분 우정이 묻어나는

잘 봤습니다~~~영원한 인연으로 이어지시길 바랍니다
앞으로는 재미있게 순결하신 분이라고 알고 살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세요.
일취월장

손폰 상으로,
잠깐 만져 줬을뿐인데.....

글이 매끄럽게 술술..써 지지효?


" 친구, 우리, 아무 색깔없이 이대로 가자 "
가슴이 따듯해집니다ᆞ
두 분의 글도 참 재미지고요ᆞ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운
이유일 듯 합니다ᆞ
그렇지요!

지나치듯 이어지는 인연을 굴비꿰듯 섬세하고 위트하게 엮어내시는 피터님 !

역시!

선한 큰 눈망울의 누렁소풍눈처럼 그저 정이 넘치고도 남음을 느낄수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풍쉐프의 히든카드 "우다탕"은 생각만 해도 `~으 어헉!! 헛 구역질이`~끙!!
소풍님도 그리생각하고있다면 큰 오판입니다.

제가 들은 야그가있는데...
말씀드려야하나 고민입니다.

하나만요!
내처럼 남생각도 같다고 생각치는 마십시요.ㅋㅋ
머리큰 양반이 많이 괴롭히던 갑지용~~^^






머리큰 동상
쬬매 바주지 그러셨셩~~~~ㅎㅎ^^
부럽고 부럽습니다.
저도 소풍님 처럼 피터님 같은 벗과 담소 나누고 살고파서 열심히 노력 중인데......
몸이너무 힘드네요.
너무 아름 다운글 이었습니다.
ㅎㅎ..
흐믓한 미소.지어봅니다...ㅎ
2박3일 잘지내다 오셨다는 말씀이네요^^
어제밤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늙으면서 꼭 가져야하는 세가지
1. 건강
2. 취미가 같은 친구 1명
3. 일정하게 지급되는 돈(연금이겠지요?)

전 2번은 있는데...
애당초 고급 기술을 접목 하기엔 기초가 부족 했으며
더 문제였던 건 ‘팔랑귀’답게 그 기초마저도
산만하기만 했습니다.

다만,
밤 하늘의 별만큼이나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메모하려고
필기도구를 지참한 모습에서
작은 희망을 봤습니다.

그리고 질경이 같은 생명력도----


-작자미상-

마음이 지척이면 천리라도 지척이오
마음이 천리오면 지척도 천리로다
우리는 각재천리(各在千里)오나 지척인가 하노라”
늙기도 설워라커든........ 망태기만 던짓뿌고 ㅡ,.ㅡ"
동쪽 끝 별과 서쪽 끝 별에서 날아온 두 사람의 해후...

푸근한 덩치에 머리가 유난히 ET스러운,
그래서 눈망울이 더욱 선한 풍별에서 온 남자.

쬐그만 체구에 살아있는 눈빛으로 순수를 갈망하는
어린 왕자가 살던 별에서 온 남자.

아무리 생각을 하여도 조합이 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것이 색다른 미묘한 조화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소풍동지께 잘이야기해주십시요.

달구지 소를 5,000소력짜리 쌔걸로 바꾸고싶은데...

쪼~~~위에 머리 딥따 킁걸로 한마리만예...눼!!???
일주일에 한번씩만 올리심 안궁금 하겠읍니다.
아~~~~~~~ 두분 너무 보기좋으세요@.@
"맛갈스런글" 읽으면서 상상하고 상상하며 읽고~~~^^
읽는 사람에게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라는 감동을 주는,,,
풍님과 3초님의 에세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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