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이유로 12월 이후 거의 출조를 못했다.
예년 이맘때 쯤이면 창녕, 남지, 마산 등지의 얼지 않은 수로를 찾아 다니거나
어두운 새벽 도로를 날아서 감포인근 갯바위 위에서 떠오르는 해를 향해
낚시대를 날리곤 했는데....
하는 수 없이 옛날 얘기 새김질하며 답답한 시간 달래 본다.
요즘 참 많은 낚시 기법들이 생겼다.
루어,플라이,대낚시, 등의 대분류 외에도 붕어 잡는데에도 많은 기법들이
생겨났고 저마다의 기법을 고집하기 보다는 상황에 맞게 자기 습관에 맞는
방법을 익혀나가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젠 나름대로 해석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지만,
예전에 한참 낚시에 빠져 들고 있을 쌩초보 때였다.
주변에 같이 출조하던 친구들이 거의 수준이 비슷한지라 다니긴 노상 다니는데
별로 실력이 늘지 않음에 대해 조금씩 조급해 질 때였다.
그날도 평소처럼 출조를 위해 차에 오르던 중 옆에 오토바이 한대가 서행으로 지나가는데 뒤에 실린 물건이 눈에 확실히 들어온다.
머릿속에 선명히 각인된 사진처럼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XX비료가 적힌 반투명 비료푸대에 들은 낡은 V형 받침대, 투박한 손잡이의
전통의 꽂기식 대나무 낚시대
직접만든 특수 배합 된듯한 떡밥이 들었음직한 검은 비닐봉투, 엉뎅이만 겨우 걸치는 간이 접이식 의자...
무엇보다 언뜻 지나치며 본 검게 그을린 얼굴 밑에 달린 하얀 수염하며..
도인의 풍모가 비치는 멋있는 옆모습
아.... 고수다!
당시 애독하던 잡지 낚시춘추에는 어느 골짝 어떤 곳에서 생각지도 않게
어떤 낚시의 도인를 만나
'크게 깨우친 바를 얻었다'는 얘기가 가끔 실려 있었고 그들은 한결같이 위에 오토바이 노인과 같은 그런 자태를 가지고 있었다.
무조건 그 뒤를 쫓아갔다!!!
미행을 눈치채면 행여 붕어 낚시 비법의 천기누설을 염려하여
낚시를 피할까봐 멀치감치 떨어져서 조심조심...
49.6CC 오토바이(정확히 스쿠터)로 하이바도 없이 달달달 가시는 노인네를 183Km짜리 과속딱지를 다시방에 품고있는 르망으로 멀리서 미행한다는거 ...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비상등 키고 신호등 밑에 정차해 있다가 가끔씩 쫓아갔다.
힘들게 쫓아간 곳은 놀랍게도 진위천 상류 쪽이다.
여기는 수심이 얕고 배스,피라미 등 잡고기가 많아 붕어낚시터로는 꽝이라고 생각한 곳이며 아침저녁 출퇴근길에 무심히 지나가던 곳이 아닌가....
그렇다 역시 고수는 다르다.
아무도 생각지 않는 저런 버려진 듯한 곳에서 남몰래 월척을 쏙쏙 뽑아먹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매주말마다 어디로 가면 좀 나을까...
그런 바보같은 궁리만 했었고....
먼저 받침대를 꺼내 꽂는다.
익숙한 듯이 바로 받침대를 꺼내 정면으로 꽂는다.
아마도 바닥을 훤히 읽고 계시는 듯 하다.
낚시대를 꺼내는데 그 고색창연한 대나무 낚시대를 꺼내 드는게 아니라
역시 전통의 로얄 그라스 낚시대다.
찌는... 인찌끼낚시 일명 멍텅구리라고 하는 오봉낚시에 몽당찌로
여기저기 첨벙거리며 낚시를 시작하신다.
미행을 눈치챘나????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계속 곁눈질 해가며 억지로 낚시대를 펴고 있으면서
슬슬 불안해 진다. 저게 아닌데.....
하지만 투박한 손잡이의 꽂기식 대나무 낚시대가 있지 않은가...
저 놈을 꺼내는 순간 어디선가 때깔 좋고 늘씬한 부들찌 한점과 함께
물속에서 월척과 한바탕 춤판을 벌리지 않을까....
그 때 달려가 노인 앞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어르신 ! 이 아둔한 놈에게
그 비법의 백분의 일만 나누어 주십시오' 하며 눈물로 호소하면
노인네가 이상하게 생긴 찌 한점을 툭 던져주며 '이걸 써보거라' 하고는
한줄기 섬광과 함께 스쿠터 대신 구름을 타고 승천하고
몇년 뒤 나는 한국 최초의 일본 조구사의 프로 필드스텝이 되어 ......
노인이 베일을 벗는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꽂기식 대나무 낚시대... 대나무는 맞는데 애들이 냇가에서 피래미 잡는 그물(반도)의 손잡이 였다......
오봉채비로 몇번 퐁당거리더니 피래미를 들고 희희낙낙하더니
이내 반도를 꺼내들고 여울에 들어가 피래미를 쫓아다니신다....
비러무걸....
다음날 낚시춘추 1년 정기구독 신청을했다.
독학하기로 맘잡고.....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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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인을 만나긴 만나셨네요..
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희희낙낙 즐기시는
그 어르신이야 말로 진정한 고수가 아닐까요?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대나무 낚시대 우리집 베란다에도 있습니다...
주로 계곡에가서 피라미 잡는데 쓰이지만.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