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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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로 연가(13)

문부성과 일본 D대학이 체제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6개월간 D대학에서 실시하는 단기 OO연수교육을 받기위해 일본으로 왔다. 주5일간 교육이 진행되었다. 오전 교육은 주입식 수업이고, 오후 시간은 오전수업에 대한 참가자의 발표와 토론으로 결론을 맺는 교육프로그램 이었다. 주말은 부과된 분임조의 과제중 개인별 학습과 발표자료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 파묻혀 땀을 흘렸다. D대학 도서관은 국내 중앙지가 몇 종 들어오기 때문에 국내 상황 파악은 국내 거주와 별 차이가 없었다. 단지 중앙지에서 다루는 지방소식의 일부만 접하기 때문에, 지방소식의 세세한 부분은 알 수 없었다. 평소 음식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라 동양이든 서양음식이든 무리가 따르지 않았다. 또, 시차 변동이 없어서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묵고 있는 다카나와다이 역에서 도보로 3~5분 거리에 있는 숙소인 OO호텔은 조용하고 일본식 정원이 볼만하다. 아침운동은 숙소 내에서 조깅을 하고, 오후는 일과를 마친 후 대학 구내 테니스장을 활용했다. 한 가지 불편한 점은 세탁물 문제였다. 양복이나 겉옷은 세탁소를 이용했지만, 속옷이나 작은 세탁물은 직접 저녁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서 세탁을 했다. 일본에서의 생활이 두 달이 지났다. 현지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교통문제와 쇼핑, 시내관광과 이동은 적응이 되었다. 언어구사는 짧은 일본어와 영어를 겸용하고, 메모지를 통한 필담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토요일 오전 11시 40분에 나리타공항에 도착하는 아내를 마중하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을 했다. 도착예정 시간보다 20여분 먼저 도착했다. 입국수속 시간이 있으니, 여유 있는 도착이었다. 아내와 아이들과 자주 전화를 해서 집안 이야기를 알고는 있지만, 아내를 타국에서 만난다는 생각이 새삼스레 과거 연애하던 시절로 되돌아 간 것 같았다. 입국수속이 지연되는 것 같았다. 시계를 들여다보는데, 사람들의 행렬이 입국장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저쪽에서 여행용 이동식 가방을 끌고 아내가 주위를 살피며 나오고 있었다. 숨어서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지만, 낯선 이국땅을 찾아온 아내의 마음이 가슴을 찡하게 울렸다. 반가움에 달려가 손목을 덥석 잡았다. 놀람과 반가움이 가득한 얼굴로 “어머, 일찍 나오셨어요?” “많이 기다리지는 않았어. 집에 별다른 일은 없지? 아이들은?” “집에는 별일이 없어요. 불편함이 많았지요? 그런데 얼굴을 보니 살이 좀 찐 것 같아요.” “떠돌이가 체질이 아니라, 몸무게는 변동이 없는데.......” 아내의 가방을 받았다. 점심식사를 하고 숙소에 이동하기로 했다. 메뉴는 아내가 좋아하는 초밥요리를 주문했다. “당신은 나 보고 싶었어?” “그럼요.” 엎드려 절 받는 식이었다. 아내가 다시 물어 왔다. “당신은 내가 보고 싶었어요?” “상기와 동이지.” “체,OO이와OO이만 보고 싶었겠지.” “무슨 말씀을, 자식도 보고 싶고 마누라도 보고 싶었지.” 주문한 음식이 나올 동안, 나이 생각을 잊어버리고 연애 시절로 돌아가 토닥거렸다. 음식이 나오자 아내는 “이건 당신이 좋아하는 생선이네.” 젓가락으로 초밥을 집어 내 접시로 옮겨주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쪽사람들은 젓가락으로 음식을 건네주는 건 실례라고 하더라.” “왜요? 손으로 주는 것도 아닌데.......” “우동이나 면 종류는 후룩후룩 소리를 내서 먹어야 맛있다는 표현과 예절이고, 젖 가락으로 건네는 건 장례문화와 결부 되어 있데.” “나라마다 음식문화와 예절은 있잖아요. 우리는 부부인데 우리 식으로 해요.” “응, 알았어.”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아내는 옷을 갈아입고 청소와 세탁할 준비부터 했다. 룸서비스를 받는데도 남편의 하숙방으로 생각했다. 좀 쉬다가 하자며 손을 잡아끌었다. 아내는 눈을 홀기며 “아이고! 딱 들어오니 홀아비 냄새가 진동을 한다.” 샤워를 마치고 둘이 마주 앉았다. 과거 집권자의 최후의 만찬에 사용되었던 그 술에 얼음을 몇 조각 넣었다. 정말 오랜만에 아내와 둘이 이국땅에서 마주앉았다. 바쁘다는 핑계와 아이들 뒷바라지 때문이라는 이유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진지도 오랜만이었다. 얼음 몇 조각을 아내에게 더 넣었지만 술기운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떨어져 살다가 만나니 다시 청춘의 신혼기분을 느끼게 했다. 회포를 풀고 난 뒤, 노곤함과 나른한 안정감 속에 둘이는 잠에 빠졌다. 아내와 있는 분위기는 늘 편안하고 안정된 기분이다. 하루가 지나지도 않았는데 집으로 전화를 걸어 딸에게 밥을 먹었느냐 동생을 잘 챙겨주라 등 지시형의 명령이 떨어진다. 막내 남동생의 여자 친구가 다녀간 일과 그녀의 느낌, 장인어른의 건강 등 떨어진 두 달 사이에 있었던 가족관계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여기 있는 동안 개입하지 않아도 될 일은 신경을 쓰지 말라고 이야기를 해도,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일과가 끝난 후 일본의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백화점 쇼핑도 했다. 우에노 공원을 손잡고 걸으며 과거 연애 시절의 기분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 원폭투하로 숨진 혼을 위해 전시된 사진들을 둘러보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평화의 시대가 아닌 전시 체제에 국가라는 조직 속에 한 점의 먼지로 살다가 사라진 개인의 삶에 일본인이 아닌 인간적 차원에서 애도를 표하고 싶었다. 원폭피해자 중에서 우리 동포도 있었다는 현실에 가슴이 찡해왔다. 아내에게 내 나라를 떠나면 모두가 애국자라고 말했다. 비둘기 모양의 조각 속에 평생 꺼지지 않는다는 평화의 불꽃이 타고 있었다.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 이면서 원폭을 맞은 피해자 부분을 강조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별일이 없으면서도 후딱 3박4일이 지나갔다. 두 달 뒤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긴 아내는 귀국을 했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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