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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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로 연가(14)

내일 우리조의 발표주제를 놓고 잔디밭에 앉아 엔타르씨와 스쯔끼씨와 의논을 하고 있었다. 프린트된 초안을 놓고 개인별 연구 자료를 내일 오전에 수합하고 정리하여 오후에 발표하기로 결정을 했다. 대출한 자료와 프린트 물을 넣은 가방과 노트북은 스쯔끼씨의 차에 실었다. 어제 약속대로 오늘 일과 뒤에는 테니스를 같이 치고, 저녁식사 후 숙소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다. 저녁 식사 후 밤10경 숙소로 들어왔다. 작업 후 저장해 놓은 파일 자료를 찾아, 유인물을 보완해서 넣고 수정하는 게 빠를 것 같았다. 부팅을 한 후 담배를 뽑아 물다가 오늘은 메일을 확인하지 못한 것 같아, 메일부터 먼저 접속을 했다. 딸아이의 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아내를 보낼 때 딸아이 생일을 미리 생각하지 못했다. 떨어져 있을 때 생일선물을 보내야 딸이 더 감명을 받을 것인데....... 선물을 준비해서 보내야 할 것 같았다. 화면 전체항목을 일괄 체크한 후 읽어야할 메일은 선택 해제 한 후, 체크된 메일삭제를 했다. 지금은 내 무릎에 덥석 안기지 않지만 초등학교 때 일이 생각났다.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무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 들어오니, 딸이 웃으며 쫒아 나왔다. “아빠! 다녀오셨어요?” 인사를 하자 말자 염소놀이를 하잔다. 염소 놀이란 이걸 말한다. 사실인지 확인된바 는 없지만, 어릴 때 어른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준 적이 있다. 염소는 추운 날은 무리들과 떨어져 혼자 있으니 더 춥고, 더운 날은 혼자 있으면 시원한데 서로 붙어 더운 줄도 모르고 같이 피해를 본다는 이야기다. 그 후 아들과 딸 녀석은 나에게나 제 엄마에게 땀이 비 오듯이 흐르는데 껴안고 있는 염소 놀이를 하자니 기겁을 할 수밖에 없다. 스팸을 삭제 후, 남은 메일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통은 여성잡지 김 OO기자의 메일이고, 한통은 윤 혜림의 메일이었다. 세월의 고비를 헤치고 넘어온 연륜 때문인지, 회신을 기다리다 내 일상생활의 무게에 눌려 감정이 희석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심장의 박동이 빨라졌다.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잠시 갈등을 느꼈다. 마음에 충격의 강도가 적을 것 같은 김 기자의 메일부터 클릭을 했다. 기자는 눈치와 감각적인 분위기 파악이 보통사람들 보다 빠른 것 같았다. 메일의 내용은 간단명료했다. "이 선생님! Gina Yoon회장님에 대한 자료나 알고 계시는 내용이 있으시면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다. 시간을 할애하여 주시면........" 갑자기 눈앞에 폭탄이 터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사냥꾼처럼 특종을 쫒아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기자의 습성을 알고 있다. 모든 게 공개되어 활자화 된다면 내가족의 프라이버시, 아내와의 문제로......... 눈앞이 캄캄해져 왔다. 다행히 메일을 보낼 때 내 주소와 전화번호는 명기하지 않았다. 단지 메일주소만 알고 있을 것이다. 김 기자는 어떤 내용에 대해 특별히 인지하는 건 없을 것이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던져진 미끼를 덥석 물고, 입질을 하여 걸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연락을 부탁한다고 했지만, 묵살을 하거나 귀국 후에 생각해도 될 사안인 것 같았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마우스를 잡았다. “정말, 제가 알고 있는 그분이 맞습니까?” 반전된 제목을 클릭 했다. 화면에 글씨가 펼쳐졌다. 갑자기 목이 말랐다. 마른 침을 삼키며 시선은 활자로 향했다. “잡지사 기자를 통해 메일 주소를 알았습니다.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만, 제가 알고 있는 그분이 맞습니까? 제 메일을 확인하신다면, 제가 신뢰할 수 있는 소식을 주시길 바랍니다.” 간단한 내용이었다. 글로 표현 못할 놀라움과 확실한 어떤 믿음에 대해 먼저 의아해 하는 것은, 많은 시간의 단절에서 오는 것 같았다. 발신시간을 확인했다. 발신한 시간은 15시17분23초였다. 그사이 그녀는 수신확인을 했을 것이다. 지금쯤 상대는 내가 수신한 시간을 체크했을지 모른다. 신뢰할 수 있는 소식을 생각했다. 무슨 내용을 갑자기 선택할까? 처음 만남과 동화사와 양구의 밤에 대해 기술하고 싶었다. “동성로의 밤거리는 무척 아름답습니다. 진주 씨와 같이 처음 만난 게 대구였죠? 잡지 기사를 모두 보았습니다. 불면에 시달리며 많은 밤을 잠 못 이룬 적도 있습니다. 윤 혜림 씨를 확인했습니다.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흘렀는데 변함이 없더군요. 동화사의 아름다운 단풍은 기억을 하시는지? 젊음에 취해 걷던 양구의 밤거리를 아직도 잊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밤늦은 시간에 메일을 보고 놀람과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건강하시고 좋은 밤이 되시기를 빕니다.” 간략한 내용으로 발송했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ㅎㅎㅎ 잼있어 질라고 하내요^^
염치없이 후편을 기다립니다...
그믐달님!
항상 관심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환절기에 항상 건강하시고, 즐낚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입질!기다림님!!
안녕 하세요.
매번 장편으로 소설같은 좋은글 올려주시오나 솔직히 군데군데 밖엔 못 읽었네요.
늘 마음으론 흔적을 남기고 싶었으나 님의 글에대한 예의(禮義)가 아닌것 같아
망설이곤 하였네요.

그렇다고 솔직히 처음부터 숙지하고 흔적 남길려니 시간이,,,,,,
제 변명 이겠지요? 아무튼 죄송할 따름 이네요.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부탁합니다.


골드존님의 화보 조행기 독자입니다.
좋은 조행기를 보고 한번도 코멘트를 못드려 죄송합니다.
그냥 추천만 간단하게 클릭합니다.
저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낚하시길 빕니다.
흔적이 없어도 말없이 보고 ,감탄하는 사람이 있다는걸 아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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