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찌 올라오네."
한참 이야기에 빠져들 때에 노인은 갑자기 손을 들어
내 뒤편의 케미 중 왼쪽 2번째 케미를 가리켰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하나의 빛으로만 보이던 케미가
두갈래의 빛으로 나뉘어 찌톱의 반쯤 올라와 있는 것이 보인다.
후다닥.... 달려가 챔질을 하려 대의 손잡이에 손이 가는 순간,
아쉽게도 케미는 툭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아니, 아니다.
제자리를 찾은 것이 아니라 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지않은가.
"핑!!!!!"
덜컥거리는 느낌과 함께 제법 힘을 쓰는 놈.
이번에는 아까와 비슷하지만 좀 느낌이 다른데...하며 놈을 끌어낸다.
'4짜붕어? 오늘 완전 날 잡았군...'
그러나...어둠 속에서 좌우로 발버둥을 치며 나오는 녀석은
한 눈에 보기에도 붕어와는 체형이 다른 검은 물체.
바로 메기였다.
"쯧! 메기네요, 어르신, 하하."
한 50센티 되려나? 원줄을 들고 녀석을 내려다 보다
문득 어르신께 매운탕거리로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불빛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가져가 보이면서 말했다.
"어르신, 이거 매운탕거리로 가져 가시겠습니까?
이만하면 한 냄비는 되겠는데요."
이상타.
방금...분명히...얼굴을 들어 노인의 얼굴을 봤을 때,
그 어둠 속에서 나는 잠깐이긴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서 왠지모를 노인의 두려움을 읽은 것 같았다.
"아냐, 아냐....됐네. 자네가 가져 가게나."
"예?....아, 저는 민물매운탕은 별로 안먹어서요...
이 메기가 무척 맛있다는데 가져 가시지요."
"아냐, 아냐....난 메기를 별로 안 좋아하네."
극구 팔을 저어가며까지 싫다고 하시는데야...
난 수건으로 놈을 감싸 바늘을 뺀 후
살림망에 또 하나의 덩어리를 추가 했다.
잠시 담배를 물은 노인의 옆 얼굴이 불빛에 비칠 때 보니
노인의 날카로운 두 눈빛은 여전히 내가 자리했던 살림망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다시 빈 잔에 막걸리를 따르며
김치 한조각을 집어 입에 넣을 때였다.
"난,. 저런 것들이 잡힐까봐 지렁이도 안쓰네.
늘 떡밥 한두가지 뿐이지."
"아, 예.....?"
아이도 아니신 분이...낚시를 즐기면서 메기따위를 무서워하시나?
이해가 안가지만 나 역시도 드렁허리나 밤에 만나는 가물치는 껄끄럽지 않은가.
그러려니 하는데 노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낚시해야 하는 데 내가 너무 방해를 했구먼, 이만 일어남세."
갑자기...? 흥이 깨진 것일까. 일어서는 노인을 간신히 애걸하며
그 뒷이야기가 듣고 싶어 나는 진심으로 이야기했다.
"아닙니다. 어르신. 재미있게 듣고 있었는데요.
하신 이야기 다 해주시고 막걸리도 한 잔 더 하시지요."
"허허..................음.
........그러지. 아까 어디까지 얘기했지?"
지난 스토리를 들은 데까지 기억해내고 말씀드렸더니
노인은 잠시 침묵속에서 망설이는 듯 말이 없었다.
지루한 침묵이 잠깐 흐른 뒤에 노인이 갑자기 한 발짝 다가와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자네... 자네는 내가 하는 말을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네.
그러나, 지금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모두 사실일세.
그 것을 자네가 믿든 안믿든...난 어쩔 수는 없지만... 알겠나?"
"예? 예..."
나도 모르게 긴장때문에 어깨가 움츠러진다고 느낄 때.
담배를 비벼 끄고 잔을 입에 가져가며 노인의 이야기는 다시
삼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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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소.
처음으로 이 장소의 이름을 알았다.
서울촌놈의 상상속엔 늘 곧게만 흘러가는듯한 낙동강으로만 보였지만…
어느 곳엔 모래톱이, 어느 곳엔 깍아지른듯한 절벽이,
또 어느 곳엔 완만한 갈대가 군락을 이루는가하면
내가 낚시를 즐겨하던 이 곳은 잠시 물흐름이 멈춘듯한
너럭바위와 삼십여평의 소가 위치한 곳이었다.
미끼라봐야 고작 삶아 불린 보리알갱이와 지렁이가 다였지만
이 곳에서 엉성한 채비로 대를 드리우다 보면
심심치않게 앙탈대며 물고 올라오는 각종 강물고기의 모습들은
나의 병과 시간을 잊기에 충분케 해주었다.
어느 날인가.
문득 웅덩이로만 보였던 그 삼십여평의 소를 들여다보니
그 곳엔 내가 처음 보는 형형색색의 희한한 물고기들이
마치 열대어처럼 물속을 유영하는 것이 보였다.
가을하늘처럼 파란색, 마치 귤껍데기 같은 오렌지색.
어떤 놈은 무지개빛 얼룩무늬를 자랑하기도 하는...
그 아름다은 물고기들을 잡아서 손바닥에 올려 놓고 싶은 욕심에
그 곳으로 바늘을 던져보았지만…놈들은 절대 입질을 하지 않았다.
소의 한가운데는 시커먼게 깊이를 알 수 없는 느낌을 주었지만,
가장자리는 겨우 무릎이 넘을까말까하는 깊이었기에
나의 욕심은 그 물고기를 따라 몇발자국 나를 그 곳에 들여 놓게 하였다.
서너 발자국이나 옮겼을까.
갑자기 왼쪽 발이 한없이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서둘러 물밖으로 나오려 했으나 마치 개미가 개미귀신의 함정에 빠진 것처럼
나의 몸은 아무리 발을 빼려해도 이제는 왼쪽 허벅지를 넘어 배꼽까지
물에 잠겨들어가 꼼짝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아저씨!”
봉구였다.
다른때와는 달리 커져버린 그 놈의 두 눈을 보고
비로서 난 안심할 수 있었고… 봉구가 던져준 낡은 빨래줄에 의지해
간신히 나는 물밖으로 나와 기침이 시작된 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그 때는 봉구가 마침 왜 그 줄을 들고 있었는지 몰랐었지만...
“아저씨, 매기소에는 왜 들어갔어요? 큰일나요.”
처음으로 이 곳의 지명을 안 나는 잠시 이 곳에 얽힌 이야기를
약간은 과장 섞인 봉구의 입을 빌어 들을 수 있었다.
매기소.
이 곳에는 아직 승천하지 못 한 이무기가 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무기소, 이무기소…하다가 줄여서 무기소, 혹은 매기소라 부른다했다.
놈은 겉으로는 아름다운듯한 이 소에 살지만…
근처에 다가오는 사람이나 염소따위를 잡아먹는 흉포한 놈이라고 한다.
사실 이 소는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못나오는 늪으로
몇 년에 한번씩은 꼭 희생자가 나오는 곳이기도 하단다.
실제로 재작년인가는 한 처녀가 이 곳에서 빠져 죽어
그 시체를 간신히 건져냈는데…이상하게도 그 처녀의 항문은
어른의 주먹보다도 크게 벌어져 있었고 몸 속 내장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동네 어른들은 누구나 그것이 바로 이 소의 이무기가
수영하던 처녀를 물고서는 그 녀의 내장을 흡입해버린 것이라고들 했다는 것이다.
또 얼마 전에는 가을에 이곳을 찾은 외지 낚시인이
한가로이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낚시를 하다
갑자기 근처 물위에서 노니던 청동오리 한마리를 한입에 삼켜버리는
그 이무기의 무시무시한 대가리를 보고는 혼이 빠져서
낚시장비를 다 내동댕이치며 도망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 이무기라니.
말도 안된다며 미소짓는 나를 힐끗보던 봉구도
그 검은 얼굴에 누런 이를 드러내며 마주 웃어준다.
그 때는 그렇게 봉구와 헤어졌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왠지 한낮에도 그 장소가 꺼림칙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어느 저녁, 밥상에 앉아 처 외삼촌에게 그 이야기를 지나가듯 물었더니
그 분의 이야기는 조금은 봉구와 달랐다.
“그런 이야기를 동네분들이 하기는 하지.
그런데 사실은 그 곳에는 메기들이 무쟈게 많이 살거든.
노랑메기, 돌메기, 참메기, 백메기도 있고…빠가사리…. 그래서 메기소, 메기소하다
아마 매기소라 부르게 된 거겠지.”
그럼 그렇지…하며 밥을 한 술 뜨는 내게
처 외삼촌께선 묘한 여운을 남기며
하지만 조심해야할 곳이니 절대 그곳엔 들어가지는 말라 하셨다.
한동안 서울에 올라간 집사람이 다시 내려오기까진
그 때 낚시대를 잃어버려 무료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하릴이 없어 조금 먼 동네 방앗간까지 마실을 가던 어느날.
우연히도 그 곳에서 어떤 중년에게 얻어터지고 있는 봉구를 발견하였다.
간신히 지게작대기를 막고 움켜쥐고는
코피를 흘리며 머리를 감싸쥐고 있는 봉구를 일으켜 세우니
녀석의 마른 몸이 덜덜덜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무엇 때문에 애를 그렇게 때리십니까?”
조금은 가라앉은 그 중년의 입에서는 믿기 힘든 말이 나왔다.
봉구가 도둑질을 하였다는 것이다.
“아니에요, 몰랐어요.”
나중에 가뜩이나 단벌인 녀석의 옷을 흙먼지로 덮어버리는
공사를 하다만 신작로를 함께 돌아오며 들어보니
봉구가 버린 건 줄 알고 집어 온 건 다 낡은 빨래줄 꾸러미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나를 구해줄 때도
봉구는 그런 줄을 들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 줄은 모아다가 무어에 쓸라고?”
2년전 뱃사공이자 어부이던 아버지를 물가에서 여의고
허드렛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홀어머니와 동생 하나와 같이 산다는 봉구.
이젠 병이 나 하루 종일 집에만 계신 어머니 때문에
학교마저 그만두고 동생뒷바라지까지 한다는 봉구.
의외로 그런 불운한 이야기는 잘도 대답하면서도 그 질문에만은
선뜻 입을 열지않는 녀석이 난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줄 필요하면 아저씨가 사줄까?”
갑자기 그 작은 두 눈이 황소만해진다고 여겨질 때
놈은 한참을 주저하는 듯하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어렵게 뜻모를 대답을 했다.
“네……그럼 제가 대신 반을 드릴께요.”
“뭐? 뭐를 반 준다는 게냐?”
“…………..메기요.”
한참 후에야 비로서 난 그 의미를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또한 처음으로 그 이름을 알 수 있었다.
낙동강의 괴물이라 불리우는 흑메기라는 이름을……
--------두, 세편은 더 지나야 끝날 것 같네요...지루한 글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낙동강, 괴물, 그리고 소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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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6
3편이 벌써 궁금해집니다
점점 흥미롭습니다.
다음편 언제 나오려나..
무척 기다려 질것 같네요..^^
3편 빨리요~~~^^
담편 기다립니다...ㅎ
감사합니다
흥미진진 함니다
3편이 기다려지네요
3편이 기다려집니다.
5짜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다려 보렵니다.
다음편 기대 합니다....ㅎㅎ
다음편이 벌서 기다려 지는데요 ^^
과연 노인의 트라우마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 궁금한 거...
잘~ 읽고 갑니다.
슬슬 올라갑니다~~~재미있는 레벨이~~~
3편 기대 합니다~~~~~~~~~~~~~~~~~~~~~~~~~~~~~
너무 재밋습니다. 좋은 글 잘보고 있습니다.
글 기다리는 심정이 어떤지 잘 알것같네요.
너무 바쁘네요.
미남 조우회도 만들어야 하구 문학소년 조우회도 만들어야 하구...ㅋㅋㅋ
담편 조속한 시일내에 부탁드립니다
기다려집니다
병원에 다녀오랴...새로 시작하는 사업준비하랴...
바쁜 와중에 내가 왜 글을 올렸는지?
이렇게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죄송하네요.
비오는 요즘, 안전출조 하시고 다들 목적하신 조행 이루시기 바랍니다.^^
계속 탐독
훌륭하십니다///
간강 하시면 뵙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